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거즐튼무아
마오츠카 쿄오코 글 / 오오소코 레이코 그림
바람의 아이들
이 이상한 제목의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게다가 책의 크기가 앙증맞아 어린 유아용 책이 아닐까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 권장연령 : 7 - 10세 ▒
작고 앙증맞은 판형의 이 책은 온라인 서점에 4-6세로 추천되어 있기는 하지만
책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에는
글밥이나 어휘의 수준, 거꾸로 읽기 등을 고려해볼 때
개인적으로 7세부터가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책 속으로 >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뚱보아줌마가 찬장 구석에서 작고 까만 씨 하나를 찾아냅니다.
동네 사람들은 나팔꽃 씨라고도 하고, 수박씨라고도 하죠.
그래서 아줌마는 널빤지 조각에 다음과 같이 적어 씨앗을 심어놓은 곳 옆에 세워놓습니다.
" 라몰도지일꽃팔나 라몰도지일박수 워거즐튼무아 "

어떤 뜻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무슨 외계어 같기도 하고~ 이름 모를 나라의 외국어 같기도 합니다.
원작이 일본 책인지라 가능한 해프닝인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놓은 글을 반대로 읽어 괴상한 말이 되었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정서에는 살짝~ 설명이 필요할런지도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성안에서 여러 선생님께 많은 것을 배워 똑똑한 왕자님.
그러나 성밖의 왕자님 또래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은 모릅니다.

성 밖에서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놀고 있습니다.
봄이 오고 사과나무에 꽃이 피면,
아이들은 나무 밑에서 술래잡기를 하기도 하고 숨바꼭질을 하기도 합니다.
여름이 되면 벌거벗고 시냇물에서 헤엄도 칩니다.
가을에도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가 있어요. 낙엽을 모아서 산처럼 쌓아 놓고,
그 가운데로 풀쩍 뛰어들어 낙엽 속에 파묻히는 것이예요.
겨울이 오면 썰매를 타지요.
아이들은 자기들이 만든 단순한 널빤지 썰매를 타고, 눈
눈 위를 미그러지듯 미끄럼을 탑니다.
25 곱하기 38이나, 지구로부터 태양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왕자님이었지만,
개구리가 알을 낳는 장소나 어떤 모양의 썰매가 미끄러지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
그런 왕자님이 이 표지판의 글을 읽었죠.
무슨 마법의 힘을 가진 주문처럼 생각합니다.
임금님이 성을 비우시는 동안 왕자님의 건강을 책임져야하는 성안 신하들.
공부에 지친 왕자님이 식사도 거부하고
" 라몰도지일꽃팔나 라몰도지일박수 워거즐튼무아 " 를 찾습니다.

신하들이 어렵게 찾아왔으나 일반 호박이었을 뿐이었어요.
그러자 뚱보아줌마가 나섭니다.
왕자님의 얼굴은 뚱보 아줌마의 앞치마처럼 하얗고,
눈은 뭐든지 다 싫어졌다... 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뚱보 아줌마는 뭐가 문제인지 한 눈에 알아챕니다.
( 뚱보 아줌마가 한눈에 알아차린 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어른들이 많다는 것은 참 서글픈 일입니다. )

아주머니는
" 라몰도지일꽃팔나 라몰도지일박수 워거즐튼무아 " 로 만든 맛난 음식들을 만들죠.
그러나 이 음식을 먹으려면 몇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편한 옷을 입고, 야외에서 또래 아이들과 함께 먹어야 하는 것.

왕자님은 날이 갈 수록 몰라보게 튼튼해졌고,
성 바깥에서 아이들과 놀 수 있도록 허락받고 놀 수록,
그 뒤로 수학이나 법률 공부가 조금도 싫지 않게 되었답니다.
이 리뷰를 읽고 계신 이웃님이 부모시라면
왕자님, 공주님 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으실거예요. 분명.
그 왕자님, 공주님들에게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책은 은유적으로 이야기 해주고 있는 듯 합니다.
( 그러고보면 이 그림책이 정말 아이들 용이란 말입니까?
혹시 부모들을 위한 육아서 아닌가요? ^^;; )
빡빡한 학원 스케줄과 학습지 할당량으로 허덕이는 현실의 아이들이
이 유쾌한 동화책을 읽고 " 나 이제 돌아갈래! " 라고 외치면
부모님들이시여, 받아들일 용기가 있으신가요?
너무 공부만 해서 입맛도 없고 도리어 머릿속이 잔뜩 헝클어진 왕자님이
뚱보 아줌마의 집 앞을 지나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또 다른 이야기 >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여러 육아서들이 강조를 하고 있고,
이곳저곳의 지면 상에서 부모를 꾸짖고 있습니다.
알면서도 우리 아이가 뒤쳐지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성장" 을 위한 것이 아닌 "학습" 을 위한 공부를 강요하게 되는 현실.
얼마전 초등학생이 고교과정까지 공부하고 있다던 선행학습에 대한 폐해 기사도 읽고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에 조금씩 읽으며 마음을 다잡아보는 서천석님의 "트윗육아" 의 글을 옮겨와봅니다.
#009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줍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것은 주지 못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아이들과 즐기는 시시한 놀이들을 회복해야 합니다.
요즘 부모들, 다들 너무 애쓰고 있어요.
하지만 일상적인 놀이가 너무 없습니다.
200년 전의 부모들도 힘들게 일했어요.
하지만 풀피리도 만들어 불어주고, 자치기도 했어요.
여름에는 멱을 감고, 겨울에는 연도 같이 날렸지요.
밤에는 옛이야기도 들려줬답니다.
놀이는 부모 세대의 문화를 아이에게 전해주지요.
관계를 만들어주고, 감정을 처리할 힘을 길러줍니다.
그냥 많이 놀아야 해요.
예전에 부모 자신이 어릴 때 놀던 것을 가르쳐주세요.
#010
이번 주말 날씨가 어떤가요?
나쁘지 않다면 아이와 부모 자신에게 가까운 자연을 선물해보세요.
멀리 나가지 않아도 좋아요. 대단한 경치가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그 속에서 일없이 머무는 시간이 충분하다면
분명 좋은 선물이 될거예요.
숲과 꽃, 개울과 자갈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장난감이죠.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일없이 노는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얻습니다.
다양한 자연 물질과의 접촉은 아이의 면역력을 튼튼하게 하죠.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가 병에 덜 걸린답니다.
자연과 정신적 교감을 누리는 것은 아이의 성정도 깊게 하지요.
많은 연구들은 자연 속에서 놀면
아이의 창조성과 문제해결력이 높아진다는 걸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