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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간의 요술 말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37
천장훙 지음, 염미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13년 9월
평점 :
한간의 요술말
천장훙 글/그림
길벗어린이 저학년책방 13
길벗어린이
섬세하고 부드러운 채색과 올이 그대로 드러난 질감이 마치 옛날 두루마리 그림을 보는 것 같은 그림책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의 책이지만 취학 전의 밤톨군과도 여러 생각을 해보며 읽어보게 된 책 한권 소개해봅니다. 이 책의 그림은 실제로 한간(韓幹) 이 그렸던 것과 같은 기법으로 비단에 그렸다고 합니다.
한간이라는 인물은 중국 당나라 시절의 화가로 말그림에 아주 뛰어난 인물이었죠. 이 책은 중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작가는 중국의 전통과 옛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책을 만들고는 하는데, 파리 세르누치 박물관에 소장된 한간의 「말들과 마부」라는 그림을 보고 요술 말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실존 인물의 삶과 전설 같은 요술 말 이야기를 엮어 신비하고 인상적인 드라마를 만들어 냈습니다.
한간 [韓幹] 당나라 섬서(陜西) 남전(藍田) 사람. 어렸을 때 집안이 가난해서 술집에서 술을 나르며 생활했다. 천보(天寶) 초에 벼슬길에 나서 태상시승(太常寺丞)에 올랐다. 왕유(王維)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림을 공부하도록 후원했다. 처음에는 조패(曹霸)에게 배우고, 나중에 독자적인 화풍을 열었다. 말[마(馬)] 그림을 잘 그렸다. 현종(玄宗) 때 내정(內廷)에서 공봉(供奉)으로 있었는데, 현종이 일찍이 그에게 진굉(陳閎)의 말 그림을 배우도록 했더니 “신에게는 이미 스승이 있으니, 폐하의 마구간에 있는 말들이 모두 저의 스승입니다.(臣自有師 陛下内厩之馬 皆臣之師也)”라고 대답했다. 현종이 대완국(大宛國)의 공헌마(貢獻馬) 중 늠름한 놈은 항상 그에게 그리게 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그의 화풍은 현실 생활에서 얻은 관찰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원의 벽화에 불교 회화도 그렸으나 화마(畫馬)를 가장 특기로 했고 제실(帝室)의 마구간에 있는 수많은 명마를 묘사했으며, 당시 이상형으로 삼았던 살찐 말의 모습을 표현하여 ‘고금독보’라는 명성을 얻었다. 전칭(傳稱) 작품으로 『조야백도(照夜白圖)』(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신준도(神駿圖)』(심양, 요녕성박물관), 『목마도(牧馬圖)』 (타이페이, 고궁박물원)가 있다. 작품 조야백도(照夜白圖)
신준도(神駿圖)
목마도(牧馬圖)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한간 [韓幹] (중국역대인명사전, 2010.1.20, 이회문화사) |
한간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소년이었습니다. 집이 가난하여 요리점에서 음식을 나르는 일을 했습니다. 어느날 화가 왕유의 집으로 음식을 가져다주고 오는 길에 아름다운 말의 모습을 보고 바닥에 홀린 듯이 그림을 그렸지요. 한간의 재능을 알아본 화가 왕유의 도움으로 이후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한간은 말을 그리는 걸 가장 좋아했는데, 말이 살아 있는 듯이 보이게 그리려고 애썼답니다.
그림재주가 빼어났던 한간은 궁궐에서 그림을 그리는 궁정화가가 됩니다. 한간의 어린 시절과 궁정 화가로 생활하는 그림 속 삽화들은 중국 고대 회화의 구도와 배경, 복식, 인물 표현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 옛 그림의 흥취와 아름다움을 한껏 느껴보는 것도 이 그림책 감상의 또다른 재미일 듯 하군요.
한간이 그린 말 그림을 보고 사람들은 진짜 말보다 더 진짜 같다고 감탄했고, 한간의 이름은 널리 알려졌습니다. 어느 날, 용맹한 장수가 한간을 찾아와 가장 힘세고 용감한 말을 그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책의 뒷장에 작가가 영감을 받은 그림이 나와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나니 위 한간의 집 벽에 걸린 그림이 작가가 영감을 얻은 「말들과 마부」와 비슷한 것을 나중에야 발견할 수 있었답니다.
한간이 말을 그리자 놀랍게도 말이 그림 속에서 뛰쳐나왔습니다. 한간이 그린 말이 살아나는 장면은 검푸른 빛이 감돌며 번짐효과로 표현된 밤하늘이 배경으로 깔려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 합니다. 삽화 속에서 뛰어나올 것 같은 말의 역동적인 모습도 잘 표현되었구요.
생명을 얻은 요술 말은 장수를 태우고 전장을 질주합니다. 요술 말 덕분에 장수는 전쟁을 승리로 이끕니다. 하지만 장수는 만족하지 않고 적군을 모두 죽이기 위해 싸우고 또 싸웁니다. 요술 말은 굵은 눈물을 흘리며 전쟁의 아픔을 호소합니다. " 요술 말과 전쟁을 묘사한 장면들은 다양한 앵글과 연속 동작, 과감한 클로즈업 등을 써서 박진감 있게 그려져있어 마치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듯 합니다. 가로로 커다랗게 펼쳐진 그림은 광활한 벌판을 달리는 말의 힘찬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게다가 전장을 물들인 핏빛 석양은 전쟁의 참혹함을 암시하는 등 작가는 옛 그림의 멋과 현대적인 연출 기법을 절묘하게 결합시켰습니다. "
결국 요술 말은 스스로 그림 속으로 되돌아갑니다. 아래 그림의 말들 중 어떤 말이 돌아온 말인지 보이실까요. 다시 그림이 된 요술 말에는 핏자국이 남아 있답니다. 전쟁을 겪은 흔적은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요술 말의 눈에 비친 전쟁의 참상은 읽는 독자의 눈에도 안타깝고 슬픈 모습으로 함께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책의 삽화는 폭력에 반대하고 평화를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호소력 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메시지는 2005년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상 수상으로 더욱 빛나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