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독서일기(from 2004.7.20)
1. 작품의 역사적 고증- 실존하는 이야기인가?
*제목 : 마비용 수도사(베네딕트회)의 편집본을 바탕으로 불역한 멜크 수도원 출신의 수도사 아드송의 수기
*원저자: 멜크 수도원의 아드소
편집자 : 마비용 수도사
불역자 : 벵자맹 발레(1754~1824), 프랑스의 사제(1842년, 라 수르스[La Source] 수도원 출판부, Paris)
이탈리아어역자 : 움베르토 에코(1968년)
→ 라 수르스 수도원의 아르네 라네슈테트 수도사는 발레 수도사라는 사람이 라 수르스 수도원 출판부에서 책을 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줌.
→ 그러나 1970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밀로 테메스바르라는 사람이 쓴 소책자 『장기놀이에서의 거울 이용법』이라는 책에서 아타나시우스 키르허라는 신부가 아드소의 수기로부터 인용한 대목을 찾아냄.
※ 이 사층의 저자를 설정한 까닭, 『장미의 이름 창작 노트』에서 에코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중세의 리듬고 중세적 순진성에 익숙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중세의 연대기를 읽고 또 읽었다. ... 그런데 읽기 과정에서 나는, 작가들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재발견했다. 그것은 책이라고 하는 것은 끊임없이 다른 책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 이야기라고 하는 것은 끊임없이 이미 세상에 유포된 다른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호메로스도 이것을 알고 있었고, 아리오스토도 이것을 알고 있었다. 라블레와 세르반테스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내 이야기는, 잃어버렸다가 발견된 원고 이야기(당연한 일이지만 이것 역시 인용의 꼴을 하고 있다)에서 시작하기만 하면 될 터이다. 그래서 나는 바로 서문에 착수하면서 나 자신의 기술(記述)을 액자에 제4레벨에, 말하자면 세 화자의 이야기를 뚫고 들어가야 이를 수 있는 레벨에 두기로 했다. 그러니까 나는, 아드소가 썼다고 마비용이 주장했고, 마비용이 썼다고 발레가 주장하는 바를 쓰게 되는 것이다.
(p.36-39)
2. 이 책의 지리적 시기적 배경
*문제의 수도원 위치 : 폼포사와 꽁끄 사이
*사건의 시기 : 1327년 11월 말, 원고가 쓰여진 시기는 1380년대.
3. 각 판본의 저자와 언어 및 문체
*아드소, 독일 수도사, 베네딕트 수도회, 14세기 라틴어
*장 마비용, (이름으로 보아 프랑스 수도사인데 주석에는 밝혀져 있지 않음), 베네딕트 수도회, 17세기 라틴어
*발레 수도사, 프랑스, 19세기 신 고딕불어
*에코, 이탈리아, 20세기 이탈리아어
4. 대강의 줄거리
이 소설에는 중심이 되는 두 개의 사건이 있다. 하나는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 사건과, 또 하나는 교황과 황제, 프란체스코 수도회를 둘러싼 정치적 사건이다. 당시 교황청을 아비뇽으로 옮긴 교황측은 권력을 놓고 황제와 반목하는 중이었고, 그 와중에 프란체스코회가 엄격주의파(청빈 강조, 무소유 주장, 성직자의 재산 소유 반대)의 주장을 받아들여 교황권과 대립, 황제권과 결탁하는 삼파전에 휘몰리게 된다. 제 4의 세력 베네딕트회는 황제권과 교황권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며, 수도자의 입장에서 재속 성직자의 권위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프란체스코회의 엄격주의파 수도사들을 비호했다.
이러한 대립을 타결하기 위해여 양측은 각각 사절단을 파견하여 협상을 하기로 결정하였고, 협상의 장소로 문제의 수도원을 선택, 황제측은 사절단의 일원으로 바스커빌의 윌리엄을 파견한다.
한편 협상 장소로 정해진 수도원에서는 협상 날짜는 다가오는데, 계속해서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다급해진 수도원장이 명민한 윌리엄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한다. 수도원장으로서는 황제측, 교황측 사절단이 도착하기 전에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교황측 사절단은 이것이 황제측의 음모라 생각하여 협상이 불가능하게 되거나, 수도원 내에서는 철저히 보장되는 수도원장의 사법권이 약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하여 사건을 조사하던 윌리엄은 이 사건이 베네딕트회의 엄격한 규율과 웃음에 관한 논쟁, 장서관에 숨겨진 비서들을 둘러싼 사건임을 알아내고 수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세번째 희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사건을 그렇다할 해결을 보지 못하고 황제측 사절단과 교황측 사절단이 차례로 도착한다.
프란체스코회 총회장 체제나의 미켈레를 선봉으로 한 황제측 사절단에는 우베르티노, 윌리엄, 베렝가리오 탈로니 등이 참석하고, 교황측 사절단장으로는 볼로냐의 베르트란도 델 포제토 추기경과 경호원으로는 이단 심판관으로 악명 높은 베르나르 기가 참석한다.
드디어 협상이 시작되었으나 '그리스도의 청빈'에 관한 논쟁을 벗어나 서로를 비방하는 싸움에 그친다. 베르나르 기는 레미지오를 구실로 소형제파의 이단성을 드러냄으로써 프란체스코회가 주장하는 '청빈'을 사실상 일소하며, 레미지오를 이단죄와 수도원 살인 사건의 살인자로 지목, 아비뇽으로 소환하려 한다. 이로써 사실상 협상은 교황측의 승리로 돌아가나, 이단 심판이 있은 다음날 조과 성무때 말라키아 죽음으로써 살인 사건은 계속된다.
5. 작품 속으로
*시대적 배경
① 1309년 : 교황 클레멘스 5세가 아비뇽으로 교황청을 이전함으로써 로마는 그 지역 군주들의 분쟁의 소용돌이가 됨.
→ 1314년 : 프랑크푸르트의 5제후, 바이에른의 루드비히를 황제로 천거 / 이와 동시에 라인의 영주와 쾰른의 대주교, 오스트리아의 프리드리히를 황제로 천거
② 1316년 : 요한 22세(프랑스, 까오르의 자끄 뒤에스) 교황으로 참칭, 로마로의 복귀에 대한 약속을 뒤집고 아비뇽에 눌러 앉음.
③ 1322년 : 바이에른의 루드비히, 프리드리히 거세. 이에 요한 22세는 루드비히를 파문, 반면 루드비히는 요한 22세를 배교자로 비방
*페루지아 헌장 : 프란체스코 참사회, 총회장 체제나의 미켈레. 성직자의 소유를 정당화하는 교황측에 대해 '무소유'를 회칙으로 삼는 프란체스코회의 헌장. '그리스도의 소유는 영구 소유가 아니라 일시적 사용임을 주장. 1323년 요한 22세는 이를 묵살.
★ 엄격주의파 :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의 정신과 회칙을 엄격히 준수하는 프란체스코 수도회 내 영성을 강조하는 무리
★ 요아킴의 천년왕국설 : 맨발의 명상가들 출현(이는 곧 프란체스코 수도회를 가리킴) → 가짜 그리스도의 출현에 의한 묵시록 시대 → 성령의 시대
④ 1327년 루드비히 황제, 요한 22세 척결, 프리드리히와 제휴, 밀라노 대관식
*장소
수도원 건물 : 수도원의 신학적 정위에 성공한 요새 같은 수도원. 장서관이 유명
*등장인물
① 아드소(아드송, 프랑스식) : 부친은 루드비히 황제의 직신, 멜크 수도원의 젊은 베네딕트 회 수련사, 이 책의 화자
② 바스커빌의 윌리엄 :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박식한 수도사. 자연과학, 논리학적에 크나큰 관심과 재능이 있음. 문제의 수도원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을 면멸히 풀어나감
③ 당시 요한 22세에게 이단으로 몰려 아비뇽을 도망친 수도사들 : 체제나의 미켈레(프란체스코 수도회 총회장), 파도바의 마르실리오(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장됭의 장(빠리 대학 교수), 오캄의 윌리엄(프란체스코회의 철학자, 신학자), 카잘레의 우베르티노
④ 바라지네의 레미지오 : 이 수도원의 식료계 수도사, 돌치노 파에 가담했다가 <대머리산>에서 대대적인 숙청이 있을 당시 살바토레를 데리고 이 수도원으로 옮겨옴. 돌치노 파 숙청 당시 돌치노의 밀서를 가지고 이 수도원에 들어왔다가 그것을 계기로 베르나르 기에게 이단심판을 받는다.
⑤ 수도원장 : 윌리엄에게 수도원에서 생긴 의문의 죽음을 해결해달라고 은밀히 부탁, 교황측과 황제측 사이에서 베네딕트회 수도원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노력하는 매우 정치적인 인물. 수도회 관례상 장서관의 사서가 수도원장직을 승계하나, 예외적으로 이 지역 영지의 서자라는 뒷배경을 안고 수도원장직에 오름.
⑥ 오트란토 사람 아델모 : 젊고 유능한 채식장인 수도사. 첫번째 죽음의 희생자. 본관 옆 벼랑 아래에서 시체로 발견. 그러나 떨어져 죽은 곳의 창문은 굳게 닫혀 있음. 누군가 아델모의 죽음에 대해 수도원장에게 고해했으나, 고해성사의 내용은 발설할 수 없다는 원칙에 의해 윌리엄에게 관련 사실을 말해주지 못함.
⑦ 카잘레 사람 우베르티노 : 프란체스코 회의 엄격주의파 수도사. 복음서의 청빈을 주장하며 부패한 성직자, 프란체스코회 수도사들을 공격. 그가 프란체스코회와 타협하지 않자 요한 22세는 그를 베네딕트회로 넘김. 수도원에서 있었던 협상 후 교황측 사절단을 피해 다른 수도원으로 도망치나 후일 의문의 죽음을 당함.
◆ 잠깐! 제1일 6시과에서 아드소가 묘사하는 팀파늄의 묘사
이는 아마도 수도원 교회 건물 입구의 상단에 부조된 팀파늄의 심판 장면을 묘사한 듯. 이 팀파늄은 요한 묵시록의 내용에 충실하다.
그런데 보라, 하늘에 한 옥좌가 놓여 있고 그 옥좌에 어떤 분이 앉아 계셨다. 그리고 앉아 계신 분의 모습은 벽옥과 홍옥같이 보였으며 옥좌 둘레의 후광은 비취옥같이 보였다. 그 옥좌 둘레에는 또 스물 네 개의 옥좌들이 있었고 그 옥좌들에는 스물 네 명의 장로들이 앉았는데 흰옷을 걸쳐 입고 그들 머리에는 금관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옥좌로부터는 번개와 소리와 천둥소리가 나오고 옥좌 앞에는 일곱 개의 횃불이 불타고 있었는데 그것은 하느님의 일곱 영들이다. 또 그 옥좌 앞에는 수정과 같은 유리바다가 있었다.
그리고 옥좌 가운데와 옥좌 둘레에는 앞뒤가 눈들고 가득한 생물 넷이 있었다. 그런데 첫째 생물은 사자 같았고 둘째 생물은 송아지 같았으며 셋째 생물은 그 얼굴이 사람과 같았고 넷째 생물은 날아가는 독수리 같았다. 네 생물은 각각 여섯 객의 날개를 가졌고 그 둘레와 그 안은 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요한 묵시록 4.2~8, 200주년 신약성서)
아드소의 묘사에 대해서는 『장미의 이름 上』, p.76~79참조(1997년 개역판)
이 장면에 대해 아드소가 느꼈던 공포에 가까운 경외심과는 달리, 진중권은 그의 책 『춤추는 죽음1』에서 중세인들이 세계의 종말 즉 최후의 심판날을 '즐거운 날'이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드디어 전 인류를 사망의 권세에서 해방시켜 주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2세기 이전까지 팀파늄, 즉 성당 주현관 위 반구형 부분을 장식했던 것은 해방자 예수가 천군 천사를 데리고 옥좌에 앉아 이 땅에 내려오는 찬란한 장면Adventus Domini이었다."
※참고 : 진중권, 춤추는 죽음1
⑧ 살바토레 : 작은 형제회(프라티첼리) 소속의 흉측하게 생긴 수도사. 돌치노 파에 가담, 레미지오와 함께 이 수도원으로 옮겨옴. 레미지오 이단심판 시 돌치노 파와의 연관성을 베르나르 기에게 말함.
◆잠깐! 당시 이탈리아의 상황
12-13세기, 부패한 성직자들에 대한 반작용으로 가난한 자들의 삶에 주의를 기울이는 운동이 태동. 성 프란체스코가 나타나 청빈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고 분열된 교회를 통합하려함. 그러나 프란체스코 수도회는 그 조직이 너무도 비대해져 세속화됨. 요아킴의 천년왕국설을 재발결한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소르본 학자들은 요아킴을 이단으로 몰고가나 실패. 이에 교회측은 토마스 아퀴나스와 바뇨레지오의 보나벤투라의 저서를 배포, 종교 이념 논쟁과 종교 재판이 성행. 12세기 말 리용 회의에서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재산 소유를 인정하자, 이에 반기를 든 수도사들은 종신형을 받고 투옥. 후일 교단의 새 지도자 라이몬도 가우프레디는 이들을 방면, 그 중에 안젤로 클라레노(청빈한 프라티첼리)는 프로방스의 수도사 삐에르 올리외를 만나고, 그는 카잘레의 우베르티노를 만나 엄격주의파 운동이 태동. 당시 교황 켈레티누스 5세, 콜로나 추기경, 오르시니 추기경 등은 이들 엄격주의파를 비호. 후임 교황 보니파티우스 8세는 프라티첼리와 엄격주의파 수도사들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 후임 클레멘스 5세는 방관했으나 그 후임 요한 22세에 의해 박해당함. 이론가들은 그리스도나 사도들에게는 개인적으로든 공동으로든 소유한 재산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교황은 이 믿음을 이단으로 몰았다.
* 작은 형제회(프라티첼리) : 안젤로와 우베르티노의 교리에 따라 설교를 받아들인 평민들의 늘어나 이탈리아는 작은 형제회의 탁발승 천지가 되었다. 이에 따라 교단이 인정한 엄격주의파 사제들과 일반 교인의 구별이 모호해졌다. 이런 일반 교인을 프라티첼리, 작은 형제회 탁발승이라 칭한다.
⑨ 장크트 벤델 사람 세베리노 : 수도원의 본초학자, 네 번째 희생자. 문제의 서책을 발견하고 윌리엄 수도사를 찾으나, 시약소에서 천구의에 맞아 시체로 발견.
⑩ 살베메크 사람 베난티오 : 아리스토텔레스에 심취, 특히 호르헤와 은유와 웃음에 대해 논쟁. 돼지 피를 담아 놓은 항아리에 거꾸로 쳐박혀 발견된 두번째 희생자.
◆ 바부앵(프, 베이브윈(英), 바분 - 아프리카의 원숭이)
보쉬의 그림에 묘사된 것처럼 '집이 뾰족탑 위에 서고, 땅이 하늘 위에 있는 거꾸로 된 세계에서 온 동물' . '발 모양의 머리를 가진 조그만 새, 등에 인간의 손이 달려 있고 털북숭이 정수리에서 발이 비어져 나와 있는 동물 등.
⑪ 부르고 사람 호르헤 :
'공허한 말, 웃음을 유발하는 언사를 입에 올리지 말지어다 Verba vana aut risui apta non loqui', 베네딕트회 회칙 제4장에 나오는 말
장님의 노수도사. 요한 크리소스토모에 따르면 그리스도는 웃지 않았다고 하는 말을 인용하며, 수도사들에게 엄격한 규칙을 강조함.
⑫ 아룬델 사람 베렝가리오 : 장서관의 보조사서. 외모에서 풍기는 음란함을 갖고 있으며 아델모와 동성애의 관계가 의심됨. 아델모가 죽던 날 밤 묘지에서 인사불성이 된 아델모를 마주침. 욕장에서 익사한 세번째 희생자.
⑬ 그로타페라타 사람 알리나르도 : 수도원의 최고령자. 고해신부. 묵시록의 일곱 봉인대로 사건이 전개됨을 암시.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단서를 제공.
⑭ 모리몬도 사람 니콜라 : 유리 세공사
⑮ 웁살라 사람 베노 : 스칸디나비아 출신의 수사학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은유' 또한 하느님의 뜻을 전달하는데 긴요한 수단이라 생각. 세베리노가 죽었을 때 시약소에서 서책을 빼돌려 말라키아에게 주고, 죽은 베렝가리오를 대신하여 보조 사서가 됨.
16. 알레산드리아 사람 아이마로 : 수도원에서 고문서를 빌려 필사함. 수도원의 장서관에 대한 폐쇄적 행위를 비난. 이탈리아 사회가 돈을 중심으로 한 상인들의 사회로 변모함을 인식, 수도원 또한 시세에 발맞춰야함을 강조.
17. 끌롱마끄누아 사람 파트리치오
18. 톨레도 사람 라바노
19. 이오나 사람 마그누스
20. 히어포드 사람 월도
21. 티볼리 사람 파치피코 : 이교도의 시를 많이 아는 사람, 기발한 수수께끼(은유적 표현)에 관한 시를 인용.
22. 말라키아 : 장서관의 사서, 다섯번째 희생자.
◆ 피니스 아프리카에Finis Africae : 장서 목록의 분류 암호. 장서관 비서(秘書)의 보고
6. '장미의 이름'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