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혼 오로라 - 천체사진가 권오철이 기록한 오로라의 모든 것
권오철 글.사진, 이태형 감수 / 씨네21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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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버킷리스트 중 오로라를 보겠다는 건 없었다. 책 한 권이 참 중요한 것 같다. 하고 싶은 일 중 오로라를 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극지방에서 살을 에는 추위를 견뎌야 하지만 말이다. 왜 신의 영혼이라고 불리는지 그 이유와 경이로움에 대한 글 때문이었다.

 


오로라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다. 오로라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아이슬란드였지만 날씨 상황 때문에 오로라를 보기 힘든 장소이며 오히려 캐나다에 위치한 옐로나이프에서 더 자주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사진 자료와 함께 오로라에 대한 설명을 읽고 있으니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여겼다. 꼭 한 번 오로라를 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오로라의 황홀한 빛은 지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생명이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증거다. 먼 훗날 언젠가 다른 우주에서 생명체를 발견한다면 그 행성에서도 오로라가 보일 것이다. (94페이지)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전기를 띤 입자들이 행성의 자기장에 잡혀 이끌려 내려오면서 대기와 반응하여 빛을 내는 것이다. (92페이지) 눈이 쌓인 겨울, 오로라의 폭풍이 시작되면 대기는 초록빛을 반사하여 아름다운 빛을 뿜어낸다. 그 빛의 파장을 직접 볼 수 있다면 삶의 모든 무게가 내려갈 것만 같다. 우리가 잠 못 들며 고민하는 모든 것들이 자연의 황홀함 앞에서는 무용지물일 것이다.





 



눈물 나게 만드는 오로라를 보고 싶다면 태양 활동의 극대기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그 시기가 2024~2025년이다. 연중 가장 화려한 오로라가 나타날 확률이 높은 때가 춘분, 추분을 전후한 시기라고 하니 날씨 조건에 맞춰 가면 좋겠다. 특히 캐나다의 옐로나이프는 오로라 존에 위치하고 있어 날씨만 맑으면 거의 밤마다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저녁노을 보듯 오로라를 본다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다.

 


오로라 여행할 수 있는 팁이 담겨 있다. 옐로나이프의 풍경과 오로라 외에 여행할 수 있는 관광지를 소개할뿐더러 항공과 렌터카 예약 등 다양한 오로라 여행 상품을 설명한다. 물론 초보자를 위한 상품과 자주 가는 여행자를 위한 방법, 여러 가지 관광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인디언 전통가옥인 티피가 오로라 빌리지에 늘어서 있는 풍경은 한 편의 그림 같다. 불을 밝힌 티피와 너울거리는 오로라의 춤추는 장면을 보라. 오로라의 매력에 빠지고 말 것이다.

 





NASA가 운영하는 오늘의 천체사진에 두 번이나 선정되었던 저자는 오로라 사진 찍는 법까지 설명한다. 카메라와 렌즈, 삼각대, 릴리즈와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는 방법, 노출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과 합성하는 방법과 오로라를 배경으로 인증샷 찍는 법을 말한다. 카메라를 준비하고 금방이라도 떠나고 싶게 만든다.

 


한 권의 책에 오로라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읽는다면 오로라를 보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오로라의 장소 아이슬란드와 옐로나이프 중 관측 확률이 높은 곳은 어디일까. 저자가 말한 대로 우리는 옐로나이프로 향하지 않을까. 이제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빛의 파장으로 펼쳐지는 눈물 나는 아름다움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일생의 한 번쯤, 오로라를 보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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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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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어디로 흐를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반대로 향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가 원하고자 하는 길 위에 서 있기도 한다. 어떤 순간,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내 삶은 어땠을까, 생각해보곤 한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우리는 다른 삶을 살지도 모른다.

 


우리가 읽었던 책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는 삶의 한 방법을 바라보게 된다.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책의 내용을 더 이해하고자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띄엄띄엄 읽었던 소설에서 다 느끼지 못할 감정을 영화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삶이 버거울 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다 버리고 떠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상상일 뿐,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족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하지만 다른 가족이 없다면 훌쩍 떠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치 정해진 시계처럼 살았던 문두스, 그레고리우스가 인생에서 다른 선택을 하는 순간, 그의 삶은 열려 있었다. 갇혀있었던 마음에서 해방되는 듯한 느낌, 어디로든 향할 수 있었다. 다리에서 만난 포르투갈의 여성 때문에 포르투갈의 리스본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날 아침의 수업 따위 아무렇지도 않았다. 예전의 그라면 전혀 생각하지 못할 모습이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이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부딪혀 낯선 세계로의 여행, 즉 새로운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우연히 책에서 만난, 낯선 언어로 된 문장이 삶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꿈꾸어보지 못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다. 낯선 도시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프라두의 삶을, 자신의 삶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31페이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정해진 시간에 학교에 가서 고전어를 가르치는 단조로운 삶을 살았던 그레고리우스였다. 단 하나의 사건이 그를 바꿨다. 학교를 뒤로하고 무책임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가 학교에서 걸려 오는 전화도 무시하고 타인의 삶을 좇았다. 이미 그는 새로운 삶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낯선 도시는 우리를 훨씬 자유롭게 만든다. 자유롭게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한 사람의 삶을 생각한다. 그 연결고리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배운다.


 

시간에 아름다움과 두려움을 부여하는 것은 죽음이다. 시간은 죽음을 통해서만 살아 있게 된다. 모든 것을 안다는 신이 왜 이것은 모르는가? 견딜 수 없는 단조로움을 의미하는 무한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237페이지)

 




철학적인 사유가 가득하다. 밑줄을 그어가며 문장을 읽고 기억 속에 저장하려고 애쓰게 된다. 중요한 순간마다 책을 펼쳐 아마데우의 언어를 음미했던 그레고리우스의 모습을 살핀다. 베른을 떠나 리스본을 향해 기차에 오르던 장면에서 새로운 삶에 대한 설렘과 흥분을 엿볼 수 있다. 리스본에서 다시 베른으로 돌아가면서도 리스본으로 돌아갈 것임을 느끼게 한다. 그레고리우스가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낯선 도시를 걸었듯, 영화 속의 포르투갈의 거리가 머릿속에 맴돈다. 그 길 위에서 낯선 풍경을 바라보고 걸어보고 싶게 만든다.

 


_영원한 젊음

젊은 시절 우리는 자기가 불멸의 존재라고 생각하며 산다. 죽을 운명이라는 인식은 종이로 만든 느슨한 끈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인생에서 이런 상황은 언제 바뀌는가? 이 끈이 우리를 점점 휘감고 결국에는 목을 조르는 건 언제인가? 이 끈이 절대 느슨해지지 않으리라는, 부드러우면서도 굽히지 않는 압박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서 이런 압박을 깨달을 수 있는 징후는 무엇인가? (320~321페이지)

 


자기결정의 페터 비에리가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소설이다. 십여 년 전쯤에 레아와 함께 읽었던 소설인데 그때는 어떤 감정으로 읽었는지 제대로 생각나지 않았다. 다시 책을 읽으며 그레고리우스는 왜 프라두의 삶에 그토록 매달리는가. 프라두의 삶을 알기 위해 평온했던 삶을 버릴 만큼 변화를 바랐던 것인가. 낯선 도시를 걸으며 그가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그는 자유로운 영혼을 갈구했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299페이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내가 그였더라면 어땠을까, 깊이 사유하는 것이야말로 내 삶은 더 풍요로워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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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07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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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만큼 나를 위로해주는 것도 없다. 활자중독에 가까운 나는 활자가 없으면 불안하다. 뭐라도 읽어야 할 게 없으면 과자 봉지에 있는 글이라도 읽어야 한다. 예전에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책을 읽지 못하는 거였다. 소설이었다. 소설을 읽을 수 없어 불안했다. 문학 중에서도 특히 소설을 좋아한다. 타인의 삶을 읽는 일이 좋다. 아마도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부르는 책은 특별할 게 없는 거 같지만, 그 어떤 것보다 특별하다. 읽은 책에 대한 공감, 새로운 책의 발견이다. 정여울 작가가 권하는 책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읽고 있는 책 중에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있다. ‘문두스라고 불리는 교수 그레고리우스가 다리 위에서 한 여자를 구한 뒤 수업을 팽개치고 그 길로 바로 리스본으로 향하여 경험한 감정의 깊이를 나타낸 소설이다. 학교와 집 밖에 오갈 줄 몰랐던 그레고리우스가 이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삶이다. 포르투갈의 도시에서 프라두의 삶을 파헤치는 모험을 시작한다. 누구나 꿈꾸지만 실행하지 못한 일들. 그러고 보면 세상은 얼마나 열려 있는가.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가 있으니 말이다.




 


작가의 산문을 오랜만에 읽었는데, 작가만큼 문학을 사랑하는 작가도 없는 거 같다. 문학이 일상인 작가의 생각이 그대로 나타난 산문이었다. 좋은 작품은 여러 번 읽어도 좋은 느낌을 준다. 읽을 때마다 다른 인물들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삶을 문학에서 경험한다.

 


문학은 어쩌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를 말하는 부분에서 왜 고전문학이 사랑받는지를 깨닫게 된다. 가든파티가 끝난 후 화려한 모자를 쓰고 장례식에 참석했던 로라의 부끄러움의 탄식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문학의 힘을 느끼게 된다.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문학이 필요한 시간은, 이곳에서는 마음껏 울어도 괜찮은 시간, 이곳에서는 마음껏 세상을 향해 소리쳐도 되는 시간을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한 시간입니다. 우리가 미처 표출하지 못한 모든 슬픔과 분노와 열정과 희망이, 바로 이 시간, 문학이 필요한 시간을 통해 비로소 힘찬 날갯짓을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11페이지)

 


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힘을 말하는 책이다. 작가는 다양한 독서 경험과 글쓰기로 우리를 문학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출퇴근길, 버스 안에서 나는 책을 펼쳐 든다. 기다림의 시간에도 책을 읽는데, 책을 읽는 타인의 모습을 보는 일도 무척 좋다.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수록된 사진 속에서 장소를 불문하고 책을 펼쳐 든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궁금함에 책 제목을 유심히 바라볼 것 같은 풍경. 뮌헨의 지하철역, 쿠바의 거리, 프랑스 니스에서 책을 읽어주는 전기수의 풍경에서 작가가 느꼈던 설렘과 떨림이 공유되는 듯하다.


 




문학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오이디푸스를 읽을 때 여태 비극의 신탁에 갇힌 오이디푸스만 보았던 것 같다. 작가로 인해서 오이디푸스를 추락의 운명을 이겨내고 자기의 삶을 지켜낸 용기에 관한 책으로 읽을 필요도 있다는 것을 배운다. 어떤 것을 바라보느냐,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책은 다양한 방법으로 읽히고 감동을 준다. 문학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다. 읽을 때마다 다른 감동, 다른 삶의 방법을 가르쳐주므로 그렇다.

 


업무가 많은 신년 초, 문학 작품을 제대로 읽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였는지도 모르겠다. 문학을 읽는 시간은 나의 피로를 푸는 시간, 나에게 위로를 주는 시간이다. 삶의 모든 순간에 책이 필요하다. 특히 문학이 주는 힘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한 권의 책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삶의 모든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문학이 주는 즐거움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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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스무 살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7
최지연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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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 막상 스무 살이 되어보니 새로운 시작이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백지상태였다. 두려움이 밀려왔다. 사춘기에도 하지 않던 방황이 시작됐다. 성장소설을 읽는 이유는 과거의 나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한테 말을 거는 느낌으로 책을 읽는다.

 


스무 살의 은호. 엄마에게 남자가 생겼으면 하고 바랐다. 그 이야기를 대학의 상담 선생님에게 했다. 마음속에 있던 생각을 꺼낸 것이다. 은호는 대학에 오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날개 달린 듯 자유로울 줄 알았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게 삶이다. 상담 선생님과 일주일에 한 번 상담을 받으며 자기 마음속을 들여다보게 된다. 왜 엄마에게서 자유롭고 싶은지 그 과정을 말하는 소설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가 이혼하거나 싸웠을 때 자기 탓을 한다. 어릴 적 은호도 그러지 않았을까. 어린 시절에 성장이 멈춘 듯 자기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은호가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던 윤지 선배 또한 마음의 짐을 가지고 있었다. 왜 행정학과에 오게 되었는지, 행정학과 수업은 제쳐두고 철학 동아리에 더 열심이었는지, 자신의 선택이 아닌 타인의 강요된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윤지가 은호에게 하는 말 중 살고 싶다면 먼저 죽어야지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기존의 나를 죽여야 새로운 나로 살 수 있다는 장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이 말은 어쩌면 헤르만 헤세의 작품 속 상황과도 일치한다. 새로운 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과거의 나에게서 나올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거다.

 


은호에게 상담 선생님은 새로운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안내자에게 가깝다. 과거의 나를 들여다보고 왜 은호가 엄마와 다투는지, 일밖에 모르는 엄마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불편한 존재로 느끼는지 말이다. 그 간격을 좁히기는 어렵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걸 우리는 은호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윤지 선배가 학교를 그만두고 바다에서 나오는 해양 쓰레기로 드림캐처를 만들었듯 은호 또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커피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상담 선생님과의 시간이었다. 묻혀두었던 과거의 나를 마주하면서 엄마와의 관계의 변화를 일깨우는 것이었다.

 


나는 우선 내가 뭘 원하는지, 그걸 왜 원하는지, 진정으로 원하는지를 차분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러다 보면 내 감정과 결정을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전처럼 내 감정과 결정을 믿지 못해 불안해하며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누구보다 내가 나를 지지해 줘야 했다. (236페이지)

 


발췌 문장을 눈여겨 읽을 필요가 있다. 내가 진정으로 뭘 원하는지 알면 삶은 달라질 수 있다. 내 의지와 선택에 의해 미래의 나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걸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성장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매 순간, 열려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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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 문학과지성 시인선 574
정현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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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다는 건 언어의 사유를 품에 안는 것. 시를 읽음으로써 우리 안의 마음과 대화하는 일. 마음속에 침잠하는 일.

 


그저 시가 좋아서 읽는다. 한 편 두 편 읽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감정의 파도를 겪는다. 깊이 생각하여 이해하고자 다가가는 시도를 하게 된다. 정현종의 시는 그렇게 우리 마음속으로 다가와 똬리를 틀 듯 머물렀다.

 


출퇴근길에 일주일 동안 읽었다. 그럼에도 내가 제대로 이해했나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다. 그저 읽었다고 해야겠다. 최승희 교수가 담근 살구 술을 생각해보고 정성을 다해 빚은 술을 마시며 살구나무를 바라보는 시인의 감성을 헤아려본다. 그냥 흘러가게 둘 수 없었을 것이다. 눈에 띄는 게 살구나무였을 것이다. 내후년쯤 살구나무에 열매가 열리면 술을 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약간 불그스름한 빛을 띤 살구 술에서 우리의 노고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말했다.

섬기려면 살구나무 같은 걸 섬기는 게

그래도 그중 나은 거라.

매년 가을 떨어진 나뭇잎을 모아

그 나무 밑을 파고 묻어

거름이 되게 한다고 하니 말인데,

아침저녁으로

그 살구나무에 절을 하는 게 좋겠다.

경배할 만한 건 필경

나무 정도가 아닐까 믿어 의심치 않는바…… (8~9페이지, 살구나무에 대한 경배중에서)

 


종이 신문을 제대로 읽지 않은 지 좀 되었다. 신문의 역할과 중요성을 일깨우는 시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신문에 대한 시인의 생각이 들어있는 시다.

 


신문들은

그런 기관이어야 하리.

우리 사는 데가 살 만한 곳이 되기를 바라

생각과 느낌이 지극한

간곡한 마음들이 모이는

자리이어야 하리.

아침놀이어야 하리. (17~18페이지, 아침놀중에서)


 

신문의 날에 부쳐 쓴 시다. 신문이란 자고로 아침놀처럼 세상을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편 가르기가 아닌 진실만을 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 같았다.


 

모처럼 한가한 주말 오전, 친구들과 함께 이른 점심을 먹고 산책을 나섰다. 날씨가 추워 얼마 가지 못하고 돌아오긴 했으나 걷는 길의 공기는 상쾌했다. 길을 걷다 보면 느끼는 감정들. 두세 명이 걷는 길과 혼자 걷는 길은 그 차이가 크다. 오롯이 혼자 있는 광경은 처음 맞이하는 것처럼 설레기까지 한다. 그 길에서 유연한 사고를 한다. 갇혀 있지 않고, 열린 마음을 갖는 것. 산책의 효과가 아닐까.

 


이 단순한 활동은 얼마나 풍부한가.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듯한 시간이라니!

사물사물하는 보석,

이 시간이 없으면 어떻게 살까.

세상의 시간이 아닌 때를

고해가 아닌 데를 걸어가느니. (42페이지, 산책중에서)


 

최근에 읽었던 소설에서 길을 걷는 것 자체를 철학하는 거라고 표현했다. 산책을 한다는 건 나를 좀 더 깊이 들여다 보는 일. 저 너머로 가는 나를 붙잡는 일.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 일. 이제껏 느껴보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를 펼칠 수도 있는 일. 깊이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책의 뒤편에 실린 시를 찾아서라는 산문은 시의 예술성과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 시는 예술이며,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므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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