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줏간 소년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패트릭 맥케이브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읽은 최초의 아일랜드 소설이지 않을까 싶다. 꼭 어느 나라의 소설이라고 일컫기 보다는 조금은 그 나라의 특색을 알수 있기 때문에 아일랜드 소설이라는 것을 음미해보고 있었다. 꼭 아일랜드 소설이어서는 아니겠지만 읽으며 꽤 불편했던 소설이었다. 어쩌면 이런 소년이 다 있을까. 소년이 이렇게까지밖에 될수 없었던 것은 소년의 부모 책임일까. 아니면 마을 사람들의 책임일까. 아니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누전트 부인일까.

 

  삶이라는 것은 참 알수가 없다. 단순한 행동 하나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자신의 삶을, 살아갈 미래를 통째로 바꿔버릴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소설을 읽으면서도 못내 불편한 마음이 있었지만, 소설을 다 읽고서도 어쩌면 이렇게까지 행동할 수 있었을까.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코널리 부인처럼 좋은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그는 그 사람들의 친절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었던가. 하는 생각에 소설 속 소년에 대한 안타까움이 일었다.

 

  한 남자의 회고로 소설은 시작된다. 이십 년이나 삼십 년쯤 전의 소년 시절로 돌아간 것이다.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었던 소년 프랜시. 프랜시에게는 조라는 단짝 친구가 있었다. 프랜시와 조가 다니는 학교로 런던에서 살았던 필립이 오게 되고 필립에게는 평생 한번도 본적이 없는 만화책이 있었다. 만화책은 굉장히 비싼 책이었다. 프랜시와 조는 필립의 집으로 가서 만화책을 몰래 가져와 자신들의 은신처로 숨겼다. 필립의 엄마 누전트 부인이 집으로 찾아와 그냥 만화책을 달라고 했으면 순순히 주었을텐데 누전트 부인인 프랜시의 가족에 대해 경멸의 말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돼지들 같으니....'라는 말을 하는데 프랜시가 그 말이 들었다.

 

  자신들의 가족을 돼지들 같다고 표현한 누전트 부인 때문에 프랜시는 스스로 돼지라 칭하며 자신을 옭아매고 겉잡을 수 없는 감정의 변화를 느꼈다. 프랜시의 말처럼 그저 만화책을 돌려달라고만 했더라면 프랜시가 그렇게까지 변하지는 않았으리라. 그저 악동 시절을 겪으며 점점 착한 소년으로 커갔을지도 모른다. 허클베리 핀처럼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나중에 커서는 좀더 생각하는 청년으로 자랐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프랜시는 길을 건너는 누전트 부인의 앞을 가로막고 통행세를 내라고 했으며 누전트 부인의 집으로 찾아가 거실에 똥을 싸놓는 등 진짜 자신이 돼지가 된 것처럼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누전트 부인이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광경들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자신의 집에서는 볼수 없는 화목한 가정을 자신의 마음속으로 바라보며 그런 가족을 꿈꾸었는지도 몰랐다.

 

 

 

  누전트 부인의 말처럼 자신의 가족은 돼지들 같았고, 집은 돼지우리 같았는지도 몰랐다. 아버지는 한때 노래를 불렀지만 지금은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가정을 돌보지 않고 엄마에게 해를 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엄마는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엄마에게도 반가운 사람이 있었으니 앨로 삼촌이었다. 앨로 삼촌이 오기로 한 날에 엄마는 요리를 하고 앨로 삼촌을 맞을 준비를 했었다. 엄마에게 앨로 삼촌이 좋은 사람이었듯, 프랜시에게 가장 좋은 사람은 조였다. 프랜시가 누전트 집안에 해놓았던 일 때문에 잠시 떠나 있다가 돌아왔을때 단 하나의 친구였던 조가 필립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자 프랜시는 아주 막막했다. 친구 조를 필립에게서 자신에게 돌아오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아무리 가정환경이 불우하다고 해도 곁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지게 되어 있다.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개척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꼬인 줄을 제대로 풀지 못하면 그 사람의 삶은 수렁속으로 빠질수도 있다. 아마 프랜시가 그렇지 않았을까. 끝없이 조에 대한 우정을 되찾고 싶었고, 어느새 조가 자신보다는 필립과 더 친하게 지내는 것을 견디지 못한 모든 것들이 누전트 부인이라고 느끼게 되었다는 거.

 

  소설을 읽으며 불편한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한 혼란스럽기도 했다. 소년 프랜시가 바라보는 광경이 소년이 진짜 바라보는 광경인지 그가 상상하는 광경인지 혼란스러웠다. 프랜시의 마음은 상상과 현실을 오갔고 마치 상상속의 광경이 현실인양 바라보고 있었다. 일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우리는 프랜시가 말하는 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그가 혼란스러운 광경에 처해있으면 우리도 혼란스러웠으며 레디를 따라 쓰레기들을 나를 때는 우리 또한 푸줏간 냄새를 맡으며 걸어가는 것처럼 느낄수 밖에 없었다.

 

  소년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은 곧 독자들의 몫이 되었다. 소년의 감정이 되어 조에 대한 마음때문에 슬펐고, 죽은 아버지를 방치하며 어떻게든 아버지를 붙잡으려 했던 소년 때문에 아팠다. 분명 소년은 나빴지만 소년을 미워할 수 없었다. 소년에 대한 안타까움이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아, 삶이라는 것은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이구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15-10-2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로 보고 찜찜해했던 기억이 아주 오래전이네요
좋은 리뷰 고맙습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줄 덕분에 알았습니다

Breeze 2015-10-21 17:36   좋아요 0 | URL
저는 책을 읽고 리뷰 작성하고 나서야 영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