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노래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1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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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 소설을 읽고 다시 읽었다. 그러니까 6 년 전 내가 제대로 읽었던가 싶을 정도로 이 소설의 내용이 낯설었다. 책을 다 읽고 느낀 점은 그때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구나. 이해했더라도 나의 감정이 아니라 여겼었다는 걸 알았다. 왜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을까. 작가의 소설은 이토록 감동적인데 말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같은 책을 여러 번 꺼내읽는가 보다.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지상의 노래』는 이승우 작가의 여느 작품들처럼 종교와 성경, 그것에 역사적인 사건을 드러내어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민낯을 보여준다. 이 소설이 가진 이야기는 여러 갈래다. 여러 갈래가 하나의 이야기로 합해지며 커다란 감동을 준다.

 

 

 

소설은 천산의 벽서로 부터 시작된다. 강영호의 유고집을 준비하던 강상호가 형이 준비했던 수도원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사진 여러 장을 발견하고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책 속의 장소를 다 갈수는 없었고 몇 곳을 둘러보았는데 천산 수도원이 그 중의 한 곳이었다. 헤브론 성 혹은 하늘집이라 불린 그곳은 ㄹ 자를 두 개 이어붙인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곳의 벽에는 성경이 필사되어 있고 색깔을 입혀 쓰기도 했다. 교회사 강사는 이 천산 벽서를 가리켜 '켈스의 책'과 비견할 수 있다고 했다. '켈스의 책'은 여러 개의 물감으로 직접 복음서를 베껴 썼다.  

 

 

이제 소설은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흘러간다. 박 중위를 칼로 찌르고 아버지를 따라 하늘집으로 오게 된 후는 그곳에서 성경을 베껴 쓰는 필사를 하게 되며 진정한 형제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성경을 읽으며 과거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떠올리는데 암논과 다말, 그리고 압살롬에게 일어난 일들을 다룬 내용을 보며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윗에게는 압살롬이라는 아들이 있었으며 그의 누이 다말은 매우 아름다웠다. 다윗의 다른 아들인 암논은 이복동생인 다말에게 반하여 그녀를 취했다. 그녀를 취한 암논은 다말을 버렸고, 다말의 친 오빠인 압살롬은 그녀를 보호하다가 암논에게 복수를 하였다. 압살롬은 태어난 딸들 중 하나에게 다말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성경에서 후는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성경이 우리를 비추는 거울임을. 성경의 압살롬에게서 자신을 보았다.

 

 

성경이 비추지 못하는 것, 비출 수 없는 것은 없다..... 거울을 들여다볼수록 형제는 거울이 아니라 형제를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성경을 읽을수록 형제는 성경이 아니라 형제를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129페이지)

 

 

군인들이 들어와 수도원의 형제들을 반 이상 걸러내어 후가 나가게 되고 수도원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온다. 한정효는 군사 쿠데타때 함께 군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던 인물이다. 그가 장군에게 자꾸 쓴소리를 하게 되자 수도원에 갇히게 된다. 수도원은 그에게 감옥이 되었으나 그곳에서 아내가 읽던 성경책을 읽기 시작한다. 이로써 한정효도 수도원에서 그들의 형제가 되었다.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후나 한정효는 성경 구절에 집착한다. 하는 일이라고는 오로지 성경을 읽고 그것을 필사하는 일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후가 성경을 읽으며 발견한 것 또한 자신과 똑같은 상황이지 않는가. 연희 누나를 사랑한다며 사랑에 울었던 박 중위가 누나를 버리게 된 경위. 그리고 박 중위를 상해입힌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성경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비춘다. 우리가 피하고 싶은 상황이나 숨겼던 자신의 마음까지 성경에 수록되어 있다. 성경을 읽는 일은 자신을 마주하는 일과도 같다. 마치 거울처럼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되는 것이다.

 

 

천산 수도원을 카타콤이나 체메테리움이라 칭할 수밖에 없다. 한정효가 낯선 곳을 향하여 걸었던 것처럼 길에서 만난 후에게 그는 길을 걸을 것을 권한다. 한곳에 이틀이상 머물지 않고 걷는 걸음을 우리는 순례라 부른다. 순례길을 걷는 자의 마음은 자신을 거울처럼 마주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가면을 쓰고 바라보았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비로소 자신을 깨닫는 일이었다.

 

 

왜 이승우의 소설에 감동하는지 다시한번 깨달았다. 우리가 들여다보지 못한 나를 거울처럼 바라보는 과정을 나타내기에 그렇다. 타인의 고행 속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작업이 독자가 책을 읽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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