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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리틀 선샤인
조나단 데이턴 외 감독, 토니 콜레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사랑스런 영화다.
웃음이 나면서도 눈물나는 영화고, 잔상도 오래 남는 영화다.
살면서 별로 '성공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루저(낙오자)들에게 더 공감과 애정이 간다.
이 영화는 루저들, 그것도 단체로 루저들이 주인공인 영화지만 그것을 뒤집어 엎는 순간, 짜릿함과 '아하'하는 탄성이 절로 난다.
 
남들에겐 성공의 아홉단계를 강의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영락없는 낙오자인 리처드(그렉 키니어 분)가 후버 가족의 가장이다. 나이를 잊고 코로 마약 흡입을 일삼는 할아버지(알란 라킨 분)에, 가족 모두가 맘에 들지 않는 드웨인, 자살 미수로 병원에 있다가 이들 가족과 합류한 삼촌, 그나마 좀 정상적으로 보이는 엄마, 그리고 그 끝에 통통한 뱃살이 돋보이는 우리의 주인공 올리브가 있다.
 
올리브는 리틀 미스 선샤인 대회에 선보일 쇼를 위해 할아버지와 함께 맹연습 중이다. 대회를 앞두고 고물 승합차에 오른 가족들. 이 고물 승합차가 또 이 영화에서 아주 크나큰 몫을 한다. 우여곡절 끝에 대회장에 도착한 가족들은 올리브를 대회장으로 들여보낸다.
 
관객석에서 다른 참가 어린이들의 쇼를 구경하고 있던 가족들은 이 경연대회에 뭔가 잘못된 점이 있음을 느낀다. 성인 여성의 미인대회를 그대로 답습한 아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구역질 나게 한다. 뱃살이 통통하고 알이 큰 안경을 쓴 올리브가 이상해보일 지경이다.
 
가족들은 이 대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경찰은 다시는 올리브를 이런 대회에 참가시키지 않겠다는 조건 하에 가족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감독은 낙오자들이 보여주는 진정한 승리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를 봤는데, 할아버지 역할을 한 알란 라킨이 글쎄, 남주조연상을 받을 만큼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영화 자체는 뭉클하니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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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프 (2disc) - 디지팩 + OST + 타로카드 1장 - 할인행사
우디 알렌 감독, 휴 잭맨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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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딱 맘에 드는 영화를 만났다. 각본은 물론 종합선물세트 같은 배우들까지.
우디 알렌 옹께서는 어찌나 귀여우신지, 솔직히 휴 잭맨보다 더 매력적이셨다.
 
최고의 특종 기자가 저승길에서도 특종을 향한 욕망을 억누르지 못한 채 기자 지망생 산드라 프랜스키(스칼렛 요한슨 분) 앞에 나타난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알게 된 산드라는 우연히 시드니 워터맨(우디 알렌 분)과 함께 범인으로 지목된 피터 라이먼(휴 잭맨 분)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피터 라이먼은 연쇄살인범과 가장 거리가 먼, 부유하고 잘생기기까지 한 영국 신사다. (오.. 오스트레일리안이긴 하지만 그의 영국식 액센트는 얼마나 매력적인지!)
 
영화를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던 건 처음 만난 사람, 것도 할아버지와 단박에 저렇게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거였다. 수다스러운 할아버지와 좌충우돌 기자 지망생의, 거의 만담 수준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게다가 휴 잭맨 이분은 또 어찌나 잘생기셨는지. '휴' 씨들은 모두 나쁜 역할을 해도 미워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타고났나 보다.
 
스칼렛 요한슨으로 보자면, 우디 알렌과 함께 작업한 전작 <매치 포인트>와는 극적으로 대조되는, 거의 '판타스틱 소녀'에 가까운 발랄한 모습을 맘껏 보여줬다. 솔직히 <매치 포인트>는 우디 알렌이 이런 영화를 왜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시나리오도 그렇고 너무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많았다. 
 
스쿠프는 그런 의구심을 싹 털어버릴 수 있게 해주는 아주 귀엽고 발랄하고 재밌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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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12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영화 소개 고맙습니다. 담아둬야겠어요.^^
부엉이님, 봄날 잘 엮고 계시겠지요!
 
[VCD] 사랑을 놓치다
미디어마인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벌써 6년 전이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날렵하고, 그럭저럭 상태가 괜찮았던 설경구가, 마치 현실의 시간 그대로 나이들어 버린 것 같았다. 아내가 될 뻔했던 여자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돌려 폐인이 되어 버린 설경구의 후일담 같은.
너무 능청스럽고 징그럽게 실감나는 연기를 하는 설경구가 오히려 내가 있는 현실을 더 생경하게 만들어서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식빵에다 맥주를 마시는, 막 사는 인생의 정수를 보여 주는 듯한 장면이 왜그리 가슴 찡하게 다가오던지.
누가 나더러 그랬다. 송윤아 눈가에 비치는 다크써클만 닮았다고. 것두 감지덕지 해야하나? 그래서인지 송윤아를 볼 때마다 다크써클만 보였었는데. 캐릭터 영향도 있겠지만, 서른 중반의 송윤아에게서 여유가 느껴졌다. 야구 중계를 듣다 보면, 타자나 투수나 어깨에 힘빼고 던지거나 칠 때 좋은 성적이 나온다던데 송윤아에게서도 힘을 빼고 뭔가를 비워낸 듯한 부드러움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촌스런 이름 상식이에 걸맞지 않는, 모래시계 재희의 환생이라고나 할까. 이기우의 캐릭터는 딱 그랬다. 크고 든든한 느티나무 같은. 나는 연수(송윤아)가 우재(설경구)를 놓아 버리고 상식(이기우)을 잡기를 바랬는데. 어쨌든 사랑을 놓치는 일을 현실에선 더 많이 겪지 않나. 그래서 내겐 이 영화가 또 하나의 판타지일 수밖에 없나보다.

2000년만 됐어도, 난 유치하다며 이 영화를 쳐다도 안봤을 거다. 근데 요즘은 왜이리 이런 로맨스가 살갗에 와닿는지. 그래도 몸이 아프면서 나이듦을 느끼는 건 싫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나이듦은 저절로 수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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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1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윤아의 연기가 좋더군요. 정말 놓쳤으면 더 여운이 있을 것 같으네요. 님도 나이드나봐요 ㅎㅎ

부엉이 2006-10-19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런가봐요~^^

연잎차 2007-10-1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저에게도 판타지일 지 궁금해요!

부엉이 2007-10-12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한 영화예요~ 기분 묘~~~한. ^^
 
태풍 SE (2disc)
곽경택 감독, 장동건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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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안하고 봤는데 좋았다. 블록버스터 쪽이라면 <괴물>보다는 이 영화가 더 근접하지 않나 싶다. 최명신이라는 비정하면서도 고독한 인물을 연기한 장동건. 어디선가 잘생겨서 컴플렉스라는 기사를 읽은게 기억난다. 전작 <친구>에서는 나쁜 놈 연기가 어딘지 억지스러웠는데, 이 영화에서는 눈빛이 이글거리는게 진짜 어디서 나쁜짓 수업이라도 받고 온 듯 비열함과 분노가 철철 넘쳤다.

아아.. 근데 그 갸냘프다 못해 똑 부러질 것 같은 손가락은, 막 굴러먹은 최명신의 캐릭터와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비극적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너무나 매력적이고 마음을 끌었을 장동건의 손가락.

남한 땅을 제2의 체르노빌로 만들려는 무시무시한 계획을 왜 갑작스럽게 접었는가, 원래 실행할 생각이 없었다면 좀더 그 부분을 부각시켜야했지 않나 싶다. 너무 뜬금없이 강세중(이정재)과 마음이 통하는 결말부는 매끄럽지 못했던 것 같다.

들인 돈에 비해 흥행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인가 나는 왠지 <괴물>보다 이 영화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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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9-19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못 보고 지나갔는데 디비디 빌려서 봐야겠어요. 장동건의 연기가 좋았나봐요? ^^

부엉이 2006-09-19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제가 잘생긴 남자를 싫어하나봐요~^^ 망가진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달콤한 인생 일반판 (2disc)
김지운 감독, 이병헌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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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지운 필모그라피
장화,홍련
커밍아웃
반칙왕
조용한 가족

어떤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이 감독이 만든 다른 영화들은 뭘까 궁금해진다. 그 이유를 두 가지 정도 꼽아본다면, 하나는 영화가 너무 재미나서 이 감독이 다른 곳에서는 어떤 식으로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가 궁금해지고, 다른 하나는 영화가 잘 이해가 안되서 다른 영화들을 보면 혹시 맥락을 잡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이다. 이 영화는 반반이다. 근데 저 필모그라피를 보고 있으니, '장화, 홍련'은 안봤으니 제껴두고, 어딘가 묘하게 다른 구석이 있어서 공통점을 찝어내기가 내 능력 밖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병헌이란 배우와 그 카리스마에 걸맞는 세련됨이 전면에 있고, 그 이면에는 아무리 돈을 쳐발라도 양아치로밖에는 볼 수 없는 백 사장(황정민 역) 같은 싸구려의 세계가 있다. 이렇게 영화는 믿음과 배신, 현실과 꿈, 냉혈함과 사랑에의 흔들림 같은 서로 반대되는 두 세계가 모호하게 교차되면서, 결국엔 버드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결에 모든 것이 날아가버릴 수도 있는데, 인생의 저러한 갈등들이 뭐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내공부족 때문인지 살아가면서 사람을 믿고, 그러다 배신당하고, 죽을 것처럼 그 사람을 사랑하다가도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주어버린다. 이렇게 상처받은 사람은 그 상처가 너무 아프고 믿을 수 없어서 죽도록 피를 흘리며 싸우고, 심지어는 사람을 땅에 산채로 파묻는 이성을 상실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발광을 해봐야 얻는 건 원하지 않은, 또 비참한 죽음 뿐이다. 인생이란 마치 입속에서 달콤한 사탕을 음미하다가 잘못해서 혀를 깨물었을 때 뒤섞여버린 그 찝찌름한 피맛같다고나 할까.

영화는 바bar에서 벌어진 난투극 씬에서 기타연주와 박수소리가 어우러진 멕시코풍의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갑자기 로드리게즈의 '데스페라도'를 떠올리게 한다. 황토색 흙먼지가 날리는 사막 어딘가 혹은 이내 피바다로 변해버릴 총잡이들의 바는 환한 조명과 현대적 실내장식을 한 깔끔한 바로 대체된 것 같다. 단순히 음악적 효과 때문일까? 아무튼 이상하게도 이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 내게는 이 영화에서 가장 따뜻하게 느껴졌다. 

'사랑니'라는 영화에서 김정은에 대한 오해를 벗을 수 있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이병헌의 오해를 벗을 수 있었다. 이것도 연기라면 그는 정말 천재적인 배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해가 갈수록 너무 가식적이라고 느껴졌던 이병헌에게서 희귀해져버린 꾸밈없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요즘 한국영화에서 그 존재감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 중견배우들. '범죄의 재구성'이랑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맞나?)'에서는 천호진이 그리 좋더만, 이 영화에서는 김영철이 참 멋있게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미디언에서 영화배우로 거듭난 임하룡씨도 그렇지만 선굵은 연기로 영화의 깊이를 더해주는 중견배우들을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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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7-23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좋았어요.^^ 인생이란 입 속에서 달콤한 사탕을 음미하다가 잘못해서 혀를 깨물었을 때 뒤섞여버린 그 찜찌름한 피맛 같다고나... 이 글귀가 이 영화를 제대로 표현한 것 같아요 ^^

부엉이 2006-07-24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보고싶어지는 영화 중에 하나에요!

marine 2006-10-01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영철이 너무 멋졌어요 "범죄의 재구성" 에 나오는 백윤식씨도 대단하구요

부엉이 2006-10-02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블루마린님, 원래도 좀 아저씨 취향이긴 했지만 중년의 깊은 맛이 푹 우러나온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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