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로큰롤
오쿠다 히데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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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아이가 중학교에 다닐때 매일매일 듣던 곡들이 팝음악이었다. 귀가 아플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시위하듯 듣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랬었지. 나도 중고등학교때 팝음악에 빠져 있었지. 영어에 익숙하지 않았던 중학교 시절엔 영어 가사를 한글 발음으로 노트에 적어 놓고 음악이 나올때면 따라 불렀었지. 아이의 행동을 보며 내 젊은 날의 시간을 되돌려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둘째가 또 중학생이 되어 컴퓨터에서 팝송을 틀어놓고 따라 불렀다. 아이가 듣던 음악중 내 귀를 사로잡은 것이 고티에(Gotye)의 'Somebody That I Used To Know'라는 곡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률을 가진 곡이라 나는 음악을 내 휴대폰에서 듣고 싶어 음악 파일을 구했고, 휴대폰 벨소리로, 통화연결음으로 사용해 한동안 들었다. 아마 LP 같았으면 늘어지도록 들었을 것이다. 나는 팝음악, 클래식음악, K-Pop 등을 대중없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팝음악을 다시 들게 된 계기가 이 음악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도 한동안 팝음악에 빠져 있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들었던 음악들. 내가 가지고 있는 LP판들. 내가 들었던 라디오 방송들. 나는 다시 오래전에 듣던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다시 듣기 시작했다. 집에서는 MBC가 잘 잡히지 않아 휴대폰 앱으로 듣게 되면서 다시금 팝송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며 청취자들이 보내오는 사연에 귀기울이는 시간들이 참으로 소중했다. 나 혼자 휴대폰에 저장된 음악들을 듣는 것보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와 함께 듣는 음악이 참 좋다는 걸 다시 느끼고 있다. 왜 라디오에서 듣는 음악들은 이렇게 좋은 걸까. 오래전에 들었던 추억의 음악, 새로 나온 음악들. 모두의 시간을 하나로 묶는 시간이었다.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나의 음악 이야기가 길어졌다. 우리가 소설가로 알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가 로큰롤에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말이다. 소년 오쿠다의 음악 입문기를 읽다보니 어느새 추억에 젖어든 것이었다. 물론 오랜 시간 차이가 있어 내가 알고 있는 뮤지션과 모르는 뮤지션이 있지만 그래도 반가움이 앞서는 건 어쩔수 없다.

 

 

팝송. 그것은 잿빛 구름 새로 비쳐 드는 일곱 색깔 빛.

팝송. 그것은 초원에 흐드러지게 핀 색색의 꽃.

팝송. 그것은 낡은 것을 모조리 날려버리는 향기로운 바람. (294페이지, 「홀리데이 히트 팝스」)

 

 

 

  저자 오쿠다 히데오는 '록을 만나지 않았으면 나는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까지 했다. 우리의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만나는 음악이 우리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우리 모두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사춘기 시기가 자연스럽게 다가오듯, 음악과 함께하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다. 클래식 전공하는 사람과 몇몇을 빼놓고는 대체적으로 음악에 빠져들지 않을까.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남이 안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체제와는 반대편에 서고 싶다, 소수파로 있고 싶다, 모두가 오른쪽을 보고 있을 때 나만은 왼쪽을 보고 싶다. (57페이지)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나오키상에 빛나는 유명한 작가다. 작가의 추억의 음악 스토리에서 음악과는 거리가 먼 규율을 강제했던 중학교가 제일 싫었다며 강연회를 의뢰해도 전혀 해주고 싶지 않다며 소심한 복수를 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에서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가족과 떨어져 자신의 방에서 라디오를 듣는 일, 바로 독립의 상징이라는 말을 시작으로 그의 음악 입문기가 시작되었다. 처음 가요에서부터 비틀즈, 티 렉스, 퀸, 핑크 플로이드, 딥 퍼플,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의 팝 가수들을 만나며 오쿠다 소년은 점점 음악에 눈을 떴다. 

 

  우리가 들었던 음악들, 밤새워 부르며 가수들을 흠모하기도 했던 것처럼, 그 또한 어린 소년이었을때부터 라디오를 사고, 음악을 듣고, 레코드를 사들이는데 공을 들였고, 학교 방송국에서 좋아하는 팝송 한 번 듣고자 시위를 했던 일들까지 우리를 추억의 시간으로 인도했다. 그가 들려주는 십대시절 음악이야기와 함께 그의 에세이의 내용과 비슷한 단편 소설까지 수록되어 있어 책을읽는 즐거움이 더 컸다.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싶어했던 오쿠다 소년. 그가 로큰롤에 빠지게 된 것은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자유로움의 상징인 록음악이 그를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는지도 모르는 일. 음악에 빠져들수 밖에 없었던 우리 모두의 십대. 록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을 구해주었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동조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청춘의 시대는 거의 음악과 함께 했으므로. 우리에게 음악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어떤 청춘의 시간을 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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