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살해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9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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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후 티타임, 국내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덕분에 원작인 넬레 여사( 넬레 노이하우스 )의 소설을 읽겠다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화제는 북유럽 스릴러 소설에 대한 이야기로 뻗어갔다. 북유럽 소설이 국내에 소개되던 시절 '넬레 여사 파'와 다른 소설가들의 파가 나뉘었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파'라고 썼지만 '팬'이라고 읽어 보자.) 개인적인 호불호기에 이제 북유럽 소설에 입문하는 거면 대표작들을 읽고, 결이 맞는 작가의 시리즈를 읽어보아도 좋을 듯 하다는 생각과 함께. 개인적으로 나는 넬레 여사보다는 '요 뇌스베 파' 였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읽기 시작하게 된 배경에 요 뇌스베가 있었다. 온라인 책 소개에 '요 네스뵈, 헨닝 망켈 등 유수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이라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3권 『발코니에 선 남자』 에는 요 뇌스베가 서문을 쓰기도 했다. 


마르틴 베크(Martin Beck) 시리즈도 벌써 아홉권째를 읽기 시작한다. 2024년 2월에 1권인 『로재나』 를 읽기 시작했으니 천천히, 오래 읽었다. 마지막 10권까지 시리즈 완독의 정상이 눈 앞에 보이니 뿌듯하다. 





마르틴 베크는 7권 『어느 끔찍한 남자』 에서 부상을 당하고, 8권 『잠긴 방』 에서 15개월만에 복귀했다. 마르틴 베크와 그의 동료들은 천재적인 추리력을 뽐내는 독보적이고 영웅적인 탐정이 아니라, 정해진 일과와 절차를 따르는 지극히 현실적인 경찰이다. 


스웨덴 남부 스코네 주의 최남단에 위치한 시골 마을에서 한 여성이 홀연히 사라진 사건이 발생하고, 스톡홀름에서 절도범을 추적하고 있던 마르틴 베크와 콜베리에게 사건이 배정된다. 곧장 남부로 향한 그들은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받는 자가 과거 자신들의 손으로 체포했던 범인이라는 사실과 마주하고 각자 복잡한 심경에 빠진다. ( 1권 『로재나』 의 범인인 폴케 벵트손이다.) "내가 아는 한, 폴케 벵트손은 확실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습니다. 가학성애, 청교도주의, 여성 혐오가 섞인."(p73) 


또 다른 사건의 범인도 만나게 된다. 군나르손은 이름을 바꾸고, 가석방 감독관이 주선해준 지방지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었던 것. "마르틴 베크는 자신과 콜베리가 과거 사건들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두 사건을 일으킨 두 남자와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안데르슬뢰브 같은 곳에서 만난 게 참 얄궂은 우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147)" ( 이번 9권에서는 1권 뿐만 아니라 2권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의 범인마저 스포하고 있으니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으시길! )


이미 전과자인데다가 실종자와 마지막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의 증언에 국가범죄수사국의 국장은 사건을 간단히 정리하라고 독촉한다. 스웨덴 경찰의 고위직이 자신들의 권력과 권위에만 집착하는 모습에 씁쓸해진다. '청장은 질문이나 말대답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싫어하기로 유명했다.(p201)' 라니.. ! 사회고발소설로서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서술 또한 계속 이어진다. 범죄율이 계속 오르고, 폭력이 폭력을 낳는다는 사실. 그리고 '선공을 날린 것은 경찰이라는 사실'(p204)을 경찰 수뇌부에는 한 명도 없는 데다가, 이 사실을 이해할 마음조차 없다는 것을 베크가 한탄하는 장면이다. 

경찰은 문제가 많았다.

문제는 대체로 1965년 경찰 국영화와 함께 시작되어다. 이후 경찰은 국가 내의 국가로 발달하기 시작했고, 시민들에게 인기가 없어졌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찰관이 시민을 대하는 태도도 갈수록 적대적이고 무서우리만치 반동적인 방향으로 변했다. 가령 경찰관 셋 중 한명은 아이를 가급적 어려서부터 때려서 키워야 한다고 믿었고, 엄벌과 체벌만이 자라나는 세대를 제대로 육성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경찰관 열에 아홉은 경찰이 범죄 혐의자를 너무 관대하게 다룬다고 믿었고, 종종 자유재량에 따라 내려지는 법원의 선고가 부적절하다고 여겼다. 

- p204


청장이 답이 뻔히 보인다던 사건은 빈집털이범과 순찰 경관들 사이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상황이 변한다. 경찰청은 살인 사건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도주한 '경찰 살해범'을 검거하기 위해 온 경찰력을 동원한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서 그동안 보여주었던 것처럼 언뜻 서로 관계없는 것 같던 사건들이 엮이면서 결말로 향한다. 


렌나르트 콜베리는 경찰의 행동에 크게 실망한다. '덕분에 뭔가 깨달은 것 같아. 어쩌면. 아무튼, 우리 동료라는 자들이 어떤 인간인지(p446)' 그리고 사직서를 쓴다. 그의 사직서는 스웨덴 경찰조직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하며, '저는 이 직업이 너무나 부끄러워서 양심상 더는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 처했습니다' 라고 맺고 있다. 저자들이 전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리라. 콜베리의 사직서는 받아들여질까. 그럼 다음 권에서는 콜베리를 만날 수 없는 걸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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