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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한글 ㅣ 우리 얼 그림책 3
박윤규 글, 백대승 그림, 김슬옹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3월
평점 :
밤톨군 아빠는 아침 밥상머리 대화로 지난달 읽은 기사 이야기를 꺼냅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중의 하나가 최근 의문의 화재로 불타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요. 2학년이 된 녀석은 이제 '훈민정음'이 무엇인지는 압니다. 우리의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인 글자이며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지도 배웠지요.
- 아빠. 세종대왕이 만드신 훈민정음은 알겠는데 해례본이 뭐예요?
- 훈민정음을 만들 때 글자의 원리와 사용법을 기록한 책이지. 이런 책은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어. 그만큼 우리나라 글자가 과학적이라는 증거야. 그런데 원래 이 해례본이 여러권이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남아있던 것은 한권이었어. 박물관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는데 최근에 경북 상주라는 곳에서 또 한권이 발견되었어. 그런데 그 집에 불이 나서 이 소중한 책이 없어졌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참고 기사 링크 :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3047171&ref=A
아이는 눈이 화등잔만해집니다. 아빠의 어조에서 뭔가 심각한 사건이라는 것을 감지한거죠. 현재 국보 70호로 지정된 해례본은 세종 28년인 1446년 간행되었는데 오랜 시간 자취를 감추었다가 1940년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간송 전형필이 사들였는데 그의 호를 따서 간송본이라고도 부른다고 하는군요.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 그 세종대왕의 왼손에 들려있는 것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이라고 하네요.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기도 합니다. 해례본에 대한 짤막한 영상을 링크해봅니다.
아이와 아빠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한글의 원리에 대한 쪽으로 흐릅니다. 자음과 모음에 대해서 막연히 알고 있는 녀석에게 '닿소리 글자' 와 '홀소리 글자' 에 대하여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슬쩍 이 책을 꺼내어 보이는 곳에 두었습니다.

고마워 한글
박운규 글 / 백대승 그림
우리 얼 그림책 - 03
56쪽 | 396g | 216*248*8mm
푸른숲 주니어
2012년 두번째 권 이후에 3년 만에 새롭게 한권을 추가한 『우리 얼 그림책』시리즈이군요. 우선 반가운 생각부터 듭니다. 게다가 밤톨군이 좋아했던 책인 ' 안녕, 태극기! ' 에서 글작가와 그림작가의 협업이 좋았던 터라 더욱 기대가 컸습니다.

아빠와 이야기하던 한글 '닿소리' 글자와 '홀소리' 글자의 원리가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신화적인 요소가 강했던 전작과는 달리 이 책은 지식그림책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느낌입니다. 한글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한 듯 하네요. 덕분에 '정보' 가 충실해진 만큼 약간 '재미'는 덜해진 느낌이 들어 아쉬운 점도 듭니다. 한글에 대한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 강하다고 할까요. 한글을 처음 접하는 유아, 초등 저학년보다는 초등 중, 고학년이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훈민정음의 창제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지요. 작가는 훈민정음 창제 과정과 관련된 짧은 기록들을 하나하나 실마리 삼아 정의 공주와 세자 등 세종 대왕의 아들딸들이 세종 대왕과 합심하여 글자를 만들어 내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고 합니다. 지식그림책인만큼 한글학 박사의 꼼꼼한 감수도 거쳤다고 하구요. 정의공주가 백성들의 말을 수집하는 과정에 나오는 의성어들과 의태어들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아이와 낱말놀이를 해보아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경우 매매업자와 소유주간의 소유권 분쟁 중에 이번과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데 사용되고 있고, 우리의 말과 생각을 담는 이 소중한 우리글이 생각보다 우리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 않아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상주본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매우 적다고 하네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자 아이는 당장 묻습니다. 엄마. 아침에 이야기한 그거 찾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