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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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지 않았다. 비슷비슷한 내용을 다룬 것 같아 새로움이 없어졌다고 할까. 추리문학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의 작품인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이웃분들의 리뷰로 만나왔을때, 그의 평소의 작품이 아닌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래서 꼭 읽고 싶었던 작품이었고.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던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 놀라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아닌듯한 느낌으로, 그의 다른 책들과는 아주 다른 책이었다.

시체가 발견되고 살인자를 잡기 위한 추리를 하는 문학이 아니었다. 이 책에서는 감동과 기적을 이야기한다. 사연은 삼십 여년전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과거에서 보내온 편지를 현재의 사람이 답장을 해준다는 설정이 다분히 영화적이었다.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가게. 아무도 살지 않는 곳 같은데 이상하게 신비한 힘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젊은 청년들 셋. 빈집에서 좀도둑질을 하고, 훔친 차를 타고 오다가, 그 차까지 고장나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가게 된 이들 셋, 고헤이, 쇼타, 아쓰야는 셔터 문이 흔들린 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가 편지가 도착했음을 본다. 편지가 온 곳은 삼십 년전의 과거의 나미야 잡화점 앞으로 온 상담 편지였다. 편지가 오면 우유 투입함에 답장을 넣어두곤 했었다.

 

상담가라면 모든 일에 완벽할 것 같고, 어떠한 질문을 하든 완벽하고도 적절한 대답을 알려줄 것 같은데, 이들의 대답은 처음엔 어리숙하게 느껴진다. 감정적으로 말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상담을 해주려면 심사숙고를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누가 보낸지 모르는 사연들이지만, 그들이 보낸 사연을 생각하고, 미래에 어떻게 될까, 미래의 모습을 슬그머니 조언을 해줄 수 있었다. 자신들이 보낸 답장을 보고 고맙다는 말을 들을때면 마음까지 뿌듯함을 느낄수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신비한 힘을 발휘하는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가서 어리숙해보이는 이들을 주인공 삼아 갖가지 사연들을 보내는 이들이 모두 엮여졌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하나의 원 안으로 모여 들어 이야기의 얼개들을 형성해 간다. 이들 모두의 사연들, 과거속 인물들의 미래를 알아보고 이들이 건넨 조언은 그들에게 기적이란 것을 선물했다. 그들의 기적을 보며 우리는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낄수 있었다.

 

곁에 있는 이들이 나에게 조언을 구하면, 충고랍시고 이야기하길 좋아하는데, 내가 하는 말을 좋아하려나, 기분 나쁘다고 생각지 않으려나 생각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질문을 해오면 나는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건넨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 그들이 했으면 좋을 일들을 말해준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라 처음엔 기분 나빠할 때도 있지만, 나란 사람을 안 뒤 부터는 내 성격이려니 하고 이해하는 걸 볼수 있었다. 사심없이 사람을 대하는 것, 상대방과 있을때 좋은 점을 보려고 하며,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사람을 대함에 있어 옳은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우리 곁에 존재할 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 질문을 덜 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한다. 누군가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상담을 해줄 수 있는 것들 모두 기적을 행하는 일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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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자
실비아 플라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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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의 시 전집을 읽고 그녀의 삶과, 그녀의 삶에 대한 고통을 조금쯤은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실비아 플라스가 죽기 전, 빅토리아 루커스란 가명으로 출판된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 읽고 싶었다. 짧은 글로 된 시와 그녀의 내면을 이야기하는 소설에서는 실비아 플라스의 내면을 더 알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우울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왜 이렇게 비관적이 되는걸까.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실제로 자살까지 한 실비아 플라스는 소설 속에서도 끝없이 죽음을 생각하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신의 내면을 이야기한다.

 

사춘기 시절, 그리고 힘든 일이 생겼을때, 죽음을 생각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하고, 죽음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 법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는 걸 새삼 느껴졌다.

 

제목 『벨 자』는 '머리에 쓰는 종 모양의 유리관'이라고 하는 뜻을 지녔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의 머리엔 '벨 자' 가 씌여져 있다고 표현한 점에서, 미래에 대한 막막한 삶을 보여주는 것 같다.

 

에스더 그린우드는 여대에 다니다가 공모전에 입상해 뉴욕에서 머물며 잡지사의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예일대에 다니는 버디 윌러드는 어렸을때부터 알아온 친구다. 에스더는 버디의 위선자 적인 행동을 보며 자신은 절대 결혼하지 않을것이며 그를 멀리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에스더는, 식중독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 있을때, 위로 선물 속에서 단편 하나를 읽는데, 무화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다. 무화과 나무 사이에 있던 유대인 사내와 수녀가 꼭 버디와 자신 같았던 이야기였다. 자신의 인생이 소설속에 나오는 초록빛 무화과나무처럼 연상되었다. 심은지 얼마되지 않아도, 가지마다 탐스러운 무화과가 열리듯, 자신의 삶도 무화과처럼 그렇게 열리기를 바랬다.  

 

 

 

올봄, 밭에 무화과 나무를 심었다.

꽃샘추위를 견디고 땅아래로 뿌리를 내려 여름이 되자 잎이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꽃이어 무화과 열매가 맺혔다. 따 먹을 수는 없지만, 주렁주렁 열린 무화과 열매를 보고는, 나무든 사람이든 정성을 쏟으면 곱게 자라고 또 열매도 많이 맺는구나 싶었다. 첫 열매를 맺었을때 따 주어야 하지만, 열매가 신기해 아직까지 놔두고 있는데, 볼때마다 신기하다. 어쩌면 무화과 나무 열매는 우리의 젊음을 닮은 듯도 하다. 몇년 사이에 청춘이 활짝 피어 있듯, 그렇게 열매를 맺는 걸 보면 말이다. 곧이어 시간이 지나고 쪼글쪼글해지며 검게 변해 곧 떨어져 버리는 무화과를 보며,  에스더는 무화가 열매를 보며 자신의 젊음, 자신의 인생을 비춰 생각했던것 같다.  

 

실비아 플라스는, 그녀의 시詩에서도 그랬지만, 자전적 소설 속에서도 신화속에서 이야기를 가져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비아 플라스가 자살하지 않고 오래도록 살았다면 어땠을까. 우울과 고통이 함께한 자신의 인생을 다른 것으로 풀었다면 어땠을까. 너무도 짧은 그녀의 삶,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마음은 안타까움이었다.  

 

나쁜 꿈.

벨 자 안에 있는 사람에게, 죽은 아기처럼 텅 비고 멈춰버린 사람에게 세상은 그 자체가 나쁜 꿈인 것을.

나쁜 꿈.   (315 페이지)

 

나는 깊이 숨을 쉬고 예전 같은 심장박동 소리에 귀 기울였다.

나는 살아 있다. 나는살아 있다. 나는 살아 있다.  (324 페이지)

 

종 모양의 유리관이 우리의 머리 위에 있어 우리의 삶을 압박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작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에 대한 막막함과 불안함을 드러낸 글이었다. 그런 생각들이 그녀의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어쩌면, 더 살고 싶다고 말하는 손내밈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살아보면 그래도 행복한 날이 있었을텐데. 에스더의 이야기는 아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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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시절엔 명절이 그저 좋았다.

연휴가 있어서 좋고, 친구들과 아침 일찍부터 만나서 영화보고, 카페에서 죽치고 앉아 있다가 저녁까지 노는 그 시간들이 길어서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한 후, 일년 365일이 그저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명절이란게 있기 때문에, 명절엔 꼼짝없이 시댁에 가서 음식을 준비해야 하고, 손님이 오시면 손님상을 봐야하는 일이 저절로 따라왔다.

며느리들이 쭈그려앉아 송편을 빗고, 전을 부치고 있을때, 남자들은 안방에 앉아 TV나 보고 있는걸 보면 화도 나긴 한다.

 

직장에 다니다가 명절에 시댁에 가면 그렇게 피곤하다.

기름 냄새를 맡으며 일을 하다보면, 눈이 저절로 감겨질 정도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못하면 안되는 사람이기에, 몇절에도 몇 권의 책을 챙겨간다.

잠깐의 쉬는 시간이 있을때 책을 들여다 보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이번 추석엔 5일간의 연휴라,, 어떻게 해서라도 책 읽을 시간을 갖고 싶다.

 

이책을 읽고 싶어 검색했더니 아직 예약 판매중이다.

 

 

 

 

 

 

 

 

 

 

 

 

올 가을엔 유달리 시집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전에 예약주문한 이병률 시인의 시집도 빨리 받아봤으면 좋겠다.

이웃분의 블로그에서 윤성택 시인의 시 한편을 보고, 굉장한 느낌을 받았다.

 

 

 

 

 

 

 

 

 

 

 

 

 

 

명절에 읽을까 하고 챙겨놓은 책들이다.

<더 빨강>은 사춘기인 아이들과 같이 읽어도 좋을 책이라 기대하는 책이고, 스토리셀러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니 술술 읽힐거라 생각한다.

 

 

 

전부터 읽고 싶던 책이다.

일본에서는 4권까지 나왔다는데, 우리나라에서 4권까지 출간하면 읽어야 할지, 지금부터 차례로 읽어주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책이다.

 

 

 

 

 

 

 

 

 

 

 

 

 

 

 

 

 

 

 

 

 

 

드라마 <주군의 태양>을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책이 나와서 반갑다.

또한 영화 <관상> 원작도 나왔으니 호기심 가득이다.

 

 

이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명절 맞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어깨가 아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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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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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음악은 일상이다.

아침에 제일 먼저 눈을 뜬 다음 물 한 잔을 마시고 하는 일이 주방에 있는 라디오를 켜는 일이다. 라디오속에서 나오는 갖가지 사연들을 접하며, 우리의 삶의 모습은 다들 비슷비슷한 면이 있구나 하며 공감하게 된다. 예전에 들었던 한국가요들, 좋아했던 팝음악들, 최근에 자주 나오는 가요들을 흥겹게 따라 부르곤 한다. 일어나기 싫어 침대속에서 웅크렸던 지난날보다 라디오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이 무척 즐거운 일이다.

 

지금은 바쁜척하느라 많이 듣지 않지만, 한동안 연주곡에 빠져있었다.

클래식이나 우리가 뉴에이지 장르라고 표현한 음악들을, 책이 없으면 불안한 것처럼 그렇게 빠져 들었었다. 나의 일상은 책과 음악. 지금도 예전에 자주 들었던 연주곡들을 듣는다. 리처드 용재 오닐의 비올라 음악이 좋고, 최근 드라마에서 나오는 윤미래의 'Touch Love'를 즐겨듣는 요즘. 드라마에서 노래를 듣고, 휴대폰에서 듣고, 누군가 전화를 하면 들리는 벨소리로도 사용하고 있다. 김중혁 작가가 에세이 속에서 말했던 것처럼, 나도 음악을 듣느라 전화를 늦게 받고싶은 그런 곡이다. 나는 오늘도 노래로 하루를 시작했다.

 

한때 음악에 빠져 살았던 소설가 김중혁의 음악에 관한 에세이이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면, 먹는 건 친구들에게 선배들에게 얻어먹고, 오로지 음반을 샀던, 음악을 좋아한 김중혁의 에세이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중학교 때 처음 팝음악을 알게 돼, 음악사에서 음악을 테이프에 녹음해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하고, 지금은 음원을 틀었을때 가사도 나오지만, 그때는 일일이 팝음악 가사를 노트에 적어 놓곤 했었다. 영어를 한국어 발음으로 적어 노래를 따라불렀던 시절, 김중혁의 에세이를 읽다보니 웬지 그런 향수가 떠올랐다.

 

 

지금 아이들은 휴대폰에서, 아이팟 같은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지만, 우리는 테이프 세대였다. 그때 삼성에서 나온 'my my' 하나쯤 다 갖고 있던 시절이었다. 가난한 우리 집 사정에서 나도 그걸 갖고 있었던 걸 보면, 그만큼 대중적이었던 거지. 그때 들었던 팝음악을 지금에서도 듣고, 어쩌다가 라디오에서라도 흘러나오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다.

 

책을 읽는 사람에게 음악은 마치 자석처럼 딸려오는 것 같다.

책을 읽는 사람이나 책을 쓰는 사람이나, 음악을 들으며 읽었거나 음악을 들으며 썼다는 사람을 많이 보아왔다. 오히려 책을 쓰는 작가들 같은 경우, 음악을 너무너무 좋아하더라. 김중혁 작가 또한 여행을 할때도 아이팟에 음악을 담아가고, 글을 쓸때 음악과 함께하는 작가였다. 산문을 쓸때는 보컬곡도 괜찮지만, 집중해서 소설을 써야 할때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고 했다.

 

클래식이나 뉴에이지 음악을 들을때에 보컬이 들어간 곡을 몹시 듣고 싶은 때가 있다.

영화 '시라노 ; 연애조작단'을 보다가 나오는 곡을 듣고 너무 좋아, 그날 바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그 음악을 사랑하게 된 적도 있다. 그 음악은 지금 내 휴대폰의 개인 벨소리로 저장되어 있고, 마음이 우울하거나 몹시 음악이 듣고 싶을때, 몇번이고 재생하며 듣는 곡이 되었다. 그 음악은  '아그네스 발챠'의 'Aspri mera ke ye mas'란 곡으로 한국어로 표기하자면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되었네'란 곡이다. 낮게 울려퍼지는 메조 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챠의 목소리는 나를 따뜻하게 위로를 건넨다.

 

 

 

소설가 김중혁은 위의 사진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챕터로 음악들을 소개하는 산문을 썼다. 소설가 김중혁의 말처럼, 사실 음악은 계절을 많이 탄다. 봄이면 마음이 설레게 하는 노래가 듣고 싶고, 여름이면 바다가 생각나는 노래가 좋고, 가을이면 왠지 쓸쓸한 노래가 좋다. 겨울이면 우리를 따스하게 감싸줄 수 있는 노래가 좋은 걸 느낄수 있다. 각 계절에 맞게 노래를 선곡하고, 노래를 들으며 계절을 맞는 느낌들을 그대로 풀어냈다.

 

사람이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따뜻한 행동이 위로라고 생각한다. 위로는 죽으려는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모든 것에 환멸을 느낀 한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을 완전히 알지 못해도 위로할 수 있다. 나는 '위로'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위로'의 '로'는 애쓴다는 뜻이다.  (94페이지)

 

소설가 김중혁의 산문이 좋다.

그의 소설도 좋지만, 그의 산문은 그가 저 높은 곳에 있는 작가가 아닌 우리 곁에 있는 친근한 작가처럼 느껴진다. 그의 음악에 대한 애정, 위트있는 글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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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헤이스 두 번 죽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 34
마커스 세이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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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의 장소에서 눈을 떴을때, 자기가 왜 그곳에 있는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수 없을때 얼마나 막막할까. 지금까지 살아왔던 그 모든 것이 기억나지 않을때. 마치 세상이 끝난것처럼 느껴질것도 같다. 어떠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그것을 잊고자 기억상실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한 시기만 기억나지 않는 것과 과거의 자신의 모든 것이 기억나지 않을때, 너무너무 두려울것 같다. 자신을 안다고 다가오는 사람도 두렵고, 또한 한편으로는 의지하고 싶을것도 같다.

 

여태 많은 소설속에서, 영화속에서 기억을 잃고 괴로워하는 이들을 만났다.

마커스 세이키의 소설 『대니얼 헤이스 두 번 죽다』도 기억을 잃은 한 남자의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추리형식으로 그렸다. 제목도 책 속의 주인공이 두 번 죽는다는 섬찟한 내용이다. 대니얼 헤이스에게 어떤 일이 있었기에 두 번 씩이나 죽게되는 것일까. 표지 또한 남자의 얼굴 오른쪽으로 보이는 겹친 여성의 옆모습을 펼칠수 있는 표지다. 결국 여자때문이라는 건가.

 

한 남자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속에서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로 바닷가에서 깨어났다.

그곳이 어디인지, 자신이 왜 그곳에 누워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버려져 있는듯한  BMW의 차 속으로 들어갔다. 히터를 마음껏 올리고 추위를 견디고 있다가 이것저것 뒤져보니 그 차는 대니얼 헤이스라는 남자의 소유다. 현금 더미를 발견하고 차 소유자의 것인 듯한 옷을 입고 호텔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는 무의식적으로 TV 드라마를 보며, 드라마속에 나오는 집과 여자 주인공 에밀리 스위트가 아주 친근하게 느껴진다.

 

당분간 대니얼 헤이스라는 이름을 빌려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보안관을 만났고, 자신이 경찰에게 쫓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대니얼 헤이스란 이름을 검색해보니, 자신이 보았던 TV 드라마 속의 에밀리 스위트 역할을 했던 배우 레이니 세이어를 죽였을거라는 살인용의자라는 것이다. 또한 무의식적으로 찾았던 그 드라마의 배우가 사실은 자신의 아내라는 것.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고, 자신은 전혀 죽이지 않았을거라고 이야기하지만, 어쩐지 믿을수가 없다.

 

기억을 잃었다는 주인공, 어쩌면 살인자일지도 모르는 주인공이 찾아가는 과정은 아주 진부한 이야기이다. 그런 와중에 나오는 각 인물들은 우리를 쫑긋하게 귀기울이게 만든다. 대니얼 헤이스의 흔적을 찾는 사람들, 지우는 사람들이 대니얼 헤이스에게 어떤 인물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분명 대니얼 헤이스와 관련된 인물들일텐데 어떤 식으로 엮였을지 감을 잡기도 힘들다.

 

 

사람들의 타깃이 될수도 있는 배우. 연예인이 되기 위해 발목잡힌 일들, 책 속의 내용은 다분히 영화적이었다. 글을 쓰는 작가와 드라마로 인해 스타가 된 배우, 그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자신이 왜 기억을 잃었는지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들이 그랬다.

 

책 속에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기억해야 할 말들이 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느낀것은, '지난 한 주일 내내 내가 배운 게 있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거였어. 모든 순간에 선택을 한다는 거지. 과거는 이미 지나갔어. 기억은 꿈과 다름없이 허망하다는 거야. 실질적이고 진실된 유일한 건 현재야. 바로 그걸 배웠단 말이야.' (364 페이지) 이다. 이 책의 주된 주제를 반영하고 있는 대니얼 헤이스의 말이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선택한 일이라는 것.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모든 순간들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 간다는 것을 말해주는 작품이었다. 이런 말들 또한 너무도 진부한 말이지만, 가장 중요한 말이기도 하다. 과거를 바라보는 것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것보다,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게 우리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고, 과거를 이루기도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니얼의 친구인 변호사 소피가 말한 '인생은 빗방울이다.' 라는 말을 기억해야 할것 같다. 우리가 선택한 일이 한순간에 빗방울처럼 떨어져 내릴수도 있으니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을 기억속에 담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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