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자
실비아 플라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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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의 시 전집을 읽고 그녀의 삶과, 그녀의 삶에 대한 고통을 조금쯤은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실비아 플라스가 죽기 전, 빅토리아 루커스란 가명으로 출판된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 읽고 싶었다. 짧은 글로 된 시와 그녀의 내면을 이야기하는 소설에서는 실비아 플라스의 내면을 더 알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우울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왜 이렇게 비관적이 되는걸까.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실제로 자살까지 한 실비아 플라스는 소설 속에서도 끝없이 죽음을 생각하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신의 내면을 이야기한다.

 

사춘기 시절, 그리고 힘든 일이 생겼을때, 죽음을 생각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하고, 죽음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 법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는 걸 새삼 느껴졌다.

 

제목 『벨 자』는 '머리에 쓰는 종 모양의 유리관'이라고 하는 뜻을 지녔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의 머리엔 '벨 자' 가 씌여져 있다고 표현한 점에서, 미래에 대한 막막한 삶을 보여주는 것 같다.

 

에스더 그린우드는 여대에 다니다가 공모전에 입상해 뉴욕에서 머물며 잡지사의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예일대에 다니는 버디 윌러드는 어렸을때부터 알아온 친구다. 에스더는 버디의 위선자 적인 행동을 보며 자신은 절대 결혼하지 않을것이며 그를 멀리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에스더는, 식중독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 있을때, 위로 선물 속에서 단편 하나를 읽는데, 무화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다. 무화과 나무 사이에 있던 유대인 사내와 수녀가 꼭 버디와 자신 같았던 이야기였다. 자신의 인생이 소설속에 나오는 초록빛 무화과나무처럼 연상되었다. 심은지 얼마되지 않아도, 가지마다 탐스러운 무화과가 열리듯, 자신의 삶도 무화과처럼 그렇게 열리기를 바랬다.  

 

 

 

올봄, 밭에 무화과 나무를 심었다.

꽃샘추위를 견디고 땅아래로 뿌리를 내려 여름이 되자 잎이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꽃이어 무화과 열매가 맺혔다. 따 먹을 수는 없지만, 주렁주렁 열린 무화과 열매를 보고는, 나무든 사람이든 정성을 쏟으면 곱게 자라고 또 열매도 많이 맺는구나 싶었다. 첫 열매를 맺었을때 따 주어야 하지만, 열매가 신기해 아직까지 놔두고 있는데, 볼때마다 신기하다. 어쩌면 무화과 나무 열매는 우리의 젊음을 닮은 듯도 하다. 몇년 사이에 청춘이 활짝 피어 있듯, 그렇게 열매를 맺는 걸 보면 말이다. 곧이어 시간이 지나고 쪼글쪼글해지며 검게 변해 곧 떨어져 버리는 무화과를 보며,  에스더는 무화가 열매를 보며 자신의 젊음, 자신의 인생을 비춰 생각했던것 같다.  

 

실비아 플라스는, 그녀의 시詩에서도 그랬지만, 자전적 소설 속에서도 신화속에서 이야기를 가져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비아 플라스가 자살하지 않고 오래도록 살았다면 어땠을까. 우울과 고통이 함께한 자신의 인생을 다른 것으로 풀었다면 어땠을까. 너무도 짧은 그녀의 삶,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마음은 안타까움이었다.  

 

나쁜 꿈.

벨 자 안에 있는 사람에게, 죽은 아기처럼 텅 비고 멈춰버린 사람에게 세상은 그 자체가 나쁜 꿈인 것을.

나쁜 꿈.   (315 페이지)

 

나는 깊이 숨을 쉬고 예전 같은 심장박동 소리에 귀 기울였다.

나는 살아 있다. 나는살아 있다. 나는 살아 있다.  (324 페이지)

 

종 모양의 유리관이 우리의 머리 위에 있어 우리의 삶을 압박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작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에 대한 막막함과 불안함을 드러낸 글이었다. 그런 생각들이 그녀의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어쩌면, 더 살고 싶다고 말하는 손내밈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살아보면 그래도 행복한 날이 있었을텐데. 에스더의 이야기는 아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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