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는 숨 쉬는 땅이야 네버랜드 자연학교
이효혜미 지음, 이해정 그림 / 시공주니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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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 전문가가 들려주는, 우리가 잘 몰랐던 습지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물이 있는 축축한 땅을 습지라고 합니다. 축축한 땅이라고 해서 뭔가 질퍽질퍽한 느낌의 땅만을 생각했는데 연못, 호수, 논, 저수지, 개울, 강 그리고 바다까지 모두 습지에 속한다고 하는군요. 물론 깊이가 6미터 이하인 곳만 해당된다지만, 습지란 정말 넓은 범위의 개념이었군요.





습지는 숨 쉬는 땅이야
네버랜드 자연학교
이효혜미 글/이해정 그림
48쪽 | 422g | 212*272*15mm
시공주니어
 





지식정보 그림책을 볼 때 전, 책의 구성을 먼저 살펴보는 편입니다. 먼저 살펴보면 어떤 흐름으로 정보를 전달하는지 알 수가 있지요. 두꺼운 책의 경우 목차가 있으니 목차를 훑어보면 되지만 그림책의 경우는 목차가 없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이 책은 7단계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① 안녕?습지' 와 '② 반가워?습지' 편에서 습지에 대한 호기심을 먼저 불러일으키지요. 익살스러운 그림체도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③ 궁금해?습지, ④ 놀라워?습지 에서 습지에 대한 지식을 단계적으로 전달합니다. 책의 오른쪽 상단에 보면 이렇게 단계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③ 궁금해?습지 편을 잠깐 볼까요. 바다에도, 높은 산에도 습지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산의 경우는 어른인 저도 생소했습니다. 습지는 모두 낮은 곳에만 형성되어 있다는 엉뚱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⑤ 생각해?습지 단계에서는 습지가 줄어들면서 생겨나는 문제들, 습지를 지키기 위한 약속 들은 무엇이 있을까 아이들과 생각해볼 수 있게 합니다. ⑥ 즐기자?습지 에서는 책으로 흡수한 지식을 실제 습지에서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습지 여행을 떠나보기 위한 전국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가까운 한강 밤섬에서부터 제주도의 물영아리오름까지 말이죠. 

습지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툴툴대는 밤톨군에게 조용히 이전 사진들을 내밉니다. 밤톨군 '갯벌'도 습지라고 책에 써있었어. 갯벌에서 잡았던 그 많은 생물들이 기억나지 않니?






이 책이 속한 '네버랜드 자연학교' 시리즈는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환경을 보고, 이해하고, 활동하며 생각을 키워주기 위한 기획으로 만들어진 시리즈입니다. 바다, 숲, 강, 습지, 논과 밭, 나무, 씨앗, 풀, 돌, 흙, 물, 에너지 의 키워드를 포함한 그림책들이 나와있습니다. 




아이는 책 속에 나온 '부레옥잠' 을 키워보고 싶어합니다. 어렸을 때 깨진 장독뚜껑에 개구리밥 과 부레옥잠을 키웠던 추억도 떠오르네요. 사실 제가 키운 건 아니었으니 밤톨군 외할머니께 여쭤보고 우리도 키워보자고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음. 잘 키울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은 되네요. 그냥 습지 체험을 가는게 어떨까. 고민되는 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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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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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소설은 '100 페이지의 미학' 이라 일컬어진다고 한다. 간결하고 절제된 문체가 특징이라고. 옮긴이는 작가를 미니멀리스트라고도 표현했다. 나는 이 작가의 작품은 이 책으로 처음 만났는데 다 읽고 나자마자 다른 책들을 검색했다. 쉽게 읽히지만 여운이 가시지 않는 글. 그러면서 재미있다. 소설 같기도 하고 영화 시나리오 같기도 하다. 쉽게 장면이 머리 속에 그려지는 묘사와 스피디한 전개 덕분인건지, 작가가 영화 및 텔레비전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는 정보에 그렇게 느낀 건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우연히 <록키3>를 보러 갔다가 40도에 이르는 고열로 몸져누웠고, 이후 첫 소설 「잭나이프」 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변신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작가 자신과 쌍둥이처럼 닮은 주인공 리즈가 나온다. 이 소설은 실베스터 스탤론에게 바치는 소설이자,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지는 작품이기도 하다고. 


<람보> 보러 갈 것이다.

그녀는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이제부터는 스탤론이 출연하는 모든 영화를 보러 다닐 것이다.

전부 다. 한 작품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오늘 맹세를 한다.

앞으로는 텔레비전에서 방송하길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영화관에 가서 표를 사서 볼 것이다.

꼭 그래야만 한다. 스탤론 덕분에 그녀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 나의 마지막 히어로, p25-26


이 맹세를 지키기 위해 어린 아이를 안고 영화관에 간 주인공의 모습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아이가 울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줄을 서서 매표창구에서 표를 샀고, 그리고 돌아섰다. ' 약속을 지켰다. 표를 산 것으로 됐다. '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스탤론은 어떻게 될지 걱정에 그를 위해 계좌를 개설하고 버는 돈의 10퍼센트를 입금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스탤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경우를 대비해 계좌의 전액을 스탤론에게 유증한다고 유언장도 작성한다. 스탤론에 대한 팬심보다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굳은 결심으로 읽힌다. 


책을 읽으며 내게 있어서 '록키', 아니 '실베스터 스탤론' 은 누구일까 생각해보았다. 나름 한번 빠지면 덕질을 깊게 하기는 하는데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신 대상을 계속 바꿔나갔다. 나름 팬심을 발휘했던 가수가 있었고, 작가가 있었으며, 소설이나 애니메이션 주인공도 있었지만 주인공 리즈처럼 삶을 변화시켰던가. 생각해보면 그만큼 주인공은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고 그 시작을 위한 촉매가 필요했던 거 아닐까 싶다. 그 촉매는 꾸준히 이끌 수 있는 동력으로 변하고. 문득 주인공이 부러워졌다. 


​뒷 부분의 대담은 책을 읽고 난 후 리뷰의 초안을 쓴 후에 읽었다.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이들의 대담을 먼저 읽다가 느낌의 색이 섞여 희미해질까 경계가 되었던 까닭이다. 내 느낌을 정리하고 읽으니 더 좋았다. 영화 전문 기자의 영화 이야기도 좋았고, 소설가의 소설 구성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다혜의 기자의 '밑바닥 남자가 자수성가한 이야기와 여성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가 등치되는 면이 있지 않나' 라는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계속 언급되는 작가의 다른 소설들을 눈여겨보다 검색해 둔 작가의 다른 소설들에 밑줄을 치게 된다. 다른 소설들을 읽고 나서 대담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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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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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29인의 대표작가들이 모였다. 박완서 작가의 콩트를 오마주한 짧은 글들을 모아 「멜랑콜리 해피엔딩」 이란 책으로 엮어낸 것. 마침 박완서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이라는 콩트집을 읽고 난 후라 더욱 호기심이 생겨 펼치자마자 빠져들었다.





이 책을 엮은 소설가들이 박완서 선생을 기억하며 남긴 짤막한 글들을 먼저 만난다. 책을 읽고 난 후, 내 속에도 남아있었으나 표현할 단어들을 찾지 못해 가라앉았던 느낌들이 다른 이들의 표현을 통해 되살아났다. 답답했던 속이 풀리는 듯 시원하다.  


여성에게 삶의 매 순간이 투쟁임을, 문학이 순응이나 타협이 아니라 격렬한 싸움임을, 박완서 선생만큼 평생 온몸으로 체현하며 살았던 사람이 있을까. 참혹함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노려보는 용기와 그것을 끝내 자신의 문장으로 써내는 힘을 경외심을 품고 바라보게 된다. - 윤이형


결코 쉽게 쓰일 수 없는 문장들이 쉽게 읽힐 때, 어떤 배려 깊은 다정함도 함께 읽게 된다. - 임현




김성중 작가의 「등신, 안심」 . 정말 재미있었다. 부부싸움 후의 모습이 내 모습 같아 소설 속 그녀가 어느 순간 나로 바뀌어 읽힌다. 맞아 나도 그래. 싸운 후의 인터넷 쇼핑은( 나도 소설 속 그녀처럼 책이나 옷을 산다. ) 일종의 제의라고 할 수 있지. 맞아. 감정을 멈추고 물건으로, 실용과 허영의 세계로 잠시 달아나는거였네. 킥킥 거리며 가볍게 읽어내려가다 남편과의 휴전협상 후 아파트 장터에서 사야할 돈까스 등심, 안심이 등신, 안심으로 변하는 순간 쓴 웃음이 터져버렸다. 재미있지만 웃고 난 입안은 좀 쓰다. 


표제어의 하나인 '멜랑콜리' 를 제목에 포함한 백민석 작가의 「냉장고 멜랑콜리」 . 마음씨 여리다는 주인공이 냉장고를 교체하기 위해 겪은 고군분투가 4.19 혁명이나 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경지로 이끌고, 그 깨달음으로 정당의 당원으로 까지 가입하는 모습. 그리고 냉장고가 해결되자 다음은 헬스용 실내 자전거로 옮겨간다. 난 주인공의 모습에 실소를 터뜨렸으나, 소유한 물건에 휘둘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고는 단언하지 못하겠다. 


​윤이형 작가의  「여성의 신비」 를 읽으며 내내 속으로 울었다.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지 않아 피해왔던 어떤 것이 파헤쳐진 느낌이라고 할까. 나에게는 이 지점이 무엇일까.


남들한텐 자랑하지만 사실은 안간힘이고 발버둥인 거. 그래서 지적당하면 미치는 거.

p174, 여성의 신비 / 윤이형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불공평함에서 시작된 성난 마음을 딛고 언제가 되든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서로를 조금 더 좋아하는 법을 배우기를 바라며(p174)' . 책 속 인물의 말을 나도 천천히 따라 읽어본다.  


이 책의 콩트들이 오마주한 박완서의 소설이 70년대의 배경이었다면, 이 책에는 지금의 모습이 담겨 있다. 공중파에서 방송하는 '정글의 법칙' 이 언급되고, 소셜 네트워크를 닫는 장면이 나오며, 개봉하여 상영했던 '리틀 포레스트' 영화가 등장한다. 그야말로 뜨끈뜨끈한 지금의 문화들이다. 이 콩트집은 20년이 지나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책 날개에 '사람다운 삶에 대한 추구' 라는 일관된 문제의식을 보여준 박완서 작가의 문학정신을 기리는자는 취지로 이 책이 기획되어 있다고 씌여있다. 이 책을 기획하면서 이 많은 소설가 분들을 섭외하느라 꽤 애를 썼겠구나 싶어 감사한 마음이 든다. 덕분에 독자들은 신이 났다.


소설을 읽어본 작가들도 있었지만 사실 처음 만나 본 작가들이 더 많았다. 짧은 글이 주는 경쾌함과 발랄함에 계속 빠져들어 반복해서 읽다보니 이 작가는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에 메모가 늘었다.  읽을 것들이 많아져서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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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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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고(故) 박완서 님을 표현하는 수식어들은 참 많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세대를 뛰어넘는 시대의 이야기꾼' 이라는 소개였다. 오래 전에 회사 사보에 박완서님의 책을 한 권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빌려왔던 표현이었는데 이후로 이보다 더 멋진 표현이 다가온 적이 없었던 듯. 이번에 개정되어 나온 작가의 첫번째 짧은 소설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을 읽으며 다시 한번 그 수식어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1970년대의 평범한 삶을 담아낸 콩트인데도 그리 세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 '세대를 뛰어넘는' 에 방점을 한번 찍고, 단편소설보다 짧은 분량임에도 꽉찬 내용을 읽으며 '이야기꾼' 에 밑줄을 좌악 치게 된다. 


명절 동안의 기름 냄새에서 (드디어!) 벗어나 낡은 안락의자에 앉아 책을 펼쳤다. 표지의 유선 전화기, 빗통 그리고 분명 검은색일 자개화장대가 정겹다. 양가에 비슷한 가구가 남아있었는데 얼마 전에 다들 정리해버리셨다. 검은색 자개장 옆에서 책을 함께 찍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낡은 70년대 풍( 정확히는 90년대 제품이지만 ) 안락의자 위에라도 두고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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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지금과 비슷한 일상의 풍경인 것은 우리 보통 사람들의 삶이 그리 달라지지 않은 것이라서 그럴까. 이를테면 산업화가 진행 중이던 그 시절의 아파트 건설, 부동산 투기 등의 개발 열풍의 모습을 담고 있는 콩트들, 「땅집에서 살아요」(p139), 「아파트 부부」(p149),  「아파트 열쇠」(p174) 는 부모님 세대에서 들었던 여러가지 푸념들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면서도, 아파트에 사는 내 주위의 모습이 담겨있기도 하다.  특히  「아파트 열쇠」에 나오는 '사십 가까운 나이까지 직업을 가질 만한 세속적인 이유 없이도 직업을 가진 여자들' 의 모습은 웃음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로 서글펐다. '자신만만하고 생기발랄하고 나이보다 젋고 건강하고 말 잘하고 잘난 척 하기 좋아한다' 는 그녀들이 가진 '여편네 노릇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열등감. 세월이 지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가. 


여편네 티를 극복했다는 긍지와 여편네 노릇도 못하고 있다는 열등감은 

백지장의 표리처럼 결국 같은 거였고 

우린 '열심히' 한 면만을 강조하고 한 면은 무시하려는데 

김 교수는 우리가 무시하고 있는 쪽을 팔라당 뒤집어 여봐란 듯이 보여주고 있었다.

- p179, 아파트 열쇠



이번에 개정판이 나오기 전의 부제가 '바늘구멍으로 엿본 바깥세상 이야기' 였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콩트 쓰는 맛'을 방안에 들어앉아 창호지에 바늘구멍으로 내고 바깥세상을 엿보는 재미로 비유했다고 한다. 그리고 시대에 뒤떨어진 표현이 눈에 거슬렸지만 일부러 고치지 않았다고 했다. 70년대에 썼지만 바늘 구멍으로 내다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적어도 이삼십년은 앞을 내다보았다고 으스대고 싶은 치기 때문이었다고 고백하면서. 그래서였나보다.  오늘날과 소설 속 모습에 별다른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읽게 되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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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덕분에 나도 바늘구멍으로 주변 이웃들을 엿보는 기분이었지만, 주변의 이야기가 금새 나의 이야기로 바뀌어 버렸다. 책을 읽는 내게 나는? 내 가족은? 이란 질문을 계속 던지게 만들기도 한다.  특유의 위트와 풍자가 발휘된 콩트 속 표현들에서 우리 문학사에 그녀가 쌓아올린 언어의 보고가 이 때부터 시작된 거였구나 생각해보기도 하고, 같은 여성으로서의 시선에서 숨겨진 내 속내를 들킨 듯 해서 깜작 놀라기도 했다.  '서로 쥐고 쥐이는 결혼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결혼을 꿈꾸며 우선 서로 어른이 돼야 할 것 같다는 깨달음' (어떤 폭군, p353) 은 결혼을 앞두고 내가 했던 생각이었으며, '여자란 여자로 길러지는 걸까? 아니면 여자로 태어나는 걸까' (아파트 열쇠, p179) 는 친구들과 늘 나누는 이야기이다. 외래어 노이로제 때문에  '애니 커트, 써쎈느 커트' 로 알아들은 커트가 실은 '언니 커트, 선생님 커트' 였다는 것(외래어 노이로제, p269) 은 모양만 달리할 뿐 나도 마찬가지인 이야기로 정말 '웃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외래어 뿐만 아니라 여러 신조어들을 알아들어야 한다!




우리 주변의 흔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인간 본연의 도리에 대한 이야기로 엮여내는 작가의 내공에 감탄을 하며 읽었다. 사람이 사는 방식과 지켜야 할 도리가 과거나 현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기 때문이겠지. 설사 그 겉모습이 변화했을지라도 다른 모습으로 통하여 계속되는 것들도 분명 있다. 그런 것들을 캐내어 우리 앞에 펼쳐내어준 작가님께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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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26
레오 리오니 지음,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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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는 이라면 누구나 읽었을, 그래서 내용을 소개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유명한 레오 리오니의 헤엄이(원제 : Swimmy) 가 새롭게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첫 그림책 「파랑이와 노랑이」 로 데뷔한 레오 리오니는 네번째 그림책이었던 이 책의 작업을 통해 예술 작품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 작은 존재들이 힘을 모아 커다란 존재에 맞서는 공동체의 '연대의 힘' 을 담았습니다. 이 책은 1963년에 나온 작품입니다. 




책을 넘기자 기존에 먼저 나와있던 타 출판사의 책에 없던 헌사가 눈에 띕니다. 레오 리오니의 친구 '알프레도 세그레' 가 헤엄이의 이름을 붙여주었나봅니다. 그림책의 본문으로 들어가지 않아지만 레오 리오니 특유의 수채기법과 모양을 새긴 후 찍어낸 작은 물고기와 바다 생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빨갛고 작은 물고기들 사이에서 홀로 새까맣던 헤엄이. 어느날 사납고 배고픈 다랑어 한마리가 물고기들을 꿀꺽 삼켜버립니다. 홀로 살아남았던 헤엄이는 무섭고, 외롭고, 슬펐습니다. 




작가 레오 리오니는 어느 인터뷰에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모험과 아름다움, 그리고 물론 새로운 문제들도 나타나는 변화 무쌍한 장관' 이라고 말했습니다. 작은 헤엄이의 바닷속 세상도 그랬습니다. 작가가 늘 그림책에서 보여주곤 했던 주인공의 모습이 이 책에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자신과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낙관적인 세계관이 그것이죠. 무섭고 외롭고 슬펐지만 헤엄이는 삶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았거든요. 바닷속을 헤엄치던 주인공은 바다속 세상의 아름다움을 하나씩 발견하게 됩니다. 역경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고전적인 서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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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세상의 아름다움은 여러가지 표현기법으로 그 모습을 더욱 강조해줍니다. 아름다운 색감으로 번짐이 살아있는 바다 생물들이라던가 마블링을 이용한 다양한 색의 바다 색이 더욱 환상적입니다. 신비로운 바다의 모습에 빠져들게 됩니다. 


어느 무덥던 여름 날 오후에 부두에 앉아 넋을 놓고 작은 물고기들이 몰려다니는 것을 바라보다 착안했다는 이 작품은 1964년 칼데콧 아너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어두컴컴한 곳에 숨어있는 작은 물고기 떼를 만난 헤엄이는 어떤 생각을 해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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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림과 더불어 작은 물고기의 용기와 지혜를 담고, 그 성장 속에서 작은 이들이 연대하는 모습까지 담아냈지요. 단순한 내용임에도 참으로 여러 방향으로 읽어볼 수 있어 두고두고 바라보게 되는 책입니다. “좋은 어린이책은 삶에 대한 원초적인 놀라움과 기쁨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은 모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라고 했던 레오 리오니의 말도 떠오릅니다. 그는  “내 자신과 내 친구들 안에 있는 그런 부분, 즉 아직도 어린아이인 부분을 위해 어린이책을 만든다”고 했었죠. 덕분에 제 안의 어린아이도 화답하며 새로운 즐거움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 시공주니어에서 새로 번역된 「헤엄이」 와 기존 마루벌의 「으뜸헤엄이」 를 놓고 다시 함께 읽어봅니다.  기존의 '~합니다' 체 에서 읽어주기에 편한 '~했어' 의 입말체로 번역이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로 느껴집니다.  표현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초등학생이 된 밤톨군은 이 책과 함께 더불어 살던 이들의 연대가 깨지는 과정에 대한 책도 함께 읽었습니다. 녀석이 늘 '헤엄이 2탄' 이라고 부르던 책이었죠. 박정섭 작가의 「감기 걸린 물고기」 입니다. 초등학생이라면 함께 이야기해봐도 좋을 듯 합니다. 




레오 리오니(Leo Lionni, 1910~1999)


어릴 적부터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소년기에는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 등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문화적인 소양을 키웠습니다. 다양한 직업들을 통해 사회적인 경험을 더한 작가가 실제로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40대가 훌쩍 넘은 1959년의 일이었습니다. 그의 첫 작품인 “Little Blue and Little Yellow”는 원래 지루한 기차여행을 하는 동안 손자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지어진 책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어린이 책 작가로 활동하며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레오 리오니의 작품을 살펴보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단순하게 특징만을 살려 놓아 어린이들이 더욱더 판타지의 세계로 푹 빠져들게 만듭니다. 그는 주로 개인과 개인, 개인과 공동체, 자기 인식이라는 주제에 대해 개성적인 매릭터를 창조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그러기 위해서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탈피해 그때 그때의 아이디어에 따라 소재와 기법을 달리한 그림책을 구성합니다.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으면서 화가, 조각가, 그래픽 디자이너, 편집자 등, 그야말로 정신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날린 리오니이지만, 그 중에서도 그를 가장 널리 높인 분야는 그림책일 것입니다. 첫 번째 그림책부터 뉴욕 타임즈 선정 ‘베스트 일러스트레이티드 북’ 열 권 안에 들었고, 그 이후 만들어낸 그림책들도 칼데콧 상을 비롯한 수많은 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리오니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으뜸 헤엄이』 『프레드릭』을 비롯해서 『새앙쥐와 태엽쥐』 『물고기는 물고기야』 『아주 신기한 알』 『코르넬리우스』 『티코와 황금 날개』 『황금 사과』 『한뼘한뼘』 『알파벳 나무』 『자기 자신의 색깔』등등 40여 권의 그림책을 내놓았습니다. 할아버지가 된 이후에야 그림책 작업을 시작했지만, 파킨슨 병으로 고생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이아몬드 커터인 아버지와 가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네덜란드 소년, 레오 리오니. 건축가인 삼촌은 조카에게 제도 용구를 선물하고, 현대 미술 수집가로 일하던 삼촌들은 벽에 샤갈의 그림을 걸어 주었지요. 신비로운 푸른색, 자유 분방한 상상으로 가득 찬 그 그림들은 이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다른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때 레오는 집 근처의 박물관에 가서 내내 드로잉 연습을 하곤 했다니 그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네요. 후에 그는 렘브란트, 반 고흐, 몬드리안 그리고 건축과 음악이 자기에게 'one big mood' 였다고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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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어느날, 40대 후반의 레오 리오니는 3살과 5살짜리 손주들을 데리고 기차 여행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는 그때 이미 세계적인 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고, 『포춘』이라는 잡지의 아트 디렉터였습니다. 이 자리 저 자리로 뛰어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진땀을 흘리고 있던 그는 평소 들고 다니던 가방에서 잡지를 꺼내 펼쳤는데, 파랑 노랑 초록 색깔로 디자인된 한 페이지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 문득 번개처럼 어떤 영감이 스쳤습니다. 그는 그 파랑 노랑 초록 종이들을 혹은 동그랗게, 혹은 길쭉하게 찢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종이 조각들을 가방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손주들에게 즉석에서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홀린 듯 할아버지의 손을 지켜보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리오니 최초의 그림책 『꼬마 파랑이와 꼬마 노랑이』가 탄생하게 된 계기였다고 하는군요. 


?그의 작품들 속에서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조사에 의하면 어린이는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는 읽고 싶어하지 않고, 또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도 읽지만,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꺼린다고 합니다.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면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그림책 속에서는 어른들은 끔찍하게 생각하는 그리미와 같은 생쥐가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천 년 전의 이솝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어쨌든 20세기의 레오 리오니의 작품 속에서는 이솝의 '우화'에서 등장했던 여러 동물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또한 그의 작품 속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데요, 그는 자신의 책 『나의 어린이들의 책(My Children’s Book) 』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습니다. “맞아요, 저는 친구들이 축구공을 차고 있을 때, 램브란트의 그림을 모사하고 있었고, 그 때는 별로 유명하지 않았지만, 클레, 칸딘스키, 몬드리안 등의 추상 화가들의 작품에 서서히 빠져들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던 어느 순간 문득 내 책 속의 주인공들이 한결같이 개구리, 쥐, 달팽이인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지냈던 반 세기 전의 제 방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저는 어린 시절 제 방에서 그런 동물들을 키웠거든요.”


그의 그림책의 미술기법을 위키에서 가져와 봅니다. 


·콜라주 기법(종이를 오리거나 찢음) : ≪파랑이와 노랑이≫

·콜라주+다양한 매체 사용 : ≪프레드릭≫

·수채화+콜라주 : ≪새앙쥐와 태엽쥐≫

·수채화+물고기 도장 : ≪으뜸 헤엄이≫

·파스텔+색연필화 : ≪세상에서 가장 큰 집≫

·연필 드로잉+콜라주 : ≪토끼가 된 토끼≫

·색연필 드로잉+수채화 : ≪물고기는 물고기야!≫ 


?( 출처 목록 :

웹진 열린어린이,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 레오 리오니

: http://www.openkid.co.kr/webzine/view.aspx?year=2002&month=02&atseq=174


웹진 열린어린이, 영혼의 양식을 나누어 주는 레오 리오니

: http://www.openkid.co.kr/webzine/view.aspx?year=2003&month=01&atseq=412


YES24 마녀의 그림책 작가앨범, 우화 속에서 그의 철학을 만나다.

: http://ch.yes24.com/Article/View/125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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