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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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사회적 약자를 접할 기회가 가끔 있다. 장애인과 함께 업무를 보러온 이들이 가족이려니 생각했었는데 활동보조인이라는 걸 알았다. 장애인의 활동보조를 전격적으로 맡아 하는 사람이었다. 아파트 같은 라인에 양쪽 목발을 사용하는 분이 계신다. 엘리베이터에 탈 때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현관 유리문을 잡아 드리고 있다. 장애인에게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다. 장애 등급 3급이면 활동지원인 보조의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내 가족에게 장애인이 없다고 얼마나 무관심했는가. 무관심을 넘어 무지에 가깝다.

 


책을 쓴 이는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타는 변호사 김원영이다. 그 이름이 낯선데 김초엽 작가와 함께 <사이보그가 되다>를 쓴 작가다. 명쾌한 이론과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에서 나라면 어떨까, 라는 깊은 고민을 갖게 한다.


 


 

 

만약 나에게 장애가 있는 태아가 있다면 아이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 자라는 걸 보고 싶을까. 아마 선택권이 있다면 반대일 가능성이 크다. 주변에서 장애인 가족이 얼마나 힘든지 그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인 아이도, 아이를 돌봐야 할 부모에게도 버거운 일이다. 각종 비속어로 장애아를 놀리는 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이 책의 주요 모티프는 잘못된 삶 소송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나았다는 생각으로 산부인과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으로 중증의 장애를 가진 아이와 부모가 어린아이를 대신하여 소를 제기하는 것이다. ‘잘못된 삶들은 법 앞에서 실격당한 삶이 된다.

 


다양한 사람들의 예를 들어, 태아 상태일 때 장애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아이를 낳았을까, 에 대한 고민을 갖게 한다. 명쾌하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장애가 손해라는 것과 장애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건 당연한 일일 거 같다. 내가 장애인이었어도,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었다고 해도 번민했을 테니 말이다.

 


노련한 인간이 되기 위해 한순간도 쉬지 않고 나를 관찰했던 시간은 피곤함 그 자체였다. 내 몸은 우아함의 발가락 끝에라도 닿아 있는가? 내 몸에서는 빈곤의 흔적이 나타나는가? 내 다리는 길어 보이는가? 나는 우중충하고 우울한 장애인 같은가? 단 한순간도 성찰의 시각을 거두기 어려웠다. (77페이지)

 


지금은 공중 편의시설에 장애인을 위한 공간이 필수적으로 설치된다. 우리 사무실도 장애인 특화 건물로 화장실이며 사무실이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공간이 되어 있다. 공중 편의시설이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아가 장애인 이동권 및 권리 보장을 위해 싸웠던 결과물이다. 자유권 침해와 이동권 투쟁을 했던 역사가 지금의 결과를 가져왔다. 장애인이 자신의 이동할 권리를 위해 스스로 이동해서 거리로 나와야 했다. 권리를 만들어가는 활동이 법적 의무화가 되어 실질적 힘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의미 부여 활동 자체가 잘못된 삼들의 존엄성이 사회적으로 승인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존엄의 순간은 그렇게 시작되고, 그 순환 속에서 존엄은 더 구체화되고, 더 강해지고, 더 중요한 가치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길을 보고, 그를 더 사랑하게 되듯이, 우리는 나를 존중하는 상대방을 보고 그를 더 존중하게 되고, 나를 존중하는 법률을 보고 그러한 법의 지배를 기꺼이 감내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궁극적으로 나를 더 깊이 사랑하고 관용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존엄하고, 아름다우며,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인 것이다. 누구도 우리를 실격시키지 못한다. (313페이지)

 


김영하북클럽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고 그런 까닭에 책이 더디 읽혔다.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장애인에 대하여 생각하는 바가 월등하게 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저 조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제라도 읽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애인의 권리에 대하여 서로 존중하고 상호 작용으로 서로 순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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