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경계선 - 사람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그어지는
아포 지음, 김새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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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몇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게 많은 것이 같고도 다르다는 점이다. 문화가 비슷한 면이 있고 또 중국이나 일본 혹은 세계 열강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가난한 나라로 비춰진다는 사실이다. 그 나라와 역사에 관하여 제대로 된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 이 책을 만났을 때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이제 내가 살고 있는 아시아를 표용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싶다.

 

인류학자 이자 저널리스트인 타이완의 작가 아포가 쓴 『슬픈 경계선』은 여행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진 아시아의 역사를 말하는 책이다. 더불어 그 나라의 문화와 중국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들. 중국인(chinese)이지만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또는 오키나와, 홍콩, 마카오, 타이완에서 살고 있는 그들의 사연을 담은 글이었다. 여행 에세이 형식이라 무난하게 읽히고 그 나라에 대하여 이해하기가 훨씬 쉽게 쓰였다. 저자는 주로 국경선을 탐험하였는데, 이 책의 제목에서처럼 경계선에 선 아시아인들의 역사와 문화를 자기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낸 글이다.

 

 

 

대부분의 아시아가 중국의 지배를 받았고, 제2차 세계대전에 일본의 지배를 받기도 하였다. 식민 지배로 사람들은 많은 나라로 이주하였고, 그 나라의 제대로 된 국민 대접을 받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중국인으로 대접받지도 못하는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선 그들의 조망하였다.

 

역사는 항상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한 모습으로 서로 다른 사회에서 되풀이된다. (160페이지)

 

일손이 부족해 타이완 여공들을 불러들였던 오키나와를 보며 동남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이 타이완의 산업에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타이완과 거리적으로 가까운 오키나와에 미군이 상륙하였을때 전체 주민의 25% 가량이 포탄전에서 사망하였다. 오키나와인들은 누구를 위해 싸웠을까?를 물으며 그들의 정체성의 변화와 혼란을 말했다.  

 

저자는 대한민국에 대해서도 말했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바라보는 것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판문점이 아닐까 한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에게도 각인되었다. 하나의 민족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철조망으로 가려져 세계의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가 된 대한민국의 통일에 대하여도 말하는데, 전쟁의 의미를 몸소 체험하게 된 판문점의 국경선에서의 생각들을 말한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살고 있는 화교들이 많지 않아 그 부분에 대한 것은 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한국편은 단순하다. 반면에 역시 북한과 중국의 경계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들에 대한 부분은 우리와는 너무 멀어진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영화나 다른 사건으로 조선족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의 축구시합을 했을 때 나도 모르게 한국을 응원하는 조선족과 중국어로 말하는 그의 아들은 열정적으로 중국의 승리를 응원한다고 하니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으로 시집을 거의 오는 줄 알았더니 타이완으로도 많이 가는 모양이다. 그들은 가문 보존을 위해 혹은 노동 인구의 증대를 위해 동남 아시아에서 신부를 찾았다. 스무 살 이상 차이가 난 남편이나 정신 장애를 가진 남편에게 시집 가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말았던 베트남 신부를 예로 들었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 때문에 기꺼이 국제결혼을 선택한 그들을 바라보며 후진국에 대한 편견이 우리 사회에 곳곳에 숨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설명했다.

 

 

 

 

 

'전쟁'이란 어쩌면 전부 타인의 것이다. 그러나 꿈, 희망과 같은 것들은 항상 지금 당장 좇아야 할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은 국경을 뛰어 넘는다. (233페이지)

 

저자가 언급한 많은 나라들이 식민지의 통치를 받았으며 지금도 여전히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을 하고 있다. 국경선이라는 그 경계선 안과 밖에서 미래의 삶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아시아인들을 그렸다. 전쟁의 역사는 많은 것을 없애기도 하고 생기게도 한다.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으로 타이완이 미국의 원조를 받았던 것은 새로운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라고들 한다. 전쟁을 가르는 사람들의 역사, 그 역사의 경계에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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