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과 지구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5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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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과 지구

Foundation and Earth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5 

황금가지


멜포메니아 행성에 착륙하여 유적을 탐사를 하게 된 트레비스 일행은 그들의 헬맷에 이끼가 증식하는 것을 발견한다. 이산화탄소가 있는 곳이면 희미한 빛 에너지를 먹고 자라나는 이끼다. '오로라 행성에서는 사나운 개만 득실거렸고, 솔라리아 행성에서는 기이하고 위험한 인간들을 만났죠. 그리고 이곳 멜포메니아 행성에서는 위협적인 이끼를 만났고 말이에요. 다시 말해서 어떤 세계든지 그곳에 인간이 살고 안 살고는 관계없이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에게 위험하다' 라면서 갤럭시아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주장하는 블리스의 말에 대해 트레비스는 '왜 처방이 단 한가지 밖에 없다는 가정에 집착하느냐'고 묻는다. 


다시 말해서 세상에는 그것이 원자든 별이든 각자에게 가장 알맞은 크기와 구조, 최적의 성질이 있는 법입니다. 이는 물론 생물체와 인간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죠. 나는 옛 은하제국이 이상적인 세계라고 말하지 않아요. 또한 파운데이션 연방에도 결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완전한 고립이라는 것은 악이기 때문에 완전한 통합이 선이라고 주장하지도 않아요. 양극단은 똑같이 끔찍한 겁니다. 과거의 은하제국은 비록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는 최선의 세계였는지도 모릅니다. 


- p481, 15장, 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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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과 지구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5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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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운데이션과 지구」를, 「파운데이션의 끝」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하는 작품을, 지금 여러분이 들고 있는 책을 집필했어요. 「파운데이션의 끝」에 실린 내용을 떠올리며 읽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어요. 「파운데이션과 지구」로 충분하기 때문이에요. 여러분이 재미있게 읽으면 좋겠습니다. 


- 서문 중, 아이작 아시모프, 뉴욕, 1986년



서문에서 아이작 아시모프는 파운데이션 삼부작 이후 독자들의 요구에 의해 32년이란 세월이 지난 상태에서 4권 「파운데이션의 끝」 을 쓰게 되었노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4권와 이어지는 5권 「파운데이션과 지구」 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임을 말하고 있다. 책의 두께에 있어서도 시리즈 중에서 두꺼운 편에 속한다.  



파운데이션과 지구

Foundation and Earth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5 

황금가지



이 책을 집필하기 전에 「로봇」 시리즈의 소설을 완성했기 때문일까,  「파운데이션과 지구」 는  「로봇」 시리즈의 세계관과 연결된 듯 하다. 지하세계 솔라리아에서의 생산하고 활용되는 로봇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로봇에 대한 트레비스와 블리스의 생각차이 또한 생각거리를 남긴다. 트레비스가 로봇들을 '단지 로봇에 불과하다. 인간의 모습을 한 기계에 불과하다' 라고 하자 블리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 로봇들이 기계적 지성을 가지고 있는지 생물학적 지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하등 중요하지 않아요. 사실 그 감시 로봇들은 나-우리-가이아가 일찍이 접해 본 적이 없는 종류의 지성체였죠. 


트래비스와 동료들은 세 개의 선택지 중 방문했던 두 개의 우주인 행성에서 적대적인 대접을 받는다. 지구에 대한 정보 또한 얻지 못한다. 솔라리아에서는 양성체 아이인 팰롬을 우주선에 태운다. 솔라리아인들은 완전히 고립된 삶이 가장 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길이라고 믿고, 자신들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 로봇 노예들의 시중을 받아가며 살아간다. 후손에 대한 애정조차 없고, 아이들이 너무 많으면 죽이면서 인구수를 조절하고 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고립자' 즉 '개인' 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를 솔라리아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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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과 지구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5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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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스 등은 새로운 지구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곳도 찾고 있던 지구는 아니었으며 오히려 위험에 빠진다. 실망한 그들은 다시 그곳을 떠나 달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다닐이라는 2만살의 로봇을 만난다. 


새로운 지구는 그럴 듯 했지만 결국 낙원은 아니었어요. 그들이 우리를 처음 맞을 때 베풀었던 친절은 우리 중 한 사람을 쉽게 바이러스에 감염시키기 위해서 우리를 방심하도록 만든 것이었고, 그다음에 이어진 이런저런 축제들은 어선들이 돌아올 때까지 우리를 그곳에 붙들어 두기 위한 수작이었던 것이 확실해요. 그때가 되면 바이러스들이 활동을 개시하게 될 테니까요. 팰롬의 음악만 아니었다면 그들의 계획은 예정대로 들어맞았을 겁니다.


 -p592





파운데이션과 지구

Foundation and Earth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5 

황금가지



파운데이션 시리즈 5권의 서문에서 작가가 직접 이야기한 것 처럼 원래 클래식 3권으로 맺을 예정이었던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독자의 요청에 의해 4권과 5권이 나오게 된다. 4권과 5권 사이에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봇」 시리즈 두 권을 쓰게 되는데 그 영향인지 이번 5권에서는 해당 세계관과 이어지는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본문에 언급되는 로봇공학 3원칙 같은 것이 그런 예다. 


로봇공학 3원칙


제1조 '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된다. 또는 위험을 방관함으로써 인간에게 위해를 끼쳐서도 안된다'

제2조 '제1조와 상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로봇은 인간들이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조 '제1조, 제2조에 저촉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


(...)


그리고 0조.

'로봇은 전 인류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되며 또한 위험을 간과함으로써 인류에게 위험을 끼쳐서도 안된다'


- p653




사실 '로봇(robot)' 이란 단어는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체코어: Karel Čapek) 가 1920년에 발표된 희곡 R.U.R.(Rossum's Universal Robots)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실제로 이 단어를 처음 생각해 낸 사람은 카렐 차페크의 형인 요세프 차페크(Josef Čapek) 다. 위키에 따르면 로봇(robot)이라는 말은 단어 자체로 '노예', 비유적으로 '고된 일'을 뜻하는 체코어와 슬로바키아어 로보타(robota)에서 온 말이다. 이 단어의 어원은 고교회 슬로바키아어 라보타(rabota →노예 상태, 현대 러시아어로 '노동')이며, 이는 인도-유럽어족 어원 orbh-에서 유래하였다. 아르바이트(독일어: Arbeit →일, 노동)와 같은 어원이다. 사실 이렇게 가장 최초로 등장한 로봇은 「R.U.R」에서 인간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다. 



「파운데이션과 지구」 에서 다닐은 0조에 대해 말하면서 "인간이란 구체적인 대상입니다. 하지만 인류는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다루겠습니까?"( p655) 라고 말한다. 그가 이어 밝히는 이야기들은 독자들의 허를 다시한번 찌른다. ( 진정한 흑막(?)이 다닐이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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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불장난 - 한국은행 ‘돈 박사’ 신상준의 인문학적 돈 공부
신상준 지음 / 생각의창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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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파우스트」 의 주인공 메피스토펠레스의 캐릭터는 존 로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존 로는 프랑스의 재정 개혁을 위해 혁명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귀금속이 아닌 정부의 지원에 의해서만 그 가치가 유지되는 새로운 통화를 만들고자 했던 인물이다. "돈의 가치는 상품 교환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 교환에 '의해서'  생성되는 것이다. 돈은 물건을 사는 데만 사용될 뿐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없다" 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크 르와얄(왕립은행)을 세웠고, 미시시피 회사를 세웠다. 사업확장을 위해 통화 공급이 증가하자 거대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여러가지 악재들이 겹치면서 뱅크 런이 발생하고 회사는 파산한다. 어쨌든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법정화폐의 개념은 사실 존 로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 가 악마에게 영혼을 판 주요 줄거리 외에 화폐 경제가 가질 수 있는 문제점을 다루고 있었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되는 순간이다. 황제가 군인과 공무원에게 줄 봉급이 모자라 곤란을 겪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재정난을 해결할 방법으로 ‘천국에서 보내준 잎’이라며 종이화폐를 인쇄하는 것이었다는 것. 그 이후의 전개는 존 로의 현실 사례와 유사하게 흘러간다. 문학 이야기가 나오자 더욱 집중하게 되던 나. 「돈의 불장난」 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경제 제도, 특히 화폐제도의 본질과 작동 원리에 대한 것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폭넓게 다루고 있다.




돈의 불장난

신상준 지음

생각의 창



역사는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다. 금이 돈이었던 시대를 이해해야만, 종이가 돈인 시대를 이해할 수 있고, 또 비트(bit)가 돈이 될 수 있는 시대를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경험한 것만 상상할 수 있고, 인간의 창의성을 경험을 토대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주식, 채권, 파생 상품, 암호 화폐 등에 대한 투자 기술의 습득에 앞서, 돈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뗀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수단을 선택할지는 본질에 대한 이해 뒤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를 위해 화폐를 창조했던 여러 시대의 모습들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하여, 금과 종이가 투쟁했던 역사를 지나기도 하고, 애덤 스미스와 같은 여러 경제학자들을 소환하여 화폐 이데올로기에 대해 다루기도 한다. 새로운 화폐 실험에 대한 이야기와 비트 코인에 대한 이야기를 거치고 마지막으로 화페 현상학으로 마무리한다. 


화폐현상학


서양의 역사를 통틀어 '돈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크게 세 가지 유형(또는 학파)으로 분류될 수 있다. 첫 번째, 금속주의( 또는 중금주의) 가 있다. 금속주의자들은 주화의 재료인 금속만이 진짜 돈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화폐는 희소하고 귀한 금속으로 만들어지거나, 적어도 그것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 두 번째, 법정주의가 있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법으로 정한 것이 돈이다' 라는 생각을 말한다. 법정주의자들은 화폐에 찍혀있는 '인장'만이 진짜 돈이라고 주장한다. (...) 법정주의에 따르면, 정부가 가장 중요하다. 정부는 화폐를 발행하고, 조세 징수를 통해 화폐를 환수하며, 경제 내에서 화폐를 계속 유통시키기 때문이다. 법정주의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같이 국가로부터 독립적인 것은 화폐가 아니다. (...) 세 번째, 화폐베일(포장지)관이 있다. 화폐베일관은 주류 경제학자들의 지배적인 사고방식이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돈은 고유하거나 특별한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돈은 그 역할(기능)에 의해서 정의될 뿐이다. 그리고 돈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교환의 매개 수단'으로서의 역할이다. 


-p257




친구들과 모임회비로 모았던 돈이 코시국으로 쓰지를 못하자 우정반지나 팔찌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었다. 이 때 한 친구가 그냥 브랜드 반지나 팔찌를 하지말고 이제 순금으로 하자고 의견을 낸다. '그래 금은 안정적이지..' 라며 동의했던 우리들은 금속주의를 따르고 있는가? 라고 잠깐 생각해보다가도, 실물 화폐가 아닌 추상적인 신용(또는 부채)로 경제생활을 영유하고 있는 현대인들인걸? 이라며 혼자 웃어보는 순간이다. 



돈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발명품이다. 화폐는 글쓰기의 발전과 최초의 도시 국가의 조직을 촉발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화폐의 사용은 축의 시대에 사상의 꽃을 피우는 데 기여했다. 압도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일종의 고립감을 초래하기도 하며, 사람들은 화폐를 숭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부패한 것, 심지어는 사악한 것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 버나드 쇼는 돈은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 돈의 여러가지 얼굴들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무엇이 돈에게 가치를 부여하는지' 에 대한 질문은 '무엇이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질문만큼이나 신비로운 것이다. 따지고 보면 금이 가치 있는 것은 희소한 산업적 용도나 그 자체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금은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가상 화폐의 시대에는 아마도 비트코인이 금에 가장 가까운 존재일 것이다. 


-p123



우리는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것이 경제를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도록 훈련받아왔다. 그러나 우리가 돈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고 가상적 숫자이며 화폐 객체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여러 가지 서로 다른 가능성을 혼합하고 조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생각해보면 코시국 동안 우리는 지역화폐로 지원금을 받지 않았던가. 


다양한 지역 통화의 성공은 적어도 사회의 틈새에서 구조적 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돌담길에 피어난 민들레처럼 자생적으로 생성된 지역 화폐가 중앙정부와 대기업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사회의 틈새 영역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안 화폐는 공식 화폐보다 더 따뜻하고 친근하며 커뮤니티 정신과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p182




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쉴 새 없이 몰아친다. '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겠지만 어떤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지에 관해서는 함께 생각해봄 직 하다. 돈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다양한 경제학적 용어에 대한 제반 지식들도 또한 유용하다. 블록체인 기술 때문에 암호화폐를 슬쩍 들여다본 적은 있지만 문득 그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봐야 하는 것 아닐까란 호기심도 들기도 한다. 비트코인의 미래가 궁금해지기도 하고 말이다. 돈의 근저에 깔린 가치의 본질, 화폐의 역사, 시대마다 상이한 돈의 철학, 그리고 권력과 돈의 이데올로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이들은 이 책을 함께 펼쳐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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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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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인물의 러시아식 이름의 어려움은 물론 등장인물 한 명의 대사가 5페이지가 넘는 작품이 등장하기도 하는 도스토옙스키 소설은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러시아문학회장과 한국슬라브학회장을 지내고, 고려대 노어노문과에서 도스토옙스키 강의를 해왔던 석영중 교수는 도스토옙스키를 읽어보고는 싶은데 머뭇거리고 있을 독자들을 위해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이라는 친절한 입문서를 내놓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서 핵심적인 장면이나 어록을 모아 해설을 곁든 책이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열린책들



러시아가 낳은 문호이자 세계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하나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그는 앙드레 지드와 알베르 카뮈와 같은 문학가에서부터 철학자 니체와 비트겐슈타인, 과학자 프로이트와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두 세기에 걸쳐 인류 문화 전체에 지워지지 않는 영향을 남겼다. 혹자는 도스토옙스키의 슬라브주의와 러시아 정교주의에 관하여 언급을 하면서 도스토옙스키와 그의 작품을 엮어 비판하기도 한다. ( 문득 얼마 전 읽은 하이데거와 그가 몸담았던 나치즘의 관계가 떠올랐다. ) 작가의 삶과 가치관, 그의 작품에 대한 판단은 독자 개인의 판단의 몫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몇 권 읽었던 내게 힘겹게 읽은 기억이 남는 책은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이었다. 일단 벽돌책이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 이름의 인물들의 관계가 쉽지 않았던 이유도 컸다. 많은 이들이 도스토옙스키의 최고의 작품으로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을 추천하기에,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완독했던 책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 소설이기도 하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에서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이 발췌된 장들을 따로 모아 읽어보게 된 이유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은 '불안', '고립', '권태', '권력', '사랑', '용서' 등 12가지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 속 명장면들을 각각의 배치한 구성이다. 처음부터 읽지 않고 마음에 끌리는 키워드를 먼저 펼쳐도 좋다. 삶의 근본 문제들을 관통하는 거장의 시선을 핵심 강의로 듣는 기분이기도 하다. 석영중 교수는 「가난한 사람들」에서 주인공 마카르가 "나를 파멸케 하는 건 돈이 아니라 냉소" 라고 토로하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뽑았다. 절대적 빈곤이 아닌 상대적 빈곤은 현대의 우리들도 충분히 공감하게 되는 지점이 아닌가. 「백치」 에서는  주인공 미시킨이 "콜럼버스가 행복을 느꼈던 건 그가 신대륙을 발견하려고 시도했을 때" 라고 역설한 장면을 뽑는다. 나도 그렇다. 무엇인가를 하려고 계획하고 첫 발을 떼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이미 언급된 책을 읽은 독자에게도,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에게도 저마다의 재미를 주는 책이다. 읽었음에도 '이런 문장이 있었던가?' 하며 갸웃거리는 나같은 얼렁뚱땅 독자는 주섬주섬 해당 책을 찾아 다시 읽게 되기도 한다. 더불어 읽어보지 못한 책들 중 '이번에 꼭 도전해봐야지!' 하고 마음 먹게 되는 책을 발견하기도 했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와 같은 시기에 나온, 석영중 교수의 연구 성과를 담은 책인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또한 저절로 궁금해져서 읽을 책 리스트에 추가 메모를 해놓게 된다. 이 책 한 권만으로 몇 권의 책을 메모했는지..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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