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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는 안드로이드 ㅣ 작은거인 39
니콜라스 앨런 지음, 노영주 옮김 / 국민서관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고모는 안드로이드
니콜라스 앨런 글/그림
출간일 : 2014년 10월
180쪽 | 326g | 153*215*10mm
국민서관
안드로이드가 뭐예요?
재미있어 보이는 책 표지를 흘낏 쳐다보며 제목을 읽은 일초딩 밤톨군 녀석이 묻습니다. 사람 모양의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을 말한단다.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인조인간이라고 할까? 녀석은 자신의 경험 내에서 곰곰히 생각합니다.
: 인조인간? 아 '원피스' 의 '프랭키' 같은 거구나~!
: 음 프랭키는 인간에게 기계를 붙인 거라 인조인간은 아니고..
아! '아톰' 영화 봤지? 아톰이 인조인간이야.

'원피스'는 아빠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터라 아빠와 함께 등장인물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던 모양입니다. 아직 8살 녀석이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애니메이션인지라 짤막한 클립보드들만 보여줬었죠. 덕분에 올해 산타할아버지께 쓴 카드에는 '쵸파 5단 합체로봇' 이 적히게 되었다는 사연도.
네이버 사전을 검색하여 보다 전문적인 해석을 가져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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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을 닮은 것' 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대표적 SF용어
겉보기에 말이나 행동이 사람과 거의 구별이 안 되는 로봇을 의미한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인조인간'이 바로 안드로이드에 가장 근접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블레이드러너>나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인조인간들이 안드로이드의 대표적인 예이다. 외모는 물론 동작이나 지능까지도 인간과 다를 바 없어야 하며 현재의 기술로는 아직 생산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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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아이의 호기심을 당겼던 책, 180여쪽의 동화인지라 하루에 조금씩 함께 읽어갔지요. 녀석이 들고 다니다가 중간에 어디론가 책이 사라지는 바람에 찾느라 일주일을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부모님을 잃고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괴짜인 에드나 고모와 함께 살게 된 빌리, 알피 남매. 에드나 고모와 살면서 아침이 되면 새총 침대에서 몸이 튕겨 나가고, 일류 요리사 기계가 만들어 낸 축축한 잿빛 소시지로 매 끼니를 때우며, 주말 산책은 뒤뜰의 다람쥐 통에서만 가능하게 되었지요.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험난한 생활을 하게 된 두 남매.

에드나 고모는 뛰어난 과학자임은 분명한 듯 한데 그녀가 연구하고 발명하는 것들은 하나같이 "엽기과학자 프래니" 의 어른 버전을 떠올리게 한답니다. 그래도 프레니는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로 조금 '사람다움' 을 찾아가는 듯 한데 에드나 고모는 어떤 어린 시절을 겪었던 걸까요.

에드나 고모는 자신을 대신해 남매를 감시할 안드로이드 고모를 만들고, 새 고모는 다락방에서 남매와 함께 생활하며 하루 종일 그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자신과 똑같은 감시용 유모 로봇은 에드나 고모 만큼이나 정이 없는 데다가 그녀가 프로그래밍 한 원리 원칙대로 아이들을 관리합니다.
하지만 남매는 온갖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고 씩씩하게 생활합니다. 우연한 계기로 안드로이드 고모를 조종하는 법을 알게 된 남매는 그 이후로 여러 사건들 속에서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에드나 고모에게도 조금씩 영향을 주는 듯 하지요.
에드나 고모는 얼이 빠져 앤 고모를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본 것만 같았다.
다시 한 번 그녀의 가슴 속에 묘한 느낌이 퍼졌다.
초코 페리 케이크를 먹은 것 같은, 하지만 그보다 더 따뜻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p78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하게 되는 동화에 커다란 사건이 없으면 안되겠죠! 천재 과학자인 에드나 고모의 유독가스 제조법을 노리던 흉악범 일당이 고모를 납치한답니다. 남매는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늘 에드나 고모에게 불만이 가득한 남매였지만 위험에 처한 고모를 외면하지 않고 안드로이드 고모와 함께 구하러 가겠다는 결심을 하죠.
그간의 삶 자체가 잡혀있는 상황과 별반 다름 없이 무미건조했던 고모는 불편한 것이 없었기에 흉악범들의 속을 제대로 뒤집어 놓았죠. 그러나 그녀도 시간이 흐르자 자신의 불편함을 자각하고 남매의 삶까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헐벗은 방의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그녀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 곳에 도착한 이후 자신의 생활이 얼마나 불편했는지 깨달았다.
그 생각은 그동안의 삶이 얼마나 불편한 것이었던가 하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빌리와 알피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데까지 처음으로 생각이 미쳤다.
p141

그나저나 흉악범 일당의 집에는 이런 애벌레 괴물이 등장하는데요. 보자마자 밤톨군은 또 다른 그림책을 떠올립니다.
: 엄마 이 괴물들 이불 뒤집어 쓰고 있는 거 아닐까?

아하~ 녀석은 『우리 집에는 괴물이 우글우글』(보림) 책을 떠올린 모양입니다. 이불을 돌돌 말고 꿈틀꿈틀 기어가던 아이의 시선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밤톨군 녀석도 이불을 둘둘 말고 자주 애벌레로 변신하거든요. 덕분에 끔찍하고 징그러워하며 몸서리 한번 쳐주어야할 장면에서 키득키득 웃고 말았습니다.

구하러 온 남매를 보고 고모는 감격합니다. 그리고 다짐하죠.
" 나를 구하러 와줬구나! 내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었어,
고모다운 고모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여기 있으면서 내가 너희들에게 얼마나 잘못했는지 줄곧 생각했어.
그 생각이 마치 수학문제처럼 머릿속을 뱅뱅 맴돌았지."
p161
사실 자세히 표현되어 있지는 않지만 부모를 잃고 고모에게로 온 남매의 마음은 얼마나 불안하고 슬펐을까요.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고모에게 찾았을 터인데. 고모는 로봇보다도 더 먼 존재였습니다. 이 동화를 읽는 아이들은 ' 난 엄마가 있지만 이들처럼 안드로이드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 아이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난 잘 이해하고 있는 엄마일까 반성도 해보게 된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 라는 흉악범을 물리치고 고모를 되찾기 위한 남매의 모험. 과연 고모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그렇다면 우리의 안드로이드 고모는 어찌되는 걸까요. 끝까지 흥미진진함을 잃지 않는 이 동화를 초등 3학년 이상에게 권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