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을 꽤 오랜만에 읽었다. 단편 만을 읽었기에 장편을 구매해두고 읽으려고 했으나 아직까지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이 책은 구입한지 일년이 가까워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웃 분의 리뷰에서 이 책을 발견했기 때문에 얼른 읽고 싶었다. 보라색의 패브릭 양장본으로 고급스러움이 더해 녹색광선이라는 출판사에 대한 호감지수가 높아졌다.

 

30년간의 교수생활을 기념하여 어문학자들이 헌정한 기념 문집 발간후 그 첫 권은 전기문과도 같다. 그 책 속에 밝혀진 내용은 진실이나 본질적인 내용이 들어있지 않아 비밀로 간직해두었던 감정의 고백으로부터 이 소설은 시작된다.

 

 

 

 

장교나 선원,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던 롤란트는 베를린 대학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공부만큼은 마쳐야 한다는 아버지의 바람을 거부하지 못해서였다. 수업시간은 도저히 참기 힘들었고 베를린에서 그는 자유로웠다. 학문의 세계와는 담쌓은 그의 생활을 목격한 아버지는 작은 대학으로 갈 것을 바랐다. 영어영문학과 선생님을 찾아 지정된 장소를 찾아가 강의실에 들어섰다. 학생들과 하나가 되어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교수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옴짝달싹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심장이 찔린 것 같은 느낌이었지요. 내 자신이 스스로의 열정을 동원해 감각을 고양시킬 수는 있었지만, 내가 한 인간에게, 선생님에게 사로잡힌 것은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것은 나의 의무인 동시에 기쁨이었습니다. (46페이지)

 

이로써 롤란트는 그 교수에게서 빛의 광채가 나는 걸 목격했다. 교수의 집 위층에 세를 얻어 교수와 가까이에서 생활하게 되었는데, 교수의 저작이 이십 년전에 멈춰져 있다는 걸 알고 그의 저작을 위해 받아쓰겠다는 수고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오로지 자기를 위해서라도 써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롤란트와 교수는 밤마다 모여 교수가 불러주는 글을 받아쓰는 작업을 하게 된다. 어떤 날은 열정적인 젊은 교수의 모습을 하고 어떤 날은 몹시 상심한 듯한 노인의 얼굴의 교수를 롤란트는 그에게 어떠한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때때로 열정적이었다가 혹은 말도 없이 어딘가로 사라져버리는 교수에 대한 감정이 혼란스러워지는 건 당연했다. 교수가 사라졌을때 교수의 아내와 함께 어울리기도 했었는데 교수가 그의 아내를 대하는 방식 또한 여러모로 의심스러웠다. 교수나 그의 아내나 롤란트에게 고백의 말을 하려했다가도 망설이는 이유 또한 짐작하였다. 그가 받을 상처를 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나중에야 교수의 고백을 듣게 되는데, 조금쯤은 예상했던 결과였다. 청춘의 시절은 이처럼 열정적이면서도 금지된 것들을 찾아 헤맨다. 그 또한 인정하는 바다. 그러고보면 아무리 감추고 싶은 비밀일지라도 그것이 탄로나기를 바라는 것도 같다. 누군가 자기 비밀을 말하여 주기를, 그래서 자기를 이해해 주기를 바란 것이다.  

 

 

 

사실, 청춘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서 아름다움을 꾸밀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청춘의 힘은 활력이 지나치게 넘쳐흘러서 비극적인 것으로 치닫기도 하고,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피를 달콤하게 흠뻑 빨아들이기까지 합니다. 또, 그런 이유로 정신적 고뇌 속에서도 청춘은 위험을 받아들이고 형제 같은 마음으로 내민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87페이지)

 

200페이지의 비교적 짧은 소설이다. 청춘의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적절하게 묘사하였는데, 이미 나이가 든 우리는 롤란트의 감정적 혼란에 조금쯤은 이해할 수가 있다. 그가 60세의 생일에 맞춰 발간된 기념 문집을 보고는 그 또한 감춰두었던 비밀을 고백하고 싶었던 것 또한. 한때의 스치고 간 감정일지라도 삶을 살아가는 오랜 시간동안 마음 한구석에 있었을 감정들을 언젠가는 인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또한 청춘의 기록이므로.  

 

섬세한 감정을 다룬 심리 묘사가 압권이었다. 이제 시간을 내어 그의 작품 『초조한 마음』을 읽어볼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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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노래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1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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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 소설을 읽고 다시 읽었다. 그러니까 6 년 전 내가 제대로 읽었던가 싶을 정도로 이 소설의 내용이 낯설었다. 책을 다 읽고 느낀 점은 그때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구나. 이해했더라도 나의 감정이 아니라 여겼었다는 걸 알았다. 왜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을까. 작가의 소설은 이토록 감동적인데 말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같은 책을 여러 번 꺼내읽는가 보다.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지상의 노래』는 이승우 작가의 여느 작품들처럼 종교와 성경, 그것에 역사적인 사건을 드러내어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민낯을 보여준다. 이 소설이 가진 이야기는 여러 갈래다. 여러 갈래가 하나의 이야기로 합해지며 커다란 감동을 준다.

 

 

 

소설은 천산의 벽서로 부터 시작된다. 강영호의 유고집을 준비하던 강상호가 형이 준비했던 수도원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사진 여러 장을 발견하고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책 속의 장소를 다 갈수는 없었고 몇 곳을 둘러보았는데 천산 수도원이 그 중의 한 곳이었다. 헤브론 성 혹은 하늘집이라 불린 그곳은 ㄹ 자를 두 개 이어붙인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곳의 벽에는 성경이 필사되어 있고 색깔을 입혀 쓰기도 했다. 교회사 강사는 이 천산 벽서를 가리켜 '켈스의 책'과 비견할 수 있다고 했다. '켈스의 책'은 여러 개의 물감으로 직접 복음서를 베껴 썼다.  

 

 

이제 소설은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흘러간다. 박 중위를 칼로 찌르고 아버지를 따라 하늘집으로 오게 된 후는 그곳에서 성경을 베껴 쓰는 필사를 하게 되며 진정한 형제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성경을 읽으며 과거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떠올리는데 암논과 다말, 그리고 압살롬에게 일어난 일들을 다룬 내용을 보며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윗에게는 압살롬이라는 아들이 있었으며 그의 누이 다말은 매우 아름다웠다. 다윗의 다른 아들인 암논은 이복동생인 다말에게 반하여 그녀를 취했다. 그녀를 취한 암논은 다말을 버렸고, 다말의 친 오빠인 압살롬은 그녀를 보호하다가 암논에게 복수를 하였다. 압살롬은 태어난 딸들 중 하나에게 다말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성경에서 후는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성경이 우리를 비추는 거울임을. 성경의 압살롬에게서 자신을 보았다.

 

 

성경이 비추지 못하는 것, 비출 수 없는 것은 없다..... 거울을 들여다볼수록 형제는 거울이 아니라 형제를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성경을 읽을수록 형제는 성경이 아니라 형제를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129페이지)

 

 

군인들이 들어와 수도원의 형제들을 반 이상 걸러내어 후가 나가게 되고 수도원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온다. 한정효는 군사 쿠데타때 함께 군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던 인물이다. 그가 장군에게 자꾸 쓴소리를 하게 되자 수도원에 갇히게 된다. 수도원은 그에게 감옥이 되었으나 그곳에서 아내가 읽던 성경책을 읽기 시작한다. 이로써 한정효도 수도원에서 그들의 형제가 되었다.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후나 한정효는 성경 구절에 집착한다. 하는 일이라고는 오로지 성경을 읽고 그것을 필사하는 일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후가 성경을 읽으며 발견한 것 또한 자신과 똑같은 상황이지 않는가. 연희 누나를 사랑한다며 사랑에 울었던 박 중위가 누나를 버리게 된 경위. 그리고 박 중위를 상해입힌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성경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비춘다. 우리가 피하고 싶은 상황이나 숨겼던 자신의 마음까지 성경에 수록되어 있다. 성경을 읽는 일은 자신을 마주하는 일과도 같다. 마치 거울처럼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되는 것이다.

 

 

천산 수도원을 카타콤이나 체메테리움이라 칭할 수밖에 없다. 한정효가 낯선 곳을 향하여 걸었던 것처럼 길에서 만난 후에게 그는 길을 걸을 것을 권한다. 한곳에 이틀이상 머물지 않고 걷는 걸음을 우리는 순례라 부른다. 순례길을 걷는 자의 마음은 자신을 거울처럼 마주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가면을 쓰고 바라보았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비로소 자신을 깨닫는 일이었다.

 

 

왜 이승우의 소설에 감동하는지 다시한번 깨달았다. 우리가 들여다보지 못한 나를 거울처럼 바라보는 과정을 나타내기에 그렇다. 타인의 고행 속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작업이 독자가 책을 읽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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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곧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애를 태운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다르게 전해지기도 한다. 어떨 때는 나도 내 마음을 몰라 제대로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한다. 만약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마음 사전이 있다면 어떨까. 

 

저자의 책 제목은 여럿 보았으나 정작 읽지 않았다. 언젠가 한번은 꼭 읽어야지 했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다가 순전히 여권 케이스 때문에 이 책을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퀄리티가 좋은 여권 케이스와 함께 리커버본이 나왔을 때 나도 몰래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다른 구매할 책을 찾아서 말이다. 책의 표지도 여권 케이스도 고급스럽게 디자인되어 이 맛에 리커버본을 구매하는 독자의 마음을 제대로 훔쳤다. 

 

 

『마음 사전』은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와 함께 그 설명을 담은 글이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단어였으나 저자가 설명한 단어의 뜻을 읽고는 그렇지, 그랬었지,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외롭다'라는 말에 비하면, '쓸쓸함'은 마음의 안쪽보다는 마음 밖의 정경에 더 치우쳐 있다. 정확하게는, 마음과 마음 밖 정경의 관계에 대한 반응이다. 외로움은 주변을 응시한다면, 쓸쓸함은 주변을 둘러본다. 마음을 둘러싼 정경을 둘러보고는, 그 낮은 온도에 영향을 받아서 마음의 온도가 내려가는 게 바로 '쓸쓸함'이다. (92페이지, 「쓸쓸하다」 전문)

 

외롭다, 거나 쓸쓸하다,고 할때 우리는 우리의 마음 안쪽의 감정때문에 그렇게 말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마음 밖의 정경에 더 치우쳐있다고 표현했다. 마음이 어떻게 안과 밖이 있을까 생각하지만 시인의 설명을 읽고나니 그런 것도 같다. 나는 이제 '외롭다' 나 '쓸쓸하다' 고 말할 때 내 마음의 안과 밖을 생각할 것 같다. 어떤 게 외로운 것이고 어떤 게 쓸쓸한 것인지를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시인은 <'호감'에 대하여>에 여러가지 감정을 말했다. 그것은 존경, 동경, 흠모와 열광, 옹호, 좋아하다, 반하다, 매혹되다,아끼다, 매력, 보은, 신뢰다. 「반하다」는 '반하다'라는 말 앞에는 '홀딱'이란 수식어가 적격이다. '홀림'의 발단 단계. 그 어떤 호감들에 비해, 그만큼 순도 백 퍼센트 감정에만 의존된('의존한'이 아니라) 선택인 셈이다. (116페이지) 라고 했다. 「매혹되다」의 설명을 볼까. '홀림'이 근거를 찾아 나선 상태. '반한다'는 것이 근거를 아직 찾지 못해 불안정한 것이라면, '매혹'은 근거들의 수집이 충분히 진행된 상태다. 풍부하게 제시되는 근거때문에 매혹된 자는 뿌듯하고 안정적이다. 그러므로 매혹은 즐길 만한 것, 떠벌리고 싶은 것이 된다. 게다가 중독된 상태와 비슷해서, 종료되는 순간은 쉽게 오지 않는다. (117페이지)

 

「매혹되다」라는 부분을 읽는데, 문득 예전에 보았던 토머스 컬리넌의 「매혹당한 사람들」과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생각난다. 살고자 하는 사람과 남자에게 매혹당한 사람들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지 알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아마 그 뒤로 매혹이란 단어에 매혹되었던 것 같다. 그 정확한 마음을 시인은 발췌 글처럼 표현하였다. 누군가에 혹은 어떤 것에 매혹되었다면 떠벌리고 싶은 것은 당연하고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시간은 때로 지루하게도 여겨지고, 때로는 화살처럼 빠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십대와 이십대를 거쳐 삼십대와 사십대를 맞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가의 글은 그 시간을 견뎌왔던 우리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만 같다. '시간, 박약한 세계에 주는 은총'이라는 문장에 그만 감동하고 만다. 시간이 은총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자연스럽게 내게 오는 것. 때로는 거부하고 싶은 시간이기도 했는데 시인의 말처럼 이제는 은총이라 여겨야겠다.

 

무심함의 일곱 빛깔을 아는가! 아홉 번은 무심하다가 정말 필요한 순간에 다가와 위로 한마디를 툭 던지는 사람은 「따뜻한 무심함」이며 오로자 자신의 일에만 열중한 사람은 「이기적 무심함」이다. 남들이 오늘 무슨 옷을 입을지 혹은 어떤 음악을 들을지 생각해둔다면 그는 우주는 어떤 방식으로 팽창하는지, 지구의 종말은 어떤 형태로 닥칠지  등을 생각해두느라 바빠 「호방한 무심함」이라고 한다. 겸연쩍고 낯간지럽기 때문에 무심함이 익숙해진 그는 「무심한 무심함」이며 스스로에게 예민하느라 타인에겐 도무지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무심하기엔 너무 쩨쩨한 당신」은 되지 말자.

 

뒷모습은 절대 가장할 수 없다. 정면은 아름답다는 감탄을 이끌어내지만, 뒷모습은 아름답다는 한숨을 이끌어낸다. 누군가의 뒷모습은, 돌아선 이후를 오래도록 지켜보았을때에만 각인되기 때문에, 어쩔 도리 없이 아련하다. (127페이지, 「뒷모습」 중에서)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지 않을까. 마음에 관련된 단어는 우리의 마음속에 깊이 파고든다. 누군가 느꼈던 감정보다는 좀더 냉철하게 다가온 마음들이었다. 단어에 대하여 생각을 거듭한 문장들이어서 밑줄치고 싶은 글이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무방하며 우리가 가진 마음들에 집중할 수 있다. 책의 뒷편 <틈>을 포함해 300여개의 단어의 뜻을 실어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마음들을 깨닫게 한다.

 

'설렘' 뜻이 무엇인줄 아는가. 뼈와 뼈 사이에 내리는 첫눈이다. '슬픔'은 생의 속옷이다. '멀미'는 가속이 붙은 세상과 당신과 나의 감정에 대한 현기증이다. 이러한 마음 사전을 곁에 두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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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8-27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해는 상대가 실수로 알게된 진실
이 문장 참 좋아합니다 ㅎㅎㅎ

Breeze 2020-08-30 14:33   좋아요 1 | URL
독자들이 왜 시인의 글을 좋아하는지 알게되었습니다. ^^

페크pek0501 2020-08-27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감탄하며 읽었었습니다.
뽑아 주신 글, 다시 읽으니 역시 좋군요.

Breeze 2020-08-30 14:33   좋아요 0 | URL
좋은 글은 언제 읽어도 좋죠.
감사합니다. ^^
 
소설 보다 : 여름 2020 소설 보다
강화길.서이제.임솔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 이 책을 구입해 읽다가 다른 책을 뒤적거리는 바람에 여름이 무르익는 폭염속에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다시한번 읽는데, 강화길 작가의 「가원(街園)」 빼고는 왜이리 생소한 것이냐. 내가 책을 읽기는 읽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생소한 내용에 반성을 하였다. 내가 슬렁슬렁 읽었구나. 장편도 아닌 단편을. 집중하여 다시 읽은 작품들은 고요히 내 마음속에 내려앉았다. 여름에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읽으면 저절로 마음이 뜨거워지는 소설이었으니.

 

 

 

강화길의 작품은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음복」 한 편만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블로그를 뒤져보니 몇 편을 더 읽었다. 강화길의  「가원(街園)」 은 소설의 시작점에 있는 문장 '박윤보는 내가 사랑한 유일한 남자였다'에서부터 마음을 이끌었다. 자칫 소설의 첫문장인 '다 옛날 일이다.'라는 문장을 놓칠뻔할 정도였다.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조금쯤은 눈치챘다고 할까. 할머니나 할아버지 혹은 부모님을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는 그 대상을 객관화하여 바라본다는 거다. 강화길은 어머니의 아버지 즉 외할아버지를 박윤보라 불렀다. 다 지나간 옛날 일들을 기억하며 현재 기억을 잃어가는 외할머니에 대한 애틋함과는 다른 감정으로 그리운 이름이라는 것을 우리는 곧 눈치채고 만다.  

 

늘 밥값을 하고 살라는 말과 공부하라는 말을 습관처럼 다그쳤던 할머니때문에 지금의 연정은 할머니가 그토록 원하던 밥값을 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반면 할아버지 박윤보는 연정을 즐겁게 해주고 재미있게 놀아주는 사람이었다. 현재 박윤보는 없고 할머니는 기억을 잃어가는 중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은 운명적이었는데 무엇이 그들을 갈라놓았는지, 삶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어느 정도는 짐작하면서도 의문스럽다.

 

최근 영화판에 있었던 사람들이 소설가로 데뷔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최근에 꽤 여러 편의 작품들을 읽었고, 어떤 소설가는 상업영화를 만들어 개봉을 했다. 영화를 사랑했던 청년들은 독립영화를 열심히 만들지만 사람이 들지 않아 좌절하고 만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가르는 기준은 결국 사람들이 얼마나 보는 것이 아닐까. 주변에 독립영화관도 거의 없는데 그 영화들을 찾아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서이제 작가의  「0%를 향하여」는 이러한 독립 영화 현실을 나타낸다. 독립영화를 만들다 잘 안되어 사진관을 하는 사람은 최근에 본 어떤 드라마에서도 확인했다. 그만큼 힘든 현실이라는 점일 것이다. 다만 영화를 어떻게 사랑하는지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그 애정을 숨기지는 못했다.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계속하기란 이렇게 어려운 법인가. 상업영화에 길들여져 독립영화를 제대로 찾아본 적이 있던가. 시네마 키드도 아니고 개봉한 영화도 다 챙겨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인들이 있기에 그것이 자양분이 되어 우리가 영화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들려온 작가의 이름이 임솔아다. 임솔아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희고 둥근 부분」이라는 소설은 죽음의 한 장면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살면서 죽음이라는 것을 자꾸 떠올리는 사람들이 삶에 더 열정적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죽음에 대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몹시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농약을 먹고 친구들과 마작을 하며 삶의 마지막을 보냈던 인숙과 다음날 친구의 죽음을 알게 된 이모가 느꼈을 고통과 상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계약직 교사로 일하며 만났던 민채의 일도 진영에게는 고통으로 남았다.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는 증상이 있는 진영을 보며 우리 주변에 산재한 죽음과 그에 따른 고통의 연결고리를 생각해본다. 갑자기 주변에서 실신하는 사람이 생겨 그 원인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 사람도 미주신경성 실신이었을까. 그저 의사들이 예상하는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었을 뿐일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아주 간절하게 찾지만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우리 삶도 그렇다.

 

소설보다 시리즈가 점점 좋아진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한국문학을 읽는 일은 미래를 읽는 것과도 같은 것. 신진 작가들의 좋은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소설보다 시리즈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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