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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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에 쓰인 SF소설이라고 하여 많은 부분이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웬걸, 나도 모르게 푹 빠져 소설 속 내용을 복기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점에 대하여 나름대로 고민했었던 것 같다. 소설을 읽을 때만 해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거에 절대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고 여겼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를 보고 났더니 소설을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거에 다가선 느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슬픔과 고통에 오래도록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할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 여길 것이다. 그게 현실이든, 현실 너머의 가상 세계든.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는 안락사를 받아들였고 자기의 기억을 저장해 오래도록 잊지 않으려고 했다. 남편 김홀은 아내가 죽은 후 슬픔에 빠져 살았다. 어느 날 죽은 아내에게서 메일이 도착했다. 자기를 만나러 오라는 메시지였다. 바이앤바이에서 홀로그램처럼 빛나는 차이후의 아바타가 있었다. 생전 모습 그대로, 기억 속 모습으로 말이다. 그곳에서 피치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를 만나고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바이앤바이는 죽음 이후의 세계인 욘더로 가는 길이었다. 생전의 기록을 바탕으로 가상 세계인 욘더에서 행복한 기억만을 간직한 채 삶을 영위하는 곳이었다.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모습은 천국이 따로 없었다. 사람들은 욘더로 가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욘더의 생활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저마다 웃음꽃이 피었고, 우리가 꿈꾸는 모습 그대로의 생활이었다.

 


희로애락이 있기에 삶이 아름다운 게 아닐까. 별다른 일 없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삶이 단조롭지 않을까. 우리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은 삶이 과연 가능할까. 시간의 흐름을 감지할 수 없는 장소. 영원히 같은 시간대에 같은 삶을 산다면 천국이라 여겼던 곳은 곧 지옥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 천국이나 지옥이나 나름대로 삶이 있을 테지만, 글쎄 현실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만 같았다.

 


바이앤바이나 욘더로 이끄는 자의 이름은 그리스 신화의 세이렌이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위험에 빠뜨린 인물로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돌아가는 오디세우스를 유혹했던 님프다. 누구보다도 아내를 사랑했던 김홀은 그리스 신화의 세이렌에 의해 오르페우스와 연결된다.

 




삶과 죽음의 차이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려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인가.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드라마 속 재현(신하균)이 닥터 K를 향해 외쳤던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천국이라는 타이틀로 사람들을 가둬놓고 행복을 강요하는 것만 같았다. 모두의 천국이 아닌 각자의 천국이라 하지만 죽음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완전한 천국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찰나의 기억과 염원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일지도 모른다. 가보지 않았기에 꿈꾸고 간절히 바란다.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애틋함 때문에,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다만, 옳은 선택인가가 중요하다. 각자가 원하는 바가 다르기에 무엇이 옳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어떤 걸 간절히 원하는가, 그게 중요하다.

 


.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어떻게 제작되었을지 궁금했다. 드라마는 군더더기 없었고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깔끔하게 표현했다. 과연, 이준익 감독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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