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난폭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사랑이란 무엇인가. 가장 쉽고도 어려운게 사랑인것도 같다. 사랑할때는 그 모든 것들이 나를 향해 움직이지만, 왜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열정이 무뎌지는 것인가. 사랑에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 저절로 젖는 것인가. 사랑할때는 그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도 얻고 싶은게 사랑이지만, 사랑을 얻고 났을때 공허함마저 느끼는 것일까. 사랑, 참, 어렵다.

 

결혼해서 오랜 시간을 살다보니 그다지 싸우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잉꼬부부처럼 살아가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다. 거실에 앉아 TV를 볼때도 아직 손을 마주잡고 TV를 보는데, 어깨를 안고 있는 신랑의 모습을 본 조카는 이모부는 이모를 굉장히 보호하고 있다고 말한적이 있었다. 다 큰 우리집 아이들은 그 모습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는데, 조카 아이의 시선에는 특별하게 보였나 보다.

 

 

글쎄, 이랬던 신랑이 바람을 피운다면? 사실, 믿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만약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대도 내가 느끼지 않게, 내가 몰랐으면 하는 바램이 더 강하다. 그걸 안 순간 지옥을 오가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기 때문에.

 

최근엔 이런 사람들이 꽤 있다는 걸, 주변에서 만나곤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하지 않으려고 할 뿐이지, 사랑에 대한 감정은 배우자 외에 생길수도 있다고 본다. 실비아 플라스의 자전적 소설에서도 그랬다. 소설속 주인공은 오로지 낯선 남자를 바란다고 했다. 아는 남자 말고 전혀 모르는 낯선 남자에 대한 로망. 그건 현재의 우리도 그러지 않을까 싶은게 사실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들게 한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만났다. 제목부터가 사랑이 얼마나 난폭해질수 있는지를 느끼게 한다. 소설은 한 내연녀의 일기, 한 남자의 아내로 있는 아내 모모코의 일기, 작가가 바라보는 모모의 일상을 전해주는 내용으로 전개가 된다. 모모코는 결혼전에는 그다지 맞지 않았지만, 한 집에서 시부모는 안채에, 마모루와 모모코 부부는 별채에서 생활하고 있고, 모모코는 아침마다 시어머니에게 음식물쓰레기를 달라고 하며 같이 버리는 며느리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모모코와 살면서 비누 공예를 문화센터에서 일주일에 세 번쯤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모모코의 남편 모모루에게 열여섯 살 연하의 내연녀가 생겼다. 더군다나 내연녀 미야케 나오에게 아이가 생겼다며 나오를 만나달라고 한 것이다.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지만, 자신은 남편의 아내라는 이유 때문에 그 사랑이 굳건할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사랑은 난폭할 뿐이다. 모모코에게 마모루의 사랑은 난폭해졌을 뿐 더러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토록 믿고 싶었던 마모루의 사랑이 변질 되었다는 것. 이제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토록 모모코를 사랑했던 남편 마모루는 이제 그녀의 새로운 사랑 나오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임신한 나오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내연녀의 일기를 읽고 있노라면, 아내가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 그의 생활이 궁금해, 그 남자의 집 근처에까지 가고,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남자의 아내를 내쫓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들이 전해진다. 반면, 아내의 일기는 남편을 뺏기고 싶지 않은 마음, 자신에 대한 사랑과 열정도 식었지만, 아내라는 이유로 내연녀를 정리할 것이라 믿고 싶은 안타까움이 일었다.

 

소설이 후반부에 갈수록 작가는 독자를 충격에 빠뜨렸다. 도저히 믿을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일들을 알려주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의 심리를 이토록 섬세하게 다룬 작가가 남자라는 사실도 믿기 어려웠다. 사랑이란 거, 참 난폭하다. 이토록 난폭할 수가 없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이토록 난폭해질 수 있다는 거, 새롭게 다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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