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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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니쉬 걸은 덴마크의 풍경화가인 에이나르 베게너가 릴리 엘베로 살았던 이야기다. 초상화 화가인 아내 게르다 베게너의 모델이 나올 수 없게 되자 남편에게 스타킹과 굽 높은 구두를 신게 했는데 그때부터 에이나르 베게너가 자기 마음속에 숨어있던 여성을 발견했다. 에드 레드메인의 주연작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건 알았지만 실제 모델로 나온 그림은 처음이었다. 그 그림이 표지로도 사용된 게르다 베게너의 하트의 여왕이다. 그림은 누가 봐도 여성인 그림이었는데 그림과 영화 속 장면이 묘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사연을 알고 나면 그림의 이해 폭은 커진다.




 


그림을 주제에 따라 보게 되면 그림이 달리 보인다.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의 이유리의 신간으로 권력자의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 이야기다. 백인을 돋보이게 만드는 작용으로 흑인을 배치하는 것과 여성과 장애인 혐오적 시선을 파헤치는 그림을 설명했다.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떠올려보자. 누드로 비스듬히 누워있는 모델을 눈에 띄게 하기 위해서는 못생긴 하녀를 배치할 필요가 있었다. 그 이유로 올랭피아의 옆에 꽃을 들고 있는 흑인 하녀는 모델을 돋보이게 하는 필수적 요소였다. 한때 미국에는 어글리법이 있었다고 한다. 선천성 다모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인간으로 전시하였다. 그 이전 16세기 당시 유럽에서는 몸에 털이 많이 난 사람을 애완하는 게 유행이었다. 이 궁전 저 궁전을 돌아다니며 구경거리가 되었던 건 충격이다. 개인의 소유가 되었던 노예와 다를 바 없지만, 노예보다 더 못한 신분으로 보였다. 전시되어 구경거리가 된 인간이라니, 인간의 존엄성은 그저 단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자궁이 없는 남성을 문명에 가까운 존재라고 일컬었다. 현대의 여성들마저 가부장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걸 꼬집었다. 히스테릭한 사람에게 오늘, 그날이야?’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여성들이 앞서 그 말을 했다는 거다. 아무렇지 않게 말이다. 여성들 스스로 차별적인 발언을 하지 않아야겠다.

 


내반족 장애가 있는 소년의 그림은 어깨에 걸친 목발이 있어야만 걸을 수 있는 아이다. 장애가 있는 소년의 초상을 의뢰한 사람이 따로 있었다. 리베라에게 내반족 소년을 주문한 사람은 부자였다. 가난한 사람의 존재는 부자들에게 천국을 보장하는 보험이었다.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포도와 멜론을 먹는 소년들은 허름한 옷을 입은 소년들이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그렸다. 그 또한 천국을 보장하는 보험에 들고자 비싼 값을 주고 그림을 맡겼다. 인식의 문제가 인간의 존재론적 사고를 달리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나는 여태 중국 여성들의 전족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한 형태라고 보았다. 이번 책을 읽어보니 여성의 활동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규방에 가두기 용이하다는 이유로 여성들의 발을 옥죄어 더 이상 크지 않게 만들었다. 정상적으로 발육되지 않았고 제대로 걸을 수 없어 기어 다닐 정도였는데도 여성을 억압하기 위해 오랫동안 그 법을 유지했다.

 


여성들을 억압하고 차별했던 건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여성의 존재를 무시했던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아주 미미했을 뿐이었다. 장애인의 존재조차 그들의 천국으로 향하는 문으로 삼았다. 성차별과 인종 차별에 대항하여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현재조차 오래전의 차별과 그다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꾸준히 차별과 인식의 문제, 곧 권력에 저항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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