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봉 로망
로랑스 코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좋은 소설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오랜기간동안 사랑받아온 고전 작품들을 말할 것이고, 누군가는 고전이 아니어도 감동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게 된 작품을 말할 것이고, 재미가 좀 덜해도 읽고나서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있는 작품들을 말할 것이다. 어떤 이는 문체나 문장이 좋아 그 작품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소설들 중에서 가장 좋은 소설이란 내가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소설. 다른 이에게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라는 것. 다른 누군가에게 추천 받은 소설이어도 내 취향이 아니면 너무 지루한 소설일 수도 있다는 것.

 

  얼마전에 한 작가가 꼽은 추천하고 싶은 소설 목록이 있었다.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그가 추천하는 소설들의 목록을 적었을 것이고 혹은 구입해서 읽어보았을 것이다. 만약 다섯 권의 책을 추천했다고 치자. 어떤 이는 다섯 권의 책을 다 읽는 이도 있을 것이며, 그중 몇 권을 골라 읽어본 독자도 있을 것이다. 나도 작가가 추천한 책 중에서 나한테 맞을 듯한 작품을 골라 읽어보고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두고 있기도 했다.  

 

  좋은 소설이란 어떤 소설일까.

어느 누구보다도 소설을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이로서 이 소설 속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흥미위주의 그저그런 소설들과 좋은 소설이 함께 있는 서점. 좋은 소설을 알아보는 독자는 좋은 소설만 취급하는 서점이 있다면 아마 그 서점에서 하루종일 머물지도 모른다. 구석에 앉아 책을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책에 대해 잘모르는 독자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와 있는 소설이 좋은 소설인줄 알기도 하겠지.

 

  좋은 소설만 선별해 파는 서점 '오 봉 로망' 이 탄생된 계기는 좋은 소설을 알아보는 눈이 있는 한 남자와 좋은 소설을 좋아하는 한 여자가 만들었다. 이들은 먼저 좋은 소설을 쓰는 작가들과 만나 그들이 선별한 좋은 책들의 목록을 원했다. 여덟 명의 작가들을 선별해 '좋은소설 위원회'를 만들어 작가들이 꼽은 좋은 소설 600권의 목록을 받았다. '좋은소설 위원회'에 든 작가들의 이름과 그들의 목록은 철저한 비밀에 부쳐졌다. 작가들은 필명으로 대화했고 위원회의 작가들 조차도 서로 몰랐다.

 

 

 

내 말을 새겨 들으렴. 소설을 읽는 것도 인생을 배우는 하나의 방법이란다. 다른 어른들은 그렇지 않다고, 문학과 삶은 다르다고, 소설 나부랭이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할 테지. 그 사람들이 틀렸단다. 문학은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단련시켜준단다. (185페이지)

 

 

  이렇게 해서 탄생한 오 봉 로망은 좋은 소설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북적거렸고 매상도 올랐다. '좋은' 소설을 판매하는 오 봉 로망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만 있는게 아니었다. '좋은' 소설만 판다는 이유로 그들의 적도 생겼다. 좋은 소설 위원회에 있는 세 명의 작가가 각자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이유로 인해 사고를 당했고, 블로그에 비방 글이 올라오는 등 오 봉 로망 서점은 위기에 처했다.

 

  작가가 글을 쓰고 출판사에서는 책을 만들게 되는데 작가와 출판사와의 유착관계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만약 이방과 프란체스카의 서점처럼 좋은 소설만 골라판다고 한다면, 좋은 소설들의 목록 속에서 출판사의 작품이 몇개 없다면, 오 봉 로망 서점이 성황을 이루는 반면 그 출판사는 망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반기를 들고 일어날수도 있는 일.

 

  전체적으로 좋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소설을 소장하려는 사람들, 우리가 애서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특히 더 좋아할 만한 소설이다. 유럽에 가면 이처럼 독특한 책방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책방이 있다는 걸 듣지 못한것 같다. 대형서점과 헌책방만 있다는 걸로 알고 있다. 그것도 특별히 소설만을 파는 서점처럼 전문적인 서점보다는 아이들 교재등 이것저것 다 파는 종합서적을 파는 서점들이 있다. 대형화된 서점탓에 이제 대형 서점에서는 책만 팔지 않는다. 문구류에서부터 팬시인형등 각종 다양한 물품을 파는 가게로 변신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이런 서점은 오래전 우리가 죽치고 있었던 서점같지가 않다. 소위 여러 물건을 함께 파는 마트 같다고 할까.

 

  원래도 소설을 좋아하지만, 소설만 파는 터라 다른 종류의 책도 더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고는 하지만, 나처럼 소설만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오로지 소설만을 읽고, 좋은 소설에 대한 애정과 열망을 가지고 있는게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애서가라고 자부하는 이로서 이런 서점 하나 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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