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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질 것 같아 - 두통의 숨겨진 이야기
어맨다 엘리슨 지음, 권혜정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평점 :
신경과학자 어맨다 엘리슨은 두통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하나 짚어내며 두통 유발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의학서이기에 어려울 것 같아 심호흡을 하고 책을 펼쳤건만 이런, 의학서가 이리 재미있어도 되는건가? 원문이 위트있었던 건지, 번역자의 재치인지 일단 문장들이 재미있어서 술술 읽힌다. 깔깔 소리내어 웃기도 여러번이다. 두통에 관한 진지한 통찰과 재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책이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아
Splitting: The Inside Story on Headaches
두통의 숨겨진 이야기
어맨다 엘리슨 지음, 권혜정 옮김
글항아리
살아오는 동안 두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원인은 서로 다르지만 우리 모두 머리가 아파본 경험이 있다. 나는 책의 제목처럼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라고 투덜거려본 적도 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는 아이스크림 두통, 군발 두통, 긴장성 두통, 편두통 등 다양한 두통의 원인들을 조목조목 짚어준다. 우리에게 두통을 안기는 범인(바꾸기 어려운 것)은 누구이며, 두통이 자주 생길 수 있는 환경(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아이스크림 두통은 영미권에서 뇌가 언다는 의미로 '브레인 프리즈(Brain Freeze)' 라고 부른다. 물론 실제로 뇌가 얼어버리는 것이 아니기에 정확한 명칭은 아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저온 자극 두통은 관자놀이가 찌르르한 것은 치아가 민감해서라기보다 입천장에 있는 감각수용기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탓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관련되어 '연관통' , 그리고 삼차신경까지 알게 된다. 아이스크림 두통은 금세 잦아드는 두통인지라 본격적인 두통들을 언급하기 전의 워밍업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3장의 '부비동, 감각, 콧물' 편은 자주 경험하는 두통인지라 더욱 와닿는 장이었다. '최고로 지독한 통증은 아니어도 머리가 둔해지고, 좀체 가시지 않고, 울혈까지 더해져 평범한 일상이 고달파'(p60)지는 두통이다. 이에 관련된 두통은 부비동과 부비동염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부비동염의 치료를 위해 쓰이는 항생제의 작용기제, 수술을 통한 치료, 코세척, 항히스타민제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스트레스성 두통, 즉 긴장성 두통에 관한 4장의 내용 또한 많은 이들이 겪는 두통일 것이다.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기도 하지만, 정서적 또는 심리적 원인 없이 몸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만으로도 긴장성 두통은 발생될 수 있다. '나쁜 식습관, 탈수, 알코올 섭취, 수면 부족, 잘못된 운동은 우리 몸, 특히 머리, 뇌, 목 부위에 스트레스를 주어 긴장성 두통을 유발한다.여기에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 완벽한 폭풍우가 형성된다'(p93)
위기 상황에 대응하거나 위기가 있기 전 상황으로 신속하게 돌아가는 능력을 임상 심리사들은 '회복력'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스트레스 반응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회복력 오계명을 제안하기도 한다.
회복력 오계명
1. 사소한 일에 불안해하지 말자.
2.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걱정도 하지 말자. 걱정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3. 다음 단계에 대해서만 생각하자. 다음 단계의 결과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수만 가지 가정은 그만.
4. 우선순위를 정하자. 가족이 먼저다.
5. 일주일 뒤에 이 일을 돌이켜본다고 상상해보자. 뭘 그리 호들갑을 떨었는지 기억이나 할까? 길게 내다보자.
여성보다 남성에게 4배 이상 더 많이 발생한다는 군발 두통. 편두통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두통이 생기는 원인과 빈도다. 하루걸러 하루씩, 하루에 최고 여덟 번 발작이 일어나고, 눈이 붓고 출혈되고 눈물이나고, 동공이 수축되고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르거나, 한쪽 눈에서 관자놀이 쪽으로 이어지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증상등을 통한 발작이 다섯 번 이상 있어야 군발 두통이라고 진단을 내린다고 한다. 저자는 군발 두통의 원인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이를 위한 다양한 치료법들을 제시한다.
심한 두통으로 분류되며 '두통의 차원을 넘어서는 경험'(p139) 이라 불리는 편두통은 고전적 편두통이라고 하는 '조짐 편두통'과 비전형 편두통인 '무조짐 편두통'으로 나뉜다. 저자는 편두통을 그냥 두통이 아니라 각기 다른 4단계(1.전구증 단계 -> 2. 조짐 -> 3. 통증단계 -> 4. 후구증 단계 )로 이루어진 현상학적 사건이라고도 표현한다. 편두통에 대한 전반적인 개요, 원인 등을 6장, 7장의 두 장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편두통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으며 그 원인 또한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의 몸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지금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통 유발원은 누구에게나 있다. 또한 두통은 머리에만 머무르는 통증이 아니다. 저자는 다양한 두통에 대한 접근을 통해 책을 읽는 이들이 좀더 전체적인 관점에서 두통을 바라보길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 통증은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자라고 강력하게 전한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