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 2014 서점 대상 2위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3
기자라 이즈미 지음, 이수미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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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누군가를 죽음으로 잃어본 경험이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갈까, 이런 생각은 많이 해보았다. 친정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시부모님도 아직 살아계시니 언젠가는 다가올 일이지만, 그것이 먼 미래였으면 싶은게 사실이다. 양 부모님들이 계시니 한밤중에 걸려오는 전화는 늘 가슴을 덜컥거리게 만든다. 별일 아니었음을 깨닫고는 한시름을 놓게 되는 일이 빈번하다. 최근에 시아버님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또한 가슴이 철렁했다. 시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전화였다. 시부모님께서는 두 분다 암수술을 두 번씩 하셨기 때문에 더 걱정이 앞선다. 시댁에 다녀온 후에야 조금 안심을 했지만 얼굴이 좋지 않으신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전화라도 자주 해드려야지 해놓고는 만날 미루고만 있다. 이런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그렇겠다.

 

 

일본 문학 작품들 중 '일본서점대상'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새로운 작품이 나올때면 늘 눈여겨 본다. 서점인들이 뽑은 상이고, 실제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기에 그런것 같다. 얼마전에 읽은 『배를 엮다』라는 작품도 그렇고, 이번에 읽은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도 그렇다. 제목에서부터 전해져오는 소소한 일상들을 그린 듯한 작품에 못내 읽고 싶은 책이었다.

 

일본의 한 가정이 있다. 이 가정에는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함께 살고 있다. 남편 가즈키는 병을 죽었고, 데쓰코는 시아버지와 함께 7년째 함께 살아오고 있다. 데쓰코의 나이 이제 스물여덟 살이다. 데쓰코는 시아버지를 시부라 부르며 남편 가즈키가 없어도 남편의 집에서 시부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한 사람의 죽음이 지나갔지만, 물 흐르듯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삶이란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고, 또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되었다.

 

데쓰코와 시부 덴타로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그려진다. 가즈키의 어렸을적 친구였던 다카라는 스튜어디스였지만 웃음을 잃어 집에서 칩거하고 있고, 가즈키를 동경했던 사촌동생 도라오가 가즈키의 차를 가져갔던 이야기, 늘 눈물이 나오고 난뒤 누군가가 죽었던 가즈키의 어머니 유코와, 데쓰코의 직장 동료이자 애인인 이와이가 이들의 곁에서 이야기를 전해준다. 모두 시점을 달리하여 역시 담담하게 가즈키의 기억들을, 그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기자라 이즈미는 부부 각본가인 이즈미 쓰토무와 메가 도키코의 공동 필명이라 한다. 연속극으로는 꽤 알려진 각본가인것 같은데, 소설로는 이 작품이 첫소설이라 한다. 죽음후에도 일상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아주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라 역시 올해 가을쯤 드라마로도 방영된다고 한다.

 

 

삶이란 것은 어젯밤 카레를 먹어 카레 냄새가 배어있고, 내일 먹을 빵을 사기 위해 가는 길에서 만난 인연이기도 한다. 삶이란 그렇듯 일상이므로. 어떠한 슬픈 일이 있어도 우린 일상을 살아가야 하므로, 어젯밤 먹은 카레와 내일 먹을 빵처럼 그렇게 이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내일 먹을 빵을 사러가는 길에 땡땡이 무늬 우산 속에 뛰어든 어젯밤 먹은 카레냄새를 풍기는 그 여자아이처럼.

 

죽음도 이와 같은 게 아닐까. 아무리 거부하고 싶어도 이미 일어난 일에 어떻게든 살아가야하는 이들은 간단하게 토스트로 된 아침을 준비하고, 정원에 심어진 나무를 손보며 하루를 시작해야 했고, 그렇게 아들의 죽음을, 남편의 죽음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소소한 일상이 그들에게 위로였고, 살아가는 힘이 되었다.

 

삶이란 이런 것임을 담담하게 전해주는 이야기였다. 또한 아주 사소한 일들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잃고 나서는 소중한 기억임을, 오랫동안 살아있을 추억임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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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꿈꿀 권리
한동일 지음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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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함에 있어 '우리 집은 가난해서 못하겠어' 라든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부모가 때론 원망스러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에 따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했다. 부모에게 돈이 없어도 자기가 노력을 하면 어떻게든 이루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음을 아주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았음을. 부모가 가진 돈이 없다는 사실에 지레 포기했음을 늦게야 알았던 것이다.

 

 

이 책은 자기가 꿈을 꾼 일에 최선을 다하고 노력을 한다면 분명히 이루어질거라는 믿음을 주는 글이다.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가 된 한동일 사무엘 신부의 꿈꿀 권리, 또는 인간 승리를 말하는 책이었다.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는 교황이 상소를 받기 위해 설치한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상설 법원이며, 전 세계 천주교회의 민형사상 소송과 행정소원에 대한 통상적 재판권을 행사하는 곳이 바로 바티칸의 대법원이라고 한다.

 

 

이렇듯 동아시아에서도 최초이며, 한국인으로서도 최초일만큼 어렵고 접근하기도 힘든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가 된 것이다. 책에서 그는 그의 어렸을때부터 어려운 가정 사정임에도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공부하는 그의 모습은 과히 본받을만 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생에 있어 좋은 스승과 좋은 친구를 만나는데 저자 한동일의 곁에는 늘 좋은 스승이 있었던 것 같다. 힘들때마다 그를 붙들어주고 그를 북돋아주었던 스승들, 그가 이탈리아에 유학하면서 이탈리아어를 익히기 위해 곁에서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남들보다는 어렵지않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었다.

 

 

 

 

사람들 대부분이 어디에서 사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어디에 살든 어떤 추억을 만들고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느냐가 '사는 곳'을 더 윤택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223~224페이지)

 

그가 포기하고 싶거나 절망할때도 늘 곁에서 그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그가 있었던 것이다. 좌절하고 싶을 때마다 그를 도와주는 친구들, 스승들의 마음을 생각했고, 아픈 몸에도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위해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우리의 꿈을 너무 쉽게 포기하지 않는지 뒤돌아 볼 일이다. 저자가 걸어온 여정을 보면, 우리 같으면 쉽게 포기할 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공부가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 자신이 꿈꾼 미래를 향해 달렸다.

 

쉽게 좌절하는 습관을 버리고 '나'의 여집합 속에 내재된 가능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무수한 여집합들을 깨울 수 있도록 스스로 위로하고 격려해야 한다. 자신의 꿈을 믿고 생각의 힘을 믿어야 한다. 또한 긍정의 힘을 믿어야 한다. (379페이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꾼 사람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해답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보면 더욱 좋을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여태 꿈을 꾸었으나 열정으로 접근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너무 힘들다고 좌절하지 말고, 자신의 미래를 향해 열정으로 다가가면 더욱 좋을 것이라는 걸 배울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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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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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를 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원래 성격이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면 그 작가들의 책만 읽는 스타일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나의 독서가 너무 편향적이 아닌가 싶어서 바꾸기로 했다. 내가 읽지 않은 작가의 책을 일부러 찾아 읽었다. 새로운 작가의 작품 스타일을 읽고 이렇게 다름을, 느낌과 감성이 다른 것임을 느꼈었다. 언제부턴가 내가 모르는 작가의 작품이 나올때면, 특히 제목이나 표지가 눈에 띌때면 나는 책을 골라 주저없이 읽게 되었다. 아마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 시작한 것도, 그들의 이름이 익숙해진것도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이 먼저가 아니었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젊은 작가들을 알리자는 취지로 출간한지 1년동안 5,500원에 판매하는 알찬 책 때문이기도 했다.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집들을 읽으며,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작가들의 이름을 외우고, 그들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을때 눈여겨 보며 읽게 되었던 계기가 또한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이기도 했다. 젊은 작가상은 등단한지 10년이내인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2014년에 수상한 작품들을 보니 내가 알고, 좋아하는 작가가 세 명이었고, 처음 만나는 작가의 네 명이었다. 내가 아는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면 더한 즐거움을 얻었고, 내가 모르는 작가의 작품을 읽을때면 그 새로운 작가의 스타일에 즐거움을 느꼈다.

 

수상 작품집을 보면 두 말할 필요가 있는가.

다 좋았다. 어떤 작품은 환상 소설인양, SF소설인양 느껴지기도 했고, 너무다 가슴이 죄어오기도 했던 소설들이었다. 작품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음을 느낀 시간이었다. 총 7편의 작품이 다 좋았지만, 특히 내 마음을 울렸던, 감동을 주었던 작품은 맨 마지막에 수록된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라는 꽤 두꺼운 단편이었다. 읽는 동안 가슴 뭉클했고, 나오는 눈물을 아무도 몰래 훔쳐야 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쓰듯 읽혀진 이야기는 한 여자의 성장소설이었다. 거실의 붙박이 화분처럼 쇼파에 앉아있었던 할아버지, 돈 버는 엄마와 살아가는 소유에게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쇼코와 매개로 이어지는 우정, 혹은 성장 이야기다. 수줍게 웃는 모습과 일본에 계신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말하는 비틀어진 미소 속에서 진짜 쇼코의 미소는 어떤 모습인지 헷갈렸다. 대학을 가고,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고, 영화 일을 해보겠다고 몇년을 보낸후 일본으로 쇼코로 만나러 가서 느꼈던 감정과 한국에서의 재회에서 소유는 여태 자신이 할아버지를, 쇼코를 다른 모습으로 이해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사실 너무 피상적인 것만 보려고 하는건지도 모른다.

타인은 물론이고 가족도 마찬가지인데, 가족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함에도 결국엔 깊이 들어가보면 말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지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 할아버지가 부끄러워서 소유에게도 그처럼 무심하게 대했다는 것을 아주 늦게야 깨닫는 것처럼.

 

 

2014년 제5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조해진, 황정은 작가 순이다. 황정은 작가의 작품과 조해진 작가의 작품이 새로 나오면 거의 챙겨볼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인데, 수상작품 중에서 황정은 작가의 대상 수상과 조해진 작가의 수상도 굉장히 반갑다.

 

때로는 헤어진 연인과의 일들이 마치 엊그제 일어난 일처럼 아주 상세하게, 마치 영화속 화면처럼 선명하게 떠오를 때가 있다. 아무리 헤어졌어도 헤어진 연인과의 기억들은 자주 생각나는 이유는 어떤걸까. 대상 수상작인 황정은 작가의 작품 「상류엔 맹금류」라는 작품을 읽었을 때 드는 생각이었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 재희가 아닌 제희와 제희 가족과 수목원 나들이를 했던 이야기를 말한다. 점심을 먹자고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계곡, 달갑지 않은 점심을 먹고 위로 올라갔을때의 처절한 안내판 등 이제는 제희가 아닌 다른 남자와 살고 있으면서 TV에서 나오는 그 수목원을 보고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렸으리라.

 

나는 조해진의 작품이 왜 좋을까. 셔터를 누를 때 카메라 안에서 휙 지나가는 빛이 있거든. 그런 게 있어? 어디에서 온 빛인데? 평소에는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숨어 있겠지. 어떤 데? 장롱 뒤나 책상 서랍 속이나 아니면 빈 병 같은 데...... (56페이지) 첫 직장을 다닐때 무작정 사진을 찍고 싶어 수동 카메라를 산 적이 있다. 그저 사진 찍고 싶어서 구매한 카메라, 한동안 꽤 잘 사용하다가 어느 순간에 장롱 안 상자 속으로 들어가 버린,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카메라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때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을 사랑했었다. 어떤 사물이라도 빛을 내는 그 순간의 기쁨 때문이었을게다. 조해진의 「빛의 호위」에서는 인터뷰때문에 만난 권은의 삶, 오래전의 기억들을 떠올리는 이야기이다. 권은과 재회를 하고 그녀가 말한 헬게 한센의 다큐멘터리 영상 속에서 유대인을 위해 애썼던 노먼과 알마 마이어를 알게 되면서, 사람을 살리는 일은 아주 작은 호의때문일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외에도, 상상력 속에서만 나타날 쿤을 몸에서 분리하고서의 어서 자라고 싶었던 감정들을 적은 윤이형의 「쿤의 여행」, 아주 잠깐 사귄 첫사랑 여자와 초대받은 집에서 우연히 만나는 이야기인 기준영의 「이상한 정열」, 사촌 형수를 처음 보고 반했고, 사촌 형수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여자를 우연히 신문의 1면 날씨 이야기에 나온 여자가 같은 직장에 근무하게 되었음을 말하고, 사타구니 가려움증에 시달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최은미의「창 너머 겨울」, 아버지의 산책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딸이 가리키는 방향은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음을 말하는 손보미 작가의 「산책」도 좋았다.

 

총 7편의 젊은 작가상 수상작들이 모두 여성 작가라는 사실은 새로운 발견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젊은 20대 여배우들이 기근현상이 있다고 하는데, 어쩐일인지 올해의 젊은 작가상은 모두 여성작가들이라는 점이 새롭다. 내가 아는 작가도, 내가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들도 모두 좋았다. 특히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는 이 작품이 등단작이라는 점이 더욱 그렇다.

 

 

심사평에서 권여선 작가는 '좋은 소설은 두 번 이상 읽어야 그 맛과 깊이를 제대로 느끼고 가늠할 수 있다'라고 했다. 평소에 두 번 읽은 작품이 많이 없는데, 이 작품은 좋은 소설을 제대로 느끼고 싶어 다시 읽었다. 줄거리를 알면 줄거리 외에 새로운 면들을 새롭게 발견한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었다. 좋은 소설이 더욱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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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을 지나는 너에게 - 인생에 대한 짧은 문답
김원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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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수많은 질문들을 하고 대답을 원한다.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할때의 그 안타까움이란 이루말할 수 없다. 많은 고민의 시간을 거쳐 누군가에게 질문하는 것이므로 더욱 그럴게다. 최근의 여러 작품 중에서 누군가의 질문과 대답을 한 작품들이 나와 궁금증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읽고는 한다. 사실 우리가 말을 덜 한다 뿐이지 수많은 궁금증을 안고 있으므로 그렇다.

 

김원의 『봄날을 지나는 너에게』또한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독자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 글이다. 글은 시원시원하고, 그림들은 아름답다. 봄날을 지나온 우리에게 때로는 우리가 느낀 해답일수도 있고, 아직 겪어보지 못한, 혼자만의 고민들에 대한 해답을 얻은 기분이기도 했다. 또 그의 글은 페이지를 넘겨 읽어갈수록 기억하고 싶은 글, 기억해 지인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글들이 많았다. 사실 책을 읽으며 좋은 글을 만나, 누군가와의 사랑의 시작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에게 몇 줄의 글을 전해주기도 했다.

 

 

어느 정도 인생을 산 사람들은 김원이 전해주는 해답에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고 느낄수도 있겠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이미 알고 있어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일들도 많다. 그때 20대, 30대의 생각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글을 읽으면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 보기도 한다.

 

사랑받으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사랑을 베풀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붓기 바랍니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세요.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가능해질 수도 있답니다. (94페이지)

 

나이가 더 어렸던 연애 초기에는 사랑을 많이 주는 반면, 시간이 지나 나이가 어느 정도 먹으면 사랑을 주기 보다는 받고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 선물 같은 경우도 내가 먼저 건네 주기보다는 이제는 받았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다시 연애 처음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을 더 주면 훨씬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최근의 내 모습 중 전과 달라진 모습 중의 하나는 꽃이나 나무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땅에 떨어진 작은 꽃잎, 화단에 피어 있는 아주 작은 야생화 하나에도 눈길이 돌아가 그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기도 하고, 사진에 담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들의 아쉬움, 오늘의 모습이 현재에는 마지막이기에 그 시간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 탓일게다.

 

이런 마음을 대변하듯 에세이집을 읽을때 이처럼 예쁜 풍경, 꽃잎이 흐드러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사진을 보는 일이 즐겁다. 어둡고 흐려진 시야를 밝게, 환하게 밝혀주는 느낌을 가진다.

 

왜 혼자 여행다니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느냐, 란 질문에 대한 김원의 대답을 들어볼까.

혼자 영화 보는걸 좋아하고, 혼자 떠나는 여행을 선호한다는 저자는 홀로 떠나는 여행이 주는 '특별한 느낌'에 대해 말한다.

 

여행지에서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굉장히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내면의 세계가 아주 깊고, 그윽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전해지니까요.

전혀 외로워 보이거나, 쓸쓸해 보이지 않아요.

오히려 그 넉넉한 인품과 영롱한 아우라에 반하게 되죠. (100~101페이지)

 

 

혼자 여행해 본 사람만이 느끼는 그 충만함을, 홀로 여행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약간 외롭고 쓸쓸하겠지만, 두 가지 감정 보다 더한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있다. 사랑에 실패해도, 힘든 일이 있어도,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할때도 여행을 다녀오면 그 모든 것에 대한 희망적인 생각을 할수 있는 마음을 얻고 오는게 여행인 것 같다.

 

상처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인생을 헤처나갈 수 없게 되고, 결국엔 사람들을 멀리하며,

아무도 사랑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답니다.

사랑과 인생은, 고통을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126페이지)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삶과 사랑에 대해서 생각을 다시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할 책이다. 나는 글도 좋았지만, 사진들이 특히 좋았다. 꽃과 풍경들의 사진들을 바라보며, 저자의 삶의 방식, 저자의 생각들을 알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일매일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느 날엔 행복하고 어느 날엔 우울하고, 때론 상처받고 슬프기도 하겠지. 하지만 저자는 매일이 행복하다고 했다. 매일 행복한 사람이 우리에게 건네 준 말들은 우리를 웃음짓게 만든다. 삶을 좀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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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판미동 입니다.

판미동 신간 <한글 논어>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대한민국 대표 인문학자,

고려대학교 신창호 교수가 풀어낸

누구나 쉽게 시작하는 『한글 논어』


시대를 초월한 삶의 교과서를 한글로 만나다




인문 정신의 활성화와 인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고려대학교 신창호 교수는 한글로 문명을 일구어 나가는 우리가 왜 고전을 온전히 한글로 탐닉하지 못하는가에 의문을 던진다.


이미 『논어』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언어로 소개되고 있으며,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인들조차 현대 중국어로 『논어』를 다시 번역하여 읽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판미동에서 출간된 『한글 논어』는 바로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 책 속에서



#1 . 공자가 말하였다.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은 근심하지 않으며,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유명한 ‘지인용(知仁勇)’의 정의이다. 삶의 길을 제대로 터득한 지혜로운 사람은 세상일에 함부로 흔들리거나 쉽게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 열린 마음으로 덕망을 갖춘 사람은 걱정하지 않는다. 정의를 용감하게 실천하는 사람은 두려울 것이 없다. 이렇게 ‘지→인→용’의 순서로 인격의 성숙을 고민하는 것은 배움의 과정과 연관된다. — 252p. 제9편 「자한」 28절



#2 .


“당신은 공자 제자요?

자로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그러자 걸익이 아니꼬운 듯 말하였다.


“당신들 참 한심하오. 지금 세상이 아주 어지러운데 누가 이를 바로잡을 수 있겠소? 나쁜 제후들을 정면으로 상대하지 않고 저 공자처럼 쓸데없이 피해 다니며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래서야 세상을 바꿀 수 있겠소? 차라리 세상을 피하는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보다 세상을 피하는 사람을 따르는 것이 더 낫지 않겠소?”


그러고는 쳐다보지도 않고 고무래로 씨를 덮으며 밭일을 계속하였다. 자로가 이들이 한 말을 공자에게 전해 주었다. 그러자 공자는 하늘을 한 번 쳐다보고는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한참 후에야 말하였다.


“사람이 인간 사회를 피해 짐승 무리와 같이 살 수는 없다. 세상에 인간의 길이 제대로 실행되고 상식이 통한다면 나도 이를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왜 쓸데없이 여러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겠는가?” — 52p. 1부 「공자, 그 삶의 희로애락」



▶ 『한글 논어』 서평단 모집 상세내용


하나, 해당 페이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 한 뒤 읽고 싶은 이유를

간단하고 성실하게 댓글로 작성하여 스크랩 링크와 함께 남겨주면 응모가 완료됩니다.


둘, 응모 기간은 2014년 06월 17일(화)~2014년 06월 23일(월) 6일간 입니다.


셋, 총 추첨 인원은 10명입니다.


넷, 발표일은 2014년 06월 25일 (수) 오후에 공개됩니다.


다섯, 서평기간은 2014.06.30(월)~07.07(월) 7일간입니다.

마지막, 당첨자 분들은 서평을 작성 한 후 『한글 논어』 서평단 발표 페이지에

개인 블로그/온라인 서점 블로그에 남기신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서평단 지원자가 모집 인원에 미달할 시,

출판사의 의도에 따라 일부 인원만 선정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해당 기간 안에 작성하지 않을 시에 다음 서평 모집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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