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올레 - 놀멍 쉬멍 먹멍 일본 규슈 걷기 여행
손민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작년 이맘때 일본에 규슈를 다녀왔다. 친구들 부부, 나는 우리 가족과 함께 한 규슈 여행이었다. 일반 관광 여행이 아닌 규슈 올레길이었다. 우리는 미치노에키 모모야마텐카이치 - 마에다 도시이에 진영 터 - 후루타 시게나리 진영 터 - 호리 히데하루 진영 터 - 나고야 성터 - 히나타가마 - 하도미사키 소년 자연의 집 - 하도미사키 캠프장 - 시마즈 요시히로 진영 터 - 하도미사키 산책로 - 소라구이 포장마차까지 가는 가라쓰 코스였다. 제주 올레길을 본 딴 규슈 올레길이라 하여 우리가 갔을때는 사가현 공무원들 세 명이 나와 우리 가는 길을 안내했다. 규슈 올레길을 더 홍보하고자 나온 공무원들의 열정이었다.

 

  작년에 다녀왔던 규슈 올레를 책으로 만난다니 작년에 갔던 기억들이 떠올라 반가운 책이었다. 물론 우리가 갔던 가라쓰 올레길은 규슈 올레길의 한 코스였을 뿐이지만, 우리가 가지 못한 곳들을 더 알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가라쓰 코스를 갔을때도 들었지만 가라쓰 코스엔 우리의 아픈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임진왜란의 출병을 기다리고 있었던 진영 터가 있었던 곳이다. 아픈 역사의 현장을 바라보아야 해 불편함이 있었다. 이 책을 쓴 저자 또한 진영 터에 대한 불편함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가라쓰 코스는 무난하면서도 꽤 즐거운 곳이었다. 

 

  가라쓰의 기후는 제주도와 비슷했다. 제주에서처럼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는 길을 우산과 우비를 입고 걸었고, 걷는 길마다 일본 특유의 풍경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걸었던 길에는 제주에서처럼 오렌지색 귤이 탐스럽게 열려 몰래 하나 따 먹고 싶을 정도로 먹음직스러웠다. 책에서는 이러한 풍경들까지 자세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여러 코스를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제주 올레와 규슈 올레의 베테랑 여행 기자의 글이라 속속들이 소개하고 있었다.

 

  저자는 책에서 총 15군데의 규슈 올레길을 안내했다. 코스 지도는 기본이며 코스의 거리와 예상 소요시간과 코스별 경로 뿐만 아니라 가는 방법까지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풍부한 사진과 먹거리, 호텔 뿐만 아니라 맛집까지 소개했다. 규슈 올레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책이었다.

 

 

 

  내가 가보았던 코스는 달랑 한 코스였을 뿐이었지만, 다른 여행 가이드북에 비해 더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책에서 익숙한 장소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여러 곳들을 방문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다채로운 자료와 장소로 가득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가보고 싶은 코스를 꼽는다면 저자도 적극 추천한 기리시마, 묘켄 코스였다.

 

  저자는 끌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할수 없이 좋아하는 코스라고 말했다. 길에 얹힌 사연도 흥미롭고, 온천, 교통 등 관광 편의시설도 훌륭하고, 자치단체의 열성도 뜨겁다. 무엇보다 길이 좋다. (165페이지) 라고 했을 정도다. 역사적 인물을 길에서 추억하는 규슈 올레의 유일한 코스라고 말했을 정도다. 료마라는 한 인물을 추억할 수 있는 길이며 기자 출신 작가인 시바 료타로는 료마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료마가 간다』라는 작품을 썼고, 시바 료타로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한다고 했다.

 

  우리가 가는 장소에서 그 나라의 역사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걷는 길에 집 앞에 내놓은 화분들에서 이웃을 배려하는 그들의 국민성을 엿보기도 한다. 우리와 조금씩 다르면서도 비슷한 감성들을 느끼게도 되는 시간. 낯선 장소에서의 익숙한 느낌. 그 장소만이 가진 힘이 보인다. 그 장소에서의 감정은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만이 느끼는 고유한 느낌이기도 하다.

 

  우리는 함께 간 사람들과 길을 걸었고 길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거리의 풍경과 어두운 색의 지붕, 닫힌 커튼, 우리나라와 비슷한 노랗게 물든 벼가 있는 들녘. 함께 한 사람들과 걷는 길에서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기억했고, 우리가 살아가야할 미래를 기약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한 길이었고, 길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 풍경들이 이제 그리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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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2015-10-28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ㅎㅎ 리뷰가 어쩜 이렇게 멋있으신가요~~ 좋은 리뷰감사합니다ㅎㅎ

Breeze 2015-10-29 16:59   좋아요 1 | URL
아휴.. 과찬의 말씀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