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처럼 문이 열리고 - 뉴베리상 수상 작가 케이트 디카밀로의 행복한 크리스마스 선물 날마다 그림책 (물고기 그림책) 22
케이트 디카밀로 글, 배그램 이바툴린 그림, 서석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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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처럼 이 열리고

Great Joy

케이트 디카밀로 글 / 배그램 이바툴린 그림

36쪽 | 405g | 230*269*10mm

책속물고기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의 기원을 검색해보면 고대 사회의 습관에서부터 로마시대, 중세시대를 거쳐 19세기 중엽 정도에 지금 우리가 즐기는 크리스마스 문화가 정착되었다고 알려줍니다. 이 무렵부터 크리스마스에서는 이웃사랑, 자선이 중시되고, 종교심의 부활에 의한 종교적 측면의 보정이 행하여지고, 그 위에 과거의 화려한 축제의 관습이 빛을 더했다고 하네요. 특히 크리스마스가 어린이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의 축제가 된 것도 눈여겨볼 변화였지요. 크리스마스 트리,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 카드가 도입되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부활하고,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크리스마스 정찬(디너)이 서민 가정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이와 같은 새로운 크리스마스의 성립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등의 문학작품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하지요. 그는 그 작품등을 통하여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전하고, 동시에 크리스마스의 존재 모습, 물질적 즐거움을 향유하기 위해서 수행해야 할 자선 등의 의무를 가르쳤습니다.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631271&cid=50766&categoryId=50794 ) 

 

기독교인이 아닌 이들에게도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의 틀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할 수 없게 되면서 어찌보면 아이들에게 어린이날과 더불어 새로운 선물이 생기는 또 다른 축제의 날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 아이도 마찬가지였을테구요. 녀석에게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찾아 읽어주며 함께 크리스마스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올해 방영했던 '별그대'에 나왔던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으로 크리스토퍼 메달을 받았던 글작가 케이트 디카밀로는 『내 친구 윈딕시』로 뉴베리 명예상을,『생쥐 기사 데스페로』로 뉴베리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한겨울 어둠 속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를 보고 영감을 받아 이 글을 썼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의 밝고 흥겨운 분위기가 전해져오는 한 거리에 서있는 거리의 악사와 원숭이. 이들은 크리스마스가 되기 일주일 전에 이 곳에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틈을 뚫고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소녀는 창가에서 그들을 지켜보게 되었지요.

 

" 밤이 되면 어디로 가는 걸까요? "

 

음악소리가 꿈 속에서처럼 슬프고 아득하게 들려오는 듯 하다고 생각하며 소녀는 엄마에게 묻지만 대답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엄마는 소녀가 크리스마스 연극무대에서 입을 의상을 준비하느라 바빴거든요.

 

그날 밤 애써 잠을 밀어내며 깨어있던 소녀는 모퉁이에 기대어 있는 거리의 악사를 마주합니다. 악사의 외투 속에 있는 원숭이를 소리내어 불러보는데 막상 올려다본 건 원숭이가 아니라 거리의 악사였습니다. 거리의 악사는 모자를 벗으며 프란시스에게 인사를 합니다. 책의 표지이기도 한 이 장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은 빛을 받아 금색 가루 처럼 흩뿌려집니다. 뭔가 신비스러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통하는 듯한 마법이 시작된 순간처럼 보였어요.



 

 

 

 

다음 날 아침, 소녀는 집을 나서며 악사에게 달려가 컵에 동전을 넣으며 말하죠.

 

" 오늘 크리스마스 연극을 해요. 저는 날개를 달고 천사가 되어 대사 한마디를 말할 거예요. 듣고 싶지 않으세요? "

엄마는 어서 가자며 아이를 재촉을 하지요.

" 와도 돼요. 꼭 오세요. 연극은 교회에서 해요. 교회는 길 아래에 있고요. 둘이 같이 와도 돼요. "

소녀에게 웃어주는 악사의 두 눈은 슬퍼보였습니다.

 

 

 

 

연극은 시작되고 소녀의 차례가 됩니다. 소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지요. 밖이 얼마나 추울까. 할아버지는 정말 슬퍼보였어. 라는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기다리죠.

 


 

 

 

온 세상이 고요했습니다. 모두가 숨죽이고 기다렸죠.

그때였어요.

어둠을 뚫고 빛이 들어오더니 마법처럼 문이 열렸습니다.

 

 

 

문이 열리는 이 장면은 정말 감동이었죠. 양 팔에 소름이 돋는 듯한 전율, 코 끝이 시큰해짐을 느꼈습니다.

 

" 보라!. 내가 너희에게 커다란 기쁨의 소식을 가져왔노라! "

그 순간에 딱 맞는 대사라 느껴져 프란시스는 한 번 더 크게 외쳤습니다.

" 커다란 기쁨의 소식을."

 

 

 

소녀의 얼굴에 가득한 환희의 표정. 천사가 따로 없습니다. 이 책의 원제인 "Great Joy" 가 떠오르는 얼굴입니다. 소녀의 시선이 가 있는 곳에 더욱 행복한 한 사람이 있었겠지요. 사실 소녀의 따스한 이 마음은 '마법' 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인간적인 마음일거예요. 그러나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 무심함이 일상화 된 세상에서 소녀가 바라보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자신의 마음을 무시하지 않고 건넸던 초대가 '마법'처럼 느껴져 버리네요.

 

 

소녀의 마법 덕분에 여러 문이 열린 듯 합니다. 교회의 문도, 거리의 악사의 마음의 문도, 그리고 소녀의 부모와 교회에 함께 있던 여러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우리의 마음의 빗장도 볏겨냅니다.


 

 

 

예수가 태어나던 날 밤 예수의 부모 요셉과 마리아는 여행 중이었는데 여관에는 빈 방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예수는 하마터면 태어나지도 못할 뻔했지요. 다행히 요셉과 마리아는 빈 마구간에서 아기를 낳을 수 있었습니다. 쉴 곳이 필요한 요셉과 마리아에게 마구간을 내어주었던 따뜻한 그 손길.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떠올려야 할 것 중의 하나겠지요. 그리고 유난히 추웠던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무도 돌아보지 않아 죽어갔던 "성냥팔이 소녀" 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녀석은 이제 거리에서 구세군 냄비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합니다. 무엇이든 착한 일을 해야할 것 같다는 마음이 얼굴 가득 묻어나는 듯 해요. 순수하게 남을 "돕는" 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 함께 찾아나가야 겠지만 사람 본연의 '타인에 대한 선한 관심' 과 '열린 마음' 은 계속 지켜주고 싶어 절로 엄마미소가 떠오르게 된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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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돌사자, 도서관을 지키다 비룡소의 그림동화 232
마거릿 와일드 글, 리트바 부틸라 그림, 김서정 옮김 / 비룡소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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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손 끝으로 쓸어보면 올록볼록하게 처리된 사자의 갈기가 만져집니다. 빛에 비춰보면 그 갈기의 일부가 번쩍이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구요. 아이는 책의 표지만 보고도 이야기의 내용이 궁금하여 어쩔 줄을 모릅니다. 녀석의 흥미를 그대로 연결하여 표지 사자의 모습을 판화로 찍어보기로 합니다. 그나저나 엄마, 『판화』가 뭐예요?

 

준비물은 우드락, 간단한 롤러, 판, 물감, 그리고 뽀죡한 샤프펜슬 정도입니다.

 

아이가 직접 우드락에 그림을 그릴 수준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우선 엄마가 밑그림을 준비해줍니다. 돌아다니는 비닐포장지 하나 재활용에서 꺼내와 우선 수성 싸인펜으로 표지를 따라 그리게 합니다.

( OHP 필름으로 하면 편리한데 준비되어 있지 않으니 재활용품을 늘 활용하게 되는군요. )

 

아이의 옷 사이에 껴있던 얇은 트레싱지를 그린 밑그림 위에 놓고 물티슈로 살짝 톡톡톡. 그럼 수성싸인펜으로 그린 그림이 트레싱지에 잘 묻어나오죠.

( 이 과정 또한 빳빳한 트레싱지가 있다면 곧바로 표지의 밑그림을 따라 그릴 수 있으니 생략 가능한 절차랍니다. )

 

 

 

 

그리고 그 트레싱지를 우드락에 올려놓고 뽀죡한 것으로 눌러 테두리를 표시해줍니다.

( 역시 곧바로 우드락에 그릴 수준이 되시는 분들은 불필요한 절차랍니다~! 그림 솜씨가 없으니 이렇게라도 그려보는 게지요. )

 

자~ 얼추 그럴듯한 밑그림이 나왔습니다. 책 표지를 보면서 연필로 조금 더 수정을 해주죠. 밤톨군 녀석은 우와~~ 잘 그렸다! 우리 미술 선생님보다 엄마가 더 잘 그리는 것 같아요! 라며 감탄을 하네요.

음.. 그림책 그림작가가 그림을 잘 그리는 분이라는 것은 분명해. 엄마가 잘 그리는 게 아니라.



 

 

자~ 이제 뾰족한 샤프펜슬의 끝을 이용하여 테두리를 파냅니다. 밤톨군은 콕콕 찔러 구멍을 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주욱 밀어내기도 하면서 신나합니다.

 

자, 이 틈을 이용하여 아이와 그림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거죠!

( 이 시간을 위하여 지금껏 사전 작업이 있어왔던 겁니다!! )

 

 

 

이번에는 책을 읽기 전, 독서전활동이니 표지를 보고 책의 내용을 상상해보기부터 하려구요.

 

 

%EB%AF%B8%EC%86%8C%20%EC%97%AC%EC%9E%90 : 밤톨군. 지금 그리고 있는 사자는 어떤 사자인 것 처럼 보여?

%EC%9B%83%EC%9D%8C%20%EB%82%A8%EC%9E%90%EC%95%84%EA%B8%B0 : 아프리카 공화국(<-- 녀석은 아프리카 대륙을 자꾸 이렇게 헷갈려합니다 ) 에서 뛰노는 사자요.

 

%EB%AF%B8%EC%86%8C%20%EC%97%AC%EC%9E%90 : 그렇네! 제목은 뭐라고 되어있는지 볼까?

%EC%9B%83%EC%9D%8C%20%EB%82%A8%EC%9E%90%EC%95%84%EA%B8%B0 : 위대한 돌사자! 그니까 아프리카의 동물의 왕이 멋진 동상으로 된 걸 거예요.

 

%EB%AF%B8%EC%86%8C%20%EC%97%AC%EC%9E%90 : 그럼 그 동상이 어디에 세워졌는데요?

%EC%9B%83%EC%9D%8C%20%EB%82%A8%EC%9E%90%EC%95%84%EA%B8%B0 : 음~~ 아프리카 공화국에요!!

%EB%AF%B8%EC%86%8C%20%EC%97%AC%EC%9E%90 : 우와 그럼~~ 더 멋있을텐데 이 이야기는 아쉽게도 그곳은 아닌가봐.

%EC%9B%83%EC%9D%8C%20%EB%82%A8%EC%9E%90%EC%95%84%EA%B8%B0 : 응? 그렇네~~ 도서관을 지키는 사자인가보네.

 

 

 

엄마한테 대답하랴. 우드락 판화를 새기랴... 심각한 표정의 밤톨군.

 

 

 

녀석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초원을 지키던 위대한 사자왕이

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구하고 대신 죽었는데

그 마음을 기리기 위해 전 세계에 퍼진 거라는군요.

도서관에 세워진 이유는 '멋부리려고' 랍니다.

 

 

멋부리려고.... 멋부리려고... 멋부리려고...

 

슬쩍 책을 들춰보며 그림속에서 본 아이의 얼굴에 라이온킹 이야기를 덧붙여 낸 상상인 듯 싶군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돌사자의 모습이 완성이 되어갑니다.

 

 

 

이제 본격적인 판화작업을 시작합니다. 문방구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판화도구셋트. 미니 롤러와 판, 그리고 물감.

 

 

 

롤러에 물감을 묻혀 골고루 우드락 표면에 문질러줍니다. 물감이 충분히 발라지도록 여러번 골고루 덧발라주는게 포인트. 그리고 준비한 종이를 덮어 골고루 종이 표면을 문질러줍니다. 잘 흡수되지 않는 종이라면 꾸욱~ 눌러주는 것도 좋더라구요.

 

 

이렇게 여러가지 색으로, 여러가지 종이에 원하는 만큼 찍어냅니다. 판화의 장점이 여러번 찍어낼 수 있다는 거니까요. 활동 초반에 녀석이 물었던 질문에 대한 답도 해줄 수 있게 되었네요.

 

판화란 나무, 금속, 돌 등의 면에 형상을 그려 판을 만든 다음, 잉크나 물감 등을 칠하여 종이나 천 등에 인쇄하는 것 이란다. 판에 새겨서 찍은 그림이라고 보면 되지. 우리가 여러장 찍는 것 처럼 다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단다.

 

 

 

원래 사자만 그리려고 시작한 우드락 판화였는데, 녀석이 제목도 적자고 해서 급히 제목도 적었죠. 그런데 판화의 속성을 깜빡한 엄마는 글자를 보이는 그래도 썼다가, 찍어보니 글자의 좌우가 뒤집혀져버렸습니다. 어찌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덕분에 녀석에게 판화의 속성을 하나 더 가르쳐줄 수 있었죠. 찍을 때 거울처럼 좌우가 바뀐다는 사실을요.

 

살짝 침울해하는 엄마를 위로하며 엄마 뒤집어서 불빛에 비춰보면 글씨가 제대로 나와요!! 라는 녀석! 그렇네요~!!

 

 

 

작업을 끝내고 주변을 정리하고 나니, 밤톨군 잘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녀석은 책이 궁금한 탓에 눈이 더 말똥말똥 합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볼까요!


 

 

위대한 돌사자 : 도서관을 지키다

마거릿 와일드 글, 리트바 부틸라 그림

출간월 : 2014년 12월

비룡소의 그림동화 - 232

36쪽 | 428g | 224*224*9mm

비룡소

 

밤톨군 녀석의 상상과는 달리 도서관 입구에 세워진 이 사자의 과거의 모습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도서관 입구에 세워진 돌사자는 웅크린 모습으로 움직일 수 없을 뿐입니다. 다만 그 모습이 워낙 살아있는 듯 생생한 탓에 도서관에 찾아온 아이들은 겁이 나 그 앞을 후다닥 뛰어가고는 했다는군요.

 

그저 차갑고 딱딱한 돌사자는 사람들을 보며 여러가지를 궁금해 합니다. 돌사자에 기대어 책을 읽는 벤의 한숨이나 웃음에 " 책 속에 뭐가 있기에 저러지?" 라고 궁금해하며 " 행복이나 슬픔, 절망이나 희망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 란 맞은편 돌괴물의 대답에 "나도 그런 걸 느낄 수 있다면... " 이라고 바랍니다. 착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빌면 잠깐 동안이라도 살아날 수 있다는 돌괴물의 대답에 돌사자는 건너편 공원의 무성한 초록 나무들 사이에서 뛰는 것을 상상합니다. 살금살금 기어가다가 풀쩍 뛰어오르고 높이 솟구치는 모습도 말이지요.

 

 

 

 


어느 눈 내리는 밤, 집이 없어 길거리를 돌아다니던 사라가 돌사자를 찾아와 아기가 담긴 바구니를 놓고 쓰러집니다.  '여기 있으면 큰일 날 텐데.... 사라와 아기가 금세 딱딱하게 얼어 버릴 거야! 내가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돌사자가 뭔가를 그토록 간절히 빌어 보기는 처음이었지요. p14. 

 

 

 

 

갑자기, 돌사자의 심장이 툭 뛰기 시작합니다. 갈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피가 흐르는 핏줄이 보이는 다리의 모습으로 그려진 모습에 전율이 느껴집니다. 자신을 위한 소원을 빌었을 때는 주어지지 않던 생명이 다른 사람을 향해 품은 절실한 마음에 생겨 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한 마음이 이렇게 더욱 큰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돌사자의 눈앞에 그토록 꿈꾸던 드넓은 공원이 보였지만 돌사자는 아기 바구니를 도서관 안으로 옮깁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벤은 " 돌사자, 너구나! 그래, 넌 항상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어. " 라고 대답하며 아기를 안아 올리지요.

 

 

 

 

창문 너머 바깥세상을 아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자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옵니다. 몸이 점점 굳어왔지만 마지막 힘을 다해 사라를 도서관으로 옮긴 다음 간신히 원래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돌사자는 다시 움직이지 않죠.

  

다음 날부터 아이들은 돌사자 곁에 모여들었습니다. 돌사자가 더 이상 차갑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요. 원하던 바깥세상에서 마음껏 뛰어보지 못했지만 이제 돌사자는 살아 있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되었겠지요. 돌사자의 따뜻한 마음은 두 아이를 돕기도 했지만 다시 그에게로 돌아와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되었을 테니까요. 남을 돕는 마음은 도움을 받는 이에게도, 돕는 이에게도 행복한 온기를 전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배우게 됩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만나는 돌사자의 자세는 변함이 없으나 돌사자의 눈동자가 바라보는 곳과 표정은 페이지마다 미묘하게 다릅니다. 그리고 처음의 차갑고 무서운 표정은 이제 따뜻한 표정으로 바뀐 것이 확 드러납니다. 아이들의 손길을 즐기는 모습은 마치 고양이 같기도 해서 함께 웃었습니다.

 

 

 

 

 

어찌보면 '행복한 왕자' 와 '성냥팔이 소녀'가 떠오르는, 그리 색다를 것 없는 소재임에도 이렇게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은 역시 글작가 마거릿 와일드의 스토리텔링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글과 어울리는 부드럽고도 무게감 있는 그림은 차갑고 스산한 겨울 속의 차가운 돌사자의 모습에서 드디어 온기를 가지게 된 이후 함께 따듯하고 포근한 겨울이 된 듯한 양면적인 겨울의 풍경을 잘 담아내기도 했지요.

 

다시 글과 그림을 찬찬히 음미하듯 읽어봅니다. 훈훈하고 감동적인 기운이 서서히 번지는 느낌. 돌사자도, 읽는 이도 다함께 행복한 시간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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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집에 갈래 아기 그림책 나비잠
브라타 테켄트루프 지음, 김경연 옮김 / 보림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나 집에 갈래

브리타 테켄트루프 지음

나비잠 아기 그림책

보림

 

표지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생쥐와 하늘의 달, 그리고 또 하나의 달처럼 환한 나무가 눈길을 끕니다. 오랫만에 보드북으로 된 아기그림책을 만나보아서 일까요. 도톰한 느낌의 책이 여러가지 추억을 불러일으키네요. 표지에 뚫려있는 구멍을 보니 이 구멍들이 어떤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내줄까 벌써 궁금해집니다.

 

 

 

그래그래, 집에 가고 싶다고?

 

 

책 속의 나무들은 따라 그려보고 싶을 정도로 표현이 단순한데도 그 모습과 색채 참 멋집니다. 어두운 밤 속에서 홀로 이 숲을 가로질러 집을 찾아가야하는 생쥐. 아직 어둠을 무서워하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 그대로겠죠? 밝은 곳에서도 모르는 것 투성이인 아이들에게 어둠은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무력한 곳. 아이들은 이 주인공 생쥐와 함께 이 어둠으로 초대됩니다.

그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생쥐를 함께 따라가며 페이지를 넘기면 등장하는 구멍 속으로 만나는 빛. 그 빛은 무엇인가의 눈동자들이었습니다. 어떤 동물일까? 무서운 동물이면 어떻하지? 아이와 함께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추측을 해보죠. 아이는 구멍을 통해 다음 페이지를 엿보려 하기도 하고 기다리지 못하고 페이지를 넘겨보려 안달을 합니다.



 

 

이 눈동자는 여우였답니다. 맞추셨나요?

 

 

자 그럼 다음 동물들을 만나볼까요?

눈동자만으로 어떤 동물일지 상상이 가시려나요~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생쥐를 응원하며 무사하기를 빌게 됩니다.


 

 

 

 

두려움은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에게만 힘을 발휘한다. 두려움이란 자기 내면의 것이기에 두려움을 당연한 것으로, 내 마음의 일부로 인정할 때 오히려 우리는 평화를 만날 수 있다.

 

어둠이 없으면 두려움도 없을 것이라 아이들은 생각하지만 어둠과 두려움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지붕과 벽이 어둠을 만들지만 지붕과 벽은 비와 바람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준다. 게다가 어둠이 있기에 빛이 존재하고 두려움이 있기에 모험과 성장도 가능하다.

 

-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컬럼 중 

 

 

만나는 숲 속 동물들 모두 따뜻하게 생쥐를 격려해줍니다.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또다른 긴장으로 계속 페이지를 넘깁니다. 아이들은 어둠 속에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갑니다. 두려운 것일수록 그것을 이겨내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빛을 만날 수 있는 거겠죠.

 

아이고야. 그런데 이 많은 눈은 어찌한데요!

 


 

 

이 생쥐는 집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요. 한참 작고 귀여운 주인공과 동일시 하게 되는 6세 이하의 어린 아이들은 쉽게 생쥐의 입장이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새로운 동물을 만나며 그 시기의 호기심을 충족하게 되기도 하지요. 그 호기심을 멋지게 자극하는 책 속 구멍들, 단순하면서도 아이들을 붙잡는 마법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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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몬스터 라임 어린이 문학 5
사스키아 훌라 지음, 전은경 옮김, 마리아 슈탈더 그림 / 라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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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몬스터

사스키아 훌라 글 / 마리아 슈탈더 그림

라임 어린이 문학 - 05

출간월 : 2014년 12월

80쪽 | 174g | 153*225*6mm

라임

 

 

" 언제나 퀴퀴한 냄새가 나는 데다 바람이 숭숭 들어와서 몸이 달달 떨리는 학교 화장실.
학교 화장실에서는 걸핏하면 누런 물웅덩이에 발이 쑥쑥 빠지고, 운이 아주 나쁘면 양말까지 쫄딱 젖는 일이 있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구역질이 훅훅 치밀곤 했지요 " - 화장실 몬스터. p21

 

책 속 주인공 반다가 이야기 해주는 화장실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어린 시절 다니던 초등학교( 그 시절에는 국민학교라고 불리웠었죠. )의 화장실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어떤 학교는 아예 외부에 별도로 화장실 건물이 있기도 했었어요. 겨울에는 얼마나 추웠던지, 그리고 당번이라도 되어 화장실을 청소해야 할 때면 주인공처럼 구역질이 치밀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얼마 전 밤톨군네 초등학교의 짖궂은 3학년 아이가 핫 팩을 변기에 버리는 바람에 화장실이 막혀서, 그 학년은 통째로 핫팩 금지령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요즘의 초등학교의 화장실은 시설도 좋아졌고 많이 깨끗해졌지만 이처럼 사용하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보니 항상 청결한 관리가 필수겠지요. 아마도 단체생활을 하는 아이들에게 이 화장실이라는 공간은 분명 조심스럽고 불편한 공간임에는 틀림없을 듯 해요.

 

주인공 반다는 '보드랍고 따뜻한' 화장실을 꿈꿉니다. 학교 옆 카페의 화장실처럼 따뜻하고 뽀송뽀송한. 

반다는 장학관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어 화장실을 좀 보들보들하고 쾌적하게 만들어 달라는 제안의 편지를 썼지만 답장을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지저분해서 불쾌한 화장실에 이제는 커다란 검정색 구두의 무서운 사람이 나타난다는 소문마저 돌죠. 그 구두가 사라진 자리에는 희미한 붉은 얼룩도 있었다나요. 아이들의 입과 입으로 전해지면서 어마어마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니 화장실 이야기는 이제 전교생의 관심사가 됩니다.

 

 책 속 숨은 재미 #1.  소문이 만들어지는 과정  

모든 학교에서는 이러한 '괴담' 이 하나씩은 있는 듯 해요. 책 속 학교에서는 이제 '화장실 몬스터 괴담' 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렇듯 학교에서의 '괴담' 즉 소문이 어떻게 시작되고 전해지는지 그 속성을 재치 있게 보여줍니다. 사소한 일 하나가 입과 입을 거쳤을때 어떻게 재 생산되는지 말이죠.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직접 확인하지 못한, 전해들은 이야기가 엉뚱한 것일수도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으려나요.

 

 책 속 숨은 재미 #2. 두려움과 호기심, 공포를 놀이감으로.  

  

불안감이 커지자 직접 찾아 쫓아내기로 결심한 아이들은 먼저 몽타주부터 그려봅니다.

"그런데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누군가의 이 한마디에 아이들은 얼어붙습니다.  

 

검정색 구두를 신었다고 반드시 사람이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양팔을 앞으로 쭉 뻗은 채 텅빈 눈으로 학교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무시무시한 좀비일 수도 있잖아요. 어쩌면 머리가 엄청나게 큰 외계인일 수도 있고요. 또 전기톱을 들고서 침을 질질 흘리는 몬스터일 수도 있지요. 그것도 아니면 영화에서처럼 미쳐 날뛰는 늑대 인간일 수도 있어요. p48

 

검정색 구두를 신은 수상한 남자를 잡기 위해 시작한 몽타주 그리기가 신 나는 몬스터 그리기로 변질되는 과정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란 존재를 무서워하면서도 반면 호기심을 느끼며 즐거워하는 이런 이중적인 모습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의 속내 그대로 일 듯 합니다. 공포를 놀이로 순식간에 전환시키는 아이들의 유연한 일상을 절묘하게 포착해 낸 작가의 재치가 빛이 나는 듯 해요.



 

 

 

이제 한 두명의 아이들의 움직임이 학교 전체의 움직임으로 변합니다. 아이들은 체육관에 모여 일명 '화장실 몬스터' 를 퇴치할 방법을 의논합니다. 몬스터 퇴치를 위해 아이들의 의견을 모을 때, 어떤 의견도 무시하지 않는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 주는 주인공. 또래 친구들이 의견을 낸 아이를 타박할 때도 '아주 좋은 의견'이라고 용기를 북돋우는 모습에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정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견을 내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무엇인가를 해결해나가는 경험,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더불어 읽게 됩니다. 아이들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모둠을 짜서 각각의 의견에 맞추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뒤에 하나하나 실천하기로 하죠. '끈끈이 모둠', '못 방석 모둠', '개 모둠', '마늘 모둠'..  아이들의 상상력은 모둠 이름에서부터 독특함을 보여줍니다. 저절로 웃음이 쏟아집니다.



 

 

 

수업이 시작되어도 아이들이 나타나지 않자 당황한 선생님들도 모이고, 점심시간인데도 아이들이 집에 밥을 먹으러 오지 않자 부모님들도 모였습니다.

 

 책 속 숨은 재미 #3. 열중하는 아이들, 지지해주는 어른들.  

 

아이들은 여태껏 학교에서 이렇게 온 힘을 쏟아 가며 무언가를 열심히 해 본 적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 상황이 은근히 재미가 있기도 하고 흥분이 되기도 했어요. p64

 

수많은 그림이 체육관 바닥을 메웠고, 벽에는 각 계획의 장점과 단점을 적은 목록이 붙었지요. p66

 

이런 모습 때문이었을까요. 선생님과 부모들은 아이들의 작업을 막지도 않고, 강제로 해산시키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하든 끝낼 수 있도록 부모끼리 의논하여 학교에서 오믈렛을 만들어주기로 하지요. 이렇듯 어른들의 조용한 지지 속에 아이들은 극적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됩니다. 어떻게 이루었는지는 책 속에서 확인해보시기를요. 아이들은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답니다.

  

화장실에 나타난 커다란 검정색 구두에서 비롯된 두려움이 아이들의 기발한 상상력을 통과하면서 무시무시한 소문으로 몸집을 불렸다가, 엉뚱한 몬스터 퇴치 작전 소동을 불러오는 얼개를 통해 학교 화장실에 대한 아이들의 고민과 불만을 능청스럽게 그려낸 재미있는 이 작품.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끼며 즐겁게 읽고, 함께 읽는 어른인 저는 아이들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이루고 스스로 해답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한발 물러서 기다려주는 모습에 큰 인상을 받게 되었네요.

 

작가의 아이에 대한 믿음과 따뜻한 시선 덕에 책 속 아이들은 '보들보들' 한 화장실을 가지게 되었고, 아이와 저는 마음 속에 기분좋은 '보들보들' 한 온기 하나를 얻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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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는 안드로이드 작은거인 39
니콜라스 앨런 지음, 노영주 옮김 / 국민서관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모는 안드로이드

니콜라스 앨런 글/그림

출간일 : 2014년 10월

180쪽 | 326g | 153*215*10mm

국민서관

 

 

안드로이드가 뭐예요?

재미있어 보이는 책 표지를 흘낏 쳐다보며 제목을 읽은 일초딩 밤톨군 녀석이 묻습니다. 사람 모양의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을 말한단다.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인조인간이라고 할까? 녀석은 자신의 경험 내에서 곰곰히 생각합니다.

 

웃음 남자아기 : 인조인간? 아 '원피스' 의 '프랭키' 같은 거구나~!

놀람 여자 : 음 프랭키는 인간에게 기계를 붙인 거라 인조인간은 아니고..

      아! '아톰' 영화 봤지? 아톰이 인조인간이야.

 

 

 

'원피스'는 아빠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터라 아빠와 함께 등장인물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던 모양입니다. 아직 8살 녀석이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애니메이션인지라 짤막한 클립보드들만 보여줬었죠. 덕분에 올해 산타할아버지께 쓴 카드에는 '쵸파 5단 합체로봇' 이 적히게 되었다는 사연도.

 

네이버 사전을 검색하여 보다 전문적인 해석을 가져와 봤습니다.  

 

1. '인간을 닮은 것' 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대표적 SF용어


겉보기에 말이나 행동이 사람과 거의 구별이 안 되는 로봇을 의미한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인조인간'이 바로 안드로이드에 가장 근접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블레이드러너>나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인조인간들이 안드로이드의 대표적인 예이다. 외모는 물론 동작이나 지능까지도 인간과 다를 바 없어야 하며 현재의 기술로는 아직 생산이 불가능하다.

 

제목부터 아이의 호기심을 당겼던 책, 180여쪽의 동화인지라 하루에 조금씩 함께 읽어갔지요. 녀석이 들고 다니다가 중간에 어디론가 책이 사라지는 바람에 찾느라 일주일을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부모님을 잃고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괴짜인 에드나 고모와 함께 살게 된 빌리, 알피 남매. 에드나 고모와 살면서 아침이 되면 새총 침대에서 몸이 튕겨 나가고, 일류 요리사 기계가 만들어 낸 축축한 잿빛 소시지로 매 끼니를 때우며, 주말 산책은 뒤뜰의 다람쥐 통에서만 가능하게 되었지요.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험난한 생활을 하게 된 두 남매.

 

 

 

에드나 고모는 뛰어난 과학자임은 분명한 듯 한데 그녀가 연구하고 발명하는 것들은 하나같이 "엽기과학자 프래니" 의 어른 버전을 떠올리게 한답니다. 그래도 프레니는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로 조금 '사람다움' 을 찾아가는 듯 한데 에드나 고모는 어떤 어린 시절을 겪었던 걸까요.

 

 

 

에드나 고모는 자신을 대신해 남매를 감시할 안드로이드 고모를 만들고, 새 고모는 다락방에서 남매와 함께 생활하며 하루 종일 그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자신과 똑같은 감시용 유모 로봇은 에드나 고모 만큼이나 정이 없는 데다가 그녀가 프로그래밍 한 원리 원칙대로 아이들을 관리합니다.

 

하지만 남매는 온갖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고 씩씩하게 생활합니다. 우연한 계기로 안드로이드 고모를 조종하는 법을 알게 된 남매는 그 이후로 여러 사건들 속에서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에드나 고모에게도 조금씩 영향을 주는 듯 하지요.

 

 

에드나 고모는 얼이 빠져 앤 고모를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본 것만 같았다.

다시 한 번 그녀의 가슴 속에 묘한 느낌이 퍼졌다.

초코 페리 케이크를 먹은 것 같은, 하지만 그보다 더 따뜻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p78​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하게 되는 동화에 커다란 사건이 없으면 안되겠죠! 천재 과학자인 에드나 고모의 유독가스 제조법을 노리던 흉악범 일당이 고모를 납치한답니다. 남매는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늘 에드나 고모에게 불만이 가득한 남매였지만 위험에 처한 고모를 외면하지 않고 안드로이드 고모와 함께 구하러 가겠다는 결심을 하죠.

 

그간의 삶 자체가 잡혀있는 상황과 별반 다름 없이 무미건조했던 고모는 불편한 것이 없었기에 흉악범들의 속을 제대로 뒤집어 놓았죠. 그러나 그녀도 시간이 흐르자 자신의 불편함을 자각하고 남매의 삶까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헐벗은 방의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그녀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 곳에 도착한 이후 자신의 생활이 얼마나 불편했는지 깨달았다.

그 생각은 그동안의 삶이 얼마나 불편한 것이었던가 하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빌리와 알피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데까지 처음으로 생각이 미쳤다. 

p141

 

 

 

 

그나저나 흉악범 일당의 집에는 이런 애벌레 괴물이 등장하는데요. 보자마자 밤톨군은 또 다른 그림책을 떠올립니다. 웃음 남자아기 : 엄마 이 괴물들 이불 뒤집어 쓰고 있는 거 아닐까? 

 

 

 

아하~ 녀석은 『우리 집에는 괴물이 우글우글』(보림) 책을 떠올린 모양입니다. 이불을 돌돌 말고 꿈틀꿈틀 기어가던 아이의 시선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밤톨군 녀석도 이불을 둘둘 말고 자주 애벌레로 변신하거든요. 덕분에 끔찍하고 징그러워하며 몸서리 한번 쳐주어야할 장면에서 키득키득 웃고 말았습니다.

 

 

 

 구하러 온 남매를 보고 고모는 감격합니다. 그리고 다짐하죠.

 

" 나를 구하러 와줬구나! 내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었어,

고모다운 고모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여기 있으면서 내가 너희들에게 얼마나 잘못했는지 줄곧 생각했어.

그 생각이 마치 수학문제처럼 머릿속을 뱅뱅 맴돌았지."

p161

  

사실 자세히 표현되어 있지는 않지만 부모를 잃고 고모에게로 온 남매의 마음은 얼마나 불안하고 슬펐을까요.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고모에게 찾았을 터인데. 고모는 로봇보다도 더 먼 존재였습니다. 이 동화를 읽는 아이들은 ' 난 엄마가 있지만 이들처럼 안드로이드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 아이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난 잘 이해하고 있는 엄마일까 반성도 해보게 된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 라는 흉악범을 물리치고 고모를 되찾기 위한 남매의 모험. 과연 고모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그렇다면 우리의 안드로이드 고모는 어찌되는 걸까요. 끝까지 흥미진진함을 잃지 않는 이 동화를 초등 3학년 이상에게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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