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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평점 :
본래 스포츠에 문외한이라 야구 경기를 해도 보지 않는 편이다. 국가대항전할 때는 TV앞에서 앉아 있는데 야구를 알아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경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앉아 있다. 아주 오래전에 야구 관련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야구 경기의 용어가 많이 나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수 없었다. 이 소설이 야구 선수들이 나오는 소설이고 또 그걸 접목한 기업 소설이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일곱 개의 회의』를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자와 나오키』를 쓴 이케이도 준이라는 작가의 이름에 읽어볼 생각을 했다.
이케이도 준의 소설은 삶의 치열한 싸움을 작품 속에 그려낸다는 점이다. 읽지는 않았지만 『한자와 나오키』 또한 은행을 다닌 작가의 경험을 살려 쓴 소설이고, 『일곱 개의 회의』 또한 한 기업의 영업부를 중심으로 한 내부고발자의 이야기를 아주 디테일하게 나타냈다. 『루스벨트 게임』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라고 말하는 8대 7의 점수를 비교하며 야구단과 아오시마 제작소가 살아가야하는 치열한 삶의 방법을 말한다.
소설의 주 무대가 되는 기업 아오시마 제작소는 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경기 불황으로 그들의 주 계약업체인 재패닉스와 도요카메라로 부터 수주 물량을 줄이고 가격 인하 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수주 물량이 줄어들면 회사가 이익을 내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이에 더 새로운 상품으로 경쟁 회사보다 앞서야 하는데 상품 개발실 부장은 확실한 대답을 주지 않는다. 거래처 은행으로부터 추가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구조 조정안을 제안받는데, 이 또한 쉽지 않는 일이다. 100명의 직원들을 추려내어 해고 해야 하고, 일년에 3억엔의 비용이 들어가는 야구팀을 해체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진과 야구팀을 이끌어가는 감독과 부장, 매니저, 선수를 중심으로 소설이 진행되는데 직원들의 사정을 생각해야 하는 인간적인 면과 회사를 생각해야 하는 경영진의 입장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게 한다. 사실 회사를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비용적인 면을 생각할 때에 야구팀은 줄여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처음 사회인 야구팀을 창단한 아오시마 제작소의 회장 아오시마는 무엇이 직원들을 즐겁게 하는지, 사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지를 내다 보았다. 그럼에도 야구팀을 해체할 수 밖에 없는 사정에는 공감을 하였다. 즉 회사의 사장인 호소카와의 판단을 믿어주었다는 거다.
회사의 직원들을 생각하지 않는 호소카와를 보며 인간적인 면이 부족하다고 여겼는데, 전체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 점점 응원하게 되었다. 경영 컨설턴트의 시각으로 회사를 바라보며 이익이 될 게 무엇인지 간파해내는 능력은 호소카와만이 가질 수 있었다.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쟁업체인 미쓰와전기의 반도 사장에게서 합병 제안을 받았을 때 그의 의도를 눈치채고 거절하였던 점도 마찬가지다.
결국 관계가 없을지도 몰라. 이게 마지막 경기든 아니든 상관없어. 이렇게 뜨겁게 응원해주는 사람들앞에서 적당히 싸울 수는 없잖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좋아하는 야구를 하는 수밖에 없어. 그것 말고 뭐가 있지? (432페이지)
작가는 소설 속에서 인물에게 고난과 시련을 주고 독자로 하여금 그 인물을 응원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소설에서 고등학교때 에이스 투수였으나 아오시마 제작소의 생산부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고 있었던 오키하라를 열심히 응원했다. 그를 발탁해 준 다이도 감독의 사람을 보는 눈이 마음에 들었고, 그가 과거의 폭력 사건을 잊고 진정한 투수로서의 능력을 갖기를 바랐다.
소설을 읽다가 자꾸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거액의 자본을 기대하며 합병을 원하는 주주 중 한 명인 다케하라가 주주들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주주들은 스스로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한 단면을 보게 했다. 미화를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소설에서 회사의 주인은 직원들이라고 나왔었기 때문이었다. 그 부분을 읽는데 자꾸 '회사의 주인은 직원들인데, 직원들이 없으면 회사가 있을 수 없는데' 하는 다분히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처럼 다양한 시선이 필요하다. 누구의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 또한 직원의 입장에서 호소카와나 사사이를 판단했던 것 같다. 숫자에는 정확한 사사이가 회사 전체를 아우르는 사장이 될 수 없었듯이 객관적으로 회사를 바라보는 호소카와 같은 인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역시 매력적인 작가다, 이케이도 준은. 그동안 호기심만 있었는데 『한자와 나오키』를 읽어보고 싶다. 그 매력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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