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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직업은 범인?!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15
린샹 지음, 천요우링 그림, 조윤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아빠의 직업은 범인?!
린샹 글 / 천요우링 그림
152쪽 | 302g | 153*225*14mm
푸른숲주니어
이 소설은 타이완의 소설입니다. 그런데 표지를 살펴보니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어른과 아이가 보이네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을 펼치니 신즈의 아빠가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지난 칠 년간 아들과 처음 만나는 이 순간을 위해 수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했던 말들이 전부 소용없게 돼 버렸다. 신즈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자신이 꿈꾸었던 아빠와의 만남과 완전히 달랐다. 커다란 실망은 분노로 변했다. 신즈는 발을 마구 구르며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 우리 아빠 아니야! 우리 아빠 아니라고! "
p13
글귀에서 전해지는 아빠의 슬픔과 아이의 설움에 잠시 먹먹해집니다. 열 살인 신즈는 연한 갈색 피부와 짙은 눈썹, 커다란 눈, 뭉툭한 코, 두꺼운 입술, 그리고 곱슬곱슬한 짧은 머리카락을 가진 흑인 혼혈 아이입니다. 다른 '보통' 아이들과 다르게 생겼기에 많은 놀림을 받아왔지요.
세상의 편견은 여러가지가 있겠죠. 이 책을 읽으며 지난달 독서토론모임에서 다뤘던「완득이」가 떠올랐습니다.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에서 온 어머니, 어수룩하고 말까지 더듬는 가짜 삼촌을 둔 완득이가 세상을 온몸으로 부딪쳐가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은 청소년 소설이죠.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을 가지고 배척합니다. 신즈의 이야기처럼 피부색이기도 하고, 완득이 아버지처럼 장애 때문이기도 하며, 때로는 가난이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우리 아이들이 그대로 배우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책 속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낯설고 서먹한 아빠와의 관계를 회복하기도 전에 아빠가 교도소에서 다녀온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면서 신즈는 학교에서 일어난 도난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게 되거든요. 그동안 믿고 의지했던 친한 친구마저 믿어주지 않게 되어버리죠. 책의 제목은 반 친구들이 신즈를 놀리는 말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신즈의 아빠도 자리를 잡는데 녹록치 않습니다. 일자리는 구해지지 않고 전과자라는 이유로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마을을 떠나라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
이야기는 신즈 아빠와 신즈의 모습을 교차적으로 보여 주며 어른들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 세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하게 그려냅니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우리 아빠가 신즈랑 놀면 안된다고 했어". 아빠가 받는 차별이 아들에게 그대로 대물림되며 같은 슬픔을 겪게 되는 모습에 안타깝기만 합니다.
" 부모님들께서는 항상 자신의 아이가 진실하고 착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십니다. 근데 정작 부모님께서 모범을 보이지 못하신다면 제가 아무리 가르쳐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
p105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작가의 이 메시지를 어떻게 느낄까요. 작가는 신즈의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를 통해 아이들 세계에서 일어나는 편견이나 차별의 문제는 어른들의 말과 행동이 먼저 바꿔야 해결될 수 있음을 분명하게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읽어야 하는 책이군요. "타이완 교육부 인권 교육상" 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신즈는 여러가지 사건을 통해 원망하기만 했던 아빠이지만 멋진 모습을 발견하고, 아빠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빠도 "신즈 아버님, 내 말을 듣게 하려면 먼저 아이의 마음을 들어주셔야 해요." 라는 담임 선생님의 조언대로 노력하며 어긋나기만 했던 신즈와의 관계를 풀고 한 발짝 앞으로 성큼 나아가게 되지요.
" 사람이 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분명 어떤 이유가 있거나 안좋은 환경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그 사람의 생각을 바꾸어 놓아야만 해. 사람은 저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아름다운 존재이기 때문에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이야. "
" 일단 그 사람의 생각이 바뀌고 나면 더 이상 우리를 싫어하지 않을 거야. 다른 사람을 조롱하지도 않을 거고. 아빠 말, 이해했어?"
"응. 알았어!"
p144
신즈 아빠를 통해 전해지는 많은 메시지들. 밤톨군에게 전하기 쉬운 메시지들로 쉽게 예를 들어줄 그림책들이 떠오르네요.
우선 편견을 받고 있을 이에게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미운 오리 새끼" 처럼 '설사 자신이 세상에서 환영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조용히 참고 견디면 언젠가 행복이 찾아올 것' 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짧은 귀 토끼" (다원시 글, 탕탕 그림/고래이야기) 의 동동이처럼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전하는 듯 하지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여 다른 사람과 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자신을 숨기면 "줄무늬가 생겼어요" (데이빗 섀논 글,그림/비룡소) 의 카밀라처럼 줄무늬가 생겨버릴지도 모른다구요.
편견을 가지고 있을 이에게는 이렇게 이야기 하는군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상대방을 이해" 해보라고. 그러면 우리 사회는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존 버닝햄 글/그림, 비룡소) 가 행복하게 살고 있는 큐가든이 될 거라고.
" 한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아서는 안 돼. 시간을 들여 천천히 상대방을 이해해야 하는 거야 "
p148
그나저나 이 책의 주인공인 신즈도 완득이 나이가 되면 같은 방황을 겪게 되는 건 아닐까. 문득 엉뚱한 걱정이 듭니다. 부디 잘 이겨내기를. 직업이 '범인'이 아닌 '멋진 아빠' 인 신즈의 아빠에게도 응원 가득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