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막는 제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7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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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에 쓰인 태평양을 막는 제방은 영화로도 제작된 연인과 한 몸이라고 할 만한 자전적인 소설이다. 열여덟 살의 쉬잔을 주인공으로 하는 3인칭으로 역시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에서도 쉬잔을 좋아하는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조 씨가 나오는데 많은 돈을 가진 데다 쉬잔을 사랑하는 남자로 나온다. 연인에서와 달리 못생기고 도저히 사랑에 빠질 만한 남자가 아니다. 쉬잔을 사랑하는 것을 아는 어머니는 그가 청혼하기를 바라고, 오빠 조제프와 쉬잔은 그런 조 씨가 혐오스럽다.

 


커다란 꿈을 안고 새로운 삶을 위해 식민지 땅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 많았다. 프랑스어 교사인 어머니도 아버지와 함께 이주해 왔다. 아버지가 죽은 후 식민지를 지배하는 토지국으로부터 땅을 매입해 가진 돈 전부를 들여 제방을 쌓았다. 바닷물이 제방을 넘어 들어왔고 농작물이 전혀 자라지 않는 불모지의 땅이었다. 조제프와 엄마, 쉬잔이 함께 람에 갔다가 부유한 조 씨를 만나게 된다. 조 씨의 손가락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 때문에 조 씨가 쉬잔에게 시선을 주는 걸 즐겼는지도 몰랐다.


 


 

 

차라리 쉬잔이 조 씨의 마음을 받아들이길 바랐던 거 같다. 연인처럼 말이다. 일흔의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쓴 소설에서는 왜 조 씨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먼저 쓴 소설이 더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여덟의 쉬잔과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같으면서도 다른 진실과 진실 너머의 것을 추구했는지도 모르겠다.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절망 상태의 가족은 권태 그 자체다.

 


어머니와 조제프, 쉬잔이 조 씨와 함께 대화할 때 그들이 하는 말은 종잡을 수 없다. 자기들의 빈곤을 말하는데 스스로 깎아내리는 듯한 모습에서 절망을 엿볼 수 있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으며 말하는 그들이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조 씨는 그들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의미도 모르면서 말이다. 사람이 절망에 빠지면 그렇게 변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비하를 하고 삶에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나락에 빠지는 것만 같다.

 


쉬잔이 조 씨에게서 다이아몬드를 받고 그것을 팔기 위해 도시로 나가면서 가족은 하나의 전환점을 맞는다. 어리석은 희망으로 가득했던 지난날에서 현실을 직접 마주했다고 해야겠다. 토지국을 설득하던 어머니의 수많은 편지는 메아리가 되어 사라졌다. 불하지를 받은 사람들은 지쳐 포기했고 토지국 직원들의 배만 불렸다. 단 한 가지 어머니의 소원이 있다면 토지국의 답장을 받는 것이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처음 이 소설을 썼을 때 어머니가 무척 불편해했다고 한다. 소설은 소설로 끝나야 하지만 과거 속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왔다면 가족들은 편하지만은 않을 거 같다. 자전적 소설은 결국 가족들과 그 경험을 말할 수밖에 없으니 상처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겠다.


 

절망에 빠진 가난과 그 뻔뻔함에 관한 내용이었다. 무릇 가난은 그처럼 뻔뻔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조제프 오빠에게 축음기를 주고 싶은 쉬잔의 행동은 뻔뻔스러우면서도 강한 슬픔을 보여준다. 한 사람, 혹은 한 가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것 자체가 곧 슬픔이고 혐오다. 그럼에도 쉬잔과 가족은 그 시간을 견뎌야 하는 현실의 앞에 서 있다.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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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7 16: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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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8 16: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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