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봉 로망
로랑스 코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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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좋은 소설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오랜기간동안 사랑받아온 고전 작품들을 말할 것이고, 누군가는 고전이 아니어도 감동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게 된 작품을 말할 것이고, 재미가 좀 덜해도 읽고나서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있는 작품들을 말할 것이다. 어떤 이는 문체나 문장이 좋아 그 작품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소설들 중에서 가장 좋은 소설이란 내가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소설. 다른 이에게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라는 것. 다른 누군가에게 추천 받은 소설이어도 내 취향이 아니면 너무 지루한 소설일 수도 있다는 것.

 

  얼마전에 한 작가가 꼽은 추천하고 싶은 소설 목록이 있었다.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그가 추천하는 소설들의 목록을 적었을 것이고 혹은 구입해서 읽어보았을 것이다. 만약 다섯 권의 책을 추천했다고 치자. 어떤 이는 다섯 권의 책을 다 읽는 이도 있을 것이며, 그중 몇 권을 골라 읽어본 독자도 있을 것이다. 나도 작가가 추천한 책 중에서 나한테 맞을 듯한 작품을 골라 읽어보고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두고 있기도 했다.  

 

  좋은 소설이란 어떤 소설일까.

어느 누구보다도 소설을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이로서 이 소설 속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흥미위주의 그저그런 소설들과 좋은 소설이 함께 있는 서점. 좋은 소설을 알아보는 독자는 좋은 소설만 취급하는 서점이 있다면 아마 그 서점에서 하루종일 머물지도 모른다. 구석에 앉아 책을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책에 대해 잘모르는 독자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와 있는 소설이 좋은 소설인줄 알기도 하겠지.

 

  좋은 소설만 선별해 파는 서점 '오 봉 로망' 이 탄생된 계기는 좋은 소설을 알아보는 눈이 있는 한 남자와 좋은 소설을 좋아하는 한 여자가 만들었다. 이들은 먼저 좋은 소설을 쓰는 작가들과 만나 그들이 선별한 좋은 책들의 목록을 원했다. 여덟 명의 작가들을 선별해 '좋은소설 위원회'를 만들어 작가들이 꼽은 좋은 소설 600권의 목록을 받았다. '좋은소설 위원회'에 든 작가들의 이름과 그들의 목록은 철저한 비밀에 부쳐졌다. 작가들은 필명으로 대화했고 위원회의 작가들 조차도 서로 몰랐다.

 

 

 

내 말을 새겨 들으렴. 소설을 읽는 것도 인생을 배우는 하나의 방법이란다. 다른 어른들은 그렇지 않다고, 문학과 삶은 다르다고, 소설 나부랭이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할 테지. 그 사람들이 틀렸단다. 문학은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단련시켜준단다. (185페이지)

 

 

  이렇게 해서 탄생한 오 봉 로망은 좋은 소설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북적거렸고 매상도 올랐다. '좋은' 소설을 판매하는 오 봉 로망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만 있는게 아니었다. '좋은' 소설만 판다는 이유로 그들의 적도 생겼다. 좋은 소설 위원회에 있는 세 명의 작가가 각자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이유로 인해 사고를 당했고, 블로그에 비방 글이 올라오는 등 오 봉 로망 서점은 위기에 처했다.

 

  작가가 글을 쓰고 출판사에서는 책을 만들게 되는데 작가와 출판사와의 유착관계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만약 이방과 프란체스카의 서점처럼 좋은 소설만 골라판다고 한다면, 좋은 소설들의 목록 속에서 출판사의 작품이 몇개 없다면, 오 봉 로망 서점이 성황을 이루는 반면 그 출판사는 망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반기를 들고 일어날수도 있는 일.

 

  전체적으로 좋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소설을 소장하려는 사람들, 우리가 애서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특히 더 좋아할 만한 소설이다. 유럽에 가면 이처럼 독특한 책방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책방이 있다는 걸 듣지 못한것 같다. 대형서점과 헌책방만 있다는 걸로 알고 있다. 그것도 특별히 소설만을 파는 서점처럼 전문적인 서점보다는 아이들 교재등 이것저것 다 파는 종합서적을 파는 서점들이 있다. 대형화된 서점탓에 이제 대형 서점에서는 책만 팔지 않는다. 문구류에서부터 팬시인형등 각종 다양한 물품을 파는 가게로 변신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이런 서점은 오래전 우리가 죽치고 있었던 서점같지가 않다. 소위 여러 물건을 함께 파는 마트 같다고 할까.

 

  원래도 소설을 좋아하지만, 소설만 파는 터라 다른 종류의 책도 더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고는 하지만, 나처럼 소설만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오로지 소설만을 읽고, 좋은 소설에 대한 애정과 열망을 가지고 있는게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애서가라고 자부하는 이로서 이런 서점 하나 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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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로큰롤
오쿠다 히데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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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아이가 중학교에 다닐때 매일매일 듣던 곡들이 팝음악이었다. 귀가 아플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시위하듯 듣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랬었지. 나도 중고등학교때 팝음악에 빠져 있었지. 영어에 익숙하지 않았던 중학교 시절엔 영어 가사를 한글 발음으로 노트에 적어 놓고 음악이 나올때면 따라 불렀었지. 아이의 행동을 보며 내 젊은 날의 시간을 되돌려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둘째가 또 중학생이 되어 컴퓨터에서 팝송을 틀어놓고 따라 불렀다. 아이가 듣던 음악중 내 귀를 사로잡은 것이 고티에(Gotye)의 'Somebody That I Used To Know'라는 곡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률을 가진 곡이라 나는 음악을 내 휴대폰에서 듣고 싶어 음악 파일을 구했고, 휴대폰 벨소리로, 통화연결음으로 사용해 한동안 들었다. 아마 LP 같았으면 늘어지도록 들었을 것이다. 나는 팝음악, 클래식음악, K-Pop 등을 대중없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팝음악을 다시 들게 된 계기가 이 음악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도 한동안 팝음악에 빠져 있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들었던 음악들. 내가 가지고 있는 LP판들. 내가 들었던 라디오 방송들. 나는 다시 오래전에 듣던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다시 듣기 시작했다. 집에서는 MBC가 잘 잡히지 않아 휴대폰 앱으로 듣게 되면서 다시금 팝송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며 청취자들이 보내오는 사연에 귀기울이는 시간들이 참으로 소중했다. 나 혼자 휴대폰에 저장된 음악들을 듣는 것보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와 함께 듣는 음악이 참 좋다는 걸 다시 느끼고 있다. 왜 라디오에서 듣는 음악들은 이렇게 좋은 걸까. 오래전에 들었던 추억의 음악, 새로 나온 음악들. 모두의 시간을 하나로 묶는 시간이었다.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나의 음악 이야기가 길어졌다. 우리가 소설가로 알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가 로큰롤에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말이다. 소년 오쿠다의 음악 입문기를 읽다보니 어느새 추억에 젖어든 것이었다. 물론 오랜 시간 차이가 있어 내가 알고 있는 뮤지션과 모르는 뮤지션이 있지만 그래도 반가움이 앞서는 건 어쩔수 없다.

 

 

팝송. 그것은 잿빛 구름 새로 비쳐 드는 일곱 색깔 빛.

팝송. 그것은 초원에 흐드러지게 핀 색색의 꽃.

팝송. 그것은 낡은 것을 모조리 날려버리는 향기로운 바람. (294페이지, 「홀리데이 히트 팝스」)

 

 

 

  저자 오쿠다 히데오는 '록을 만나지 않았으면 나는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까지 했다. 우리의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만나는 음악이 우리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우리 모두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사춘기 시기가 자연스럽게 다가오듯, 음악과 함께하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다. 클래식 전공하는 사람과 몇몇을 빼놓고는 대체적으로 음악에 빠져들지 않을까.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남이 안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체제와는 반대편에 서고 싶다, 소수파로 있고 싶다, 모두가 오른쪽을 보고 있을 때 나만은 왼쪽을 보고 싶다. (57페이지)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나오키상에 빛나는 유명한 작가다. 작가의 추억의 음악 스토리에서 음악과는 거리가 먼 규율을 강제했던 중학교가 제일 싫었다며 강연회를 의뢰해도 전혀 해주고 싶지 않다며 소심한 복수를 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에서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가족과 떨어져 자신의 방에서 라디오를 듣는 일, 바로 독립의 상징이라는 말을 시작으로 그의 음악 입문기가 시작되었다. 처음 가요에서부터 비틀즈, 티 렉스, 퀸, 핑크 플로이드, 딥 퍼플,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의 팝 가수들을 만나며 오쿠다 소년은 점점 음악에 눈을 떴다. 

 

  우리가 들었던 음악들, 밤새워 부르며 가수들을 흠모하기도 했던 것처럼, 그 또한 어린 소년이었을때부터 라디오를 사고, 음악을 듣고, 레코드를 사들이는데 공을 들였고, 학교 방송국에서 좋아하는 팝송 한 번 듣고자 시위를 했던 일들까지 우리를 추억의 시간으로 인도했다. 그가 들려주는 십대시절 음악이야기와 함께 그의 에세이의 내용과 비슷한 단편 소설까지 수록되어 있어 책을읽는 즐거움이 더 컸다.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싶어했던 오쿠다 소년. 그가 로큰롤에 빠지게 된 것은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자유로움의 상징인 록음악이 그를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는지도 모르는 일. 음악에 빠져들수 밖에 없었던 우리 모두의 십대. 록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을 구해주었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동조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청춘의 시대는 거의 음악과 함께 했으므로. 우리에게 음악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어떤 청춘의 시간을 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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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올레 - 놀멍 쉬멍 먹멍 일본 규슈 걷기 여행
손민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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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이맘때 일본에 규슈를 다녀왔다. 친구들 부부, 나는 우리 가족과 함께 한 규슈 여행이었다. 일반 관광 여행이 아닌 규슈 올레길이었다. 우리는 미치노에키 모모야마텐카이치 - 마에다 도시이에 진영 터 - 후루타 시게나리 진영 터 - 호리 히데하루 진영 터 - 나고야 성터 - 히나타가마 - 하도미사키 소년 자연의 집 - 하도미사키 캠프장 - 시마즈 요시히로 진영 터 - 하도미사키 산책로 - 소라구이 포장마차까지 가는 가라쓰 코스였다. 제주 올레길을 본 딴 규슈 올레길이라 하여 우리가 갔을때는 사가현 공무원들 세 명이 나와 우리 가는 길을 안내했다. 규슈 올레길을 더 홍보하고자 나온 공무원들의 열정이었다.

 

  작년에 다녀왔던 규슈 올레를 책으로 만난다니 작년에 갔던 기억들이 떠올라 반가운 책이었다. 물론 우리가 갔던 가라쓰 올레길은 규슈 올레길의 한 코스였을 뿐이지만, 우리가 가지 못한 곳들을 더 알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가라쓰 코스를 갔을때도 들었지만 가라쓰 코스엔 우리의 아픈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임진왜란의 출병을 기다리고 있었던 진영 터가 있었던 곳이다. 아픈 역사의 현장을 바라보아야 해 불편함이 있었다. 이 책을 쓴 저자 또한 진영 터에 대한 불편함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가라쓰 코스는 무난하면서도 꽤 즐거운 곳이었다. 

 

  가라쓰의 기후는 제주도와 비슷했다. 제주에서처럼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는 길을 우산과 우비를 입고 걸었고, 걷는 길마다 일본 특유의 풍경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걸었던 길에는 제주에서처럼 오렌지색 귤이 탐스럽게 열려 몰래 하나 따 먹고 싶을 정도로 먹음직스러웠다. 책에서는 이러한 풍경들까지 자세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여러 코스를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제주 올레와 규슈 올레의 베테랑 여행 기자의 글이라 속속들이 소개하고 있었다.

 

  저자는 책에서 총 15군데의 규슈 올레길을 안내했다. 코스 지도는 기본이며 코스의 거리와 예상 소요시간과 코스별 경로 뿐만 아니라 가는 방법까지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풍부한 사진과 먹거리, 호텔 뿐만 아니라 맛집까지 소개했다. 규슈 올레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책이었다.

 

 

 

  내가 가보았던 코스는 달랑 한 코스였을 뿐이었지만, 다른 여행 가이드북에 비해 더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책에서 익숙한 장소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여러 곳들을 방문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다채로운 자료와 장소로 가득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가보고 싶은 코스를 꼽는다면 저자도 적극 추천한 기리시마, 묘켄 코스였다.

 

  저자는 끌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할수 없이 좋아하는 코스라고 말했다. 길에 얹힌 사연도 흥미롭고, 온천, 교통 등 관광 편의시설도 훌륭하고, 자치단체의 열성도 뜨겁다. 무엇보다 길이 좋다. (165페이지) 라고 했을 정도다. 역사적 인물을 길에서 추억하는 규슈 올레의 유일한 코스라고 말했을 정도다. 료마라는 한 인물을 추억할 수 있는 길이며 기자 출신 작가인 시바 료타로는 료마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료마가 간다』라는 작품을 썼고, 시바 료타로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한다고 했다.

 

  우리가 가는 장소에서 그 나라의 역사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걷는 길에 집 앞에 내놓은 화분들에서 이웃을 배려하는 그들의 국민성을 엿보기도 한다. 우리와 조금씩 다르면서도 비슷한 감성들을 느끼게도 되는 시간. 낯선 장소에서의 익숙한 느낌. 그 장소만이 가진 힘이 보인다. 그 장소에서의 감정은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만이 느끼는 고유한 느낌이기도 하다.

 

  우리는 함께 간 사람들과 길을 걸었고 길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거리의 풍경과 어두운 색의 지붕, 닫힌 커튼, 우리나라와 비슷한 노랗게 물든 벼가 있는 들녘. 함께 한 사람들과 걷는 길에서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기억했고, 우리가 살아가야할 미래를 기약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한 길이었고, 길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 풍경들이 이제 그리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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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2015-10-28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ㅎㅎ 리뷰가 어쩜 이렇게 멋있으신가요~~ 좋은 리뷰감사합니다ㅎㅎ

Breeze 2015-10-29 16:59   좋아요 1 | URL
아휴.. 과찬의 말씀을. 감사합니다. ^^
 
천계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6
나카마치 신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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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각종 추리소설들을 찾아 읽고 추리하기를 즐긴다. 아마도 자신이 생각한 살인범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나타났을때의 그 쾌감때문에 자꾸만 추리소설을 읽는지도 모른다. 또 추리소설처럼 시간이 잘 가는 책도 드물다. 물론 로맨스 소설 빼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화자를 따라가다보면 금방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게 되는게 추리소설의 묘미다. 그래서 사람들은 킬링타임용으로도 읽고, 추리소설 마니아들도 생겨난다.

 

  일례로 얼마전에 개봉한 영화 「탐정 ; 더 비기닝」에서 주인공 권상우는 경찰을 꿈꾸었으나 다리 부상 때문에 경찰이 되지 못했고 추리소설을 좋아해 미제살인사건 카페의 파워블로거 이기도 해 셜록급의 추리력을 선보인다. 권상우는 광역수사대 출신 레전드 형사인 성동일과 함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내용을 담아 꽤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의 추리력을 발휘하는데, 소설에서의 형사나 탐정이 아닌 일반인은 더한 능력을 발휘한다. 

 

  『모방살의』의 뒤를 잇는 『천계살의』에서는 역시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가 한 편의 추리소설을 써 출판사 편집자에게 건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음은 부부싸움후 집을 뛰쳐나갔던 아내가 돌아오지 않고 결국 시체로 발견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야규 데루히코는 「호수에 죽은 자들의 노래가......」라는 범인 맞추기 릴레이 소설을 썼다. 야규가 '문제편'을 썼고, 다른 작가가 '해결편'을 써 탐정역을 하며, 야규가 다시 '해결편'을 쓰는 형식이다. 야규는 며칠 쉬며 해결편을 쓰겠다고 온천으로 떠났고, 그가 자살한 것 같다는 기사가 나온다. 야규가 쓴 추리소설은 반년전에 일어났던 가미나가 아사에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었고, 소설 속에서는 실명이 그대로 나왔다.

 

  추리소설 편집자로서 꽤나 추리를 한다는 하나즈미 아스코는 자신이 직접 아사에 사건을 알아보기로 한다. 아사에의 남편인 라이조와 아사에의 직원이었던 가타기리를 만나 사건이 일어났던 정황을 들어보고, 아사에가 만났던 사람들을 찾아가며 나름의 추리를 하게 된다. 야규가 쓴 추리소설대로라면 가타기리가 아사에를 죽인 살인자가 되지만 며칠뒤 가타기리는 시체로 발견된다. 그럼 아사에를 죽인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또한 야규는 진짜 자살을 한것인가.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죽임을 당한 것인가.

 

 

  소설에서는 추리소설 출판사 편집자인 아스코가 사건을 취재하고 살인자가 누구인지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추리소설을 좋아해 편집자까지 되었지만 이렇게까지 사건에 깊숙이 파고들어도 되는 것인가. 아스코에게는 이 사건이 이토록 흥미로운가. 아스코가 정말 살인자를 찾아낼까 궁금해하며 책을 읽었다. 아스코가 살인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하나씩 죽어가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용의자가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소설 속의 또다른 소설처럼 하나의 소설과 하나의 사건이 연결되는 장면들을 보며 나카마치 신이 왜 살아있을때 더 빛을 못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의 심리에 집중을 두어 살인사건을 추리해나가는 스릴러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서술 트릭을 묘사하는 본격 추리소설도 상당히 흥미롭다는 것을 느꼈다. 교묘한 장치 속에 숨겨둔 살인자. 나만의 추리를 해보았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 살인자로 판명되자 느끼는 허무함 같은것. 나는 나카마치 신의 서술 트릭을 제대로 이해못했었다. 작가의 의도대로 서술 트릭에 빠져 다른 사람을 용의자로 보고 있었으니.

 

  서술트릭의 묘미가 살아있는 작품이었다. 그저 나열된 사건의 개요와 생각들을 따라가다가 어느새 빠져버리고 마는 마력이 있었다. 이래서 서술트릭 추리소설에 열광하는 독자들이 있는가보다. 『모방살의』에 이어 다시한번 서술트릭의 매력에 빠져버린 작품이었다. 이런 추리소설, 꽤, 재미있구나! 나카마치 신의 살의 시리즈가 어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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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줏간 소년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패트릭 맥케이브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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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읽은 최초의 아일랜드 소설이지 않을까 싶다. 꼭 어느 나라의 소설이라고 일컫기 보다는 조금은 그 나라의 특색을 알수 있기 때문에 아일랜드 소설이라는 것을 음미해보고 있었다. 꼭 아일랜드 소설이어서는 아니겠지만 읽으며 꽤 불편했던 소설이었다. 어쩌면 이런 소년이 다 있을까. 소년이 이렇게까지밖에 될수 없었던 것은 소년의 부모 책임일까. 아니면 마을 사람들의 책임일까. 아니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누전트 부인일까.

 

  삶이라는 것은 참 알수가 없다. 단순한 행동 하나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자신의 삶을, 살아갈 미래를 통째로 바꿔버릴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소설을 읽으면서도 못내 불편한 마음이 있었지만, 소설을 다 읽고서도 어쩌면 이렇게까지 행동할 수 있었을까.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코널리 부인처럼 좋은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그는 그 사람들의 친절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었던가. 하는 생각에 소설 속 소년에 대한 안타까움이 일었다.

 

  한 남자의 회고로 소설은 시작된다. 이십 년이나 삼십 년쯤 전의 소년 시절로 돌아간 것이다.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었던 소년 프랜시. 프랜시에게는 조라는 단짝 친구가 있었다. 프랜시와 조가 다니는 학교로 런던에서 살았던 필립이 오게 되고 필립에게는 평생 한번도 본적이 없는 만화책이 있었다. 만화책은 굉장히 비싼 책이었다. 프랜시와 조는 필립의 집으로 가서 만화책을 몰래 가져와 자신들의 은신처로 숨겼다. 필립의 엄마 누전트 부인이 집으로 찾아와 그냥 만화책을 달라고 했으면 순순히 주었을텐데 누전트 부인인 프랜시의 가족에 대해 경멸의 말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돼지들 같으니....'라는 말을 하는데 프랜시가 그 말이 들었다.

 

  자신들의 가족을 돼지들 같다고 표현한 누전트 부인 때문에 프랜시는 스스로 돼지라 칭하며 자신을 옭아매고 겉잡을 수 없는 감정의 변화를 느꼈다. 프랜시의 말처럼 그저 만화책을 돌려달라고만 했더라면 프랜시가 그렇게까지 변하지는 않았으리라. 그저 악동 시절을 겪으며 점점 착한 소년으로 커갔을지도 모른다. 허클베리 핀처럼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나중에 커서는 좀더 생각하는 청년으로 자랐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프랜시는 길을 건너는 누전트 부인의 앞을 가로막고 통행세를 내라고 했으며 누전트 부인의 집으로 찾아가 거실에 똥을 싸놓는 등 진짜 자신이 돼지가 된 것처럼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누전트 부인이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광경들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자신의 집에서는 볼수 없는 화목한 가정을 자신의 마음속으로 바라보며 그런 가족을 꿈꾸었는지도 몰랐다.

 

 

 

  누전트 부인의 말처럼 자신의 가족은 돼지들 같았고, 집은 돼지우리 같았는지도 몰랐다. 아버지는 한때 노래를 불렀지만 지금은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가정을 돌보지 않고 엄마에게 해를 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엄마는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엄마에게도 반가운 사람이 있었으니 앨로 삼촌이었다. 앨로 삼촌이 오기로 한 날에 엄마는 요리를 하고 앨로 삼촌을 맞을 준비를 했었다. 엄마에게 앨로 삼촌이 좋은 사람이었듯, 프랜시에게 가장 좋은 사람은 조였다. 프랜시가 누전트 집안에 해놓았던 일 때문에 잠시 떠나 있다가 돌아왔을때 단 하나의 친구였던 조가 필립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자 프랜시는 아주 막막했다. 친구 조를 필립에게서 자신에게 돌아오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아무리 가정환경이 불우하다고 해도 곁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지게 되어 있다.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개척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꼬인 줄을 제대로 풀지 못하면 그 사람의 삶은 수렁속으로 빠질수도 있다. 아마 프랜시가 그렇지 않았을까. 끝없이 조에 대한 우정을 되찾고 싶었고, 어느새 조가 자신보다는 필립과 더 친하게 지내는 것을 견디지 못한 모든 것들이 누전트 부인이라고 느끼게 되었다는 거.

 

  소설을 읽으며 불편한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한 혼란스럽기도 했다. 소년 프랜시가 바라보는 광경이 소년이 진짜 바라보는 광경인지 그가 상상하는 광경인지 혼란스러웠다. 프랜시의 마음은 상상과 현실을 오갔고 마치 상상속의 광경이 현실인양 바라보고 있었다. 일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우리는 프랜시가 말하는 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그가 혼란스러운 광경에 처해있으면 우리도 혼란스러웠으며 레디를 따라 쓰레기들을 나를 때는 우리 또한 푸줏간 냄새를 맡으며 걸어가는 것처럼 느낄수 밖에 없었다.

 

  소년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은 곧 독자들의 몫이 되었다. 소년의 감정이 되어 조에 대한 마음때문에 슬펐고, 죽은 아버지를 방치하며 어떻게든 아버지를 붙잡으려 했던 소년 때문에 아팠다. 분명 소년은 나빴지만 소년을 미워할 수 없었다. 소년에 대한 안타까움이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아, 삶이라는 것은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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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5-10-2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로 보고 찜찜해했던 기억이 아주 오래전이네요
좋은 리뷰 고맙습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줄 덕분에 알았습니다

Breeze 2015-10-21 17:36   좋아요 0 | URL
저는 책을 읽고 리뷰 작성하고 나서야 영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