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 2014 서점 대상 2위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3
기자라 이즈미 지음, 이수미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아직 누군가를 죽음으로 잃어본 경험이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갈까, 이런 생각은 많이 해보았다. 친정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시부모님도 아직 살아계시니 언젠가는 다가올 일이지만, 그것이 먼 미래였으면 싶은게 사실이다. 양 부모님들이 계시니 한밤중에 걸려오는 전화는 늘 가슴을 덜컥거리게 만든다. 별일 아니었음을 깨닫고는 한시름을 놓게 되는 일이 빈번하다. 최근에 시아버님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또한 가슴이 철렁했다. 시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전화였다. 시부모님께서는 두 분다 암수술을 두 번씩 하셨기 때문에 더 걱정이 앞선다. 시댁에 다녀온 후에야 조금 안심을 했지만 얼굴이 좋지 않으신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전화라도 자주 해드려야지 해놓고는 만날 미루고만 있다. 이런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그렇겠다.

 

 

일본 문학 작품들 중 '일본서점대상'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새로운 작품이 나올때면 늘 눈여겨 본다. 서점인들이 뽑은 상이고, 실제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기에 그런것 같다. 얼마전에 읽은 『배를 엮다』라는 작품도 그렇고, 이번에 읽은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도 그렇다. 제목에서부터 전해져오는 소소한 일상들을 그린 듯한 작품에 못내 읽고 싶은 책이었다.

 

일본의 한 가정이 있다. 이 가정에는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함께 살고 있다. 남편 가즈키는 병을 죽었고, 데쓰코는 시아버지와 함께 7년째 함께 살아오고 있다. 데쓰코의 나이 이제 스물여덟 살이다. 데쓰코는 시아버지를 시부라 부르며 남편 가즈키가 없어도 남편의 집에서 시부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한 사람의 죽음이 지나갔지만, 물 흐르듯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삶이란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고, 또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되었다.

 

데쓰코와 시부 덴타로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그려진다. 가즈키의 어렸을적 친구였던 다카라는 스튜어디스였지만 웃음을 잃어 집에서 칩거하고 있고, 가즈키를 동경했던 사촌동생 도라오가 가즈키의 차를 가져갔던 이야기, 늘 눈물이 나오고 난뒤 누군가가 죽었던 가즈키의 어머니 유코와, 데쓰코의 직장 동료이자 애인인 이와이가 이들의 곁에서 이야기를 전해준다. 모두 시점을 달리하여 역시 담담하게 가즈키의 기억들을, 그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기자라 이즈미는 부부 각본가인 이즈미 쓰토무와 메가 도키코의 공동 필명이라 한다. 연속극으로는 꽤 알려진 각본가인것 같은데, 소설로는 이 작품이 첫소설이라 한다. 죽음후에도 일상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아주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라 역시 올해 가을쯤 드라마로도 방영된다고 한다.

 

 

삶이란 것은 어젯밤 카레를 먹어 카레 냄새가 배어있고, 내일 먹을 빵을 사기 위해 가는 길에서 만난 인연이기도 한다. 삶이란 그렇듯 일상이므로. 어떠한 슬픈 일이 있어도 우린 일상을 살아가야 하므로, 어젯밤 먹은 카레와 내일 먹을 빵처럼 그렇게 이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내일 먹을 빵을 사러가는 길에 땡땡이 무늬 우산 속에 뛰어든 어젯밤 먹은 카레냄새를 풍기는 그 여자아이처럼.

 

죽음도 이와 같은 게 아닐까. 아무리 거부하고 싶어도 이미 일어난 일에 어떻게든 살아가야하는 이들은 간단하게 토스트로 된 아침을 준비하고, 정원에 심어진 나무를 손보며 하루를 시작해야 했고, 그렇게 아들의 죽음을, 남편의 죽음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소소한 일상이 그들에게 위로였고, 살아가는 힘이 되었다.

 

삶이란 이런 것임을 담담하게 전해주는 이야기였다. 또한 아주 사소한 일들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잃고 나서는 소중한 기억임을, 오랫동안 살아있을 추억임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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