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1~08 세트 - 전8권 전지적 독자 시점 1
싱숑 지음 / 비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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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단 한사람의 독자를 위한 이야기이다.

 


만약 우리에게 소설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더구나 내가 읽은 소설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이 세계가 멸망하는 이야기라면. 지극히 현실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내가 이런 일에 대처할 방법을 찾을 수는 없을 거 같다. 만약 좀비가 나오는 영화를 본다고 칠 때 그 전에는 좀비 그 자체가 무서워 벌벌 떨기만 했다. 지금은 어떤가 하면 좀비가 되어가는 그 장면에 공감하게 된다. 어버버 하는 사이에 좀비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소설의 첫 시작, 세계가 멸망하는 시점, 퇴근 시간의 지하철에 내가 있었다면 아마 소설 초반에 죽어버리지 않았을까. 조연급도 되지 않은 엑스트라급 정도일 것이다.

 


스물여덟 살의 계약직 사원 김독자. 그러니까 이름이 독자(讀者). 그의 유일한 취미는 웹 소설을 보는 것.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라는 소설이 연재되는 십 년 동안 유일한 독자였다. 소설을 완결한 작가는 마지막 연재까지 읽은 독자에게 한 가지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다. 그리고 퇴근길 열차 안에 도깨비가 나타나 이 세계가 멸망했으며 영화가 아닌 현실이라고 말한다.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그가 소설에서 보았던 일과 똑같다. 같은 열차에 탄 소설 속 인물 김남운이 보였고, 건너편 열차 안에는 멸살법의 주인공 유중혁이 있었다.


 


 

 

마치 게임 속 장면을 보는 것만 같다.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면 코인을 얻게 되고 성좌들로부터 코인을 선물로 받는다. 배후를 선택하여 그가 가진 능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될 수 있고, 코인을 주고 필요한 능력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인물들은 모두 한가지씩 자기만의 독특한 스킬이 있다. 멸살법의 주인공 유중혁은 잘생기기도 했지만, 회귀자로 지금이 3회차의 삶이다. 회차를 거쳐 오며 그 능력치가 올라 함부로 범접할 수 없다.


 

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김독자의 스킬이 궁금할 것이다. 작가에게 선물받은 텍스트(txt)로 인해 등장인물들의 정보와 상대방이 가진 전용 스킬을 알 수 있다. 독자의 전용 스킬 전지적 독자 시점이 발동되면 상대방의 속마음이 그대로 전해온다. 책갈피 스킬이 활성화되면 멸살법에서의 장면이 그대로 떠오른다. 그 누구도 김독자의 스킬을 따라올 자가 없다. 김독자는 멸망된 세계에서 결말을 아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가 가진 전용 스킬을 이용해 시나리오를 클리어하게 되며 그의 입지는 커 가고, 소설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진다. 예를 들면 등장인물의 스킬이 멸살법 속 회차보다 더 빨리 진행된다.


 


 

 

그런 세계에서 라는 존재는 대체 무엇일까? 나라든가 영혼이라든가. 그런 건 원래부터 존재했을까? 아니면, 이런 나조차 작가가 만든 이야기의 일부일까? (3,138페이지)

 


독자는 소설의 모든 내용을 알고 있으며, 십 년 동안 아무도 읽지 않은 소설을 끝까지 읽었다. 작가가 독자 한 사람을 위해서 소설을 쓴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독자 한 사람을 위한 소설이며 멸망한 세계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에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 및 환웅 등 건국 신화, 제주 설화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 속 인물들이 성좌로 나온다. 그만큼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등장인물들은 신화 속 인물의 성좌가 가진 스킬을 이용해 공격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꿰뚫는 지식과 공격 스킬로 미루어 볼 때 독자를 위한 멸살법이다. 결국 독자가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인물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유추해 보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하지만 나는 독자고, 독자는 독자의 선택을 한다. (5, 18페이지)

 


이야기는 곧 사람이 되었다. (8, 254페이지)

 


독자라는 이름도 그렇고, 발췌 문장에서처럼 독자의 역할과 선택, 그리고 이야기를 쓰는 이유를 보면 독자의 역할에 대하여 고민했음을 알 수 있다. 소설도 결국 독자를 위한 것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멸살법의 유일한 독자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인 독자의 역할을 보자면 역시 이야기가 가진 힘을 알 수 있다. 그 어떤 것도 책을 읽는 독자가 없으면 이야기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이야기를 읽는 독자로 인해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있으며 우리의 주인공이 있는 것이다. 곧 이 소설은 작가와 독자, 주인공의 역할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왜 소설을 읽는가. 소설 속 인물을 동일시하여 마치 그 장면에 있는 것처럼 울고 웃고 감동하는지 그 이유를 말하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즐거움이 어디까지 향하는지 그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 내용의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아 주말에 칩거한 상태로 읽은 책이다. 네이버 시리즈 누적다운로드 1, 문피아 누적 판매 1, 세계 9개 언어 번역 등 그 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지 그 이유를 실감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PART 1, 8권을 읽는데 아직도 이야기가 머릿속을 부유한다.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다. 후속편 PART 2, 3 페이퍼백 및 PART 1 하드커버가 하반기에 나온다고 하니 기대할 볼 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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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막는 제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7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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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에 쓰인 태평양을 막는 제방은 영화로도 제작된 연인과 한 몸이라고 할 만한 자전적인 소설이다. 열여덟 살의 쉬잔을 주인공으로 하는 3인칭으로 역시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에서도 쉬잔을 좋아하는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조 씨가 나오는데 많은 돈을 가진 데다 쉬잔을 사랑하는 남자로 나온다. 연인에서와 달리 못생기고 도저히 사랑에 빠질 만한 남자가 아니다. 쉬잔을 사랑하는 것을 아는 어머니는 그가 청혼하기를 바라고, 오빠 조제프와 쉬잔은 그런 조 씨가 혐오스럽다.

 


커다란 꿈을 안고 새로운 삶을 위해 식민지 땅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 많았다. 프랑스어 교사인 어머니도 아버지와 함께 이주해 왔다. 아버지가 죽은 후 식민지를 지배하는 토지국으로부터 땅을 매입해 가진 돈 전부를 들여 제방을 쌓았다. 바닷물이 제방을 넘어 들어왔고 농작물이 전혀 자라지 않는 불모지의 땅이었다. 조제프와 엄마, 쉬잔이 함께 람에 갔다가 부유한 조 씨를 만나게 된다. 조 씨의 손가락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 때문에 조 씨가 쉬잔에게 시선을 주는 걸 즐겼는지도 몰랐다.


 


 

 

차라리 쉬잔이 조 씨의 마음을 받아들이길 바랐던 거 같다. 연인처럼 말이다. 일흔의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쓴 소설에서는 왜 조 씨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먼저 쓴 소설이 더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여덟의 쉬잔과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같으면서도 다른 진실과 진실 너머의 것을 추구했는지도 모르겠다.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절망 상태의 가족은 권태 그 자체다.

 


어머니와 조제프, 쉬잔이 조 씨와 함께 대화할 때 그들이 하는 말은 종잡을 수 없다. 자기들의 빈곤을 말하는데 스스로 깎아내리는 듯한 모습에서 절망을 엿볼 수 있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으며 말하는 그들이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조 씨는 그들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의미도 모르면서 말이다. 사람이 절망에 빠지면 그렇게 변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비하를 하고 삶에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나락에 빠지는 것만 같다.

 


쉬잔이 조 씨에게서 다이아몬드를 받고 그것을 팔기 위해 도시로 나가면서 가족은 하나의 전환점을 맞는다. 어리석은 희망으로 가득했던 지난날에서 현실을 직접 마주했다고 해야겠다. 토지국을 설득하던 어머니의 수많은 편지는 메아리가 되어 사라졌다. 불하지를 받은 사람들은 지쳐 포기했고 토지국 직원들의 배만 불렸다. 단 한 가지 어머니의 소원이 있다면 토지국의 답장을 받는 것이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처음 이 소설을 썼을 때 어머니가 무척 불편해했다고 한다. 소설은 소설로 끝나야 하지만 과거 속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왔다면 가족들은 편하지만은 않을 거 같다. 자전적 소설은 결국 가족들과 그 경험을 말할 수밖에 없으니 상처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겠다.


 

절망에 빠진 가난과 그 뻔뻔함에 관한 내용이었다. 무릇 가난은 그처럼 뻔뻔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조제프 오빠에게 축음기를 주고 싶은 쉬잔의 행동은 뻔뻔스러우면서도 강한 슬픔을 보여준다. 한 사람, 혹은 한 가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것 자체가 곧 슬픔이고 혐오다. 그럼에도 쉬잔과 가족은 그 시간을 견뎌야 하는 현실의 앞에 서 있다.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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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7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8 16: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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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청미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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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걷는 게 좋다, 라고 대답하고 싶다. 달리는 건 온몸이 고통으로 아우성일 테니까. 바람이 강하게 불지는 않아도 그 바람을 즐기며 걷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느끼는 상쾌함. 마음속 깊이 숨어 있던 고민 같은 건 사라지고 만다.

 


기분이 좋다. 귓가를 지나는 바람도, 밟고 지나는 땅도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내 것이다. 이렇게 달리고 있는 한 나 혼자만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세계다. (259페이지)


 


 

 

여기 달리는 자들이 있다. 고통을 감수하고 그걸 즐기는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젊은 남자가 편의점 앞치마를 두른 남자를 피해 달려간다. 물건을 훔친 사람답지 않게 그의 달리기는 안정되어 있다. 목욕탕을 나온 기요세 하이지는 남자의 뛰는 모습에 눈이 사로잡혔다. 머물 곳이 필요하냐고 묻고 치쿠세이소로 데리고 간다. 위층에 다섯 명, 아래층에 다섯 명. 딱 맞는 열 명이다. 가케루가 들어오자 열 명의 숫자가 맞춰졌다. 하이지는 모두를 모아놓고 하코네 역전경주에 나갈 거라고 말한다. 하코네 역전경주는 열 명이 열 개 구간을 교대로 달리는 경기다.

 


달리기는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다. 여러 명이 함께 연습해도 혼자 오랜 시간을 달려야 한다. 자기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해야 하고, 자칫하다간 조절에 실패할 수 있다. 마음을 비우고 달려야 하지만 어디 그렇게 되나. 함께 연습할 때는 가능했던 것들이 혼자 뛸 때는 힘든 법이다.

 


열 명의 선수들이 먼저 예선에 들어야 하고, 10위권에 들어야 다음 해 우선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다. 이틀에 걸쳐 경기가 열리는데 하코네 왕로(가는 코스)1구간에 왕자, 무사, 조타, 조지, 신동 순서로, 하코노 복로(돌아오는 코스)6구간에 유키, 니코짱, , 9구간에 가케루, 10구간에 기요세가 달리기로 했다. 각자 달리면서 저마다의 생각에 빠져있다.


 

자기를 이겨야 하는 싸움이다. 무릎이 망가져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만 한다. 달리기라는 무아지경에 빠져있지만, 구간 신기록을 위해 스퍼트를 내야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갑자기 깨닫게 된 마음을 다룰 줄도 알아야 한다. 후보 선수들이 포진해있는 다른 대학에 비해 간세이 대학 역전경주 선수는 겨우 10명이다. 10명의 선수들이 참여해야 하는데 감기에 걸려도 포기할 수가 없다.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다음 선수에게 어깨띠를 넘겨야 한다.


 

모든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물론 소설이기에 예상 가능한 결말이지만 경기도 소설도 그 과정에 있지 않은가. 달리는 자들의 마음속 번민을 함께하며 우리는 선수들을 응원한다. 선수들의 마음을 흐트러트리는 사람을 경계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괴로워도 앞으로 나아가는 힘. 끊임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치르는 용기, 눈에 보이는 기록이 아니라 자기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끈기. (407페이지)

 


책을 읽으며 달리는 선수들과 함께 뛰는 느낌이 들었다. 호흡이 가빠오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래전에 읽었던 느낌 그대로 즐거움을 느끼며 우리가 살아있다는 강한 희망을 느끼게 된다. 그들이 강인해질수록 우리도 강해지는 듯 느낌이 든다. 빨리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거리 선수들에게 필요한 건 강인함이라는 걸 다시 배우게 된다.

 


열 명의 선수들의 도전기, 즐거움과 감동이 함께 한다. 미우라 시온이기에 더 감동적인 작품이다. 두 번째 읽어도 역시 좋았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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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2-03 15: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처음 듣는 작가;;; 미우라 시몬,,, 세상엔 모르는 작가가 넘 많고 모르는 책은 더 많고,,,하아~~ 달리기 하듯 숨이 가빠오는 것 같아요.^^;;

Breeze 2022-02-08 16:13   좋아요 0 | URL
미우라 시온의 작품, 좋은 게 꽤 많습니다.
읽어보시면 좋아하실 겁니다. ^^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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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사회적 약자를 접할 기회가 가끔 있다. 장애인과 함께 업무를 보러온 이들이 가족이려니 생각했었는데 활동보조인이라는 걸 알았다. 장애인의 활동보조를 전격적으로 맡아 하는 사람이었다. 아파트 같은 라인에 양쪽 목발을 사용하는 분이 계신다. 엘리베이터에 탈 때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현관 유리문을 잡아 드리고 있다. 장애인에게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다. 장애 등급 3급이면 활동지원인 보조의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내 가족에게 장애인이 없다고 얼마나 무관심했는가. 무관심을 넘어 무지에 가깝다.

 


책을 쓴 이는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타는 변호사 김원영이다. 그 이름이 낯선데 김초엽 작가와 함께 <사이보그가 되다>를 쓴 작가다. 명쾌한 이론과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에서 나라면 어떨까, 라는 깊은 고민을 갖게 한다.


 


 

 

만약 나에게 장애가 있는 태아가 있다면 아이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 자라는 걸 보고 싶을까. 아마 선택권이 있다면 반대일 가능성이 크다. 주변에서 장애인 가족이 얼마나 힘든지 그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인 아이도, 아이를 돌봐야 할 부모에게도 버거운 일이다. 각종 비속어로 장애아를 놀리는 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이 책의 주요 모티프는 잘못된 삶 소송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나았다는 생각으로 산부인과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으로 중증의 장애를 가진 아이와 부모가 어린아이를 대신하여 소를 제기하는 것이다. ‘잘못된 삶들은 법 앞에서 실격당한 삶이 된다.

 


다양한 사람들의 예를 들어, 태아 상태일 때 장애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아이를 낳았을까, 에 대한 고민을 갖게 한다. 명쾌하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장애가 손해라는 것과 장애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건 당연한 일일 거 같다. 내가 장애인이었어도,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었다고 해도 번민했을 테니 말이다.

 


노련한 인간이 되기 위해 한순간도 쉬지 않고 나를 관찰했던 시간은 피곤함 그 자체였다. 내 몸은 우아함의 발가락 끝에라도 닿아 있는가? 내 몸에서는 빈곤의 흔적이 나타나는가? 내 다리는 길어 보이는가? 나는 우중충하고 우울한 장애인 같은가? 단 한순간도 성찰의 시각을 거두기 어려웠다. (77페이지)

 


지금은 공중 편의시설에 장애인을 위한 공간이 필수적으로 설치된다. 우리 사무실도 장애인 특화 건물로 화장실이며 사무실이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공간이 되어 있다. 공중 편의시설이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아가 장애인 이동권 및 권리 보장을 위해 싸웠던 결과물이다. 자유권 침해와 이동권 투쟁을 했던 역사가 지금의 결과를 가져왔다. 장애인이 자신의 이동할 권리를 위해 스스로 이동해서 거리로 나와야 했다. 권리를 만들어가는 활동이 법적 의무화가 되어 실질적 힘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의미 부여 활동 자체가 잘못된 삼들의 존엄성이 사회적으로 승인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존엄의 순간은 그렇게 시작되고, 그 순환 속에서 존엄은 더 구체화되고, 더 강해지고, 더 중요한 가치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길을 보고, 그를 더 사랑하게 되듯이, 우리는 나를 존중하는 상대방을 보고 그를 더 존중하게 되고, 나를 존중하는 법률을 보고 그러한 법의 지배를 기꺼이 감내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궁극적으로 나를 더 깊이 사랑하고 관용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존엄하고, 아름다우며,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인 것이다. 누구도 우리를 실격시키지 못한다. (313페이지)

 


김영하북클럽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고 그런 까닭에 책이 더디 읽혔다.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장애인에 대하여 생각하는 바가 월등하게 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저 조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제라도 읽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애인의 권리에 대하여 서로 존중하고 상호 작용으로 서로 순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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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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