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르는 언덕
어맨다 고먼 지음, 정은귀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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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 축시 낭독. 어맨다 고먼, 희망과 치유의 노래를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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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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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는 인간 아이들의 친구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이며  AF(Artificial Friend)로 제작되었다거리를 바라보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많은 것을 배워 인간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어느 날 몸이 불편한 한 소녀가 다가왔다자신의 친구로 그녀를 선택할 거라며 기다려 달라고 한다다른 아이가 클라라를 선택하지만 조시라는 여자아이를 기다리고 싶어 거절의 몸짓을 했다.


 

가까운 미래의 세계에서는  ‘향상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물론 자신 혹은 부모의 선택에 달렸지만  ‘향상을 하지 않은 아이는 대학에 갈 수 없을 뿐 아니라  ‘향상된 아이들과 교류를 할 수 없다 향상된 아이들은 학교 다닐 필요가 없이 집에서 원격 수업을 하면 된다그래서 친구가 없다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인위적으로 모이기는 하지만 서로 어색하다친구가 없는 아이들은 외롭다그런 아이들을 위해 친구를 대체할  AI,  에이에프를 제작했다.


 


문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AI 로봇으로 대체한다는 점이다아이들은 인간보다는 로봇과 생활하며 대화를 나누는 게 편하다에이에프들은 진화되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을 내리며 아픈 아이를 보호할 수도 있다이러한 것들을 어른 인간들은 불편해하고 불만을 표시한다어떤 어른들은 인간들이 할 일을 로봇들이 다 뺏어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현재의 자동화 시스템이 그러듯 인간에게 편리하지만 그로 인한 직업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에이에프들은 태양으로부터 자양분을 얻는다물론 빛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하루 종일 빛을 받지 않으면 몸에 힘이 빠지는 걸 느낄 정도다태양의 붉은 빛은 에이에프 뿐 아니라 거리의 힘없는 거지 아저씨나 개에게도 자양분이 되는 걸 매장 밖을 바라보며 경험했다.

 

조시의 아버지 폴이 클라라에게 인간의 마음을 믿느냐고 질문하는 부분은 울컥하다클라라는 조시를 위한 거라면 어떤 거라도 할 수 있었다자신을 선택해 준 아이그 아이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었다작가의 전작  나를 보내지 마가 떠올랐다그 작품에서 캐시와 친구들은 인간의 장기 이식을 위한 클론이었다십대가 될 때까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었다반면 이 작품의 에이에프들은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게 다르다.



 

인간의 존엄성을 묻는 작품이었다아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가 되어주는 에이에프들은 필요에 의해 사용되었다가 버려지기도 한다클라라가 조시를 위했던 것만큼 진짜 친구가 될 수는 없었을까이제 더 이상 조시에게 에이에프는 필요하지 않는가자신만의 친구라 여겼던 것은 한낱 어릴 적 한 순간의 감정뿐이었을까건강해진 조시에게 클라라가 더 이상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는 게 슬펐다.

  


책을 읽다 보면 간절히 바라는 게 있다소설 속 주인공에게 깊이 공감하게 된다그게 인간이든 인공지능 로봇이든 상관없다클라라가 바랐던 희망특별한 소원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랐다더불어 동화 같은 결말을 기대한다클라라에게 인간의 영혼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결코 바꾸지 못할 세상에 대하여 순응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혹은 간절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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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05 1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클라라 버려진 장면이 너무 슬펐습니다. 그래도 밝은 클라라와 대조적이어서 더 슬픈. 많은걸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어요~!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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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고 죽는 건 인간의 순리다삶과 죽음이 한 끗 차이라고 하는 건 아마도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다새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에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다슬프지만 변할 수 없는 현실이다물론 현재는 새 생명이 점점 더디 태어나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젊은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고 젊은이들이 보살펴야 할 노인들의 숫자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일본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의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는 이번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인간의 삶을 말하는 소설로 돌아왔다홋카이도의 가상의 마을 에다루를 배경으로 하여 소에지마의  3 대 가족을 이야기한다조산사로 일했던 요네는 새 생명의 탄생을 나타내고 요네의 세 딸과 아들은 점점 스러지는 생의 마지막을 보여준다다만 건강하게 살다가 죽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그렇지 못하다는 게 슬프다자신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기억을 잃어간다그럼에도 우리는 삶을 살아간다살아가야 한다.

 


대학교의 교수인 하지메는 도쿄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홋카이도의 에다루로 향한다할머니 요네의 조산소가 있었던 곳에는 고모들이 거주하고 있고그 옆에 부모님이 살고 있다에다루는 그의 기억의 본질이 있는 곳이다누나 아유미와 목사의 아들 에토 이치이가 있고 그의 가족과 함께해 온 홋카이도 견이 있었다늙은 아버지 신지로를 대신해 하지메가  4 대 홋카이도 견 하루를 산책시킨다.



 

소설은 요네와 아유미 신지로와 하지메이치이나 다케시 등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한다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더 과거로 흘러들어 지난 역사들을 말한다특별한 사건이 있는 게 아니다그저 흘러가는 시간그 시간 속에 있는 인물들을 말하는 식이다누나 아유미와 가즈에나 도모요 고모를 빼놓고는 많은 사람들은 말이 없다표현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주변 사람들이 곤란을 겪을 정도로 말을 아끼는 사람들이라 답답하다.


 

일본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신앙에 대한 깊은 고민과 울림이 있다목사의 아들인 이치이는 아유미에게 많은 영향을 준 인물이며 아유미의 마지막을 개신교 목사이면서 가톨릭 식 병자성사 즉 종유의 비적을 주는 인물이다농장학교의 다케시의 죽음으로 자유를 꿈꾸었던 이치이는 다시 신학으로 돌아왔다저마다 방황을 하다 집으로 돌아오며 비로소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 같다.


 

다소 심심하게 시작되는 소설이었다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을 파악해 갈수록 우리는 홋카이도의 에다루에 가 있는 듯하다그곳의 정경을 마음속에 그리며 인물들의 서사를 따라간다사람들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삶이라는 게 이런 것임을 깨닫는다우리라고 다르지 않다.



 

자신은 빛을 발하지 않는다죽어서 재가 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아니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죽어서 남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말이 아닐까하고 아유미는 생각한다(224 페이지 )


 

사라질 준비그것은 큰 고리를 중간 정도의 고리로 줄이는 일작은 고리를 중심을 향해 더욱 축소해가는 일고리였던 것은 결국 점이 되고 그 작은 점이 사라질 때까지가 그 일이었다하지메의 등에서 뻗은 보이지 않는 선 끝에 있는 소실점은 지금 에다루 어딘가에 더는 움직이지 않도록 핀으로 고정되어 있을 터였다. (474 페이지 )


 

신지로를 포함하여 가즈에와 도모요가 치매에 걸려 자꾸 밖으로 나가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장면이 있다하지메 혼자서 고모들을 케어할 수 없어 도우미가 오고 결국엔 요양시설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우리의 마지막을 예상하게 한다하지메도 어느 새 초로의 나이다자식이 없는 그 또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그 끝에 있는 소실점을 향하여 오늘도 발걸음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도 하지메처럼 당황해하며 또 적응해갈 것이다. 그게 우리 삶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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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05 1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책은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에 자전적 스토리 같네요.
전작들과 문장의 깊이가 다른,,,,

[사라질 준비. 그것은 큰 고리를 중간 정도의 고리로 줄이는 일. 작은 고리를 중심을 향해 더욱 축소해가는 일, 고리였던 것은 결국 점이 되고 그 작은 점이 사라질 때까지가 그 일]
이구절은 제발트의 ‘토성의 고리‘,작은 물방울이 호수가 되고, 미풍이 폭풍으로, 한줌의 먼지가 황야로, 유황 입자 하나가 분출하는 화산으로 변해버리는 순간을 떠올리게 만드네요.
 
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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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된 지 200년이 넘은 소설이 여태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보편적인 정서를 담았다는 이유일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마치 내 일처럼 여겨진다는 것. 여전히 진행되는 일이라는 것.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사랑받는 이유다. 많은 로맨스 소설의 결말은 결혼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고 여러 갈등 요소를 겪은 이후에 결혼으로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대부분이 결혼과 사랑 이야기다. 소설 속에서 나타나는 결혼 풍속도는 소설을 쓴 시대와 현재를 아우른다.


 

오만과 편견19세기 영국의 결혼 문화와 로맨스를 엿볼 수 있다. 여성과 남성의 지위, 경제적인 이유로 나누어진 계급 사회를 풍자한다. 더불어 아들이 없는 경우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그 재산이 아내와 딸들에게 가는 게 아니라 가까운 사촌 남자에게로 가는 한정상속제도를 비꼰다.

 


 

소설에서처럼 많지 않은 재산을 가진 베넷 씨가 사망했을 때 딸 다섯인 베넷 가의 재산이 그의 사촌 콜린스 씨에게로 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 부분을 베넷 부인의 무척 억울해한다. 콜린스 씨의 방문이 반갑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콜린스 씨는 자기가 베넷 가의 재산을 탐낸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 그들의 딸 중 한 명과 결혼 하고 싶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강력한 거절로 가난한 집의 딸인 샬럿과 결혼하게 된다. 엘리자베스의 거절 장면은 무척 즐겁다. 재산 때문에 사랑 없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은 엘리자베스의 당찬 성격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샬럿의 결혼은 엘리자베스를 안타깝게 한다. 그렇지만 샬럿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 돈이 많지 않은 스물일곱 살의 노처녀인 샬럿이 결혼하기란 매우 어려운 상태였다. 엘리자베스는 나중에야 그걸 인정하지만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다.


 

소설 속 주요 인물은 베넷 가의 첫째 딸 제인과 엘리자베스다. 그들과 짝을 이루는 빙리 씨와 다아시 씨는 영국 사회의 신분과 계급, 경제적인 면에서 최고의 신랑감이다. 아름다운 제인을 보고 첫 눈에 반하게 된 상냥한 빙리. 성격상 잘 알지 못한 사람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다소 무뚝뚝한 다아시는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최고 신랑감의 구분은 연 수입이 몇 파운드냐에 따라 다르다. 빙리는 만 파운드 이상이고 다아시 씨는 그보다 훨씬 많다. 즉 경제적인 면만 보면 다아시 씨가 훨씬 훌륭한 신랑감이다. 돈을 밝히는 속물로 비치는 베넷 부인은 빙리가 제인에게 다정하게 대하자 그들이 곧 결혼할 거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기의 감정을 확실하게 표현하지 않은 제인 때문에 빙리와 제인은 한 번의 이별을 겪는다. 물론 제인에게 직접 마음을 확인했으면 좋으련만 빙리는 자신보다는 다아시 씨의 판단을 믿는다.

 


아마 많은 여성 독자들은 엘리자베스에게 감정이입을 했을 것 같다. 제인보다 외모가 출중하지 않지만 당찬 성격에 할 말은 하고 눈빛이 아름다운 영특한 인물이다. 무엇보다 분별력이 좋았다. 평생 결혼하지 않은 제인 오스틴은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을 투영했을 것 같은데 사랑의 결말을 결혼으로 나타냈다는 점이 다르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씨는 서로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상대방을 믿지 못했다. 엘리자베스는 위컴의 말을 믿고 진실을 알려 하지 않았고 다아시 씨는 자기의 눈에 비친 베넷 부인의 천박함과 제인의 불분명한 감정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마 제인의 마음이 빙리를 향하고 있지 않다는 판단은 베넷 부인 때문에 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어떻게든 베넷 집안에서 빙리를 떼어놓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은 엘리자베스에게 사로잡혔다.

 


애를 써보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 봤자 안 될 것 같습니다. 제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제가 당신을 얼마나 열렬히 사모하고 사랑하는지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267페이지)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청혼을 거절하자 받아들이지 못했던 장면은 그의 오만함을 엿볼 수 있다. 자신 정도의 조건이라면 엘리자베스가 거절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외삼촌 가드너 씨와 여행 중 더비셔의 펨벌리 저택에 가게 되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살이 있는 펨벌리를 보고 펨벌리의 안주인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고 탄식하는 부분은 어쩐지 우리를 보는 것 같아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결혼은 사랑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직업도 좋아야 하고 성격도 좋아야 하며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으면 더 좋다. 무엇보다 다아시 씨처럼 부자면 금상첨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에 울고 웃는다. 오만과 편견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의 현실을 마주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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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29 14: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만과 편견이 일단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엘리자베스가 정말 매력적인^^
 
여행자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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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라고 하는 건 모름지기 돌아올 곳이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돌아올 장소가 없는 사람을 여행자라고 할 수 있을까. 영원히 떠도는 사람. 그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갈 수 없는 사람. 마땅히 돌아올 장소가 없다면 그의 앞에 죽음 외에 뭐가 있을까. 나치의 유대인 박해가 시작되던 수정의 밤무렵 사업가인 한 유대인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그 순간의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1차 세계대전에 군인으로 참여했던 오토 질버만은 사업가이자 유대인이다. 기독교로 개종한 그는 스스로 독일인이라 여기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유대인으로만 본다. 다만 그는 이름을 빼고는 아리아인의 외모를 가졌다. 그는 아들이 있는 프랑스로 가고 싶다. 프랑스에 있는 아들에게 거주권을 알아보라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아리아인은 터무니없이 싼 값으로 집을 사려하고, 동업자인 아리아인은 그를 배신한다. 아내는 아리아인 오빠에게로 향하고 돈을 여행 가방에 넣고 그는 독일을 떠돈다. 기차에서 군인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일등칸을 탔으나 많은 유대인들이 일등칸에 있는 걸 보고 그는 이등칸과 삼등칸을 헤맨다.


 

어디에라도 숨고 싶은 그는 사업상 자주 다녔던 호텔에 가지만 그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한다. 가진 돈은 많지만 그는 어디에도 마음 편하게 머물 수 없었다. 그와 관계했던 독일인들은 이제 그가 유대인이라며 피한다. 아내의 오빠가 힘들 때 보증을 서 주었어도 자신의 여동생은 자기의 집에서 머물 수 있으나 유대인인 그에게 내줄 방은 없다고 거절한다.

 

 

 

오토는 돈이 필요한 젊은이의 도움을 받아 벨기에의 국경을 넘으려고 하지만 벨기에의 경찰에 발각되어 다시 독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가 내민 뇌물을 제발 받아주고 그를 구해주길 바라지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을 회유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숲을 넘어 다시 돌아온 그에게 독일은 그가 살아온 터전이 아니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그를 배제했고 유대인에게 독일은 그저 넓은 강제수용소에 지나지 않았다. 유대인이면서 다른 유대인을 바라보는 시선조차 그가 얼마나 아리아인이고 싶은지 알 수 있다.


 

기차에 유대인이 너무 많군. (중략) 당신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평화롭게 살 수 있었을 거라고. 당신들 때문에 내가 불행 공동체에 빠져버렸잖아! 나는 보통 독일 사람과 다른 점이 전혀 없지만, 당신들은 정말 다를지도 몰라. 나는 당신들과 다르다고. 그래. 당신들이 없었다면 나는 쫓기지도 않을 거야. (251페이지)

 


독일에서 살고 있는 그들은 독일인이다. 하지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인종 청소의 대상이 되었다. 유대인인 오토 질버만이 기차를 타고 독일을 헤매는 중 그는 유대인들을 경멸하고 자기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없었다면 자기가 이런 취급을 당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다른 하층민들과 달리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많은 부를 누리고 있었다. 그가 살고 있던 집은 11만 마르크에 달했다. 보통 젊은이들이 결혼하는데 천 마르크가 있으면 어느 정도 가능한 돈이었다는 점이다.

 

 

 

작가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가 유대인 박해 사건인 수정의 밤소식을 들은 후 쓴 두 번째 소설이며 영국과 미국에서 먼저 출간되었다가 80년 만에 다시 태어난 작품이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보다 먼저 쓰인 작품으로 보다 직접적인 유대인 박해 사건과 그것을 겪는 사람의 마음들을 볼 수 있었다.


 

독일의 아픈 역사를 유대인의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작품으로 오토 질버만이 겪는 그 모든 감정에 공감하며 읽은 작품이었다. 절망뿐인 상황에서도 일말의 희망을 품어 보는 그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수많은 질문을 건네는 장면에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가 애타게 머물 곳을 찾을 때 무심했던 사람들이 어디 그들뿐일까. 지금의 우리도 다르지 않다는 게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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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3-29 1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대인 관련된 책은 너무 암울하고 비참해서 이제는 외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너무 많은 작품이 나와 있기도 하고... 그래서 책소개 보고도 구입 망설였습니다.
이 책은 조금 다를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인종, 혈연 공동체로 부터 벗어나고 싶은 한 인간의 생존욕망 같은 것이 엿보이네요. 이제는 이런 집단의식은 사라져야하겠죠.
keep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인상깊게 읽은 책은 엘리 위제르의 <벽너머 마을>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