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삼성출판사 판으로 읽었던 한국문학전집이 생각난다.

화사한 표지로 30권 정도 되는 책을 한질 구입해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있다.

세계문학전집도 자꾸 눈에 뛰게 하더니,

이번에 보니 한국문학전집도 1차분 20권이 문학동네에서 출판되었다.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나라 문학 작품을 단권으로 자주 구입해 읽고는 하지만, 이처럼 전집으로 나오니 더 가치있게 보인다.

작품의 표지를 살펴봐도 상당히 고급스럽다.

 

 

 

 

 

 

 

 

 

 

 

 

 

 

 

 

 

 

 

 

 

 

 

 

 

 

 

 

 

 

 

 

표지만으로도 상당히 호감가는 책이다.  

20권의 책중 내가 읽었던 책은 가만보니 몇 권 되지 않는다.

 

또한 책들을 살펴보니 한국고전문학전집도 보여 반갑다.

학창시절에 의무적으로 읽었던 고전문학이 아니던가.

 

 

 

 

 

 

 

 

 

 

 

 

 

 

 

 

 

 

 

 

 

 

 

책들이 참 고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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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바다를 지날 때
진주 지음 / 로코코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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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그렇다. 어느 순간 바람처럼 다가와 온 마음에 스미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미처 사랑을 깨닫기도 전에 함께 하며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이의 사랑이 어떻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그러고보면 사랑은 참 비슷한 모습이면서도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내가 해왔던 사랑도 그렇고 다른 이의 사랑을 보아도 사랑은 참 간단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고보면 진주 작가의 작품 속 사랑은 잔잔함을 가장한 격랑을 품고 있다.

사랑이 어떻게 잔잔하기만 할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상대방의 모든 것에 모든 감각이 향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아픔을 품고 있어도 사랑으로 그 아픔과 상처가 치유될 수도 있다. 진주 작가의 작품 속 여자주인공 들은 하나 같이 아픔이 없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아픔을 가진 주인공이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들의 사랑은 격랑을 헤쳐나가 잔잔한 파도를 탈때까지 무심하고도 격정적인 사랑을 하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의 남우도 그렇고, 『꽃송아리』의 연이도 그랬다. 아픔을 지니고 있는 주인공들이었지만, 오롯한 사랑을 받음으로 인해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지 않았던가. 아, 그러고 보니 나도 은연중에 작가의 작품속 주인공들의 비슷한 모습을 기다려왔던가. 그렇게 많은 인물이 아닌데도 그렇게 느끼고 말았으니.

 

사람마다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데, 『바람이 바다를 지날 때』속의 수안도 아픔을 가지고 있다. 소설 속에서 많이 보아왔지만, 실제로 좀 산다는 사람들에게서는 많이 일어나는 일이기도 한 일. 아름다운 배우였지만 욕심이 많았던 엄마때문에, 또는 엄마의 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 모든 죄를 대신 집어 쓰고, 집안에서 죄인처럼 살아가는 이가 수안이다. 자신의 다른 삶일 결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사랑을 위해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집안의 이익을 위해 결혼시키려는 할머니의 뜻을 거절하지 못한다. 수안은 그게 자신이 살아가는 방법이었고, 조금이나마 엄마의 죄를 씻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이 어디 그렇던가. 사랑하지도 않은 사람과의 정략결혼전에, 자꾸 눈길이 가는 사람과 불타는 사랑을 해야겠다 하는데, 그 사람과의 마지막을 무 자르듯 자를 수 있냐 말이다. 한번 사랑에 빠져버리면, 그 사람의 다정함을 알아버렸는데 그 사랑을 버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수안에게 깊이 빠져버린 체이스를, 체이스에게 빠져버린 수안은 이제 다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순전히 자신 스스로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게 된 것이다.  

 

 

 

 

갓 태어난 인간은 형태 없는 찰흙 덩이에 불과하다. 어떻게 만져지느냐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사랑과 관심 속에서 자란 아이는 올곧은 인간이 되고, 늑대의 무리에 섞여 자란 아이는 늑대가 된다. 그건 내재된 본성과는 무관한, 단지 처한 환경의 상이함이 만들어 낸 차이에 불과하다. 들판에 뿌리 내린 씨앗은 메꽃이 되고, 해변에 뿌리 내린 씨앗은 갯메꽃이 되는 것처럼. 그래서 생명은 위대하고, 또한 그래서 생명은 나약하다.  (330페이지)

 

사실 『바람이 바다를 지날 때』의 스토리는 아주 사랑스럽지만은 않다. 사랑을 시작할 때의 그 가슴떨리는 설렘도 부족한 듯도 하다. 하지만 수안의 체이스를 향한 마음, 체이스가 수안을 향하는 마음을 표현한 문장들이 정말 좋다. 윗 글에서의 갯메꽃의 표현도 좋고, 문학 작품을 사랑하는 작가의 모든 마음들이 수안에게 투영되어 있다.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하려 바다가 내다보이는 큰 창을 만든 도서관 속에서 마음의 위로를 찾았던 것처럼 말이다. 도서관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문학 작품을 가슴 깊이 받아들였던 그 마음들이 보였다.

 

진주 작가의 글은 심연 속을 걷는 것처럼 느껴진다. 깊게 침잠한 심연 속에서 작가가 말하는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그저 마음이 저려온다. 남해의 햇살에 반짝이던 짙푸른 바다가 생각났다. 반짝이는 빛에 반사된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남해 냄새가 나던 곳, 햇살마져 남해 만의 햇살이 비추던 그 곳, 바다가 생각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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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자크 보세 지음, 기욤 드 로비에 사진, 이섬민 옮김 / 다빈치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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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생애의 첫 도서관은 초등학교의 도서관이었다.

교실 한칸에 자리한 책장 속에 책이 가득했던 곳,  가운데 탁자가 있었고 푹신한 의자가 있었으며 그곳은 햇살이 환하게 내리비치는 곳이었다. 나의 첫 도서관인 초등학교 도서관은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사진처럼 기억나는 곳이다. 책장 가득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면 나는 늘 그곳이 그립다. 책을 다시 찾아 읽으면서 내가 한 습관은 책을 쌓아놓고 있다가 책장을 들여놓는 일이었다. 거실의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보며 나는 우리집을 도서관처럼 꾸미고 싶었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는 즐거움이 상당히 크다. 그것을 실제로 보지 못하고, 사진으로 책속으로 위안을 삼는 경우가 있듯 말이다. 우연히 아는 분의 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2012년도에 발간된 책이 절판되어 버렸고, 책을 원하는 분들의 성화에 힘입어 예약구매한 독자들을 위해 새로 출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책의 표지 사진만으로도 너무 아름다운 도서관이었고, 내가 책을 좋아한만큼, 책이 있는 도서관의 아름다움을 만나고 싶었다.

 

혹시나 발간이 안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시간이 되어 책이 내게로 온 날 무척이나 행복하였다. 몇십 권의 책을 선물받은 만큼이나.

 

 

 

좌, 파리 마자랭 도서관  우, 영국 맨체스터 존 라인런즈 도서관

 

베네딕트회 수사들에게 있어서 도서관 없는 수도원은 '무기 없는 요새'와 같았다. (24페이지)고 했다. 또한 스위스의 장크트갈렌 대수도원 도서관의 금빛 쇠시리로 장식된 육중한 출입문 위에는 '영혼의 요양소'라는 뜻의 그리스어 명문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이는 1세기에 시치리아의 역사가 디오도로스 시켈리오테스가 람세스 2세의 '책의 집'을 설명하면서 사용한 표현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책이란 것은 우리들에게 그렇듯 영혼을 요양할 수 있는 곳이며, 우리의 마음을 숨길 수있는 요새이기도 하다. 사실 몹시 우울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때 책 속의 내용에 파묻여 있다보면 우리는 시름을 잊는다. '책의 집'인 도서관의 서가 사이를 걸어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서가의 오래된 책 냄새와 새로운 책들의 잉크 냄새에 책들의 제목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좌, 체코국립도서관    우, 워싱턴D.C. 국회도서관

 

 

도서관의 역사는 글쓰기의 도래와 거의 함께한다고 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도서관들은 이 책의 사진에서처럼 아름답거나 웅장하지는 않다. 순전히 실리에 의해 지어진 건물일 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되는 대도서관들은 모두 특권층을 위해 세워진 것이라고 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아름다운 도서관들은 건축과 장식이 모두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이를테면 대수도원의 아름다운 도서관들이 압도적이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장식품 하나에도 온갖 정성을 기울였고, 천장화도 감동 그 자체였다.

 

위의 사진중 존 라인런즈 도서관의 경우는 엔리케타 라인런즈가 남편의 사망으로 받은 거액의 유산으로 남편을 위한 유용하고도 참신한 기념물을 짓기로 했고, 남편을 기리기 위해 지은 도서관이다. 호화롭지만 검박하고, 신고딕식이지만 모던한 건축 양식인 이 도서관은 부부상이 양쪽 끝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기도 하다. 애틋한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장크트갈렌 대수도원 도서관

 

애서가들의 책사랑은 그런 곳들을 감상하고 이용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책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은 책을 소유하려 한다. 아름다운 책을 언하는 애호가들이 남들은 구하지 못한 것을 찾아 서점과 경매장을 헤집고 다니는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이다.  (112페이지)

 

윗글에서처럼, 읽고 싶은 절판된 책을 구하기 위해 헌책방을 뒤져본 사람들은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유명하다는 다른 지방으로 전화해 책을 찾아보기도 했었다. 우리가 생전 구경해보지도 못한 책을 간직한 곳, 200년이 넘은 웅장함을 자랑하는 도서관을 책으로나마 먼저 만나보게 되어 감동이었다.

 

세계적으로 오랜 역사를 지녔으며 훌륭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스물세 곳의 도서관을 소개하며 '책의 집'에 관련된 오래된 역사와 책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서관의 설립 과정등을 담은 책이다. 이 책 한 권 만으로도 도서관의 역사와 아름다운 도서관에 발디딘 것같은 흡족함이 든다. 그곳을 다녀온 느낌과 아름다운 건축물과 책냄새가 풍겨나오는 곳을 한없이 거닐고 있었던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 책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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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살림)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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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사랑하는 이를 남겨두고 가야하는 마음에 잠못 이루기도 할 것이고, 왜 나여야만 했는지 원망도 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 그런 시련이 왔다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삶에 대해 정리해야 하는 시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아무것도 못해주고, 상실감을 맛봐야 하는 터에 자신의 죽음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 꿈같은 삶을 산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윌 트레이너로 잘나가던 젊은 사업가에서 한 순간의 불의의 사고로 휠체어에 갇혀사는 사지마비환자가 되었다. 그의 모든 삶, 미래 등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꼼짝없이 누워지내야 하는 그에게 한줄기 빛처럼 다가온 이가 있었으니, 자신의 간병인으로 온 루이자 클라크라는 여자다.

 

루이자 클라크, 고성이 있는 곳의 카페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했지만, 카페 문을 닫겠다는 사장의 말에 직장을 잃었다. 자신의 수입으로 가족이 살아가고 있는데 어떤 곳이든 직장을 구해야만 했다. 그녀에게 다가온 직업은 한 남자를 간병해야 하는 일이다. 면접을 보기로 한 곳에 갔더니 나이든 노인이 아닌 젊은 남자가 휠체어에 누워 있었다. 까칠하고 도도한 남자를 6개월 계약으로 간병하기로 했다.

 

윌 트레이너는 삶을 포기한 남자였다. 그토록 활기차게 일하고 움직였던 그가 휠체어에 갇혀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에 그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7년을 사귄 애인이 있었지만, 루는 윌의 곁에서 그를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루는 윌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왜 자신이 6개월 한시적 간병인으로 고용되었는지, 자신의 역할을 알아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루는 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용감하게 부딪히고,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있다는 그 자체로도 존귀한 일이다.

자신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슬프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또한 죽음이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 생명이 다해 죽는게 아니라 자신이 죽음을 선택해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곳도 있다는게 나는 충격이었다.

 

새삼 얼마전에 식물인간이 된 어느 할머니의 생명을 놓고 왈가왈부 했었던 일이 생각이 났다. 아직은 생명이 있는 사람에게 죽음을 선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다. 스스로 생명이 다하면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생명을 인위적으로 없앤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윌 트레이너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가려 했던 곳은 스위스에 있는 병원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도와주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도 놀라웠다. 어쩌면 이런 곳이 있을수 있단 말인가. 각 국가마다 생명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스위스의 디그니타스 병원이라는 곳이 존재하고, 그 곳이 안락사를 지원하는 병원이란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가족이 안락사로 죽기를 바라겠는가. 아무리 고통이 심해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 생명이 있다는 것, 사는 게 고통스러워 포기한 삶이지만, 어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웃을 수 있는 일이 자꾸 생겨난다면 자신에게 생명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지 못하는 것인가. 소설속 상황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책을 읽는 일이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너무도 가슴이 아파 꺽꺽 울어댔다.

 

책을 읽으면서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었고, 고통스러울 만큼의 감동이 있었던 로맨스 소설이었다. 사람의 생명에 대한 생각과, 마음으로 품어주는 사랑에 대한 생각을 갖게 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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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주문합니다 세트 - 전2권 당신을 주문합니다
플아다 지음 / 청어람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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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먹으려고 준비하는 요리는 요리에 사랑이 담겨 있어 마치 사랑을 입으로먹는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하는 요리도 마찬가지이다. 나중에 다른 집의 음식을 먹어보고는 그때 왜 우리는 엄마가 해주는 요리가 제일 맛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하는 것, 바로 엄마의 정성이 들어갔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만약 우울하거나 슬플때 요리를 하게 되면 그 맛은 우울하고도 슬픈 맛이 나기 마련이다.

 

이는 오래전에 읽은 소설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도 그렇다. 막내딸은 독신으로 엄마를 돌봐야 한다는 것 때문에 페드로를 사랑했지만 결혼하지 못하고 형부가 된 페드로를 생각하며 만든 열두 가지의 요리들은 티타의 마음처럼 섹시하고 달콤한 요리였었다. 또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이에게 음식을 해주고, 아픔을 잊기 위해 음식을 만드는 곳, 부엌에서 요리를 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료했던 이야기였다. 그 외에도 내가 읽은 모든 요리 관련 소설들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이 들어있기에 왠지 더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바로 이 책 플아다의 『당신을 주문합니다』처럼 말이다.

 

플아다의 『당신을 주문합니다』또한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요리를 하는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여자였다면 『당신을 주문합니다』에서는 남자다. 그것도 아주 키가 크고 잘생셨으며, 머리가 약간 큰 남자 말이다. 아주아주 쬐그만 여자애는 이 남자를 가리켜 대갈장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요리와 먹음직스럽게 꾸며낸 것 하며, 맛도 기가 막히다. 더군다나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요리를 한다는 게, 이런 멋진 남자 있으면 나도 달려가고 싶게 만들었다. 그만큼 요리잘하는 책속의 남자는 매혹적이었다.

 

대부분의 로맨스의 시작이 그렇듯, 동생의 도시락 심부름때문에 플아다 FL-ADA 라는 곳으로 직접 도시락을 챙기러 갔던 박송아는 아틀리에의 요리하는 남자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도시락 가게 플아다의 사장인 여국대와 비룡씨, 수리씨 등 세 남자는 도시락 주문이 들어오면 이처럼 100인분, 50인분의 요리들을 뚝딱 만들어내는 곳이다. 광고회사에서 하루 열두시간씩 일했던 송아는 이곳 아틀리에 플아다가 편안하게 느껴진다. 1년간 다녔던 광고회사를 때려치고 다시 나간 광고회사에서도 늘 플아다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물론 플아다가 그리운게 아니고 그곳에 그리운 사람을 남겨놓고 왔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눈을 마주할 땐, 어김없이 상대방의 눈이 갓 닦은 유리창처럼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그 눈동자에 마주한 사람의 상이 맺히기 때문이다. 이를 '눈부처'라고 한다. (1권, 231페이지) 

 

 

 

 

오늘 만난 이 사람에게 운명을 느끼는 이유는, 과거 어느 날의 내가 느낌이 좋았던 어떤 사람을 스쳤기 때문이다.  (1권, 209페이지) 사랑은 이처럼 운명처럼 다가오기 마련이다. 만나며 좋아지는 사람도 많지만 어느 한 순간에 반해버리는 사랑도 분명 있다. 여국대와 박송아가 그랬고, 나 또한 그랬으니까. 그 콩깍지가 벗어진게 몇년 쯤 지났지만, 사랑이야기는 이처럼 사람을 웃게 만들고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 때문에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마치 핑퐁 게임을 하듯 이들이 하는 사랑은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좋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하도 킬킬 거렸더니 옆에서 신랑은 이상한 사람 쳐다보듯 할 정도로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수제 도시락을 만드는 아틀리에에서 요리를 하며 사랑도 하고, 이들의 대화가 통통 튀어서 재미있었던 1권에 반해, 2권은 다소 지루함을 느꼈다. 소설 구성의 3요소가 인물, 사건, 배경이라고 하는데 2권에서는 사건을 너무 길게 다루었다. 물론 송아의 어린시절과 맞물린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고, 국대가 표현하기를 자신의 어머니는 마녀같기도 하고 소녀같기도 한 그 성격을 알려줄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리 씨와 이어진 사람들의 행동도 나올 수 밖에 없는 시점이긴 한데, 내가 제일 이해할 수 없었던 인물은 역시 국대 씨의 어머니였다. 이런 사람이 지금도 존재하려나 싶을 정도로 과한 행동을 보여주었다. 송아가 국대 씨 어머니에게 마음을 열게 했던 행동을 처음부터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

 

사랑은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 소설로 인해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다.

사랑하게 되면 웃기도 하지만, 눈물로 흘린다는 것을. 슬픔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기쁨의 눈물도 흘린다는 것을 나타내주었다.

 

나도 나를 위해 요리하는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남자의 멋진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싶게 만들었다. 우리집 남자도 주말이면 우리를 위해 요리하는데, 왜 소설 속의 여국대만큼 그렇게 멋지지 못하냔 말이지. 여국대만큼 훤칠하지도 않고 멋지지도 않지만, 그래도 뒤에서 가만히 안아줘야겠다. 송아가 국대를 안아주었듯, 커다란 국대가 쬐그만 송아를 품어주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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