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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주문합니다 세트 - 전2권 ㅣ 당신을 주문합니다
플아다 지음 / 청어람 / 2014년 1월
평점 :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먹으려고 준비하는 요리는 요리에 사랑이 담겨 있어 마치 사랑을 입으로먹는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하는 요리도 마찬가지이다. 나중에 다른 집의 음식을 먹어보고는 그때 왜 우리는 엄마가 해주는 요리가 제일 맛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하는 것, 바로 엄마의 정성이 들어갔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만약 우울하거나 슬플때 요리를 하게 되면 그 맛은 우울하고도 슬픈 맛이 나기 마련이다.
이는 오래전에 읽은 소설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도 그렇다. 막내딸은 독신으로 엄마를 돌봐야 한다는 것 때문에 페드로를 사랑했지만 결혼하지 못하고 형부가 된 페드로를 생각하며 만든 열두 가지의 요리들은 티타의 마음처럼 섹시하고 달콤한 요리였었다. 또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이에게 음식을 해주고, 아픔을 잊기 위해 음식을 만드는 곳, 부엌에서 요리를 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료했던 이야기였다. 그 외에도 내가 읽은 모든 요리 관련 소설들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이 들어있기에 왠지 더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바로 이 책 플아다의 『당신을 주문합니다』처럼 말이다.
플아다의 『당신을 주문합니다』또한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요리를 하는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여자였다면 『당신을 주문합니다』에서는 남자다. 그것도 아주 키가 크고 잘생셨으며, 머리가 약간 큰 남자 말이다. 아주아주 쬐그만 여자애는 이 남자를 가리켜 대갈장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요리와 먹음직스럽게 꾸며낸 것 하며, 맛도 기가 막히다. 더군다나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요리를 한다는 게, 이런 멋진 남자 있으면 나도 달려가고 싶게 만들었다. 그만큼 요리잘하는 책속의 남자는 매혹적이었다.
대부분의 로맨스의 시작이 그렇듯, 동생의 도시락 심부름때문에 플아다 FL-ADA 라는 곳으로 직접 도시락을 챙기러 갔던 박송아는 아틀리에의 요리하는 남자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도시락 가게 플아다의 사장인 여국대와 비룡씨, 수리씨 등 세 남자는 도시락 주문이 들어오면 이처럼 100인분, 50인분의 요리들을 뚝딱 만들어내는 곳이다. 광고회사에서 하루 열두시간씩 일했던 송아는 이곳 아틀리에 플아다가 편안하게 느껴진다. 1년간 다녔던 광고회사를 때려치고 다시 나간 광고회사에서도 늘 플아다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물론 플아다가 그리운게 아니고 그곳에 그리운 사람을 남겨놓고 왔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눈을 마주할 땐, 어김없이 상대방의 눈이 갓 닦은 유리창처럼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그 눈동자에 마주한 사람의 상이 맺히기 때문이다. 이를 '눈부처'라고 한다. (1권, 231페이지)

오늘 만난 이 사람에게 운명을 느끼는 이유는, 과거 어느 날의 내가 느낌이 좋았던 어떤 사람을 스쳤기 때문이다. (1권, 209페이지) 사랑은 이처럼 운명처럼 다가오기 마련이다. 만나며 좋아지는 사람도 많지만 어느 한 순간에 반해버리는 사랑도 분명 있다. 여국대와 박송아가 그랬고, 나 또한 그랬으니까. 그 콩깍지가 벗어진게 몇년 쯤 지났지만, 사랑이야기는 이처럼 사람을 웃게 만들고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 때문에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마치 핑퐁 게임을 하듯 이들이 하는 사랑은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좋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하도 킬킬 거렸더니 옆에서 신랑은 이상한 사람 쳐다보듯 할 정도로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수제 도시락을 만드는 아틀리에에서 요리를 하며 사랑도 하고, 이들의 대화가 통통 튀어서 재미있었던 1권에 반해, 2권은 다소 지루함을 느꼈다. 소설 구성의 3요소가 인물, 사건, 배경이라고 하는데 2권에서는 사건을 너무 길게 다루었다. 물론 송아의 어린시절과 맞물린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고, 국대가 표현하기를 자신의 어머니는 마녀같기도 하고 소녀같기도 한 그 성격을 알려줄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리 씨와 이어진 사람들의 행동도 나올 수 밖에 없는 시점이긴 한데, 내가 제일 이해할 수 없었던 인물은 역시 국대 씨의 어머니였다. 이런 사람이 지금도 존재하려나 싶을 정도로 과한 행동을 보여주었다. 송아가 국대 씨 어머니에게 마음을 열게 했던 행동을 처음부터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
사랑은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 소설로 인해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다.
사랑하게 되면 웃기도 하지만, 눈물로 흘린다는 것을. 슬픔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기쁨의 눈물도 흘린다는 것을 나타내주었다.
나도 나를 위해 요리하는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남자의 멋진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싶게 만들었다. 우리집 남자도 주말이면 우리를 위해 요리하는데, 왜 소설 속의 여국대만큼 그렇게 멋지지 못하냔 말이지. 여국대만큼 훤칠하지도 않고 멋지지도 않지만, 그래도 뒤에서 가만히 안아줘야겠다. 송아가 국대를 안아주었듯, 커다란 국대가 쬐그만 송아를 품어주었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