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중인물의 러시아식 이름의 어려움은 물론 등장인물 한 명의 대사가 5페이지가 넘는 작품이 등장하기도 하는 도스토옙스키 소설은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러시아문학회장과 한국슬라브학회장을 지내고, 고려대 노어노문과에서 도스토옙스키 강의를 해왔던 석영중 교수는 도스토옙스키를 읽어보고는 싶은데 머뭇거리고 있을 독자들을 위해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이라는 친절한 입문서를 내놓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서 핵심적인 장면이나 어록을 모아 해설을 곁든 책이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열린책들



러시아가 낳은 문호이자 세계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하나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그는 앙드레 지드와 알베르 카뮈와 같은 문학가에서부터 철학자 니체와 비트겐슈타인, 과학자 프로이트와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두 세기에 걸쳐 인류 문화 전체에 지워지지 않는 영향을 남겼다. 혹자는 도스토옙스키의 슬라브주의와 러시아 정교주의에 관하여 언급을 하면서 도스토옙스키와 그의 작품을 엮어 비판하기도 한다. ( 문득 얼마 전 읽은 하이데거와 그가 몸담았던 나치즘의 관계가 떠올랐다. ) 작가의 삶과 가치관, 그의 작품에 대한 판단은 독자 개인의 판단의 몫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몇 권 읽었던 내게 힘겹게 읽은 기억이 남는 책은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이었다. 일단 벽돌책이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 이름의 인물들의 관계가 쉽지 않았던 이유도 컸다. 많은 이들이 도스토옙스키의 최고의 작품으로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을 추천하기에,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완독했던 책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 소설이기도 하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에서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이 발췌된 장들을 따로 모아 읽어보게 된 이유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은 '불안', '고립', '권태', '권력', '사랑', '용서' 등 12가지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 속 명장면들을 각각의 배치한 구성이다. 처음부터 읽지 않고 마음에 끌리는 키워드를 먼저 펼쳐도 좋다. 삶의 근본 문제들을 관통하는 거장의 시선을 핵심 강의로 듣는 기분이기도 하다. 석영중 교수는 「가난한 사람들」에서 주인공 마카르가 "나를 파멸케 하는 건 돈이 아니라 냉소" 라고 토로하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뽑았다. 절대적 빈곤이 아닌 상대적 빈곤은 현대의 우리들도 충분히 공감하게 되는 지점이 아닌가. 「백치」 에서는  주인공 미시킨이 "콜럼버스가 행복을 느꼈던 건 그가 신대륙을 발견하려고 시도했을 때" 라고 역설한 장면을 뽑는다. 나도 그렇다. 무엇인가를 하려고 계획하고 첫 발을 떼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이미 언급된 책을 읽은 독자에게도,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에게도 저마다의 재미를 주는 책이다. 읽었음에도 '이런 문장이 있었던가?' 하며 갸웃거리는 나같은 얼렁뚱땅 독자는 주섬주섬 해당 책을 찾아 다시 읽게 되기도 한다. 더불어 읽어보지 못한 책들 중 '이번에 꼭 도전해봐야지!' 하고 마음 먹게 되는 책을 발견하기도 했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와 같은 시기에 나온, 석영중 교수의 연구 성과를 담은 책인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또한 저절로 궁금해져서 읽을 책 리스트에 추가 메모를 해놓게 된다. 이 책 한 권만으로 몇 권의 책을 메모했는지..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