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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자크 보세 지음, 기욤 드 로비에 사진, 이섬민 옮김 / 다빈치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내 생애의 첫
도서관은 초등학교의 도서관이었다.
교실 한칸에 자리한
책장 속에 책이 가득했던 곳, 가운데 탁자가 있었고 푹신한 의자가 있었으며 그곳은 햇살이 환하게 내리비치는 곳이었다. 나의 첫 도서관인
초등학교 도서관은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사진처럼 기억나는 곳이다. 책장 가득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면
나는 늘 그곳이 그립다. 책을 다시 찾아 읽으면서 내가 한 습관은 책을 쌓아놓고 있다가 책장을 들여놓는 일이었다. 거실의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보며 나는 우리집을 도서관처럼 꾸미고 싶었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는 즐거움이 상당히 크다. 그것을 실제로 보지 못하고, 사진으로 책속으로 위안을 삼는 경우가 있듯 말이다. 우연히
아는 분의 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2012년도에 발간된 책이 절판되어 버렸고, 책을 원하는 분들의 성화에 힘입어 예약구매한 독자들을 위해
새로 출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책의 표지 사진만으로도 너무 아름다운 도서관이었고, 내가 책을 좋아한만큼, 책이 있는 도서관의 아름다움을 만나고
싶었다.
혹시나 발간이
안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시간이 되어 책이 내게로 온 날 무척이나 행복하였다. 몇십 권의 책을 선물받은 만큼이나.
좌, 파리 마자랭 도서관 우,
영국 맨체스터 존 라인런즈 도서관
베네딕트회
수사들에게 있어서 도서관 없는 수도원은 '무기 없는 요새'와 같았다. (24페이지)고 했다. 또한 스위스의 장크트갈렌 대수도원 도서관의 금빛
쇠시리로 장식된 육중한 출입문 위에는 '영혼의 요양소'라는 뜻의 그리스어 명문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이는 1세기에 시치리아의 역사가 디오도로스
시켈리오테스가 람세스 2세의 '책의 집'을 설명하면서 사용한 표현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책이란 것은
우리들에게 그렇듯 영혼을 요양할 수 있는 곳이며, 우리의 마음을 숨길 수있는 요새이기도 하다. 사실 몹시 우울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때 책 속의
내용에 파묻여 있다보면 우리는 시름을 잊는다. '책의 집'인 도서관의 서가 사이를 걸어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서가의 오래된 책 냄새와 새로운
책들의 잉크 냄새에 책들의 제목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좌, 체코국립도서관 우, 워싱턴D.C.
국회도서관
도서관의 역사는
글쓰기의 도래와 거의 함께한다고 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도서관들은 이 책의 사진에서처럼 아름답거나 웅장하지는 않다. 순전히 실리에 의해 지어진 건물일 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되는 대도서관들은 모두 특권층을 위해 세워진 것이라고 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아름다운 도서관들은 건축과 장식이 모두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이를테면 대수도원의 아름다운 도서관들이 압도적이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장식품 하나에도 온갖 정성을 기울였고, 천장화도 감동 그
자체였다.
위의 사진중 존
라인런즈 도서관의 경우는 엔리케타 라인런즈가 남편의 사망으로 받은 거액의 유산으로 남편을 위한 유용하고도 참신한 기념물을 짓기로 했고, 남편을
기리기 위해 지은 도서관이다. 호화롭지만 검박하고, 신고딕식이지만 모던한 건축 양식인 이 도서관은 부부상이 양쪽 끝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기도
하다. 애틋한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장크트갈렌 대수도원 도서관
애서가들의 책사랑은 그런 곳들을 감상하고 이용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책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은 책을
소유하려 한다. 아름다운 책을 언하는 애호가들이 남들은 구하지 못한 것을 찾아 서점과 경매장을 헤집고 다니는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이다. (112페이지)
윗글에서처럼, 읽고
싶은 절판된 책을 구하기 위해 헌책방을 뒤져본 사람들은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유명하다는 다른 지방으로 전화해 책을 찾아보기도
했었다. 우리가 생전 구경해보지도 못한 책을 간직한 곳, 200년이 넘은 웅장함을 자랑하는 도서관을 책으로나마 먼저 만나보게 되어 감동이었다.
세계적으로 오랜
역사를 지녔으며 훌륭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스물세 곳의 도서관을 소개하며 '책의 집'에 관련된 오래된 역사와 책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서관의 설립
과정등을 담은 책이다. 이 책 한 권 만으로도 도서관의 역사와 아름다운 도서관에 발디딘 것같은 흡족함이 든다. 그곳을 다녀온 느낌과 아름다운
건축물과 책냄새가 풍겨나오는 곳을 한없이 거닐고 있었던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 책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