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0 소설 보다
강화길.서이제.임솔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 이 책을 구입해 읽다가 다른 책을 뒤적거리는 바람에 여름이 무르익는 폭염속에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다시한번 읽는데, 강화길 작가의 「가원(街園)」 빼고는 왜이리 생소한 것이냐. 내가 책을 읽기는 읽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생소한 내용에 반성을 하였다. 내가 슬렁슬렁 읽었구나. 장편도 아닌 단편을. 집중하여 다시 읽은 작품들은 고요히 내 마음속에 내려앉았다. 여름에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읽으면 저절로 마음이 뜨거워지는 소설이었으니.

 

 

 

강화길의 작품은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음복」 한 편만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블로그를 뒤져보니 몇 편을 더 읽었다. 강화길의  「가원(街園)」 은 소설의 시작점에 있는 문장 '박윤보는 내가 사랑한 유일한 남자였다'에서부터 마음을 이끌었다. 자칫 소설의 첫문장인 '다 옛날 일이다.'라는 문장을 놓칠뻔할 정도였다.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조금쯤은 눈치챘다고 할까. 할머니나 할아버지 혹은 부모님을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는 그 대상을 객관화하여 바라본다는 거다. 강화길은 어머니의 아버지 즉 외할아버지를 박윤보라 불렀다. 다 지나간 옛날 일들을 기억하며 현재 기억을 잃어가는 외할머니에 대한 애틋함과는 다른 감정으로 그리운 이름이라는 것을 우리는 곧 눈치채고 만다.  

 

늘 밥값을 하고 살라는 말과 공부하라는 말을 습관처럼 다그쳤던 할머니때문에 지금의 연정은 할머니가 그토록 원하던 밥값을 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반면 할아버지 박윤보는 연정을 즐겁게 해주고 재미있게 놀아주는 사람이었다. 현재 박윤보는 없고 할머니는 기억을 잃어가는 중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은 운명적이었는데 무엇이 그들을 갈라놓았는지, 삶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어느 정도는 짐작하면서도 의문스럽다.

 

최근 영화판에 있었던 사람들이 소설가로 데뷔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최근에 꽤 여러 편의 작품들을 읽었고, 어떤 소설가는 상업영화를 만들어 개봉을 했다. 영화를 사랑했던 청년들은 독립영화를 열심히 만들지만 사람이 들지 않아 좌절하고 만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가르는 기준은 결국 사람들이 얼마나 보는 것이 아닐까. 주변에 독립영화관도 거의 없는데 그 영화들을 찾아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서이제 작가의  「0%를 향하여」는 이러한 독립 영화 현실을 나타낸다. 독립영화를 만들다 잘 안되어 사진관을 하는 사람은 최근에 본 어떤 드라마에서도 확인했다. 그만큼 힘든 현실이라는 점일 것이다. 다만 영화를 어떻게 사랑하는지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그 애정을 숨기지는 못했다.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계속하기란 이렇게 어려운 법인가. 상업영화에 길들여져 독립영화를 제대로 찾아본 적이 있던가. 시네마 키드도 아니고 개봉한 영화도 다 챙겨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인들이 있기에 그것이 자양분이 되어 우리가 영화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들려온 작가의 이름이 임솔아다. 임솔아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희고 둥근 부분」이라는 소설은 죽음의 한 장면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살면서 죽음이라는 것을 자꾸 떠올리는 사람들이 삶에 더 열정적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죽음에 대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몹시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농약을 먹고 친구들과 마작을 하며 삶의 마지막을 보냈던 인숙과 다음날 친구의 죽음을 알게 된 이모가 느꼈을 고통과 상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계약직 교사로 일하며 만났던 민채의 일도 진영에게는 고통으로 남았다.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는 증상이 있는 진영을 보며 우리 주변에 산재한 죽음과 그에 따른 고통의 연결고리를 생각해본다. 갑자기 주변에서 실신하는 사람이 생겨 그 원인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 사람도 미주신경성 실신이었을까. 그저 의사들이 예상하는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었을 뿐일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아주 간절하게 찾지만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우리 삶도 그렇다.

 

소설보다 시리즈가 점점 좋아진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한국문학을 읽는 일은 미래를 읽는 것과도 같은 것. 신진 작가들의 좋은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소설보다 시리즈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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