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느낌이다.
하루키 책의 첫문장을 읽을 때의 이 분위기.
한때 그 기묘함이 너무 겹치는 것 같아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으로
작품을 안 읽었던 것 같다.
아주 오랜만에 하루키 책을 다시 펴니 그 기묘함을 느꼈던 시절의 기억까지
고스란히 소환되어 따뜻하고 반갑기 그지없다.
일단 제목이 너무 매력적이다.
게다가 초장부터 '얼굴 없는 사람'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니.
독자를 그냥 소설 초반이 아닌 중반쯤에다 툭 내동댕이치는 것 같은
이 불친절하고 사나운 프롤로그는 또 어떻고.
(갑자기 좀 뒷북 같다는 생각이..
저 표지의 '알라딘 2017 올해의 책' 문구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번역도 참 좋다.
신문기사에, 자기계발서에, 언어학에, 어린이책에,
뭐 이렇다 할 전공분야 없이 잡다하게 번역을 하고 있지만
언제나 내 촉은 문학 번역 쪽으로 향해 있는 것 같다.
아주 최근에 신문기사에서 문학작품을 인용한 부분이 있어
번역을 하다 보니 정말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말하자면 문장에 멋을 부릴 수 없는 글들만 보다가,
유연성이 허용되는 글을 만지작대고 있으니 행복감마저 들었다.
한 며칠, 꽁똔(공돈) 들어온 것처럼 두둑한 기분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