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트코인 억만장자의 신화 - 배신과 구원으로 얼룩진
벤 메즈리치 지음, 황윤명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11월
평점 :
벤 메즈리치는 페이스북의 창업에 얽힌 비화로 2010년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소셜 네트워크(The Accidental Billionaires)』의 저자로, 그는 이번 책 『비트코인 억만장자의 신화(Bitcoin Billionaires)』 에서 초기 암호화폐 시대부터 세계가 비트코인을 현실로 인식하기 시작한 최근까지, 그리고 비트코인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그것을 기회로 잡은 사람들, 특히 쌍둥이인 윙클보스(Winklevoss) 형제가 비트코인 투자를 통해 억만장자가 되는 여정을 다뤘다. 비트코인 및 다른 가상화폐가 궁금한 사람들이 읽어보면 흥미를 가질 내용들이 가득하다. 원서로는 2019년에 출간되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16/pimg_7420641984532389.png)
책은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의 속표지는 알렝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속 문장들을 발췌해놓고 있다. 1장은 "도덕적인 상처는 특이성을 갖고 있다. 상처가 숨겨질 순 있지만 완전히 아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항상 고통스럽고 상처에 닿으면 피가 나려고 한다. 그 상처는 늘 새롭게 벌어진 채 마음속에 남아있다." 로 시작한다.
윙클보스 형제는 하버드 재학 당시 폐쇄적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컨셉을 가지고 논의했었는데, 마크 저커버그는 그 아이디어를 도용해 페이스북을 만들어 서비스한다. 형제는 마크 저커버그와의 소송에서 이겨 2천만 달러의 현금과 4천5백만 달러 상당의 페이스북 주식을 받는다. ( 이 내용은 작가의 전작 『소셜 네트워크』 와 영화 <소셜 네트워크>로도 확인할 수 있다. )
그들은 합의금으로 받은 자본금을 바탕으로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회사를 설립하지만 페이스북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스타트업들이 외면하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사토시 나카모토가 만든 비트코인을 접하게 되는데, '돈이 소셜 네트워크'라는 관점으로 받아들인다. "냅스터와 마찬가지로 이건 P2P입니다. 그리고 이건 모두 공개되어 있습니다. 내부자 정보도, 투자 전략도 없습니다. 모두 오픈 소스이고 민주적입니다. 이 새로운 화폐 체계는 인간이 아닌 수학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p99)".
형제가 페이스북과의 소송 이후 겪었던 어려움과 우연한 기회로 비트코인 세계에 입문하게 되는 과정을 다룬 1장에서 독자들은 그들이 비트코인을 접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함께 하며 비트코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된다. 기술에 관련된 부분을 소설처럼 읽기 쉽게 풀어내어 비트코인에 대한 입문서 역할을 해낸다.
2장은 "인생은 폭풍우이다. 당신은 잠시 햇빛에 몸 녹일 수는 있어도, 다음 순간 바위에게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당신을 남자로 만드는 건 폭풍이 왔을 때 당신이 무얼 하는가에 달려있다" 란 문장이 발췌되어 있다. 비트코인의 잠재력에 관심을 가지게 된 형제는 경제적 잠재력과 기술적 측면을 분석하기 시작하고, 초기 비트코이너들을 만나기도 하면서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홍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위한 첫 번째 ETF(상장지수 펀드)를 만들어 기존 은행계에 도전한다.
3장은 "모든 인간의 지혜는 이 두 단어에 담을 수 있다. '기다림' 그리고 '희망'!" 으로 시작한다. 규제 당국과의 갈등 등 암호화폐 시장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장으로 비트코인의 선구자이자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 중 하나인 비트인스턴트의 설립자 찰리 쉬렘과의 관계가 좀 더 상세하게 풀린다. 비트인스턴트의 주요 투자자가 된 형제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구입할 수 있는 안전하며 사용자 친화적인 플랫폼 구축을 희망한다. 그러나 찰리 쉬렘은 불법 활동에 연루되며 돈세탁 혐의로 체포된다. 초기 암호화폐 시장을 둘러싼 위험과 그늘진 활동이 강조되는 장면이다.
『비트코인 억만장자의 신화(Bitcoin Billionaires)』 는 단순히 비트코인 운영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내용만을 담고 있지 않다. 실제의 이야기를 뛰어난 상상력과 작가적 구성으로 스토리를 살린 논픽션이기도 하다. 대화와 장면 묘사가 상세하며, 일부는 저자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었다. 덕분에 한 편의 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
저자는 암호화폐가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사회경제적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한다. 물론 암호화폐가 금융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직면할 도전과 불확실성도 함께 보여주면서 암호화폐의 미래와 돈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제기한다. 나는 윙클보스 형제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 세계를 엿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