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려고 집에서 나오는데 한쌍의 남녀 고등학생들이 집앞에 있는 학교로 가댁질을 하며 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가방이 색깔만 다른 같은 거라는 걸 보고 '음, 쟤네 연애하는구나...' 짐작했다.
전같으면 '한심하군...' 생각해 버렸을 건데. 웬일인지 예뻐보였다.
아침부터 저렇게 웃고 떠들 수 있으니 하루가 얼마나 즐거울까.
출근길 지하철에서 보는 졸음에 지쳐 죽상인 얼굴들보다 훨씬 보기 좋네...
웬만한 일에 후회를 잘 하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나이지만, 한 가지 후회막급인 일이 있다.
바로 고딩시절에 풋풋한 연애 한번 못해본 것. 미수 한 건, 튕긴 거 한 건, 짝사랑 댓 건.
지지리 궁상 떨며 공부할 거였으면 화끈하게 연애질이라도 했어야 하는 건데.
그 때 시작된 나의 '연애 지진아' 인생은 지금도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고딩 때 불어 실력에서 그다지 나아진 것 없는 지금의 불어 실력처럼.
오늘도 지하철에서 앉기 실패. 그래도 김종광의 <야살쟁이록>이 아침 졸음을 조금 덜어준다.
2호선 갈아타려고 시청역 플랫폼을 걸어가는데, 한쌍의 남녀가 나누는 대화가 귓가를 스쳐간다.
아니, 여자가 하는 말만 들렸다.
여자 : 아니, 오늘은 어제보다 더 멋있어 보이세요!
남자 : (전날 마신 술탓인지, 부끄러워서인지 눈가가 금새 벌개졌다) .... ^_____________^
내 눈과 머리는 아직도 잠 속을 들락날락거리는데, 아침부터 저런 고단백 영양가 있는 멘트를 날리다니.
배워야한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