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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이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26
레오 리오니 지음,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1월
평점 :
그림책을 읽는 이라면 누구나 읽었을, 그래서 내용을 소개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유명한 레오 리오니의 헤엄이(원제 : Swimmy) 가 새롭게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첫 그림책 「파랑이와 노랑이」 로 데뷔한 레오 리오니는 네번째 그림책이었던 이 책의 작업을 통해 예술 작품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 작은 존재들이 힘을 모아 커다란 존재에 맞서는 공동체의 '연대의 힘' 을 담았습니다. 이 책은 1963년에 나온 작품입니다.

책을 넘기자 기존에 먼저 나와있던 타 출판사의 책에 없던 헌사가 눈에 띕니다. 레오 리오니의 친구 '알프레도 세그레' 가 헤엄이의 이름을 붙여주었나봅니다. 그림책의 본문으로 들어가지 않아지만 레오 리오니 특유의 수채기법과 모양을 새긴 후 찍어낸 작은 물고기와 바다 생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빨갛고 작은 물고기들 사이에서 홀로 새까맣던 헤엄이. 어느날 사납고 배고픈 다랑어 한마리가 물고기들을 꿀꺽 삼켜버립니다. 홀로 살아남았던 헤엄이는 무섭고, 외롭고, 슬펐습니다.

작가 레오 리오니는 어느 인터뷰에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모험과 아름다움, 그리고 물론 새로운 문제들도 나타나는 변화 무쌍한 장관' 이라고 말했습니다. 작은 헤엄이의 바닷속 세상도 그랬습니다. 작가가 늘 그림책에서 보여주곤 했던 주인공의 모습이 이 책에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자신과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낙관적인 세계관이 그것이죠. 무섭고 외롭고 슬펐지만 헤엄이는 삶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았거든요. 바닷속을 헤엄치던 주인공은 바다속 세상의 아름다움을 하나씩 발견하게 됩니다. 역경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고전적인 서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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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세상의 아름다움은 여러가지 표현기법으로 그 모습을 더욱 강조해줍니다. 아름다운 색감으로 번짐이 살아있는 바다 생물들이라던가 마블링을 이용한 다양한 색의 바다 색이 더욱 환상적입니다. 신비로운 바다의 모습에 빠져들게 됩니다.
어느 무덥던 여름 날 오후에 부두에 앉아 넋을 놓고 작은 물고기들이 몰려다니는 것을 바라보다 착안했다는 이 작품은 1964년 칼데콧 아너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어두컴컴한 곳에 숨어있는 작은 물고기 떼를 만난 헤엄이는 어떤 생각을 해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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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림과 더불어 작은 물고기의 용기와 지혜를 담고, 그 성장 속에서 작은 이들이 연대하는 모습까지 담아냈지요. 단순한 내용임에도 참으로 여러 방향으로 읽어볼 수 있어 두고두고 바라보게 되는 책입니다. “좋은 어린이책은 삶에 대한 원초적인 놀라움과 기쁨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은 모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라고 했던 레오 리오니의 말도 떠오릅니다. 그는 “내 자신과 내 친구들 안에 있는 그런 부분, 즉 아직도 어린아이인 부분을 위해 어린이책을 만든다”고 했었죠. 덕분에 제 안의 어린아이도 화답하며 새로운 즐거움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 시공주니어에서 새로 번역된 「헤엄이」 와 기존 마루벌의 「으뜸헤엄이」 를 놓고 다시 함께 읽어봅니다. 기존의 '~합니다' 체 에서 읽어주기에 편한 '~했어' 의 입말체로 번역이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로 느껴집니다. 표현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초등학생이 된 밤톨군은 이 책과 함께 더불어 살던 이들의 연대가 깨지는 과정에 대한 책도 함께 읽었습니다. 녀석이 늘 '헤엄이 2탄' 이라고 부르던 책이었죠. 박정섭 작가의 「감기 걸린 물고기」 입니다. 초등학생이라면 함께 이야기해봐도 좋을 듯 합니다.



레오 리오니(Leo Lionni, 1910~1999)
어릴 적부터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소년기에는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 등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문화적인 소양을 키웠습니다. 다양한 직업들을 통해 사회적인 경험을 더한 작가가 실제로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40대가 훌쩍 넘은 1959년의 일이었습니다. 그의 첫 작품인 “Little Blue and Little Yellow”는 원래 지루한 기차여행을 하는 동안 손자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지어진 책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어린이 책 작가로 활동하며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레오 리오니의 작품을 살펴보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단순하게 특징만을 살려 놓아 어린이들이 더욱더 판타지의 세계로 푹 빠져들게 만듭니다. 그는 주로 개인과 개인, 개인과 공동체, 자기 인식이라는 주제에 대해 개성적인 매릭터를 창조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그러기 위해서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탈피해 그때 그때의 아이디어에 따라 소재와 기법을 달리한 그림책을 구성합니다.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으면서 화가, 조각가, 그래픽 디자이너, 편집자 등, 그야말로 정신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날린 리오니이지만, 그 중에서도 그를 가장 널리 높인 분야는 그림책일 것입니다. 첫 번째 그림책부터 뉴욕 타임즈 선정 ‘베스트 일러스트레이티드 북’ 열 권 안에 들었고, 그 이후 만들어낸 그림책들도 칼데콧 상을 비롯한 수많은 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리오니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으뜸 헤엄이』 『프레드릭』을 비롯해서 『새앙쥐와 태엽쥐』 『물고기는 물고기야』 『아주 신기한 알』 『코르넬리우스』 『티코와 황금 날개』 『황금 사과』 『한뼘한뼘』 『알파벳 나무』 『자기 자신의 색깔』등등 40여 권의 그림책을 내놓았습니다. 할아버지가 된 이후에야 그림책 작업을 시작했지만, 파킨슨 병으로 고생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이아몬드 커터인 아버지와 가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네덜란드 소년, 레오 리오니. 건축가인 삼촌은 조카에게 제도 용구를 선물하고, 현대 미술 수집가로 일하던 삼촌들은 벽에 샤갈의 그림을 걸어 주었지요. 신비로운 푸른색, 자유 분방한 상상으로 가득 찬 그 그림들은 이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다른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때 레오는 집 근처의 박물관에 가서 내내 드로잉 연습을 하곤 했다니 그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네요. 후에 그는 렘브란트, 반 고흐, 몬드리안 그리고 건축과 음악이 자기에게 'one big mood' 였다고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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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어느날, 40대 후반의 레오 리오니는 3살과 5살짜리 손주들을 데리고 기차 여행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는 그때 이미 세계적인 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고, 『포춘』이라는 잡지의 아트 디렉터였습니다. 이 자리 저 자리로 뛰어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진땀을 흘리고 있던 그는 평소 들고 다니던 가방에서 잡지를 꺼내 펼쳤는데, 파랑 노랑 초록 색깔로 디자인된 한 페이지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 문득 번개처럼 어떤 영감이 스쳤습니다. 그는 그 파랑 노랑 초록 종이들을 혹은 동그랗게, 혹은 길쭉하게 찢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종이 조각들을 가방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손주들에게 즉석에서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홀린 듯 할아버지의 손을 지켜보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리오니 최초의 그림책 『꼬마 파랑이와 꼬마 노랑이』가 탄생하게 된 계기였다고 하는군요.
?그의 작품들 속에서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조사에 의하면 어린이는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는 읽고 싶어하지 않고, 또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도 읽지만,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꺼린다고 합니다.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면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그림책 속에서는 어른들은 끔찍하게 생각하는 그리미와 같은 생쥐가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천 년 전의 이솝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어쨌든 20세기의 레오 리오니의 작품 속에서는 이솝의 '우화'에서 등장했던 여러 동물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또한 그의 작품 속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데요, 그는 자신의 책 『나의 어린이들의 책(My Children’s Book) 』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습니다. “맞아요, 저는 친구들이 축구공을 차고 있을 때, 램브란트의 그림을 모사하고 있었고, 그 때는 별로 유명하지 않았지만, 클레, 칸딘스키, 몬드리안 등의 추상 화가들의 작품에 서서히 빠져들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던 어느 순간 문득 내 책 속의 주인공들이 한결같이 개구리, 쥐, 달팽이인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지냈던 반 세기 전의 제 방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저는 어린 시절 제 방에서 그런 동물들을 키웠거든요.”
그의 그림책의 미술기법을 위키에서 가져와 봅니다.
·콜라주 기법(종이를 오리거나 찢음) : ≪파랑이와 노랑이≫
·콜라주+다양한 매체 사용 : ≪프레드릭≫
·수채화+콜라주 : ≪새앙쥐와 태엽쥐≫
·수채화+물고기 도장 : ≪으뜸 헤엄이≫
·파스텔+색연필화 : ≪세상에서 가장 큰 집≫
·연필 드로잉+콜라주 : ≪토끼가 된 토끼≫
·색연필 드로잉+수채화 : ≪물고기는 물고기야!≫
?( 출처 목록 :
웹진 열린어린이,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 레오 리오니
: http://www.openkid.co.kr/webzine/view.aspx?year=2002&month=02&atseq=174
웹진 열린어린이, 영혼의 양식을 나누어 주는 레오 리오니
: http://www.openkid.co.kr/webzine/view.aspx?year=2003&month=01&atseq=412
YES24 마녀의 그림책 작가앨범, 우화 속에서 그의 철학을 만나다.
: http://ch.yes24.com/Article/View/125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