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지?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32쪽 | 621g | 210*297mm 웅진주니어 |
『돼지책』에서 무심코 소중함을 잊어왔던 엄마의 존재를,
『겁쟁이 윌리』를 통해 소심하고 부끄럼 많은 아이들의 심리를,
『기분을 말해 봐』로 마음속에만 감추고 있던 감정을 표현하는 기쁨을 보여주며 아이들의 서툰 감정 표현을,
『너도 갖고 싶니?』에서는 가진 것에 대해 자랑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과 욕심을,
『고릴라』에서 아빠의 부재에 대한 아이의 심리를 다루는 등
그동안 많은 작품을 통해 아이들의 현실적 고민과 심리를 특유의 유머로 위트 있게 풍자해왔던 작가는
이번엔 아이들이 처음 경험하는 일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새로이 그려냈습니다.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작가의 생각을 먼저 들려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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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책할 때마다 창문으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해요. <어떻하지?>를 통해 다른 집의 창문을 들여다봐야 하는 아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네요. 그 친구는 파티가 열리는 집을 찾고 있었거든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생일 파티 같은 모임에 처음 가는 것이 얼마나 긴장되는지 나도 잘 알고 있어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면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게 되지요. 하지만 늘 우리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즐거운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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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은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디테일과 상징으로 꽉 차있어 들여다보고 있으면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화가들의 그림을 패러디해서 배경에 넣는 그 답게 이번에도 곳곳에 여러 그림들이 숨어있답니다.
출판사의 이 글도 도움이 되실 거예요. 먼저 그림에서 찾아보시고 나중에 읽어보시길요~!!
http://wj_junior.blog.me/110175935054
이야기는 친구의 생일 파티에 처음으로 초대 받은 조가
초대장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친구의 집을 찾아다니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걱정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걱정으로 가득찬 조의 얼굴과 조의 엄마의 모습.
집을 찾기 위해 주변 이웃들을 창너머로 들여다보게 됩니다.
조는 이런저런 걱정을 하고, 그 걱정과 함께 들여다 본 창문너머의 모습은
그 걱정을 잠재워주기는 커녕 황당하고 괴기스러운 풍경으로 조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어버리는 모습이 보여주죠.
뭔가 머리에 이상한 뿔이 달린 노부부의 모습. ET를 닮은 듯한 강아지, 전등갓에는 우주행성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군요.
그림은 마치 우주 어딘가로 떨어진 낯설고 두려운 아이의 심리를 보여주고 있는 듯 합니다.
창너머로 이름모를 그림자, 그리고 커다란 코끼리와 눈이 마주쳐 버립니다.
"맛없는 음식들만 나오면 어떻하지?" 하는 걱정으로 들여다 본 창문너머의 풍경.
달팽이와 애벌레로 식사를 하는 이들의 모습은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의 한장면을 패러디한 장면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 이상한 놀이를 하면 어떻하죠? " 라는 걱정에 대한 이웃의 모습은
브뤼겔의 '아이들의 놀이' 의 일부를 패러디하여 묘사해 놓았답니다.
뱀을 가지고 놀거나 상자에 사람을 집어넣고 눈을 가려버리는 무서운 놀이..
잠깐 비교해 볼까요?
이 외에도 뭉크의 '절규' 같은 표정을 한 달이나 눈동자 모양의 초인종,
창틀에 새겨진 사람 얼굴의 모양 등을 여러가지 상징들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작가는 이런 상징들로 두렵고 불안한 조의 마음을 그림 속에 숨겨 놓아
어린이 독자들이 상상력의 날개를 한껏 펼쳐보게끔 도와주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런 조의 상상 장면들은 화려한 색감으로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그림들은 단색으로 거칠게 처리된 대화 장면과 대조를 이루며 독자들의 주목시킨다. 창문은 액자의 프레임과 같은 역할을 해서 마치 미술관에서 명화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이 장치는 그림들이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한 발짝 떨어져 조의 심리를 바라보게 만든다. - 출판사 책 소개 중 |
걱정이 최고조에 달하여 불안한 조의 눈 앞에 마지막으로 나타난 집.
따뜻하고 아늑해보이는 불빛을 배경으로 나타난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이는 친구들.
아동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이야말로 두려움이 많은 존재이기 때문에 편견과 금기에 매달리는 성향이 크다고 말합니다.
이럴 때 부모가 아이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부정하고 타이르려고 하면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을 수긍하기보다는
심한 경우 부모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해요.
그래서 아이들은 생각보다는 행동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경험으로 생각을 바꿔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러나 이제 걱정은 엄마의 차례로 돌아온 듯 합니다.
아이들과 잘 지내고 있을까, 정말로 속상해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엄마 또한 걱정의 늪에서 자유롭진 못합니다.
이런 엄마의 모습은 그림책을 함께 읽는 제게도 깊은 공감을 남깁니다.
아이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기운을 북돋워주는 대답으로 격려했건만
막상 아이의 첫 도전은 엄마에게도 첫 도전과 다름없거든요!
아이를 세상에 내놓고 대신 경험해 줄 수 없는 그 많은 것들.
그저 믿고 지켜봐주며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만이 우리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두어시간이 지난 후 문을 두드리는 엄마의 불안한 심정.
이 책에는 뭉크의 '절규' 를 생각나게 하는 모양들이 많이 등장하네요.
( 노크하고 있는 손 윗부분의 나무결 모양을 살펴보셔요~ )
조는 이전의 불안함과 걱정을 잊어버릴 만큼의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요.
엄마를 반기는 환한 얼굴의 조. 고맙습니다.
이렇게 환한 얼굴만큼 엄마에게 고맙고 행복한 선물이 어디있을까요!
처음 어떤 것에 도전하는 것은 매우 겁나는 일이지만
막상 겪고 나면 생각보다 훨씬 멋진 겸험을 얻게 된다는 것을 밤톨군도 알아차렸을까요.
파티 가는 것이 두려웠음에도 다녀온 후엔 오히려 자기도 파티를 열고 싶어진 주인공 조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