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난폭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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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가장 쉽고도 어려운게 사랑인것도 같다. 사랑할때는 그 모든 것들이 나를 향해 움직이지만, 왜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열정이 무뎌지는 것인가. 사랑에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 저절로 젖는 것인가. 사랑할때는 그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도 얻고 싶은게 사랑이지만, 사랑을 얻고 났을때 공허함마저 느끼는 것일까. 사랑, 참, 어렵다.

 

결혼해서 오랜 시간을 살다보니 그다지 싸우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잉꼬부부처럼 살아가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다. 거실에 앉아 TV를 볼때도 아직 손을 마주잡고 TV를 보는데, 어깨를 안고 있는 신랑의 모습을 본 조카는 이모부는 이모를 굉장히 보호하고 있다고 말한적이 있었다. 다 큰 우리집 아이들은 그 모습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는데, 조카 아이의 시선에는 특별하게 보였나 보다.

 

 

글쎄, 이랬던 신랑이 바람을 피운다면? 사실, 믿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만약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대도 내가 느끼지 않게, 내가 몰랐으면 하는 바램이 더 강하다. 그걸 안 순간 지옥을 오가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기 때문에.

 

최근엔 이런 사람들이 꽤 있다는 걸, 주변에서 만나곤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하지 않으려고 할 뿐이지, 사랑에 대한 감정은 배우자 외에 생길수도 있다고 본다. 실비아 플라스의 자전적 소설에서도 그랬다. 소설속 주인공은 오로지 낯선 남자를 바란다고 했다. 아는 남자 말고 전혀 모르는 낯선 남자에 대한 로망. 그건 현재의 우리도 그러지 않을까 싶은게 사실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들게 한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만났다. 제목부터가 사랑이 얼마나 난폭해질수 있는지를 느끼게 한다. 소설은 한 내연녀의 일기, 한 남자의 아내로 있는 아내 모모코의 일기, 작가가 바라보는 모모의 일상을 전해주는 내용으로 전개가 된다. 모모코는 결혼전에는 그다지 맞지 않았지만, 한 집에서 시부모는 안채에, 마모루와 모모코 부부는 별채에서 생활하고 있고, 모모코는 아침마다 시어머니에게 음식물쓰레기를 달라고 하며 같이 버리는 며느리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모모코와 살면서 비누 공예를 문화센터에서 일주일에 세 번쯤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모모코의 남편 모모루에게 열여섯 살 연하의 내연녀가 생겼다. 더군다나 내연녀 미야케 나오에게 아이가 생겼다며 나오를 만나달라고 한 것이다.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지만, 자신은 남편의 아내라는 이유 때문에 그 사랑이 굳건할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사랑은 난폭할 뿐이다. 모모코에게 마모루의 사랑은 난폭해졌을 뿐 더러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토록 믿고 싶었던 마모루의 사랑이 변질 되었다는 것. 이제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토록 모모코를 사랑했던 남편 마모루는 이제 그녀의 새로운 사랑 나오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임신한 나오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내연녀의 일기를 읽고 있노라면, 아내가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 그의 생활이 궁금해, 그 남자의 집 근처에까지 가고,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남자의 아내를 내쫓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들이 전해진다. 반면, 아내의 일기는 남편을 뺏기고 싶지 않은 마음, 자신에 대한 사랑과 열정도 식었지만, 아내라는 이유로 내연녀를 정리할 것이라 믿고 싶은 안타까움이 일었다.

 

소설이 후반부에 갈수록 작가는 독자를 충격에 빠뜨렸다. 도저히 믿을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일들을 알려주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의 심리를 이토록 섬세하게 다룬 작가가 남자라는 사실도 믿기 어려웠다. 사랑이란 거, 참 난폭하다. 이토록 난폭할 수가 없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이토록 난폭해질 수 있다는 거, 새롭게 다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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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들의 세계사 - 2014년 제47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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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때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내가 생각했던 『차남들의 세계사』가 그랬다. 내가 생각했던 『차남들의 세계사』는 1980년 광주의 한복판, 군사정권에 의해 수배당한 한 남자의 이야기, 그 와중에 장남이 아닌 차남의 역할을 하는 이야기인가 했다. 책을 읽으면서 차남으로서 느끼는 주인공의 감정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책 속의 주인공은 원주에 사는 외동이었고, 그나마 어머니에 의해 고아원에 버려져 고아원에서 자란 남자였다.

 

 

이 남자, 나복만 씨는 어떻게 되는 걸까.

초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했지만, 글을 쓰지도, 글을 읽지도 못하는, 신입 택시기사가 어떤 잘못을 했기에 수배까지 당하게 되었던 걸까. 못내 궁금했다. 작가 이기호는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것처럼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예를들면 '이것을 들어보아라' 에서 '자, 이것을 허리를 뒤로 활처럼 꺾어 스트레칭 한 번 한 다음, 계속 들어보아라', 또는 '자, 이것을 각자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며 들어 보아라'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우리는 작가가 이끄는 대로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들을수 밖에 없다.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었을까, 싶지만 그때 1980년대의 군사정권은 충분히 이랬을수도 있었겠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모르고 지내왔구나 싶다. 30년 전의 역사가 내게는 과거에 있었던 일로 여겨지는게 사실이었지만, 만약 나복만 씨처럼 이런 일을 당한다면, 이 일은 평생 가슴속에 품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가슴속에서 지우지 못할 일인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를 수사하다가 대통령이 된 전두환 대통령을 가리켜 작가는 누아르의 주인공이라 칭했다. 누아르의 주인공에게 잘보이기 위해 없는 사건도 각색을 해 만드는 과잉 충성을 했던 그들 속에, 피해자 나복만이 있었다. 거리에서 욕이라도 한마디 했다가는 삼청교육대에 끌려가기 일쑤였고,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간 사람은 제대로 나오지 못했던 그 시절, 그 모든 것들 속에 누아르의 주인공에게 과잉충성을 해 빛을 보고자 했던 사람들이었다.

 

 

어떤 한 남자를 태우고 택시 운전을 하던중 차가 말을 듣지 않아 전진을 못했고, 자진 신고하고자 갔던 경찰서에서 글을 읽지 못하는 나복만은 하필이면 정보과로 갔던 것이다. 그곳엔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의 한복판에 있는 곳이었다. 당시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은 문부식, 김은숙, 유승렬 등 부산 지역 대학생 여섯 명이 플라스틱 물통 네 개와 휘발유 30리터, 나무젓가락 두 개 등으로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건물을 잿더미로 만든 사건이었다. 방화범 중 네 명의 학생이 체포되었고, 방화범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문부식, 김은숙이 도피 중 원주 카톨릭 문화관에서 담당 신부인 최기식 신부의 권유로 자수를 했다. 주범들이 검거되었기 때문에 모든 사건들이 해결되는듯 싶지만, 그들을 숨겨주었던 신부, 카톨릭 문화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들을 잡아들이고 고문하고 그들 스스로 죄를 지었다고 없는 죄를 말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때는 그랬다. 그런 것들이 통했던 시대였다. 많은 사람들이 아팠고, 고통스러웠다. 진실은 따로 있음에도 진실을 말하지 못했고, 소설처럼 쓰여진 각본에 의해 죄를 짓는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작가는 어느 한 부분에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며 들어 보아라'고 말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백 번쯤 읽은 안기부 정과장이 각색한 나복만의 새로운 삶을 말하는 부분에서이다. 갖은 고문에 무조건 자신의 삶을 외울수 밖에 없었던, 또한 그 극본을 자필로 쓸수 밖에 없었던 과정들이 나오는데, 우리는 죄 없는 자를 안타깝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내면은 어떤가. 내면의 목소리에서는 한직에 밀려난 정과장이 제발 그만해줬으면 하고 바랬다. 어쩔수 없는 현실이지만 꼭 그렇게 해야 했을까. 나중에 느낄 죄책감이나 자괴감을 어떻게 견디려고 그럴까. 이처럼 아픈 이야기임에도 소설을 그다지 가슴아파하지 않는 것은 작가의 역량이 클 것이다. 그는 독자들의 마음을 조율했다. 죽일것처럼 미운 사람에게도, 한 박자 쉬어가듯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아라는 문장을 써 나갔기 때문이다. 그 문장들 때문에 욱 하지 않고 작가가 들려주는 말에 귀 기울였다.

 

『차남들의 세계사』를 읽는 일은 작가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일이었다. 작가는 글을 읽지 말고 귀 기울여 들으라고 했다. 그의 말에 귀 기울여 듣고, 안타까운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람들이 지금은 편해졌을까?

 

그러니가 아무것도 읽지 못하고, 아무것도 읽을 수도 없는 세계, 눈앞에 있는 것도 외면하고 다른 것을 말해 버리는 세계, 그것을 조장하는 세계(전문 용어로 '눈먼 상태'되시겠다.) 그것은 어쩌면 '차남들의 세계'라고 말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17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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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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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책을 읽을때 고요한 시간 속에서 온전히 집중해 책을 읽었다. 최근의 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집중에 방해되는 가요보다는 팝음악을 듣는다. 거의 이십 년만에 스마트폰 앱으로 듣는 '배캠'을 시작으로 팝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제대로 된 뜻을 많이 모르기 때문에 책에 더 집중을 하는지도 모른다. 새롭게 다가드는 음악들에 독서하는 시간을 더 즐기고 있다.

 

 

온통 음악을 들으며 읽은 책이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9년 만의 신작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이다. 출간하기 전부터 우리 나라 출판사의 과열 경쟁이 있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만으로도 홍보효과를 누리지 않겠는가. 나 또한 이렇게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하였으니. 또 신작 소설집이 나왔다는 말에 벌써부터 읽을 생각을 하고 있는 고등학생인 아들녀석의 기대감에 부응할 수 있는 책이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답게 소설은 아주 흡족했다. 전에 읽었던 소설집 『도쿄 기담집』이 그의 에세이처럼 읽혀졌다면, 『여자 없는 남자들』은 그의 소설다운 소설이었다. 장편소설에서 볼 수 있는 환상적인 면과 필자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적절하고도 조화롭게 써 있었다. 또 우리나라에서만 볼수 있는 단편 「사랑하는 잠자」가 실려있지 않는가.

 

 

지나간 사랑을 추억하는 일, 갑자기 암으로 죽어버린 아내를 추억하는 일, 참 행복하고도, 슬프고, 아련한 시간인것 같다. 무뚝뚝한 여자 운전사, 미사키의 침묵에도 편하게 대사 연습을 할수 있었던 가후쿠가 미사키의 침묵이 편하게 느껴졌는지 죽은 아내를 추억하게 된다는 이야기 「드라이브 마이 카」.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일들을 말하게 되는 건 상대방의 침묵이 어느새 편하게 느껴진 이유일 것이다. 아내와 잠을 잤던 다카스키와 아내 이야기를 하며 친구가 되었던 일들을 얘기할수도 있게 되었다. 책 속에 그런 문장이 나온다. 아내가 왜 깊이가 없는 그 남자를 사랑했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이처럼 알수 없는게 아닌가.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를 늘 개사해서 부르곤했던 기타루와의 이야기를 다룬 「예스터데이」가 두번째 단편이다. 소설속 화자 '나', 다니무라는 찻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기타루를 알게 되었다. 기타루에게는 초등학교때부터 사귄 여자친구 구리야 에리카가 있다. 기타루는 삼수생, 에리카는 대학생, 다른 이와 사귀는 것보다 '나'에게 사귀어보는게 어떻겠냐는 말에 다니무라는 에리카와 만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독립기관」은 「예스터데이」와 화자가 같은 다니무라가 소설을 이끌어가는 화자이다. 「예스터데이」에서 다니무라도 소설을 쓰고 싶어 했고, 「독립기관」에서의 다니무라도 글을 쓰는 작가이다. 다니무라는 성형외과 의사인 도카이의 이야기를 한다. 기교적인 삶을 살았던 도카이, 애인이 있는 여자와 남편있는 여자와만 연애를 하던 그였다. 결혼이라는 것을 하기 싫어해 그처럼 서너명의 여자를 한꺼번에 만나기도 했던 그가 사랑에 빠져 버렸다. 남편 있는 여자였는데, 확실하게 선을 그을줄 아는 그였지만, 사랑에 빠져버린 순간은 속수무책으로 마음을 지배당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데, 그것이 노력만으로 되던 일인가. 책 속에서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하는 '독립기관'이 있다나. 그것이 거짓말인지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독립기관이 알아서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천일야화』의 왕비 셰에라자드처럼 하바라와 성교할때마다 흥미롭고 신비한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는 여자를 그는 「셰에라자드」라 불렀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시간이 되면 이야기를 끊고 가버렸던 그 여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하바라는 기다리곤 했다. 자신의 전생이 칠성장어 였다는 소릴 하고나서는 고등학교때 학교를 빠지고 빈집털이를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좋아하던 남학생의 집,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남학생의 집에 들어가 남학생이 쓰던 연필을 하나 들고 나오며 자신의 것을 그의 책상의 맨 아래칸 서랍에 넣어두고 왔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열병처럼 남학생의 집을 몇번 털었지만, 어느 순간에 언제 열병을 앓았냐는 듯 식어버렸던 이야기였다. 한때는 엄청나게 찬란하고 절대적으로 여겨지던 것이, 그걸 얻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버려도 좋다고까지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혹은 바라보는 각도를 약간 달리하면 놀랄 만큼 빛이 바래 보이는 거야. (211~212페이지, 「셰에라자드」중에서)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되어 이혼을 하고, 홀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있는 이야기 「기노」가 겪는 기이한 경험들과 감정들이 짙게 배어있다. 한 여자를 깊이 사랑했지만, 갑자기 여자가 죽거나 사라져버리면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는 이야기. 누구라고 이름을 확실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이를테면 열네 살의 같은 반의 여자아이였던, '엠'이라고 칭해보는 여자를 추억하는 내용은 화자가 엠이라는 존재를 확실하게 밝히지 않아서 마치 꿈속의 여자처럼, 자신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간직될 마음들을 담았다. 여자를 잃고난 남자들의 심정, 지우개 반쪽을 오래도록 간직했던 것처럼 그 여자 '엠'에 대한 회상을 담았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그날은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예감도 징조도 없이, 노크도 헛기침도 생략하고 느닷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모퉁이 하나를 돌면 자신이 이미 그곳에 있음을 당신은 안다. 하지만 이젠 되돌아갈 수 없다. 일단 모퉁이를 돌면 그것이 당신에게 단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다. 그 세계에서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로 불린다. 한없이 차가운 복수형으로. (327페이지, 「여자 없는 남자들」중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의 오마주인 「사랑하는 잠자」는 어느날 그레고르 잠자가 되어버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하는 잠자」를 제외하고 하루키의 여섯 편의 단편은 모두 중년의 나이인 사람들이 주인공이고, 잃어버린 사람, 잃어버린 사랑, 그 속에 홀로 남은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내게로 오는 사람을 막기도 하고, 상대방에게로 가고 싶은 마음을 겉잡을 수 없지만, 어느 순간에 마치 차가운 얼음처럼 식어버리고 만다.

 

 

현실의, 홀로 사는 중년 남자들이 느끼는 외로움, 고독 들의 내음이 짙게 배어있었던 소설이었다. 여자 없는 남자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담겨져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유한 감정들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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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9-0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으셨군요^^ 전 사놓기만 했어요.
님 리뷰 읽으니 막 읽고 싶어집니다.
행복한 한주 되세요~~~~
 
이집트 미술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 3
수지 호지 지음, 서남희 옮김 / 시공아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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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관련 서적을 좋아해 자주 보고, 책도 구입하고 있지만 이집트에 관련된 미술은 접하지 못한것 같다. 이번에 읽게 된 『이집트 미술』은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익숙한 그림만을 보다가 생소한 그림을 본다는 건 아주 큰 즐거움이다. 사실 이집트 미술이라고 해서 이집트 화가가 그린 그림을 기대했다. 책을 받아놓고 보니, 이집트의 그림보다는 파라오에 관련된 미술품들을 나타낸 책이었다. 생각보다 판형도 작고, 두께가 얇은 책이어서 조금 서운했다면 서운했달까.

 

 

들어가는 글에서 보자면, 이집트 미술은 사후 세계와 관련 되어 있고, 산 사람들에게 보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시신을 보존하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만들었지만 죽은 자가 영원히 존재할 수 있도록 살아 있는 인간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놓였다고 한다.

 

 

이집트 미술은 한눈에 봐도 이집트 라는 나라를 연상시킨다. 파라오의 영원한 삶을 나타내는 조각상은 파라오의 무덤을 장식하기 위해서 만들었고, 공물을 나르는 여인들과 다른 시종들의 모형 들이 부장품으로 들어갔다. 이는 내세에 이들이 되살아나 무덤의 주인인 파라오의 시중을 들게 되리라는 믿음에서였다고 한다. 아래 왼쪽의 목각 인형도 무덤에서 발견 되었다. 그림에서처럼 원형으로 된 구멍을 뚫어 다음 페이지와 연관시켜 미술품을 구성하게 된 안료나 이집트의 파라오와 여신들의 관련성, 들고 있는 물건에 대한 상징성을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파라오가 사랑했던 왕비의 무덤을 장식하고, 사랑했던 왕비를 기리기 위해 미술품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사후 세계에서까지 함께 있고 싶어서인지 내세의 가족 초상화까지 벽화로 남기기도 했다.

 

 

아래 왼쪽의 미술품 같은 경우, 나무를 조각해 금판으로 덮은 것으로 색유리나 준보석들이 장식되어 있다. 사진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왕비가 향유를 남편에게 발라주고 있는데, 이는 영생을 보장하는 관습이라고 한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1인자인 파라오는 오른쪽을 바라보고, 그의 아내인 왕비는 늘 왼쪽을 바라보는 특징이 있다.

 

 

 

 

위 오른쪽의 사진은 장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것으로써, 도굴당한 무덤위에 재활용된 무덤에 묻힌 것으로 속관을 쓰고 그 위에 덧관을 씌워 그림을 그렸다. 검은색 가발은 나일강의 비옥함을 상징했고 머리 장식들과 넓은 목깃은 생전에 누렸된 부와 지위를 나타낸다고 한다.

 

 

『이집트 미술』은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으로써 인상주의, 르네상스 미술, 초현실주의와 함께 총 네 권으로 출간된 책이다. 부제에서 보다시피 특정 부분에 동그란 구멍을 뚫어 다음 페이지와 연결시켜 세부적인 설명을 하고 있었다. 다만 내가 원하는 것은 미술품의 전체를 보여주고 다음 장에 구멍을 뚫어 설명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구멍을 뚫어 세부적인 설명을 해 미술품에 대한 집중을 하게 되어 이해할 수 있는 이점은 있었다.

 

 

세계의 여러나라의 문학 서적을 접하며 그 나라에 대한 문화를 이해하게 되는데, 그림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생소한 이집트에 관련된 미술을 보며 이집트에 대한 간단한 역사, 파라오의 지위, 왕비를 사랑했던 파라오에 대한 마음을 인식할 수 있었고, 이집트 고유의 장례문화와 영원한 삶을 살기 원했던 이집트 만의 내세에 관해 알 수 있었다. 이집트인들의 염원을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다.

 

 

이집트 미술을 더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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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나라 쿠파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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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를 좋아하는가, 묻는다면 글쎄라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 우화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아는 것을 좋아하는가, 묻는다면 그건 괜찮다,이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속에 우화가 꽤 많았다. 우화 속에서 말하는 풍자와 교훈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아이들의 마음속에 깃들기를 원하기도 했다.

 

 

이사카 코타로의 『밤의 나라 쿠파』는 우화이다. 톰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가 바라보는 자신만의 세상을 담았다. 다른 한 명의 주인공은 인간 남자. 인간과 고양이가 대화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알아듣는 인간이 신기한 고양이와 고양이가 어떻게 말을 하나 싶다. 고양이 톰은 인간에게 자신의 나라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건넨다.

 

 

고양이 톰이 살고 있는 나라는 오랜시간동안 철국과 전쟁을 해 온 통에 그 나라의 성벽엔 독이 묻은 가시가 있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 8년 간의 전쟁 끝에 철국에 지고 철국 병사들이 이 나라로 들어와 왕이었던 칸토가 죽고 이제 그들이 지배를 하려 한다. 이 나라에서는 위기에 닥쳤을 때 쿠파의 병사들이 구해주러 돌아온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었다. 오래도록 쿠파의 병사들을 차출해 쿠파를 물리치러 떠났었다. 그들이 쿠파를 절벽에서 떨어뜨리면 몸이 터져서 수분이 사방으로 튀어 그것을 몸에 맞은 병사들은 그로 인해 투명해지며, 투명해진 병사가 자신의 마을에 돌아와 구해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고양이인 톰은 쥐의 꼬리를 발견하기만 하면 무의식적으로 쥐를 쫓기 위한 본능적인 자세를 취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투명한 병사가 말을 타고 돌아온 줄 알았지만 말 속에 있던 멀리서 온 쥐의 영향인지 쥐들 속의 중심의 쥐가 그런 톰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쥐들을 쫓지 말아달라고, 다른 고양이들에게도 말해 쥐들을 쫓지 않게 해주면 고양이들이 원하는 일을 해주겠다고 말한 것이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자신이 약해지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하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겠다는 생각을 하는가 보다. 인간은 어떤가.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백성들을 거짓말로 꼬여내어, 오래전에 전쟁이 끝났지만 전쟁중이라고 말하며, 또한 철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지만 자신의 영욕을 위해 거짓말을 내뱉는 인간들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책의 대부분의 시선이 고양이가 바라보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일까. 문장들이 단순하다. 철국의 병사들이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색칠을 하고 나타났을때 무슨일인가 궁금해하는 인간들의 모습들을 나타내는 장면들을 보면 정말 동화같은 느낌이 든다. 예를들면, 수군수군수군수군, 소곤소곤, 숙덕숙덕, 중얼중얼 이런 식으로 나타낸 것이다. 수군거리는 소리,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를 많이 나타내기는 하지만, 소설 속에서 이처럼, 자주, 나타내는 건 상당히 재미있었다. 무슨 일이 생겼을때, 여러 명이 모여 있을때 나는 소리지만, 막상 책 속에서 보니 느낌이 생소했다.

 

 

책을 읽으며 고양이가 바라본 인간들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보았다. 퇴근후 아파트 인도를 걷다보면 노란 줄무늬를 한 고양이가 나를 피하지도 않고 나에게로 다가온 적이 있었다. 고양이를 무서워하지만 피하지 않고 지나가노라면 그 녀석은 나에게 무언가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다.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며 먹이라도 줘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겠금하는 눈빛을 건넨다.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 고양이를 보며 문득 노란 줄무늬의 길고양이가 생각났다.

 

또한 『걸리버 여행기』에서의 걸리버처럼 갑자기 주인공 인간이 거인이 되어버리는 것과 고양이 톰이 살고 있었던 나라가 소인들이 사는 나라처럼 보여버리는 것 또한 동화를 읽는 듯한 작은 즐거움이었다.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통치하는 자와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도 바치려했던 소시민들의 삶,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을 이끌어가는 사람들도 오직 사람들이라는 것을 강하게 일깨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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