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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 - 언젠가는 떠나야 할, 인생의 마지막 여행이 될 죽음에 대한 첫 안내서
백승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2월
평점 :
제목부터 강렬하다. ‘하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말’ 인 죽음에 대한 사유가 담겨있는 책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어쩌면 아버지에게 하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말, 그리고 미래의 나를 향한 선언’ 이기도 하다고 이 책을 소개한다. 우리 모두 언젠가 한번은 떠나야 할 죽음이라는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게 되는 책이다.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
백승철 지음
쌤앤파커스
서로 다른 인생사만큼 인생 설계도 모두 다르고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인생을 살아왔든 누구나 생의 마지막 순간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비슷하기에 죽음의 설계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하는 저자. 동양적 관념에서 죽음에 대한 언급이 금기시되다보니, 말기 환자 가족과 주변인들은 죽음에 대한 논의나 대화가 자칫 환자의 불안과 두려움을 가중하고 희망을 저버리는 것으로 생각해 의도적으로 피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가 전하는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 의 여러 장 중에 특히 ‘죽음을 설계하는’ 부분에 관한 장을 유심히 읽게 된다.
현명한 죽음의 설계를 위해서는 제일 먼저 환자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현명한 죽음의 설계를 위해서는 가족, 친지, 의료진, 전문가 등 모든 구성원의 긴밀한 협조와 도움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초라하거나 성가시게 보이지 않기 위해 혼자 고민하거나 해결하려 하지 말고 언제나 대화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가족, 의료진을 포함한 주변 모든 사람은 환자의 말을 경청하고, 기꺼이 대화하고, 도움을 주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
현명한 죽음의 설계를 위한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정직입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은 누구라도 쉽게 이겨내기 어렵습니다. (…) 그러나 현명하게 무언가를 설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처한 상황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것입니다.
- p153
이렇게 심리적으로 죽음을 마주할 준비가 된 후, 죽음 설계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과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스스로의 질병상태와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 환자 스스로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 두번째로 환자 본인과 가족, 친지를 포함한 주변인들과 이제껏 풀지 못한 개인적 오해와 문제를 풀어나가는 노력, 세번째로 가족에 관한 법률 및 재정적 문제를 유언장 형식으로 정리하는 것, 이렇게 세 가지의 준비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모님께서는 나중에 의식이 없을 때 '연명치료'는 하지 말아달라고 벌써부터 말씀하신다. 그러나 막상 그런 일이 닥치면 자식된 도리로서 그렇게 할 수 있을 지 자신이 없다. '노환은 다른 질병없이 노화로 인해 신체 기능이 점차 약화되면서 몸이 쇠약해지는 것을 의미하며, 노환으로 사망하는 것을 자연사'( p141, 자연사가 불가능해진 시대 ) 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의술이나 병원 시스템이 발달한 현대의 의료 시스템에서는 자연사를 허용하지 않는다. 건강이 나빠진 고령자를 집에 두는 것은 노인을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것이고 불효하는 것이어서 어떻게든 병원으로 모셔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말기환자가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사전에 등록하는 것( 연명 의료 결정법 )처럼, 이른바 자연사를 받아들이겠다는 '자연사 결정법' 같은 것이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미래에 90세 혹은 100세가 넘으면 모든 검사나 치료를 거부하겠다는 등의 합리적인 개인 의사 결정권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웰빙의 대척점에 존재하는 '웰다잉' 이라는 단어도 등장한다. 2016년에 제정된 연명 의료 결정법은 법안의 올바른 의미 전달을 위해 웹다잉법이라고 불린다. 이렇게 통용되면서 존엄사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죽음을 앞둔 생의 마지막 순간을 올바르게 정리하고 죽음에 순응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다. ( p183 , 웰빙의 완성, 웰 다잉) 이 장의 내용은 앞선 장인 '죽음의 설계하다' 장과 실행방안이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더 상세하다. 의료기관이 아닌 홈다잉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를 위한 가정형 호스피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또한 간병에 따른 여러 어려움을 제도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간병 휴직' 같은 법적 장치에 대해서도 제안하고 있다.
회사에서의 직원연수과정에서 각자 자신의 '유서'를 남겨보던 시간이 떠오른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은 이들, 못 다한 일들, 후회되는 일과 그래도 자랑스러웠던 일들을 남겨보며 다함께 울먹였었다. 젊은 날 마주했던 죽음에 대한 시간은 그렇게 두렵고, 먹먹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의 느낌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여전히 마음은 무겁고 먹먹하지, 죽음을 건강하게 수용하고 준비할 수 있는 '마음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다시금 책을 찬찬히 넘겨본다. 각 장의 첫 머리에 나오는 죽음에 관한 격언들이 더욱 깊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