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대하여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매년 다음 해 어떤 책을 읽을까 목록을 추려보면 시집은 꼭 들어간다. 아마 의무적으로라도 읽어야겠다는 다짐이겠다. 김수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0번에 들어간 김수영의 산문은 당연히 읽어야 할 책이었다. 다만 책을 폈더니 시인의 날카로운 시의 사유에 덜컥 겁을 먹었던 것도 같다. 책을 다시 덮었다가 한겨레에서 출판된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를 읽고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 책을 읽었기 때문인지 다소 어렵지 않게 읽었다. 다만 이 책을 먼저 읽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라는 책은 시인과 문학평론가가 김수영의 작품 중에서 26개의 화두로 글을 썼다. 시여, 침을 뱉어라는 김수영 시인의 뿌리가 되는 시론과 문학론이 망라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詩作)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10페이지, 시여, 침을 뱉어라중에서)

 


이 문장은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에서 신형철 평론가가 온몸이라는 제시어로 쓴 글에서 인용했다. 평론가의 생각에 귀 기울이면서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야 김수영 시인이 하고자 하는 뜻을 알겠다. 시를 대하는 태도가 경건하기조차 하다.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하자고 외치는 그의 목소리에서 시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된다. 그저 남다른 시선으로 시를 표현하고 짓는 거라 여겼는데, 시란 작은 목소리처럼 우연히 다가오기도 하는가 보다.

 


건방진 소리 같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시인다운 시인이나 문인다운 문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아니 세상의 지론이라고 본다. (18페이지, 시의 뉴 프런티어중에서)

 


김수영 시인을 논할 때 거대한 뿌리시의 뉴 프런티어는 그의 상징과도 같다. 사실 시는 쉽지 않다. 읽은 사람의 뜻대로 해석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시인의 뜻대로 이해했는지는 의문이다. 옹졸한 문화 정책을 지양하고 자유롭게 논할 수 있어야 하며, ‘시의 무용을 실감할 수 있을 때까지 무()로 만드는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모든 언어는 과오다. 나는 시 속의 모든 과오인 언어를 사랑한다. 언어는 최고의 상상이다. 그리고 시간의 언어는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잠정적인 과오다. 수정될 과오. 그래서 최고의 상상인 언어가 일시적인 언어가 되어도 만족할 줄 안다.

(중략)

지금의 언어도 좋고 앞으로의 언어도 좋다. 지금 나도 모르게 쓰는 앞으로의 언어. (71~72페이지,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중에서)

 


거대한 뿌리초고 뭉치를 읽다가 남긴 메모를 언어론으로 고쳐 썼다. 타인의 시를 날카롭고도 비평적인 시선으로 평가하는 것도 모자라 본인의 시도 읽어보며 고칠 게 보이는 것 같았다. 시작도 소설작업도 작가에게 수정은 피할 수 없는 작업인가보다.

 


시인이라는, 혹은 시를 쓰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큰 부담이 없다. 그런 의식이 적으면 적을수록 사물을 보는 눈은 더 순수하고 명석하고 자유로워진다. 그런데 이 의식을 없애는 노력이란 똥구멍이 빠질 정도로 무척 힘이 드는 노력이다. (171페이지, 시작 노트 2중에서)

 


시인이면서 타인의 시를 평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평가를 받은 시인들을 상당히 불편하게 했을 거로 보이는 지점이다. 그걸 알면서도 신랄하게 평했다. 김수영의 문장은 시보다 산문이나 비평에서 도드라지는 것 같았다. 날카롭고도 첨예한 비평을 했던 이유로 신문이나 월간지에 실명을 거론하며 평을 했을 때의 불편함으로 기피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시인의 스승은 현실이다. 나는 우리의 현실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부끄럽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보다도 더 안타깝고 부끄러운 것은 이 뒤떨어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시인의 태도이다. (226페이지, 모더니티의 문제중에서)

 


이달의 작품 중 급제점에 달하는 작품은 겨우 한 편이라고 김현승의 파도를 칭찬했다. 그가 칭찬한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그런 까닭에 그 시와 다른 시를 비교하게 만든다. 평가에 거침이 없고 날카롭다. 김수영의 시론과 문학론이 빛난다.


 

우려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술술 읽혔다. 김수영의 평가를 받은 시인들의 고충에 슬며시 미소도 지었고, 확고한 언어를 다듬었던 그의 독창적인 시론과 문학론을 읽을 수 있어 아주 즐거웠다. 이렇게 또 한 작가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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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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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소설에서 만난다. 인생의 경험이 부족하다고 여길지라도 소설 속 상황을 내 삶과 대비해보며 인생을 배우는 것 같다. 언제 나한테 일어나지 않을 거라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내 주변에서 혹은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무시하지 못한다. 우리가 범죄에 가담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 어떤 것도 단언하지 못할 것이다.

 


8년 전의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데이비드 벡은 죽은 아내와 자신만 알 수 있는 암호로 된 이메일을 받는다. 아내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 그리고 기념일. 아내는 8년 전에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되었고, 아직도 고통스러운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벡이었다. 메일을 확인해 볼 문제의 시간. 메일을 열었을 때 기억보다 좀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엘리자베스의 움직이는 모습이 있었다. 누군가의 잔인한 장난인지, 정말 아내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아내가 건넨 문장,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라는 당부 때문에 그는 직접 알아보기 시작한다.


 




아내가 살해되었던 장소, 샤르메인 호수에서 두 남자의 오래된 사체가 떠오르며 데이비드 벡은 그들을 살해했다는 용의자로 의심받는다. 더불어 죽은 아내도 살해했을 거라는 경찰의 의심에 벡은 8년 전의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지나고 보니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다. 그때의 벡은 슬픔에 빠져 진실을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아내의 시신은 그녀의 아버지가 확인했다. 그의 장인 호이트는 FBI였으므로 당연하게 알아보았을 거로 생각했다. 8년 전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철저한 준비였다. 탁월함과 위대함은 바로 그 부분에서 갈린다. 위대한 사기꾼은 자신의 자취를 완벽히 감출 수 있으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만일의 사태에 철저히 준비하는 법이다. (56페이지)

 


2001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제프리 디버를 포함하여 이 작품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데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전개되는 스토리에 심장이 쫄깃했다. 그들의 과거, 깊이 숨겨두었던 진실 한 조각. 사랑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부유했다.


 

악인은 확실한 악인으로 그린다는 점. 용서를 구하는 설정으로 두지 않았다. 래리 갠들은 악인을 위해 충성을 바치는 인물로, 두 손가락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북한 출신의 살인병기 에릭 우는 단 한 번의 시선에서도 공포심을 자극한다. 헤스터 크림스타인 변호사는 홀드타이트, 용서할 수 없는에도 활약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중간에 헤스터가 벡의 변호를 더 이상 맡지 않겠다고 했을 때 실망스러웠는데 사람에게는 신뢰가 중요한 법이므로 이해할 수는 있었다.





 

누구를 탓하랴. 정의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과 무관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타이리스처럼 티제이를 보살펴 주는 의사 벡을 위해 불법을 저지를 수 있는 저돌적인 아버지도 발견할 수 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도 있으며 그로 인해 새 생명을 얻고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생기는 법이다.

 


소설을 읽게 되면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주인공이 불법을 저질러도 충분한 이유가 있을 거로 여기는 게 문제다. 지극히 도덕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에도 주인공을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무언가 활력소처럼 여기는 것 같다. 우리가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한 동경이라고 할까. 심심하게 사는 것 같은 나보다는 적극적인 삶을 사는 주인공을 부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스릴러를 읽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박진감 있는 전개, 감춰두었던 비밀과 드러나는 진실에 열광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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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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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니쉬 걸은 덴마크의 풍경화가인 에이나르 베게너가 릴리 엘베로 살았던 이야기다. 초상화 화가인 아내 게르다 베게너의 모델이 나올 수 없게 되자 남편에게 스타킹과 굽 높은 구두를 신게 했는데 그때부터 에이나르 베게너가 자기 마음속에 숨어있던 여성을 발견했다. 에드 레드메인의 주연작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건 알았지만 실제 모델로 나온 그림은 처음이었다. 그 그림이 표지로도 사용된 게르다 베게너의 하트의 여왕이다. 그림은 누가 봐도 여성인 그림이었는데 그림과 영화 속 장면이 묘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사연을 알고 나면 그림의 이해 폭은 커진다.




 


그림을 주제에 따라 보게 되면 그림이 달리 보인다.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의 이유리의 신간으로 권력자의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 이야기다. 백인을 돋보이게 만드는 작용으로 흑인을 배치하는 것과 여성과 장애인 혐오적 시선을 파헤치는 그림을 설명했다.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떠올려보자. 누드로 비스듬히 누워있는 모델을 눈에 띄게 하기 위해서는 못생긴 하녀를 배치할 필요가 있었다. 그 이유로 올랭피아의 옆에 꽃을 들고 있는 흑인 하녀는 모델을 돋보이게 하는 필수적 요소였다. 한때 미국에는 어글리법이 있었다고 한다. 선천성 다모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인간으로 전시하였다. 그 이전 16세기 당시 유럽에서는 몸에 털이 많이 난 사람을 애완하는 게 유행이었다. 이 궁전 저 궁전을 돌아다니며 구경거리가 되었던 건 충격이다. 개인의 소유가 되었던 노예와 다를 바 없지만, 노예보다 더 못한 신분으로 보였다. 전시되어 구경거리가 된 인간이라니, 인간의 존엄성은 그저 단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자궁이 없는 남성을 문명에 가까운 존재라고 일컬었다. 현대의 여성들마저 가부장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걸 꼬집었다. 히스테릭한 사람에게 오늘, 그날이야?’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여성들이 앞서 그 말을 했다는 거다. 아무렇지 않게 말이다. 여성들 스스로 차별적인 발언을 하지 않아야겠다.

 


내반족 장애가 있는 소년의 그림은 어깨에 걸친 목발이 있어야만 걸을 수 있는 아이다. 장애가 있는 소년의 초상을 의뢰한 사람이 따로 있었다. 리베라에게 내반족 소년을 주문한 사람은 부자였다. 가난한 사람의 존재는 부자들에게 천국을 보장하는 보험이었다.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포도와 멜론을 먹는 소년들은 허름한 옷을 입은 소년들이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그렸다. 그 또한 천국을 보장하는 보험에 들고자 비싼 값을 주고 그림을 맡겼다. 인식의 문제가 인간의 존재론적 사고를 달리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나는 여태 중국 여성들의 전족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한 형태라고 보았다. 이번 책을 읽어보니 여성의 활동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규방에 가두기 용이하다는 이유로 여성들의 발을 옥죄어 더 이상 크지 않게 만들었다. 정상적으로 발육되지 않았고 제대로 걸을 수 없어 기어 다닐 정도였는데도 여성을 억압하기 위해 오랫동안 그 법을 유지했다.

 


여성들을 억압하고 차별했던 건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여성의 존재를 무시했던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아주 미미했을 뿐이었다. 장애인의 존재조차 그들의 천국으로 향하는 문으로 삼았다. 성차별과 인종 차별에 대항하여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현재조차 오래전의 차별과 그다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꾸준히 차별과 인식의 문제, 곧 권력에 저항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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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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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잘 마시기보다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 가깝다. 안주가 있으면 당연하다는 듯 술을 마셨고, 가족들끼리 모이면 술상을 차렸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서너 번을 술을 마시고 있더라. 신랑에게 말하길 평일에는 술을 마시지 말고 주말에만 마시는 건 어떠냐고 했었다. 그러자 약속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다가 최근에는 거의 지키고 있다. 일주일을 마감하는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은 술 마시는 날이다. 소맥에서 시작해 소주나 정종, 와인, 꼬냑 등 가리지 않고 마시는데 최근에는 소맥과 소주에 집중하는 편이다. 술과 함께 사람들과의 이야기 나누는 게 좋다. 조금은 술을 취해도 괜찮을 좋은 사람들과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술 이야기는 꽤 재미있는 소재다. 아무튼, 의 부제로 나온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문장도 좋다. 술꾼들만 아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최근 여동생 가족과 통영 여행 중 바닷가 근처 횟집에서 술을 마실 때다. 평소 잘 마시지 않던 제부가 술을 채운 잔을 옆으로 돌려 마시고 다시 되돌리는 장면이 재미있어 영상으로 남긴 적이 있다. 낄낄거리며 웃는 분위기에 술이 술술 들어갔다. 술은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는데, 김혼비 작가가 마시고 있는 옆 테이블에서 지켜보거나 함께 마셔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행위와 술 마시는 행위 사이의 이 미묘한 균형. 규칙과 욕망 사이의 이 미묘한 균형. 한없이 느려지는 걸음으로 느적느적 걸으면서 우리는 영화 이야기를 하고, 술을 마시고, 팩 소주를 이야기하고, 술을 마시고, 웃음을 터뜨리다가 터뜨리다가, 또 터뜨렸다네. (99페이지)

 


술 예찬론이 따로 없다. 걷술을 해본 적이 있던가. 캔맥주를 들고 마시면서 걸어가 본 적은 있는 거 같다. 가족들과 함께였기에 타인의 시선도 개의치 않았다. 김혼비 작가의 술 예찬론을 읽고 있자니 술 한 잔이 생각났다. 최근 바쁜 척을 하느라 이 얇은 책을 일주일 가까이 읽었다. 출근 시 버스 안에서 아주 잠깐씩 읽었는데 만약 집에서 읽었다면 옆에 캔맥주나 와인 한 병을 땄으리라.


 

스스로 술꾼이라 칭하지 않는데, 어쩐지 술꾼 같은 느낌이다. 와인에 관한 한 기분 좋게 두세 잔 마시는 게 가장 좋다는 걸 안다.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좋지 않을 때 마셨던 와인에 탈이 나 다음 날 힘들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와인을 잠시 쉬고 있는 참이다. 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너무도 공감이 가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와인으로 취했을 때의 숙취와 구토의 고통. 와인은 와인만 마시는 게 가장 좋지, 소주랑 섞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다. 와인에 관한 안 좋은 기억이 하나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다. 비위가 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김혼비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 이런 느낌을 주는 작가였구나 싶어 감탄했다. 왠지 잘 통할 것 같은 느낌. 아마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공감이 가서 그런가 싶다. 정감 있는 글이 좋아 다른 책도 읽고 싶었다. 다정소감이라는 제목과 작가 이름은 익숙한데 정작 책을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술이라는 단어에 끌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김혼비 작가를 알게 되어 좋다. 아울러 전부터 궁금했던 아무튼 시리즈에도 호감이 간다. 단편적인 주제로 된 짧은 생각들을 모아 놓은 책인데 퍽 다정하다.

 


드라마 사내 맞선에서 계 차장이 폭탄주를 마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다. 소주병을 흔들어 두 손가락을 이용해 알코올을 버려본 적은 있으나 계 차장처럼 술자리에서 묘기를 보여주고 싶은 소망이 있다. 몸놀림이 쉽지 않다. 연습해서 함께 술 마시는 사람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 낄낄거리면서 즐겁게 술 마시고 싶다. , 입에 술을 머금고 웃는 건 금지! 그러다 큰일 난다. 잘못하다가는 병원에 실려 갈 수도 있다. 호흡기로 술 넘어가지 않게 낄낄거리는 거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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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07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해요. 김혼비 작가님 넘 재미있으시죠 ㅎㅎㅎ
당선 축하드립니다 *^^*

서니데이 2022-10-07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자유
조너선 프랜즌 지음, 홍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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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를 고찰하는 작품이다. 삶은 실수의 연속이라서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순간의 선택으로 놓치곤 한다. 뒤늦게야 후회하는데, 이처럼 후회하지 않은 삶을 살기란 어렵다.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단순한 선택이 우리의 삶을 바꾼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나서야 자기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깨닫는다. 실수하므로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사는 삶, 잠시 돌아간다고 해서 나쁜 것은 없다. 한쪽 길로 갔다면 느끼지 못했을 다양한 인생의 경험하는 걸 보면, 때로는 옆길로 새도 된다.

 


소설 속 인물들에게는 저마다 특별한 친구가 존재한다. 단 한 명의 친구로 평생을 살고,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 남는다. 다른 인물들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좋아하면서도 질투하고, 때로는 자기의 감정을 숨긴다. 물론 친구를 위해서다. 무작정 달려가기보다는 서서히 커가는 감정이라고 해도 좋겠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옆집에 사는 동안 그의 의견을 존중하고 품위 있게 처신했다는 사실을 조이는 새삼 깨달았다. 그런 생각 때문에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자유를 원했고, 부모님은 그에게 자유를 허락했다. (319페이지)

 


부모와 자녀, 조부모로 이어지는 가족의 관계는 그곳에서 벗어나고자 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속박한다고 하여 자유를 갈망하지만 진정한 자유란 마음의 문제인 거 같다. 갇힌 공간에 있어도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을 다스리는 감정의 깊이에 따라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거다. 가족에게 벗어나려 도망쳐도 그때가 가장 자유로웠다는 것을 느끼는 것처럼.

 


월터의 한결같은 감정에 경의를 표한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걸 알면서도 월터는 패티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았다. 우울증에 걸려 엉망이 되어도 패티를 지키고자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 즉 새를 지키는 일을 하는 즐거움을 깨닫고, 젊은 비서에게 자꾸 눈길이 가도 패티를 저버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패티가 리처드와 불륜을 저지르는 거나 월터가 랄리사를 사랑하는 일은 진정한 사랑과 자유를 깨닫는 일이었으므로 필요불가결한 사항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더 일찍 깨달았다면 좋겠지만, 긴 시간을 지나서 겨우 깨닫게 하려면 어쩔 수 없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 한마음인 건 아니다. 엄마와 아들 혹은 아빠와 딸의 식성이나 습관이 비슷해 성격이 더 맞는 경우가 있다. 우리 집도 그런 편인데 월터와 패티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부부건만, 월터는 조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데면데면하고 패티는 조이의 모든 것이 좋다.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결혼한다. 결혼제도가 백 퍼센트 좋다고 할 수 없는 게 여러 상황 때문에 불화를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람을 욕망하다가는 자칫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 있다. 한 남자의 진정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 사람을 잃었을 때 알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때로는 너무 늦다.

 


부모로부터, 배우자로부터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은 시간이 지난 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지켜봐 주는 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주는 존재였다는 거를 알게 된다. 곁에 있는 사람을 지켜보라. 묵묵히 나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비록 애정 가득한 눈빛은 아니라더라도 그 감정을 교묘하게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니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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