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력 시대 - 재야생화되는 지구에서 생존을 다시 상상하다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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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은 회복력 시대는 지구의 기후 위기에 대한 명료한 해답을 내놓는다. 인간이 지배하는 지구라고 여겼지만, 인간은 지구에 잠시 머물다 갈 뿐이라는 것을. 대멸종을 촉발할 수도 있는 지구에서 생존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적응력이 뛰어난 인간종의 특성을 살려 회복력의 시대로 가는 것이다. 효율성을 추구했던 것에서 회복력을 우선시해야 하는 거라고 말이다.


 

토양은 식물을 고정하고 성장시키며 물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토양은 작은 생태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생명이 가득 차 있다. 토양 침식의 원인이 되는 큰 해를 끼치는 것은 삼림 벌채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토양을 황폐화하는 것 중 석유화학 농법뿐만 아니라 또 다른 원인은 가축 방목으로 소 방목을 위해 열대우림이 불태워지고 있다.

 


가장 엄격한 생리학적 의미에서 우리가 생물의 한 종으로서 진정 누구인가를 깨닫는 일은 생명이 있는 진화하는 지구로 돌아가는 새로운 길로 우리를 인도할 해방의 구원인 셈이다. (174페이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표현은 지구가 야생으로 돌아가는 중이라는 거다. 그동안 기후변화 때문에, 지구에 위기가 닥쳤다는 것은 알았지만 심각하게 자각하지 못했던 듯하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다른 나라의 일이었다고 여겼던 바이러스가 우리 곁에서 웅크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기후변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호우나 산불, 가뭄, 허리케인이 끊이질 않는다. 내가 거주하는 도시에서는 가뭄이 심해 내년부터 제한급수를 하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댐의 30%밖에 차지 않은 물의 양을 보고 놀랐다. 이 모두가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수권이라고 하면 바다와 호수, , 지하 대수층은 물론 대기 중의 구름과 안개 등 지구상의 모든 물을 포함한다. 바다는 전 세계적으로 모든 사람이 항해하거나 낚시할 수 있는 개방된 영역으로 여겨졌다. 바다를 통한 지구의 공유 해양을 둘러싼 싸움은 끊이질 않는다.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싸웠던 이유 중의 하나가 화석연료를 채취할 수 있는 권리를 얻고자 했다. 중국과 타이완, 일본, 한국, 스페인 등 다섯 나라는 공해 어획량으로 큰 수익을 차지했다. 상수와 위생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는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더욱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할 것이다. 지구의 일부 지역은 물 순환의 극적인 변화로 생태계가 붕괴해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며 대량 이주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생명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물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회복력 관행을 도입하고 수자원 체제를 보호하는 방법을 철저하게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격변하는 기후에 대한 적응성은 분명 우리의 강점이다. 우리를 지구상에서 가장 회복력이 뛰어난 생물 종으로 만든 것도 적응성이다. 아마도 이것은 회복력 시대에 들어서는 우리가 열정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만한 고무적인 소식이다. (234페이지)




 

회복력 시대는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의 집중 매장지에 대한 통제권에 집착하는 군사력 중심의 지정학에서 우리 인류를 해방해 대륙과 바다, 시간대를 가로지르는 디지털 판게아에서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의 공유를 장려하는 생물권 정치의 새로운 시대로 안내한다. (253페이지)

 


과학계에서는 지구의 절반을 야생으로 복원한다는 사명하에 생태 지역 거버넌스의 맥락과 일정을 수립했다. 생명체의 대멸종을 막으려면 지구의 평균온도가 섭씨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지구온난화 배출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 지구 평균온도의 1.5도 상승은 생태계의 붕괴와 생물 종의 대규모 멸종을 피할 수 없는 지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울러 기후변화는 대비해야 할 미래가 아니라 당장 맞서 싸우고 적응해야 할 현재의 비상사태자 위기다.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지자 인공적인 환경의 실내에 갇히는 상황은 절망감을 키웠다. 젊은 사람들은 답답함과 절망감에서 벗어나고자 국립공원 등 자연 친화적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상호작용적 접근 방식이라고 했다. 자율성이 아닌 표용성에서 비롯된 생명애 의식의 표출이었다. 공감의 행위에서 비롯된 공감적 표용이다.


 

생명의 숨결을 되살리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볼 일이다. 탄소의 발생률을 줄이기 위한 아주 작은 습관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상 속 일회용품을 줄이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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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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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에 쓰인 SF소설이라고 하여 많은 부분이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웬걸, 나도 모르게 푹 빠져 소설 속 내용을 복기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점에 대하여 나름대로 고민했었던 것 같다. 소설을 읽을 때만 해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거에 절대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고 여겼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를 보고 났더니 소설을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거에 다가선 느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슬픔과 고통에 오래도록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할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 여길 것이다. 그게 현실이든, 현실 너머의 가상 세계든.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는 안락사를 받아들였고 자기의 기억을 저장해 오래도록 잊지 않으려고 했다. 남편 김홀은 아내가 죽은 후 슬픔에 빠져 살았다. 어느 날 죽은 아내에게서 메일이 도착했다. 자기를 만나러 오라는 메시지였다. 바이앤바이에서 홀로그램처럼 빛나는 차이후의 아바타가 있었다. 생전 모습 그대로, 기억 속 모습으로 말이다. 그곳에서 피치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를 만나고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바이앤바이는 죽음 이후의 세계인 욘더로 가는 길이었다. 생전의 기록을 바탕으로 가상 세계인 욘더에서 행복한 기억만을 간직한 채 삶을 영위하는 곳이었다.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모습은 천국이 따로 없었다. 사람들은 욘더로 가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욘더의 생활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저마다 웃음꽃이 피었고, 우리가 꿈꾸는 모습 그대로의 생활이었다.

 


희로애락이 있기에 삶이 아름다운 게 아닐까. 별다른 일 없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삶이 단조롭지 않을까. 우리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은 삶이 과연 가능할까. 시간의 흐름을 감지할 수 없는 장소. 영원히 같은 시간대에 같은 삶을 산다면 천국이라 여겼던 곳은 곧 지옥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 천국이나 지옥이나 나름대로 삶이 있을 테지만, 글쎄 현실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만 같았다.

 


바이앤바이나 욘더로 이끄는 자의 이름은 그리스 신화의 세이렌이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위험에 빠뜨린 인물로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돌아가는 오디세우스를 유혹했던 님프다. 누구보다도 아내를 사랑했던 김홀은 그리스 신화의 세이렌에 의해 오르페우스와 연결된다.

 




삶과 죽음의 차이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려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인가.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드라마 속 재현(신하균)이 닥터 K를 향해 외쳤던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천국이라는 타이틀로 사람들을 가둬놓고 행복을 강요하는 것만 같았다. 모두의 천국이 아닌 각자의 천국이라 하지만 죽음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완전한 천국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찰나의 기억과 염원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일지도 모른다. 가보지 않았기에 꿈꾸고 간절히 바란다.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애틋함 때문에,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다만, 옳은 선택인가가 중요하다. 각자가 원하는 바가 다르기에 무엇이 옳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어떤 걸 간절히 원하는가, 그게 중요하다.

 


.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어떻게 제작되었을지 궁금했다. 드라마는 군더더기 없었고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깔끔하게 표현했다. 과연, 이준익 감독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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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말차 카페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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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 여러 편이 실려 있는 소설이 대세인 요즘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긴 호흡을 요하는 두꺼운 책보다는 간단하게 쉽게 읽힐 수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소설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들을 다양하게 만난다. 열두 달의 이야기가 도쿄와 교토에 걸쳐 나타나며 작은 인연이 만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걸 볼 수 있다.

 


목요일에는 코코아를를 잇는 책으로, 마블 카페가 정기 휴일인 월요일에 말차 두 가지만을 파는 카페로 돌아왔다.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하는 사람은 드물다. 좋아하는 일이라고 여겼지만 타인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잘하고 있나 돌아보면 만족할 수 없는 때가 있다. 좋아하는 마블 카페에 가고 싶었다. 오늘 하루 재수 없다고 여겼으나 카페를 열었다는 소식에 반가워 들어섰다가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간다. 말차의 향기가 퍼져 소설이 끝날 때까지 이어져 우리를 따스하게 만든다.




 


자신만의 속옷을 만드는 인물이 나온다. 편안한 속옷을 만들기 위해 장식을 배제하고 만들었다. 그 속옷을 본 손님이 밋밋하다고 하여 더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화려한 속옷을 만들었던 여성이었다. 사람은 좋아하는 것을 반대로 말하기도 한다. 속옷 가게에 들어온 여성이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 보았던 속옷이 정성을 다하여 만든 것이 보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의 변화를 느낀다. 자신을 인정하고 응원해주는 분들에게 감사하는 매듭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어디로든 갈 수 있다. 게가 되어 늪에서 속삭이고, 코끼리가 되어 동료를 돕고, 새가 되어 하늘을 날고 말이 되어 대지를 달릴 수 있다. (92페이지)

 


사람들은 종종 마음을 숨긴다. 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잔소리를 하는 등 퉁명스럽게 대하는데 진심이 왜곡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는 그 진심을 알기 어려워 관계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소설에서는 곧잘 진심은 통하게 마련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종이 연극을 하는 미츠가 고향 집 할머니에게 느꼈던 감정이 그렇고, 할머니가 화과자를 만들었던 진심이 젊은 사람들을 통해 액막이 음식으로 알려진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그렇다.

 


시대는 눈부시게 변해간다.

있었던 것이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 나타난다.

그런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 나는 믿고 싶었다. 줄곧 소중히 하고 싶은 것은 모양이 바뀌며 계속 전해진다는 것을, 계속 존재한다는 것을. (109페이지)

 


무엇을 놓치는지 알아야 한다. 그걸 깨닫는 게 시간이 걸린다. 우연한 계기로 다른 사람에 의해 깨닫게 되는데, 그처럼 중요한 것도 없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다시 알게 한다.

 


나도 이런 식으로 정말로 좋아하는 것과 소중한 것, 알고 싶은 것을 더, 더 모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장은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내게 기분 좋은 장소에서, 내가 하고 싶은 타이밍에.

아직 우리에게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달도 지금 바로 저곳에서 몰래 커져가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151페이지)

 





태어나서 처음 생긴 여자친구에게 한 달 만에 차인 다카하루의 이야기 또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헌책 축제에서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만화 2권을 구매했기 때문이었나 생각했다. 여자친구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함께 있으면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사람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서로에게 해가 되는 관계라고 할까. 좋은 관계는 서로를 보완하여 자신감을 채워주는 거다. 때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내용이었다.

 


만나야 할 사람은 꼭 만난다고 했던가. 도쿄에서 처음 만났던 여성을 마음에 두고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기다렸던 날들이었다. 소중히 간직한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에게 다가온다. 서로에게 가닿기를 기대하면 닿을 수 있게 된다. 진정한 나로 거듭날 수 있을 때에야 가능하다는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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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1-09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즈 님 냐옹이 귀여워요. 털도 어쩜 뽀얗고 눈은 초록에 수염하며 ^^
열두 달 말차키페 이야기, 따스하네요.
함께있을때 자신감이 약해지는 관계는 오래 못가는 거. 서로 마음에서 윈윈이 되는 관계가 바람직하겠어요. 좋은 리뷰로 이 책이 보고 싶어집니다.
 

문화와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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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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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팀만 받는 식당이 있다. 예약한 손님을 위해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고 손님에게 맞는 음식을 준비하는 식당 주인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음식은 그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일까. 맛이 다르다.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는 음식이 된다.

 


십여 년 전에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었더니 기억에 없는 내용이었다. 마치 처음 읽은 것처럼 감동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요리에 집중하는 모습은 경건해 보이기까지 하다. 주로 따뜻한 소설을 쓰는 오가와 이토의 첫 소설을 다시 읽으며 음식과 요리, 사람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었다.




 


링고로 불리는 린코가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도착했을 때 집이 텅 비어 있었다. 현관 매트도, 냉장고도, 요리 도구도. 인도인 남자 친구까지 사라져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링고는 할머니가 만들어 준 겨된장만을 겨우 찾아 엄마가 사는 집으로 돌아왔다. 중학교 졸업식을 한 날에 도망쳐 온 그곳으로 말이다. 충격으로 말을 잃은 링고는 단어 카드를 사용해 대화하기 시작하고, 엄마 집의 나무 위에 올라가 있다가 구마 씨를 다시 만났다. 구마 씨의 도움을 받아 자기가 가장 잘하는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하기로 했다. 창고를 개조해 하루에 한 팀만 받는 식당을 열었다. 음식 재료는 마을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제품을 사용했고, 예약자와 이야기를 나누어 그에 맞는 음식을 만들고자 했다.

 


링고의 진심이 통했을까. 링고의 달팽이 식당을 찾은 사람을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짝사랑에 빠진 소녀, 특별한 날의 게이 커플, 일 년 내내 상복으로 지내는 할머니, 엄마의 애인이라 여겼던 네오콘, 구마 씨 모두 링고에게 음식을 먹었던 사람이었다. 그 후 놀라운 일이 생겼다. 아이를 데리고 떠났던 구마 씨의 시뇨리타가 찾아온 것이다. 또한 짝사랑했던 상대와 함께 음식을 먹었던 사람들은 커플이 되었다. 음식을 먹은 사람들은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고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

 


음식이 가진 귀한 힘이다. 음식에 힘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소설이었다.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이유 또한 명확하다. 요리에 진심인 사람이 세상과 화해하는 내용 때문일 것이다. 다소 더디긴 하지만 진심이 담겨있으므로 알지 못했던 진실에 다가설 수 있었으리라.


 

나는 새로 열 식당을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한편으로는 난생처음 보는 것 같은 신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비밀 동굴 같은 장소. (67페이지)






 

사람은 가까운 사람보다 오히려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마련이다. 링고는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서로 맞지 않다고만 여겼는데 나중에서야 엄마의 진심을 알았다. 때로는 진실을 너무 늦게야 깨닫게 된다는 게 문제다. 그렇지만 진심이란 어떠한 경로로든 전달되기 마련이다. 너무 늦지 않길 바랄 뿐이다.

 


요리를 만든다. 단지 그 사실만으로, 내 몸속 세포 하나하나가 황홀해하고 있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 진심으로 행복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169페이지)


 

타인을 위해 요리하는 링고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링고의 음식을 먹은 사람은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정성을 다해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달팽이처럼 느릴지라도 한번 방문하게 되면 또다시 찾게 되는 곳이다. 음식이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달팽이 식당의 링고처럼. 따뜻한 밥 한 끼가 그리워졌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세심한 손길,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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