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SACD] Jacques Loussier Trio - The Best Of Play Bach
Jacques Loussier Trio 연주 / TELARC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어느 날, 바흐의 Jesus, Joy of Man's Desiring이 흘러나왔는데

나도 모르게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무 맥락 없이 그랬다는 게 너무 황당하고 기이했다. 

이 음악을 각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고, 즐겨듣는 것도 아니었는데 

무심결에 흘러나온 가락에 순간 내가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웃음이 터진 것이다. 

1, 2년은 지난 일인데, 지금도 그때의 그 기이한 느낌이 온몸을 감싸는 기분이다. 


조금 전에 이 음악을 틀었다가 또 한 번 아주 순간적이지만 뭔가가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도 제니퍼 애니스톤 신경처럼, Jesus, Joy of Man's Desiring 신경이 있는 걸까.

어떤 피실험자에게 제니퍼 애니스톤을 보여주었더니 유독 반응하는 신경이 있다던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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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3-17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주 좋아하는 디누 리파티
의 녹음으로
그리고 또 어느 지하철 역에서
팀파니 연주로 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결같은 느낌이다. 

하루키 책의 첫문장을 읽을 때의 이 분위기. 

한때 그 기묘함이 너무 겹치는 것 같아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으로 

작품을 안 읽었던 것 같다. 

아주 오랜만에 하루키 책을 다시 펴니 그 기묘함을 느꼈던 시절의 기억까지 

고스란히 소환되어 따뜻하고 반갑기 그지없다. 


일단 제목이 너무 매력적이다. 

게다가 초장부터 '얼굴 없는 사람'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니. 

독자를 그냥 소설 초반이 아닌 중반쯤에다 툭 내동댕이치는 것 같은 

이 불친절하고 사나운 프롤로그는 또 어떻고. 


(갑자기 좀 뒷북 같다는 생각이..

저 표지의 '알라딘 2017 올해의 책' 문구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번역도 참 좋다. 

신문기사에, 자기계발서에, 언어학에, 어린이책에, 

뭐 이렇다 할 전공분야 없이 잡다하게 번역을 하고 있지만 

언제나 내 촉은 문학 번역 쪽으로 향해 있는 것 같다.  

아주 최근에 신문기사에서 문학작품을 인용한 부분이 있어 

번역을 하다 보니 정말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말하자면 문장에 멋을 부릴 수 없는 글들만 보다가,

유연성이 허용되는 글을 만지작대고 있으니 행복감마저 들었다. 


한 며칠, 꽁똔(공돈) 들어온 것처럼 두둑한 기분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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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 책을 받아보았는데, 그새 커버가 바뀌었다. 

여러 모로 부럽다, 이 분 ^^

번역을 하는 동안 글이 잘 풀리지 않으면 Drag & Merge라는 게임을 했는데, 

문득 내가 쓰고 있는 문장들에 유기성이 몹시 떨어진다는 것을 자각하곤,

그 원인은 역시 남의 글 읽기를 게을리한 것이라 결론지었다. 


독서도 오래 손을 놨다 다시 하려면 마치 처음 책을 읽는 사람처럼 버벅대게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추리소설이나 편안하게 읽히는 책을 골라 워밍업을 해줘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래서 고른 책이 이 책과,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나중에 집에서 받아보고 나니 문학동네 책이네)


알랭 드 보통이 들려주는 여행의 기술은  대기 시간이 몹시 길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갈수록 좋은 여행이었다.

김영하 작가는 거침없는 입담만큼이나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얼마 전 한강 작가가 한 말도 자극이 되었다. 

유투브 다음은 다시 종이책이 될 거라고.

독서로 다시 힘을 얻는다고.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고 이유도 알 수 없는 공허함의 원인이 그것이었을까.

아무래도 물질적이기보다는 정신적인 헛헛함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종이책의 두근두근함.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다. 


페넬로페의 침대에 누운 오디세우스는 비로소 깨달았을 것이다. 그토록 길고 고통스러웠던 여행의 목적은 고작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기 위한 것이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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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을 다쳤다.

화가 나고 자꾸만 그 사람 생각이 나서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요즘은 성당도 가지 않아 마음 둘 곳이 없다. 

성모송을 외워보지만 집중이 안 된다.

책을 집어들었다. 

뜬금없지만 위안이 되는 이유는 뭘까. 

책을 읽지 않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한다는 건 죄라는 생각...

천천히 읽어보자. 



어떤 극한에 닥치면 사람을 죽일 생각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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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지배 계급의 이데올로기"(마르크스) 아니랄까 봐 일제와 미국의 지배를 받아온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 역시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친일을 하다가 반공주의자로 돌변한 군사 독재자들의 일본제 ‘국가주의‘와, 이들 밑에서 아무 생각 없이 테크노크라트로 복무하며 개인적으로 출세했던 미국 유학파들의 천박한 미국제 ‘자유주의‘. 일본식 국가주의와 미국식 자유주의의 결합. 이것이 우리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이고, 우리 교육의 문제도 근본적으로 바로 이 권력 구성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에게 오직 출세하는 데 필요한 영어, 수학, 컴퓨터만 가르치려 드는 가정. 그리고 이런 아이들과 세계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가가 제공해주는 애국이라는 허위의식. 참교육은 이 두 가지 전선에서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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