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고양이
모자쿠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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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고양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곤 한다. 고양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고양이 이름을 불렀을때 야옹하는 소리에 대답하는 소리라며 우기기도 해보지만 답답할 때가 많다. 내가 소파에 앉아있기라도 하면 나에게 다가와 물곤 하는데 그건 놀아 달라는 소리다. 놀잇감인 공이나 먼지 털이로 놀아달라는 소리, 그걸 들고 있기라도 하면 달릴 준비를 하고 있는 고양이다. 이럴 때 『잔소리 고양이』처럼 말한다면 참 재미있을텐데 말이다.

 

모자쿠키는 이러한 상황들을 고양이의 표정으로 말한다. 우리가 알아채는 일들을 고양이의 목소리로 잔소리를 내는 것이다. 밤에 늦게 왔다며, 아침 일찍 일어나라고,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느냐며 말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잠을 자는 여느 고양이들과는 다르다. 쉴새없이 주인을 향한 잔소리를 퍼부은다.

 

 

 

전자 레인지가 요리를 데워놓고 잊어먹은 주인에게 하는 잔소리는 기본이고, 좀처럼 잠이 안온다는 주인에게 자장가를 부르는 귀여운 짓까지 하는 고양이다. 고작 계단 몇 칸에 숨이 차다는 거에 몸을 움직이며 살라며 말한다. 

 

 

 

 

모두 우리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움직이며 운동을 하고, 일찍 일어나 아침을 시작하라는 이야기. 아침 먹을 시간이 없는 주인에게는 아침 에너지 보급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느냐며 아침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늦게 들어와 화장을 지우지 않고 자는 것과 잠자기 전 양치를 하지 않는 주인에게 하는 잔소리를 그냥 지나치면 안된다. 화장을 지우고 자는 것과 잠자기 전 양치질이 얼마나 중요하냔 말이다. 밤 길은 위험하니까 빨리빨리 들어오고, 추운 방에서 참고 있지 않으며 좋지 않다는 말을 건넨다.

 

 

 

 

사랑스러운 고양이다. 이처럼 잔소리가 심하지만 다 주인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주인에 대한 걱정, 어떠한 일이 잘되지 않았을때 자신감을 가지라는 부분에서는 슬쩍 감동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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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건축가 2020-01-0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고양이는 완전 까만 고양이에요. 새벽에 일어나 불을 커면 밤새 돌아다녔는지
문을 열러달라고 하는데 요즘같은날은 보이지를 않아요. 탁탁소리가 나면 그 때서야 깜선생이 온것을 알아요. ^^

오후즈음 2020-01-06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들이 말을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 많이해요. 어디 아픈지 얘기도 해주고 ㅜㅜ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우일 그림,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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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다. 오래전 아직 아이거나 미혼 일때의 그 설렘이 사라져 조금쯤은 아쉽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기념일이라는 것에도 어느 정도 무감해지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나 생일도 마찬가지. 설렘과 두근거림이라는 감정에 무감해지는 것 같아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하다. 아이들이 어릴적에 들려주던 동화에 감동하던 때도 있었는데, 동화책을 들춰보지 않아서 일까. 점점 동화와 멀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는 하루키의 단편으로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지 않은 소설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화가 화가 이우일의 그림으로 콜라보레이션 된 책이다. 아마 이우일의 그림이 없었으면 꽤 심심한 책이 되었을텐데, 그의 그림으로 양 사나이라는 존재를,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분을 다시 되새겼던 듯하다.

 

 

 

양 사나이 협회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양 사나이를 위한 음악을 만드는 전통이 있다.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 양 사나이는 협회로 부터 음악을 만들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음악 작곡을 위해 집에서 피아노를 치자 집주인 아주머니는 시끄럽다며 못치게 했다. 작곡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자 양 사나이는 양 박사님을 찾아 갔다. 양 박사는 그에게 저주가 걸렸기 때문에 음악 작곡을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가운데 구멍이 뚤린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넛 가게에서 일하는 양 사나이는 크리스마스에 도넛을 먹었던 것. 그래서 크리스마스 저주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저주를 풀기 위해 길을 나선다. 까마귀 부인, 208, 209 숫자가 적힌 옷을 입은 쌍둥이 소녀, 꼬아진 도넛 모양의 왼쪽 꼬불탱이와 오른쪽 꼬불탱이, 양 박사 등을 만날 수 있다. 저절로 웃음 짓게하는 등장 인물 들이다.

 

 

 

양 사나이는 크리스마스까지 제대로 된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즉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슬며시 미소가 떠오르게 되는 스토리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동심이다. 우리는 왜 나이가 들어가면서 동심을 잊게 되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이우일의 그림이 있어 훨씬 다채로운 책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소외 받지 않았으면 싶고, 마음이 따스해지는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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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 모든 여성에게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스칼릿 커티스 지음, 김수진 옮김 / 윌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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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여기지는 않는다. 그저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 불만인 사항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편이다. 성희롱 발언을 할 경우 성희롱적 발언이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물론 정색을 하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표현은 할 필요가 있다. 직장 특성상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는데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은 분 같은 경우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하는 편이다. 본인은 여태 해왔던 대로 하는 걸 테지만 나는 듣기 싫어 꼭 한마디씩 하는 경우다. 그 뒤로 내 앞에서는 말 조심을 하는데 이런 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우연찮게 페미니스트 관련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그동안 마음에는 있었으나 입밖에 내지 못했던 말들, 그저 습관처럼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페미니즘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아들과 딸을 기르면서 나 또한 성 차별을 했던 것 같다. 딸에게는 남녀불평등한 부분을 겪지 않게 배려하는 발언을 했으면서 은연중에 딸과 아들을 차별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둘째 아이가 아들이어서 동생을 배려하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여겼지만 동생과 차별한다는 딸의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었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스칼릿 커티스는 소녀 시절 느꼈던 불편함과 불안함을 이해하고자 페미니즘을 공부했고 많은 여성들과 공감하기 위해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UN 여성단체인 걸업(Girl-up)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책이다. 배우 시얼샤 로넌, 키이라 나이틀리, 엠마 왓슨 등과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TV PD, 에세이스트, 작가인 한국 여성의 목소리로도 페미니즘에 대하여 말한다.

 

페미니즘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까지 말한다. 여성으로서 당연한 생리에 대한 것과 임신, 출산 그리고 여성의 할례와 자위에 대한 것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여성으로서 당연한 생리를 들여다 보자. 지금 현재 여성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 어렸을 적에만 해도 생리를 한다는 건 부끄러운 거였다. 생리대를 숨기고 생리혈이 옷에라도 묻으면 무슨 죄 지은 사람처럼 부끄러워했던 것 같다.

 

언젠가 횡단보도앞에 서 있었을 때가 생각난다. 큰 도로 사거리여서 꽤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는 곳이었다. 내 앞에 한 여성이 서 있었는데 베이지 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엉덩이 부분이 생리혈이 묻어 있었다. 주변에는 남자들도 꽤 많이 있었는데 모두들 그 여성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여성은 모르는 눈치였다. 오지랖 같지만 할 수 없이 내가 나섰다. 가까이 다가가 조용한 목소리로 생리가 묻어있다며 말하자 그 여성은 몹시 부끄러워하며 가방으로 엉덩이를 가리고 엉거주춤 걸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였다.

 

나는 열등한 성이 아니야.

너도 열등한 성이 아니란다.

우리는 모두 열등한 성이 아니야. (141페이지)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우 출산을 하게 되면 몸조리라는 걸 하게 된다. 아이의 백일 기념이 엄마의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시기라고도 하는데 어느 정도는 맞는 말 같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부기가 빠지는 기간, 아이를 낳느라 온 몸의 뼈가 이완되었다면 제대로 돌아오는 시기라고 한걸 어디선가 읽었다. 물론 정확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외국의 여성 같은 경우 아이를 낳고 침대에 누워 있으며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고 마구 돌아다니는 걸 볼 수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점이 영국의 황태자비의 완벽한 몸매의 완벽한 화장이었다. 출산후 7시간만에 완벽한 메이크업과 하이힐을 신은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나타난 케이트 미들턴의 모습이 과히 충격적이었다.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 또한 아이를 낳고 헐렁한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TV 속에서 케이트 미들턴을 보고 놀랐다고 고백했다.

 

내가 존중받고 싶기에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싶다.

호칭에는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담겨 있다. (170페이지)

 

한국의 작가이자 칼럼니스트가 말하는 호칭에 대한 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대부분의 남성의 경우 여성에게는 사모님이나 아가씨 라는 호칭을 쓴다. 자기들은 약간 친한척하느라 반말을 섞어 쓰는 경우가 있는데 기분이 상할 때가 많다. 반면 남성에게는 쉽게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쓰게 되는 부분을 말했다. 호칭에서 드러나는 남녀 차별적인 발언. 쉽지 않겠지만 고쳐져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가정에서 성평등을 이루지 못한다면 직장에서도 성평등은 있을 수 없다. 작은 변화가 커다란 결과를 가져오는 법이다. (273페이지) 

 

오늘 날 페미니스트로 활동하는 여성들을 보면 아랍인이나 유색인종 임에도 남녀 차별없이 키워 준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자녀들에게 성평등을 가르쳐야하는 기본이 가정에서 있지 않았나 하는 걸 꼬집었다. 남녀 차별을 두지 않고 자녀들을 키워야 하는 게 부모의 숙제이기도 하다. 더불어 평등 사회를 이루어나가야 하는 기초가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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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24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eeze님,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Breeze 2019-12-24 18:57   좋아요 1 | URL
제가 늘 감사합니다. 바쁜척 하느라 활동도 안하는데 이렇게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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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한 케이블 방송사에서 <청춘시대>라는 드라마를 했었다. 여러 명의 여성이 함께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 혹은 삶에 대해 말하는 드라마여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로 인해 시즌2까지 진행되어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드라마 <청춘시대>가 여성들이 한 집에 모여사는 걸 말했다면 베스 올리리의 『셰어하우스』는 남녀가 함께 살아가는 내용이다. 물론 한 공간에서 살아가다보면 공식처럼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우리의 주인공 티피는 실용서를 주로 출판하는 편집자다. 아주 작은 출판사이며 거의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는다. 캐서린의 코바늘 뜨기 책을 만들고 있다. 문제는 몇 번의 이별과 재결합을 반복하던 남자친구 저스틴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거다. 저스틴의 집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녀가 가진 돈으로는 런던에서 비싼 월세를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찾은 게 페이스북에서 발견한 셰어하우스 광고였다.

 

27세의 야간 근무 간호사, 평일 오전 9시에서 6시 사이에만 집에 있으며 나머지 시간은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평일 오후 6시부터 아침 9시까지 단돈 350달러다. 그가 남자라는 것이 조금 걸렸지만 서로 마주칠 일이 없으니 괜찮겠다며 수상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음식을 많이 하면 남겨 놓고 그 옆에 포스트잇으로 쪽지를 남겨 서로 소통했다. 남겨진 쪽지 위에 답장이 계속 쌓이게 되니 냉장고며 식탁, 화장실 등 포스트잇으로 도배가 되었다.

 

 

 

 

 

사람은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눠야만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 글로 대화를 하다가도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아주 많다. 채팅으로 연애를 하다가 결혼하는 커플이 많듯 이들에게도 사랑이 찾아오는 건 당연하다. 리언 투메이에게는 케이라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편해졌다. 말이 없고 단정한 침묵이 어울리는 야간 간호사 리언과 말이 많고 다정한 빨간머리 티피는 어쩌면 꼭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침대를 함께 사용하지만 실제로 만나지는 않은 관계, 그렇지만 서로의 옷 취향을, 음식 맛을, 서로가 가진 냄새를 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티피와 리언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방식이다. 티피와 리언은 모르지만 독자들은 서로가 가진 마음을 알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리언이 집을 세 놓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동생 리치의 변호사 비용 때문이었다. 자기가 하지 않은 일로 인해 감옥에 들어가 있는 리치는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리치를 꺼내려면 변호사 비용을 댈 수 있어야 했다. 리언이 티피에게 결정적으로 마음을 열게 된 이유도 리치를 대하는 티피의 태도와 말이었다. 케이는 리언이 쉬는 주말 리치에게 가는 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리치의 말을 제대로 믿지도 않았다. 반면 티피는 리치에게 마음을 터놓고 그가 하는 말에 귀기울였다. 어떻게 하면 리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사람에게는 이러한 다정함이 필요하다. 아무리 연인사이여도 가족에 대한 무관심은 견디기 힘들다.  

 

앞서 드라마 <청춘시대>를 말했었다. 그 드라마에서 예은(손승원)에게 남자 친구가 데이트 폭력을 가했었다. 이 소설에서 저스틴이 티피에게 가스라이팅(타인의 마음에 자신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한다는 것이다. 다른 여자와 약혼까지 했다면서 티피가 일하는 장소에 나타나 그녀를 자기 마음대로 다루려고 했다. 티피 스스로 저스틴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의 로맨스가 주를 이루지만 주변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리언이 과묵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서 홀리를 대하는 감정, 그리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프라이어 씨에게 전쟁중에 만난 연인 조니 화이트를 찾는 과정은 실제로는 보기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일들을 리언은 말없이 한다는 거다. 그런 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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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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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살고 있는 집안에 남자의 형상을 가진 귀신이 출몰한다면 어떨까. 샤워할때도, 침대 앞에도, 부엌에서도. 심지어 회사에까지 나타난다면 제대로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병에 걸리고 말 것이다. 남자의 형상을 가진 물체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남편에 비해 아내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도대체 왜 남자가 나타나는가. 머리의 형상을 보니 다친 것 같기도 하다. 그 남자의 형상은 점점 형체를 잃어가고 있다. 그 남자의 형상을 스케치해 그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었을까.

 

 

총 여덟 편의 소설은 호러임에도 꽤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한다. 너무 쉽게 죽임을 당하거나 죽인다. 때로는 자기 아이를, 때로는 다른 누군가의 아이를 구하기도 한다. 자기 앞에 나타난 이상한 현상들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다.

 

 

 

 

 

학창시절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자기의 아이를 죽였다. 목욕을 시키다가 혹은 아파트에서 아이를 떨어뜨렸다. 그 친구들은 왜 아이를 죽인 것일까. 이유는 고등학교때 괴롭히던 요리코가 자기 아이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끔찍했을까. 마치 그 아이의 실제를 보는 듯 두려웠었던 것 같다.

 

 

머리가 없는 닭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흔적을 찾아 자신의 친구를 살해한 장소를 찾기도 하며, 폭력적인 남편과 이혼후 어머니 집에 와서 지내다가 아이를 보고싶어하는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다시 함께 살아보자는 남편의 말을 듣지 않았을때 딸을 데리고 눈 앞에서 동반 자살한 남편. 이후 정신적 압박에 시달린 여자는 산책을 하다가 살려달라는 딸 유코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항정신병약 때문에 환청이 들린 것인가.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뭉클했다. 자신의 아이가 마치 길을 알려준 양 한 아이에게로 인도했다. 뭉클하다. 딸아이가 누군가를 살리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장난감 무전기를 좋아했던 아들 히카루가 쓰나미 때문에 죽은후 밤마다 들리는 무전기 소리로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 바로 히카루의 목소리를 들었다. 죽은 가족들의 기억을 잊고 싶지 않았던 그에게 들리는 환청이었을까. 소설은 마치 몇 년전에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시그널>을 떠올리게 했다. 과거에서 들리는 무전기 소리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 세상에는 이처럼 불가사의한 일이 종종 일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간절한 염원이 환청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아이들아, 잘 자요.

사람들아, 잘 자요.

잘 자요, 편안하게.  (256페이지)

 

 

소설을 쓴다는 건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거다. 기담, 호러 소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많은 상상의 산물이 여기 소설에 나타나 있다. 일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주님과 천사를 언급하는 소설도 있다. 무엇을 말하건 간에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내가 했던 잘못을 감추기 위함이고 타인의 것을 탐하는 욕망 때문이다. 그런 씁쓸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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