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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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를 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원래 성격이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면 그 작가들의 책만 읽는 스타일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나의 독서가 너무 편향적이 아닌가 싶어서 바꾸기로 했다. 내가 읽지 않은 작가의 책을 일부러 찾아 읽었다. 새로운 작가의 작품 스타일을 읽고 이렇게 다름을, 느낌과 감성이 다른 것임을 느꼈었다. 언제부턴가 내가 모르는 작가의 작품이 나올때면, 특히 제목이나 표지가 눈에 띌때면 나는 책을 골라 주저없이 읽게 되었다. 아마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 시작한 것도, 그들의 이름이 익숙해진것도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이 먼저가 아니었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젊은 작가들을 알리자는 취지로 출간한지 1년동안 5,500원에 판매하는 알찬 책 때문이기도 했다.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집들을 읽으며,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작가들의 이름을 외우고, 그들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을때 눈여겨 보며 읽게 되었던 계기가 또한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이기도 했다. 젊은 작가상은 등단한지 10년이내인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2014년에 수상한 작품들을 보니 내가 알고, 좋아하는 작가가 세 명이었고, 처음 만나는 작가의 네 명이었다. 내가 아는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면 더한 즐거움을 얻었고, 내가 모르는 작가의 작품을 읽을때면 그 새로운 작가의 스타일에 즐거움을 느꼈다.

 

수상 작품집을 보면 두 말할 필요가 있는가.

다 좋았다. 어떤 작품은 환상 소설인양, SF소설인양 느껴지기도 했고, 너무다 가슴이 죄어오기도 했던 소설들이었다. 작품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음을 느낀 시간이었다. 총 7편의 작품이 다 좋았지만, 특히 내 마음을 울렸던, 감동을 주었던 작품은 맨 마지막에 수록된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라는 꽤 두꺼운 단편이었다. 읽는 동안 가슴 뭉클했고, 나오는 눈물을 아무도 몰래 훔쳐야 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쓰듯 읽혀진 이야기는 한 여자의 성장소설이었다. 거실의 붙박이 화분처럼 쇼파에 앉아있었던 할아버지, 돈 버는 엄마와 살아가는 소유에게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쇼코와 매개로 이어지는 우정, 혹은 성장 이야기다. 수줍게 웃는 모습과 일본에 계신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말하는 비틀어진 미소 속에서 진짜 쇼코의 미소는 어떤 모습인지 헷갈렸다. 대학을 가고,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고, 영화 일을 해보겠다고 몇년을 보낸후 일본으로 쇼코로 만나러 가서 느꼈던 감정과 한국에서의 재회에서 소유는 여태 자신이 할아버지를, 쇼코를 다른 모습으로 이해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사실 너무 피상적인 것만 보려고 하는건지도 모른다.

타인은 물론이고 가족도 마찬가지인데, 가족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함에도 결국엔 깊이 들어가보면 말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지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 할아버지가 부끄러워서 소유에게도 그처럼 무심하게 대했다는 것을 아주 늦게야 깨닫는 것처럼.

 

 

2014년 제5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조해진, 황정은 작가 순이다. 황정은 작가의 작품과 조해진 작가의 작품이 새로 나오면 거의 챙겨볼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인데, 수상작품 중에서 황정은 작가의 대상 수상과 조해진 작가의 수상도 굉장히 반갑다.

 

때로는 헤어진 연인과의 일들이 마치 엊그제 일어난 일처럼 아주 상세하게, 마치 영화속 화면처럼 선명하게 떠오를 때가 있다. 아무리 헤어졌어도 헤어진 연인과의 기억들은 자주 생각나는 이유는 어떤걸까. 대상 수상작인 황정은 작가의 작품 「상류엔 맹금류」라는 작품을 읽었을 때 드는 생각이었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 재희가 아닌 제희와 제희 가족과 수목원 나들이를 했던 이야기를 말한다. 점심을 먹자고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계곡, 달갑지 않은 점심을 먹고 위로 올라갔을때의 처절한 안내판 등 이제는 제희가 아닌 다른 남자와 살고 있으면서 TV에서 나오는 그 수목원을 보고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렸으리라.

 

나는 조해진의 작품이 왜 좋을까. 셔터를 누를 때 카메라 안에서 휙 지나가는 빛이 있거든. 그런 게 있어? 어디에서 온 빛인데? 평소에는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숨어 있겠지. 어떤 데? 장롱 뒤나 책상 서랍 속이나 아니면 빈 병 같은 데...... (56페이지) 첫 직장을 다닐때 무작정 사진을 찍고 싶어 수동 카메라를 산 적이 있다. 그저 사진 찍고 싶어서 구매한 카메라, 한동안 꽤 잘 사용하다가 어느 순간에 장롱 안 상자 속으로 들어가 버린,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카메라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때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을 사랑했었다. 어떤 사물이라도 빛을 내는 그 순간의 기쁨 때문이었을게다. 조해진의 「빛의 호위」에서는 인터뷰때문에 만난 권은의 삶, 오래전의 기억들을 떠올리는 이야기이다. 권은과 재회를 하고 그녀가 말한 헬게 한센의 다큐멘터리 영상 속에서 유대인을 위해 애썼던 노먼과 알마 마이어를 알게 되면서, 사람을 살리는 일은 아주 작은 호의때문일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외에도, 상상력 속에서만 나타날 쿤을 몸에서 분리하고서의 어서 자라고 싶었던 감정들을 적은 윤이형의 「쿤의 여행」, 아주 잠깐 사귄 첫사랑 여자와 초대받은 집에서 우연히 만나는 이야기인 기준영의 「이상한 정열」, 사촌 형수를 처음 보고 반했고, 사촌 형수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여자를 우연히 신문의 1면 날씨 이야기에 나온 여자가 같은 직장에 근무하게 되었음을 말하고, 사타구니 가려움증에 시달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최은미의「창 너머 겨울」, 아버지의 산책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딸이 가리키는 방향은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음을 말하는 손보미 작가의 「산책」도 좋았다.

 

총 7편의 젊은 작가상 수상작들이 모두 여성 작가라는 사실은 새로운 발견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젊은 20대 여배우들이 기근현상이 있다고 하는데, 어쩐일인지 올해의 젊은 작가상은 모두 여성작가들이라는 점이 새롭다. 내가 아는 작가도, 내가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들도 모두 좋았다. 특히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는 이 작품이 등단작이라는 점이 더욱 그렇다.

 

 

심사평에서 권여선 작가는 '좋은 소설은 두 번 이상 읽어야 그 맛과 깊이를 제대로 느끼고 가늠할 수 있다'라고 했다. 평소에 두 번 읽은 작품이 많이 없는데, 이 작품은 좋은 소설을 제대로 느끼고 싶어 다시 읽었다. 줄거리를 알면 줄거리 외에 새로운 면들을 새롭게 발견한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었다. 좋은 소설이 더욱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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