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청미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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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걷는 게 좋다, 라고 대답하고 싶다. 달리는 건 온몸이 고통으로 아우성일 테니까. 바람이 강하게 불지는 않아도 그 바람을 즐기며 걷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느끼는 상쾌함. 마음속 깊이 숨어 있던 고민 같은 건 사라지고 만다.

 


기분이 좋다. 귓가를 지나는 바람도, 밟고 지나는 땅도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내 것이다. 이렇게 달리고 있는 한 나 혼자만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세계다. (259페이지)


 


 

 

여기 달리는 자들이 있다. 고통을 감수하고 그걸 즐기는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젊은 남자가 편의점 앞치마를 두른 남자를 피해 달려간다. 물건을 훔친 사람답지 않게 그의 달리기는 안정되어 있다. 목욕탕을 나온 기요세 하이지는 남자의 뛰는 모습에 눈이 사로잡혔다. 머물 곳이 필요하냐고 묻고 치쿠세이소로 데리고 간다. 위층에 다섯 명, 아래층에 다섯 명. 딱 맞는 열 명이다. 가케루가 들어오자 열 명의 숫자가 맞춰졌다. 하이지는 모두를 모아놓고 하코네 역전경주에 나갈 거라고 말한다. 하코네 역전경주는 열 명이 열 개 구간을 교대로 달리는 경기다.

 


달리기는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다. 여러 명이 함께 연습해도 혼자 오랜 시간을 달려야 한다. 자기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해야 하고, 자칫하다간 조절에 실패할 수 있다. 마음을 비우고 달려야 하지만 어디 그렇게 되나. 함께 연습할 때는 가능했던 것들이 혼자 뛸 때는 힘든 법이다.

 


열 명의 선수들이 먼저 예선에 들어야 하고, 10위권에 들어야 다음 해 우선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다. 이틀에 걸쳐 경기가 열리는데 하코네 왕로(가는 코스)1구간에 왕자, 무사, 조타, 조지, 신동 순서로, 하코노 복로(돌아오는 코스)6구간에 유키, 니코짱, , 9구간에 가케루, 10구간에 기요세가 달리기로 했다. 각자 달리면서 저마다의 생각에 빠져있다.


 

자기를 이겨야 하는 싸움이다. 무릎이 망가져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만 한다. 달리기라는 무아지경에 빠져있지만, 구간 신기록을 위해 스퍼트를 내야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갑자기 깨닫게 된 마음을 다룰 줄도 알아야 한다. 후보 선수들이 포진해있는 다른 대학에 비해 간세이 대학 역전경주 선수는 겨우 10명이다. 10명의 선수들이 참여해야 하는데 감기에 걸려도 포기할 수가 없다.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다음 선수에게 어깨띠를 넘겨야 한다.


 

모든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물론 소설이기에 예상 가능한 결말이지만 경기도 소설도 그 과정에 있지 않은가. 달리는 자들의 마음속 번민을 함께하며 우리는 선수들을 응원한다. 선수들의 마음을 흐트러트리는 사람을 경계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괴로워도 앞으로 나아가는 힘. 끊임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치르는 용기, 눈에 보이는 기록이 아니라 자기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끈기. (407페이지)

 


책을 읽으며 달리는 선수들과 함께 뛰는 느낌이 들었다. 호흡이 가빠오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래전에 읽었던 느낌 그대로 즐거움을 느끼며 우리가 살아있다는 강한 희망을 느끼게 된다. 그들이 강인해질수록 우리도 강해지는 듯 느낌이 든다. 빨리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거리 선수들에게 필요한 건 강인함이라는 걸 다시 배우게 된다.

 


열 명의 선수들의 도전기, 즐거움과 감동이 함께 한다. 미우라 시온이기에 더 감동적인 작품이다. 두 번째 읽어도 역시 좋았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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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2-03 15: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처음 듣는 작가;;; 미우라 시몬,,, 세상엔 모르는 작가가 넘 많고 모르는 책은 더 많고,,,하아~~ 달리기 하듯 숨이 가빠오는 것 같아요.^^;;

Breeze 2022-02-08 16:13   좋아요 0 | URL
미우라 시온의 작품, 좋은 게 꽤 많습니다.
읽어보시면 좋아하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